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최씨 아저씨가 몇몇 학교의 대학생들을 모아 이야기를 해 보시기로 했다고. 한 나라의 재정경재부 장관이자 부총리를 맡는 사람이 궁금했다. 그가 제안했던 것들의 반론이나 영향을 바라보면서 본인이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여전히 그게 가장 낫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장소는 홍대의 한 가게였다. 우리는 6시가 되기 전에 자리에 도착했고, 부총리님은 6시 반 경 도착하신다고 들었다. 시작하기 전에 약간의 아이스 브레이킹을 겸하여–사실 전혀 아이스브레이킹이 되지 않았지만-이 자리를 준비한 목적은 어디까지나 ‘대학생들의 진솔한 생각’을 듣기 위해서이고, 그래서 밥집이 아닌 술집을 빌렸다는 소개 멘트가 있었다. 우리에겐 언론에 말하지 않도록 했다는데, 도착하니 TV조선, MBC 같은 언론사 기자들이 있었다. 내가 안주로 먹방을 찍고 있었을 때쯤에는 이미 여러 언론사 사이트에 이 모임이 기사화되어 있어 조금 신기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읽는 이들 나름대로 생각하길 바란다.

사실 이 글은 르포도 아니고, 인터뷰도 아닌 이상한 글이다. 어쩌면 “나 오늘 최씨 아저씨 봤어!” 에 지나지 않는 일기장일지도 모른다. 가급적이면 녹취를 하고, 어떻게든 인터뷰 형식으로 대답들을 받아 적고 싶었지만 나는 언론사 기자가 아니라 일개 대학생이라 그럴 깡이 안 생기더라. 그리고 녹음할 수가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내 자리는 한참 바깥쪽이었고 그 분은 안쪽에 앉으셔서 뭐라 말하는지 제대로 들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가까이 가려고 해도 내 자리는 고정되어 있어서 움직이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필요할 것 같아서 나오는 말을 되는 대로 메모하긴 했다.

이건 꼭 최씨 아저씨를 ‘까려고’ 쓴 글은 아니다. 밑에서 얘기하겠지만, 제대로 듣지도 못한 거에 한 술 더 떠서 별로 대단한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씨 아저씨와 대학생의 만남이 궁금하시다는 분은 스크롤을 내려보시길. 오늘(2015년 1월 26일) 있었던 대화와 그 자리에 있었던 저의 감상을 최대한 노력해서 알려드릴게요!

별로 대단하지 않았던 이야기들

이런 자리가 나오면 꼭 영화에서 나올 법하게, 맥주 한 잔 기울이면서 취한 듯 큰 소리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혹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화를 정말 진솔하게 나눌 줄 알았다. 아마 난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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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이 세 개 정도 있었고, 한 테이블에 10명씩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이었다. 거기서 보좌관님들, 사무관님들 자리를 빼면 아마 학생들은 스물넷, 스물다섯 정도 되었을 것 같다.

부총리님은 도착하시고, 자리에 앉기 전 먼저 인사말을 던졌는데, 중요한 말만 뽑자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을 없애는 게 최종 목표라고 하셨다. 음… 사실 중규직 드립을 치신 분이 이렇게 말하시니 기쁘긴 기쁩니다만 그에 대한 대책들이 참으로 궁금한 바이옵니다. 어서 자리로 와서 이야기를 나누어 주시지요.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부총리님이 내가 있는 테이블로 왔을 때는 너무 멀어서 시작부터 이야기가 드문드문 들릴 뿐이었다. 최대한 귀를 기울여보았지만 역시 만족스럽게 들리진 않았다. 네이버 검색으로도 쉽게 알 수 있는 그의 4대 개혁에 관해서 개략적인 설명만 군데군데 끊겨 가며 들었을 뿐이다.

그 이후부터는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졌다. 아마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직접 질문할 기회를 얻기 위해 여기에 참여했으리라. 기억에 남는 질문들과 답변들 중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두 가지 꼭지를 내가 들은 만큼, 메모한 만큼 옮겨 보겠다.

첫 번째 질문은 기업에 대한 것이었다. 누군가가 기업에 대해서 누를 필요가 있지 않냐고 물은 것이다. 청년에게는 안정적 직장과 봉급이 필요한데, 그것을 얻기가 너무 어려운 현실이기에 기업에 어떤 메스를 들 필요가 있지 않냐는 말이었다. 부총리님의 대답은 가히 전설의 레전드였다. 내가 요약한 메모를 보니, 그 내용은 “정규직을 완화해서 일자리를 만들자”였다. 물론 훨씬 긴 대답을 했지만, 결론은 그거였다. 어떻게 기업을 눌러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서 정규직을 완화해야 한다는 대답이 나오는지는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또 정규직 완화가 일자리 생성으로 연결되는 과정도 따라가기 힘들다. 결국 정규직 고용 완화만이 그 분의 대책이라는 것인가?

