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봐온 친구가 있다.

모두가 목적 없이 흔들리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확고한 꿈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다. 그 친구의 꿈은 드라마 PD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친구는 계속해서 꿈을 향해 달렸다. 부러운 일이었다. 관련 학과에 진학하고, 대외활동을 하고, 인턴을 하고 조연출로 현장 경험도 했다. 그렇게 꿈에 한 발자국씩 다가가고만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는 어느 날 이렇게 내게 말했다.

난 요즘 내가 왜 방송 쪽 일을 택했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 이런 사람 안 뽑는 직장 같으니. 들어가도 빡세기만 한 직장 같으니. 뭣 같은 방송사 시험.

친구는 1년을 꽉 채워가는 시간 동안 수차례의 서류 탈락, 몇 번의 필기 탈락, 한두 번의 면접 탈락을 겪은 뒤였다. 그래도 괜찮게 지내는 줄 알았는데, 역시 괜찮을 수 없는 일이었나 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 길을 걸어야 하는 느낌일 것이다.

친구는 안개 속에 있었다.

궁금해졌다. 언제나 꿈과 함께 반짝이던 내 친구 속을 뒤집어놓은 이놈의 방송사 시험, 소위 말하는 ‘언론고시’(줄여서 ‘언시’)가 대체 무엇인지.

그래서 만나봤다. 드라마 PD 지망생 ‘고리’와 고리의 아는 언니, 라디오 PD 지망생 ‘조용한 홍길동’을. 그들에게 들어봤다. 대체 ‘언론고시’하는 여러분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겁니까.


인터뷰 시작의 정석!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고리: 으항! 여기서도 자기소개라니.

으스으(이하 으): 미안합니다. (취준생은 직종을 불문하고 ‘자기소개’라는 말에 분해 한다는 걸 깨달았다.)

조용한 홍길동(이하 조홍): 안녕하세요. 조용한 홍길동, 조홍입니다. 궁금한 곳 티 안 나게 알아서 다 찾아다니고 해서 붙은 별명입니다. 더듬더듬 찾아다니는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어요. 라디오 PD 지망생입니다.

고: 안녕하세요. 고리입니다. 드라마 PD 지망생입니다. 먹는 거 좋아하고, 자는 거 좋아하고 마시는 거 좋아하고… 그런 사람입니다.

으: 반갑습니다!! 그럼 바로 ‘언론고시’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인터뷰 시-작!

인터뷰 시-작!

언시는 어떤 시험인가요?

고리: 우선 가장 많이 받는 오해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언시는 진짜 국가고시가 아닙니다!

조홍: 저도 무슨 사법시험 같은 거 준비 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사실 그게 방송사 PD 시험이다, 기자 시험이다 얘기를 하면 ‘그게 뭐가 고시야’라던가 ‘왜 거기다가 고시를 붙이냐’고들 해요. 일반 사기업 시험 같은데 왜 고시를 붙이냐는 말이죠.

조홍: 인기가 높고 들어가기 힘들고, 젊은 사람들이 그 직업을 생각했을 때 설레고 핫하고. 그런 양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고시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고시와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으: 방법론적인 측면이라면 어떤 걸 얘기하는 건가요?

조홍: 책 세권 외운다고 되는 시험이 아니라서…

고리: 언론고시는 그냥 범위가 없는 시험이에요.

고리: 보통 서류 합격을 하고 나면 100배수, 혹은 그 이상 되는 인원들이 필기시험을 봐요. 이때 보는 게 기본적으로 상식시험, 지원 분야에 따라 논술이나 작문 시험, KBS 같은 경우엔 추가로 방송학 시험인데 그 어떤 시험도 ‘이 책을 공부하면 잘 볼 수 있다!’ 하는 답이 없죠.

조홍: 한 편으로는 그래서 다행이기도 한데, 컨트롤할 수 없는 운이 많이 작용하니까 씁쓸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게 봤을 땐 왕도가 있는 것 같긴 해요. 특히 논술, 작문 시험이요. 그게 언시의 꽃이라고 부르는 부분이지요.

언시생은 쓰고, 쓰고, 또 쓴다.

언시생은 쓰고, 쓰고, 또 쓴다.

으: 글쓰기가 언시의 꽃이라니, 과거 시험 같은 느낌인데요… 논술, 작문 문제로는 예를 들어 어떤 것들이 나오는 건가요?

조홍: 예를 들어, 작년에 제가 처음 본 필기시험에는 조선시대 왕들을 쭉~주고 (태종태세문단세!) 이 왕들 중에서 DJ를 뽑고 프로그램 기획안을 쓰시오. 라는 문제가 나왔어요. SBS라디오 PD 문제였는데 문제보고 웃겨서 긴장이 풀렸던 기억이 나네요.

