김군은 1월 10일 터키에서 실종 되었습니다. 실종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군 컴퓨터의 하드 내용과 인터넷 검색 기록 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군의 트위터 계정이 공개되면서 페미니스트, 혐오, IS 가입, 성공적, 으로 이 사건이 정리되는 듯 보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김군이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고, ‘은둔형 외톨이’라는 사실, 김군이 터키를 다녀온 뒤에 검정고시를 보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사실 등이 밝혀지면서, 앞으로 이 사건은 사람들에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김군처럼 된다’는 나쁜 예시로 쓰일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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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무엇보다 이 사안에서 페미니스트가 싫다는 것이 IS에 가입할 정당한 명분처럼 취급받는 현실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더불어 김군이 페미니스트를 싫어한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자, 김군이 평소에 일베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보도들이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IS, 김군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봐도 기사 제목에 ‘일베’가 자주 등장합니다. 일베가 악의 소굴임을 전제하고, 한국 사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면 일베 탓을 해버리는 듯한 이 분위기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김군을 소재로 한 소설을 써본다면, 대한민국이라는 기형적인 학벌사회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은둔형 외톨이가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김군이 남들에 비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우월성은 남성성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마지막 남은 우월성을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집단이 무너뜨리려 한다고 느낀 주인공이 결국 페미니스트를 싫어하게 된다. 나름 개연성이 있는 소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김군과 다른 상황에 처한 수많은 이들이 김군이 정의한 페미니스트에 대하여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서 의문이 듭니다.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이 생겨난 이유가 사회에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그 차별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IS 역시 그렇게 얘기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IS라는 집단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정은 결과보다 더 중요하니까요. 이슬람에 대한 차별이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들이 휘두르는 폭력 때문이라면 그것은 결국 역사와 체제를 되돌리는 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페미니즘은 ‘차이’에 집중하여, 사회에 횡행하는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정책들과 논의들입니다. 차별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뿌리 깊은 차별은 여성에 대한 차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라는 편견을 김군이 가졌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사건에 대한 반응을 보았을 때 이 사회는 한국 여성이 도대체 무슨 차별을 받고 있다는 거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후에 여성이 받고 있는 차별에 대해서 다른 글에서 더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군이 살아왔던 한국 사회는 배가 침몰하여 가족을 잃고 유가족이 된 사람들을 차별합니다. 같은 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차별합니다. 학교에서는 임대 아파트에 산다는 것으로 어린 학생들을 구분지어 차별합니다.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를 차별합니다. 경비원이라는 직업을 차별합니다. 오너 일가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부사장이 회사 직원을 차별합니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어머니와 전업주부를 차별합니다. 그리고 횡행하는 차별을 불편해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차별합니다. 지금도 그 차별과 함께 대다수의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습니다.stk178020rke

국가가 행하는 차별이 일상인 나라에서 생긴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분노를 풀기 위해서, 김군이 무차별적이고 끔찍한 폭력을 행사하는 집단에 속하겠다는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게 인생이니까요. 김군이 그런 선택을 하기 위해서 인터넷으로 정보도 수집하고, 터키로 향하는 비행기표도 살 수 있는 자유가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김군이 IS에서 어떤 혜택을 받고 무슨 일을 수행할지 모르겠습니다. 결코 한국에서 누렸던 자유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리지 못할 것은 확신합니다. 김군은 이슬람교도도 아랍인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무기와 폭탄을 다뤄본 경험도 없으니까요. 김군이 차별을 당할 이유가 좋은 대우를 받을 이유보다 훨씬 많습니다. 김군은 새로운 차별을 경험할 것입니다.

김군이 차별에 저항하고 바로잡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는 순간이, 본인이 그토록 증오한다고 했던 페미니스트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상황과 배경이 어떠하든, 김군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