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SNS에 ‘연애중’을 띄울 필요가 없었다.

‘누구와’인지만 바뀌어왔을 뿐, 난 언제나 ‘연애중’이었으니까. 열네 살 때의 첫 연애 (실은 연애라기 보다는 친구들에게 “나 ㅇㅇㅇ랑 사귐”이라고 공표(?)하는 것에 가까웠던) 이후 지금까지, 반 년 이상 남자친구라는 존재 없이 살아왔던 적이 없었던 나다. 올해로 스물넷이니 살아온 지는 24년 차에 연애한 지는 10년 차라고 소개하면 정확할거다.

뭐 그렇다고 필자가 진득하게 한 사람과 길게 연애를 했던 것도 아니다.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대략 3년 넘게 까지(평균 305.5일), 횟수로는 열 손가락은 금세 다 접어버리고 이제 하나씩 다시 펴가면서 꼽아야 될 수준으로 연애를 참 꾸준~히도 해왔다. 근데 이게 모르는 사람이 봐도 얼굴에 써있나 보다. “연애 많이 해봤을 것 같다”는 말은 이제 뜬금 없이 들어도 별 감흥이 없으니까. 누가 “지금까지 몇 명 만나봤어요?”라고 물었을 때 열 손가락을 접었다가 피는 시늉으로 답을 대신 해주는 것도 나한테는 뻔한 (자학개그) 레퍼토리가 됐을 지경이다.

대략 이 정도까지만 알고 있는 이들은 필자를 ‘가벼운 여자’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더 심한 표현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렸던 경험도 있었고, 사실 내가 남이었어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으니까. 그렇지만 굳이 나에 대해 변명하자면, 난 지금껏 내가 (나름 꽤 많은 이성들을 만나오면서도) 연애를 함부로 시작했다거나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진지하지 않았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매번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오글)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밀당은 커녕 대책 없이 불도저처럼 달려들며 한 없이 사랑을 퍼주곤 했다. 또 이별 단계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늘 눈물은 좀 훔쳐줬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종종 떠올리며 둘만이 공유하는 추억을 되새김질 해주기도 했다. 그니까 열 몇 번의 연애 동안 매번 나름대로 진지하게, ‘온 열과 성을 다해서’ 임해줬던(?) 거다.

필자의 연애사를 꾸준히 들어주고 계시는 한 친구분도 이 점은 인정했다. “언니는 그렇게 연애를 하면서도 또 그렇게 매 번 사랑을 퍼주는 게 진짜 신기해”라며 필자를 ‘사랑 화수분’, ‘아낌없이 주는 (연애) 나무’ 등의 표현으로 한 방에 정리해 버렸으니. 그러게, 나도 이 점이 신기하긴 하다. 실연 뒤에 (잠시) 우울하게 다니다가도, 곧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고 나면 마르지 않는 샘처럼 맘 속에서 사랑이 솟솟 솟구쳐버린다. 어휴.

그렇게 연애 인생 10년 차를 찍어버린 지금, (물론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예정이지만) 난 꺼내도 꺼내도 끝이 없는 나의 연애.ssul을 좀 풀어봐야겠다, 싶었다. ‘원조교제’라며 손가락질 받았던 연애 경험에서부터 3년 간 꾸준히 좋아해온 첫사랑과의 ‘당사자 둘 중 누구도 그 시작과 끝을 제대로 몰랐던’ 3년 동안의 연애, 1 헬스장 2 연애와 1 대학교 6 연애, 과 CC의 경험과 사내 연애의 경험까지. 대략적인 내용만 툭툭 내뱉어도 “헐”이라는 반응을 끌어낼 만한 어마무시한 연애 경험담이 이야기 보따리에 아주 그냥 꽉꽉 들어차있다. 물론 당연히 역시, 오늘도 꾸준히 연애중이니, 숨 쉬는 매 순간 순간이 연애.ssul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그렇다고 독자들에게 ‘제 경험담이 이러저러하니 님들은 이렇게 연애하세요’라고 조언하고자 하는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연애하면 망해요’에 가깝다.) ‘좋은 사람과 오래 만나는 것’을 잘 된 연애라고 평가하는 입장에서 보면, 난 연애고수보다는 연애 실패자라고 보는 게 맞다. 안 그랬으면 이렇게 수많은(…) 연애를 경험했을 리가 없을 테니. (연애 실패자는 말이 많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다만 각각의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밖에서는 손가락질 할 수도 있을 구도의 연애, 또는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구도의 연애에 대해 독자의 입장에서는 궁금증을 풀어볼 수 있겠고 필자의 입장에서는 말 못 했던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얘기해볼 수 있겠다 싶다. (연애 경험을 대뇌 변연계에서 끌어오는 과정에서 내 나름의 피드백도 해볼 수도 있으니, 연애 인생 10년차를 맞이한 여대생으로서 ‘자축 세레모니’도 되겠다.)

몇 탄까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은 나에게 연애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를 알려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7년 전- 당시 스물 셋이던 그 분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놔봐야겠다. 맘만 먹으면 이 사람 얘기만으로도 다섯 편은 더 나올 기세인데 불안하다. 여하튼, 스물넷 여대생의 연애 포트폴리오. 다음 화부터 이어지는 본격 ssul풀이를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