으: 웃겨서 긴장이 풀리다니. 완전 어려운… 것 같은데요.

고리: 저한테 가장 당황스러웠던 문제는 올해 1월에 쳤던 KBS 시험인데… 원소 주기율표를 주고는 자유롭게 작문하시오. 하더라고요. 정말 욕하면서 썼고, 장렬히 떨어졌지요…

이걸 놓고 자유롭게 논하라니!

이걸 놓고 자유롭게 논하라니!

으: 그…런 문제를 받으면 보통 어떤 걸 써야 하나요?

고리: 논술이 아니라 작문은 그냥 정말 자유롭게 쓰면 되는데, 에세이를 쓰는 사람도 있고 소설을 쓰는 사람도 있고… 각자 스타일에 맞게 쓰면 돼요. 그냥 뭐를 쓰든지 ‘잘 쓰면’ 붙습니다.

으: 제일 어려운 말이네요.

조홍: 그쵸. 굳이 국가고시랑 비교를 하자면, 장수생이 많은 것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길게 생각하고 많이들 준비하니까.

으: 오. 장수생이라는 말을 쓰나요?

조홍: 네. 국가고시의 경우엔 매년 시험이 있으니까 3년차 정도 되면 쓰는 것 같은데 언론고시에는 심리적 장수생이 있는 것 같아요. 빡세게 준비하면서 1년을 달려온 아이면 1년이라도 장수생이라고 생각해요. 졸업 때도 아니고 설렁설렁 1, 2년 보낸 사람들은 아직 본격적으로 안 해봤으니까 아니다-하고요. 다른 고시보다는 장수생의 기준이 주관적이라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고리: 그 장수생 기준이 직종별로도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조홍: 맞아요. PD는 공채가 별로 없어서 시험 2번을 치려면 2년을 기다려야 하는 수준이에요. 그래서 그래도 2년차면 아직 해볼만하다고 생각하는데, 기자 같은 경우는 많으면 1년에 스무개 정도 시험을 보니까. 2년만 되도 장수생이라 생각하더라고요.

고리: 우리는 아직 장수생은 아니네요. 아니네… 근데 왜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크흡.

'장수'하기 전에 떠날테요.

‘장수’하기 전에 떠날테요.

구체적으로 언론사 문턱이 이 정도로 높다(!) 느낄 수 있을만한 이야기 없을까요.

조홍: 제 첫 시험 경험을 알려드리면 대충 될 것 같은데. 작년에 SBS 시험을 봤었는데, 라디오PD 한 명을 뽑는다고 하더라고요. 인사팀에 듣기론 900명이 넘게 지원했다고 하는데 한 명이요. (으: 익? 겨우 한 명이요?) 네. 더 놀라운 건 이런저런 과정 거쳐서 최종에 다섯 명이 갔는데, 그 중에 아무도 안 뽑았다는 사실.

으: 네? 안 뽑아요!?!!??

고리: 방송국이 사람 진짜 안 뽑아요. 분명히 인력은 엄청 필요한데 그걸 다 프리랜서랑 계약직 형태로 사용하죠. 나쁜 사람들.

조홍: 올해는 두 명을 뽑았어요. 그 정도면 정말 많이 뽑았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현실입니다.

고리: 보통 기업 공채를 쓰는 친구들은 상반기/하반기 아니면 뭐 겨울/여름 인턴. 이게 언제 다가올지 아는데, 방송사 같은 경우에는 언제 공채가 나고 얼마나 뽑을지 이런 게 완전히 불확실해요. 알려주지를 않거든요. 그래서 그게 준비생으로서는 가장 힘든 점이에요.

조홍: 또 경쟁률이 제일 적다는 KBS도 예능, 드라마 같은 경우엔 경쟁률이 200:1이고 라디오는 150:1 정도 돼요. 문이 정말 좁죠.

고리: 저도 드라마PD 지망생으로서 라디오랑 공감하는 바가 많은게 드라마PD도 진짜 안 뽑거든요 공채로. 지상파3사 빼고는 케이블, 종편? 거기서도 안 뽑아요. 교양이나 예능은 뽑아도 드라마는 안 뽑는 추세라서… 언제까지 하고 싶다고 해서 이것만 지원했다가는 진짜 그냥 떠돌이 언시생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홍: 시험 준비에 왕도가 없는 느낌. 그냥 모든 걸 다 다듬어야 되는 느낌이라. 그런 점에서 제일 문턱이 높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고리: 맞아요. 필기시험을 위해 상식 공부를 전에 없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게 엄청 열심히 막 필기 정리하면서 공부하다가도 이게 시험에 정말 나올까? 라는 생각이 한 번 들기 시작하면 모든 게 의미 없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시험에서 딱 다섯 문제 서술형으로 나오는데…

조홍: 천 몇 개를 외우지 않나.