누군가가 이후에 직접적으로, 정규직의 해고를 쉽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부총리님은, 그런 것이 아니라 호봉제를 없애고 완전 성과에 따른 연봉제를 도입, 성과가 낮은 정규직이 근속년수만으로 높은 임금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다시, 일자리 창출과는 연관성이 없어졌다.

둘째로 다른 학생으로부터 중소기업을 지원해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학생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이유는 미스핏츠의 협박편지에서 나온 것처럼 임금 차이가 두 배로 나기도 하고, 직장 자체가 불안정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최씨 아저씨의 대답은 아무튼 그걸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희망을 가지라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우선 현재의 정책은 청년을 타겟으로 하고 있고, 4대 개혁 역시 청년이 더욱 좋은 일자리나 환경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하셨다. 우리 개혁이 여러분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더 나아질 것에 대한 희망을 가지라는 뜻이리라. 다만 청년이 기대하는 것과 기업이 기대하는 것을 합치시키기 위해 서로 양보할 점이 있다는 교과서적 멘트도 빼먹지 않으셨다.

이 즈음에서 나는 질문이 너무 약한가, 어쩜 이렇게 교과서적인 대답만 나오지, 내가 질문할까, 그런데 그러면 분위기가 달라지지는 않을까, 아, 다른 분들 되게 부드럽게 들어가시네, 나도 그래야 하나, 하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이를 반쯤 이겨내고 말을 할까 생각하던 차에 학생들의 반기업적 정서가 좀 완화되어야 한다고 마무리를 하고 자리를 옮겨가셨다.

학생 겉핥기

그 분이 떠난 이후 사무관님들이나 다른 재경부 소속 분들이 오셔서 비슷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조금 더 우리가 어떻게 노는지, 사는지에 대해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별로 대단하지 않은 내용이었고, 되새겨보면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었다. “홍대는 자주 오나요?” “클럽은 요새 학생들이 어딜 자주 가나요?” “소주밤이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그나마 가장 긍정적인 건 “자취나 하숙을 하는 학생들은 어느 정도 비용이 드나요?” 같은 질문이 있었다는 것일까.

사무관님… 혹시 수박남…?

다른 테이블이 무슨 이야길 했는지 모르지만, 나중에 끝나기 직전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냐 여쭤보니 비슷한 이야기였다 하신다. 이 질문을 할 수 있었을 때, 이미 만난 이후로 두 시간이 지나갔다. 예정 상으로는 끝날 시간이라는데, 고작 이 정도 대화로 무슨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나중에 우리가 찍힌 사진이 언론사에 올라갔을까 인터넷을 뒤지다가 알게 되었는데, “충남대 ‘캠퍼스 톡’이 정책설명회가 됐다는 지적을 받았던 최 부총리”라는 문장을 발견했다.  음, 이미 비슷한 전적이 있고 비슷하게 대화가 안 되었구나. 근데 왜 두 번째도 이 모양이지?

나는 이 자리가 생색내기 이상의 어떤 효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나은 정치가나 공무원이라면 이런 식으로 술자리를 만들어서 듣지 않더라도 사회에서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는지, 무엇이 20대 혹은 30대, 혹은 다른 계층의 불만인지 알 수 있고, 알아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이 국밥을 먹는 게 전통시장의 활성화와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오늘의 자리가 어떤 의미를 갖는 자리인지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 곧 60줄에 들어서시는 우리 세대의 아버지 된 사람으로서 힘들지, 하는 의미에서 간식과 맥주를 사 준 것, 그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정말로 고맙긴 하지만, 부총리님이 대외적으로 말한 목적이랑은 큰 차이가 있다.

적어도 우리의 진솔한 이야기가 우리가 어떤 클럽을 찾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나 이태원이 요새 뜨고 있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보좌관님이 내 옆으로 왔을 때, 나는 부총리님이 나랑 정반대 테이블에 계셔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분 이야기라도 들어야지 하고, 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대답은 “아, 그렇습니까. 힘들겠네요.”

지겨운 소통

대학생이 되고 몇 년간 한 번도 윗사람들이 소통하고자 하는 자세를 보이려고 한 적이 없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통 두 글자를 강조하기만 하고 친한 척 행동하는 것은 이제 지겹다. 우리에 대해서 진지하게 알고 싶었다면 적어도 이런 식의 자리를 비공개적으로 학교 학생회나 위원회 같은 것에 연락해 만들 것이 아니라, 제대로 공개적인 모집 신청을 받아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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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는 이 기사에서 오늘의 모임을 “자신을 비판하는 대학생들과도 만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서술했다. 글쎄, 오늘 모임의 사람 중에는 최씨 아저씨에게 협박편지를 직접 쓴 사람도 없고, F학점을 준 학생도 없었고, 변명해 준 학생도 없었다. 그들과 동조하는 나 같은 사람은 있었지만, 그게 어떻게 자신을 비판하는 대학생들과 만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게 됐는지는,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