고리: (ㅋㅋㅋㅋㅋㅋ)

조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 천 몇 개요…?

조홍: 말했듯 KBS 상식문제로 5개가 나오는데요, 그 다섯 문제를 위해서 저는 책 3권, 상식 취합본 4개(다 60장이상!!)에다 평소 신문키워드 모음(200개)를 봤어요. 컁컁컁.

고리: 취합본은 언시생들끼리 커뮤니티에서 각 방송사 뉴스나 신문 기사 등에서 키워드를 뽑아서 만드는 건데, 상식 준비할 때면 정말 많이 보게 되죠.

조홍: 떠도는 KBS 시험 팁으로 무조건 많이 적을수록 좋다는 게 있어요. 그래서 한 개념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까지 외웁니다. ‘셰일가스’를 외울 때도 셰일 가스를 추출하는 방법인 ‘측면 파쇄법’ 이라는 공법까지 외우고… ‘싱크홀’을 외울 때도 ‘쉴드 공법’이라는 9호선 공사 방식도 외우고… ‘이쿠맨’ 이라는 육아를 잘하는 남자를 지칭하는 신조어를 외울 때도, 그들이 관심 있어 하는 잡지‘ XQ’이름도 외웁니다.

고리: 이번에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을 했잖아요. 거기 마스코트 동물이 무슨 종류인지 아세요? (으: 아니요…) 점박이 물범입니다. 흐흐흐. 점박이 물범 삼남매가 있는데, 비추온-바라메-추므로라고, 순서대로 첫째, 둘째, 셋째예요. 빛, 바람, 춤을 상징하는 이름이고 또 각자 능력도 있는데!!! 얘기하다보니 또 덧없네요. 에효.

마스코트 자체가 생전 초면입니다 (...)

마스코트 자체가 생전 초면입니다 (…)

조홍: 저도 외웠는데 문제에 나오지 않아서 못 써먹은 아이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네요. 석탄 원소로 휜 디스프레이 만들 때 사용하는 그래핀! 일본에서 만든 최초 감성 인식 로봇 페퍼!! 낮은 금리국가에 돈 빌려 투자하는 일본 케리트레이드 와타나베 부인!!! 두 장르를 섞는다는 뜻으로 기원은 노래의 두 리듬 섞는데 있는 ‘매쉬업’!!!! 냐하하하하.

으: (;;;;;) 그러니까 정말, 이게 말로만 ‘상식 시험’이지 신문을 매일같이 읽고 메모도 하고 또 따로 이 상식 저 상식 긁어모은 것을 달달 외워야 하는 거군요…

고리: 네. 저는 상식을 외울 때면 이게 말만 한국어로 됐지 영어 단어 외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외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그러다보면 몇 단어씩 기억 속에 새겨지는… 큽.

그렇게 어마어마한 경쟁률, 힘든 과정이 있는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PD를 꿈꿀 수 있는 이유랄까.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조홍: 음. 한마디로 말하면 ‘경쟁률은 의미 없고, 습관과 설렘이 원동력이다’ 라고 말 할 수 있어요. 몇 백대 일, T.O가 1~2명. 이런 수치적인 얘기는 적어도 저에겐 큰 자극으로 느껴지지 않아요.

조홍: 너무 조금 뽑아! 그냥 방송국 차릴래! 이런 농담은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싶을 때, 부정적으로 생각이 빠질 때만 하고요. 내가 만들 프로그램, 방송국 On-air 보며 콘솔을 잡을 내 모습이 주는 설렘이 훨씬 커서 계속 꿈을 꿔요. 라디오에게 받은 고마운 일들, 위로받은 일들이 많아서 보답하고 싶은 의미도 있고요.

고리: 맞아요. 저도 자기소개서에 썼던 말이, 드라마보다 저에게 설렘을 주는 것은 없다-거든요.

고리: 설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어차피 힘들 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힘들자는 생각. 그런 것들이 저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조홍: 또 저는 운 좋게 첫 시험에서 최종까지 가게 돼서 ‘나 가능성 있구나, 완전히 재능 없지는 않구나’ 라는 자기 효능감도 있어요. 그게 이 시험을 계속 준비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positive

그럼요, 보편적인 언시생의 일상은 어떤가요.

조홍: 보통은 스터디 중심으로 산다고 할 수 있어요. 많이 하는게 신문스터디. 매일 모여서 같이 신문을 읽거나 아니면 각자 읽은 신문에서 키워드를 모아요. 일주일에 두세 번은 PD는 작문스터디, 기자는 논술스터디를 하고요. 이 두 개가 기본이고 곁가지로 독서, 영화 모임을 한다거나 세미나 한다거나. 요즘엔 필사 스터디도 뜨더라고요.

고리: 저는 친구들이 스터디 콜렉터라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좀 쉬는 중이라 안 하고 있는데, 전에는 일주일에 세 번 상식+작문 스터디를 하고, 하루는 인문학 모임, 또 하루는 시사세미나, 또 다른 하루는 독서모임을 했어요. 말하고 보니 엄청 빡빡해보이긴 하는데 그렇게까지 못할만한 스케줄은 아니었어요. 제가 이렇게 안 살면 진짜 아무것도 안하는 성격이라.

조홍: 커리큘럼이 정확히 있는 게 아니라서 자기가 생활을 컨트롤하는 것도 되게 힘든 일인 것 같아요. 행시 이런데는 행정, 경제 이런 과목 돌리는 걸 선순환이라고도 얘기하고 하던데, 언시는 작문 시험이 뭐 나올지도 모르고 상식 뭐 나올지도 모르니까 자기가 알아서 책 읽고 얘기하면서 배워야 돼요. 그래서 정말 하루 생활을 얘기했을 때 술 먹는 것도 공부라고 하거든요. 그 안에서 들은 얘기 논술에 쓸 수도 있고… 모든 걸 다 흡수하는 상태로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 흡수, 나쁘게 말하면 이거 다 어디서 써먹지? 이런 거죠.

고리: 맞아요. 아빠가 어제도 언론사 준비하는 애들이 솔직히 노는 거지…하는데 분명히 공부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도 진짜 내가 쓸모 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 건가, 이렇게 해서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불확실함엔 끝이 없어요.

으: 공부 하면서도 그 공부의 ‘쓸모’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어지는 구조군요.

조홍: 네. 답은 없어요.

고리: 답은 없지요.

조홍: 그래서 오래 준비하다보면 쓸데없이 기 빨리거나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아서 나까지 그런데 오염되지 않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열심히 해봅니다. 아자아자!

열심히 해봅니다. 아자아자!

요즘 한국 언론 상황에 대해서도 언론사 지망생으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조홍: 음. 우선 방송사가 이명박 정권부터 망가지면서 신입을 안 뽑아서 원망스러워요MBC는 4년째 라디오 신입 안 뽑아요. 신입 들어오면 노조 가입한다고 라디오를 경력직으로 뽑았어요, 2년 전에. 그리고 정권 영향을 받아서 파업도 잦으니 공채 시기도 불안정해서 이런 점은 지원자로서 불편하죠. ‘바른 언론의 역할’ ‘사명감’ 같은 가치를 따지기 전에 우선 지원자로서 입사 구멍이 좁아지니 속상합니다. (ㅠㅠ)

고리: (ㅠㅠ)

조홍: 현재 대한민국 언론의 상황은… 새로운 플랫폼에 누가 먼저 잘 적응하느냐가 제일 큰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라디오가 더 그렇죠. 맨날 위기니, 위기 자체가 생존방식이 되는 게 라디오의 역사였는데, 지상파 TV도 위험한 상황에서 라디오는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고민이네요.

고리: 맞아요. 저는 언론학과에 입학하면서 1학년 세미나 시간 때 교수님에게 “제가 취업을 할 때쯤 방송국이 없어지면 어쩌죠”하는 질문을 했었는데- 아직 방송국이 흔들리고 그런 지경까지 오진 않았지만 콘텐츠 소비환경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또 그에 따라 제작 환경도 같이 변화해야하는 건 맞는다고 생각해요.

조홍: 또 얼마든지 개인 미디어를 운영할 환경이 됐으니 누가 ‘좋은 질’로 새로운 실험을 할 것인지 보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큰 방송사나 신문사야 위기감이 들겠지만 언론 본질이 정확한 진실보도를 해야 하는 곳이기에 대안 언론이 많아지고, 그 대안 언론들이 대안으로 머물지 않고 커가는 것이 관성에 젖은 한국 언론 전체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고리: 그런 점에서는 미스핏츠가 엄청 좋은 일을 하고 있네요(!)

으: (으쓱)(뿌듯)

미스핏츠 열심히 합니다요!

미스핏츠 열심히 합니다요!

마지막으로,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지금 이 시간들이 나중에 어떻게 기억될 것 같나요?

조홍: 제가 라디오 PD가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저는 이 시기에 이 시험을 준비한 게 행운이라 생각해요. 시험 준비 과정이 생각하고, 글 쓰고 말하고 하는 일이다 보니까 이게 다 모든 질문에 대한 나만의 대답을 찾는 고민의 과정이라고 여겨지거든요. 불확실한 것도 힘든 것도 많지만 고민의 시간을 2년 간, 1년 반쯤 하게 됐는데 길게 보면 제 내공이 되는 것 같아요. 글을 많이 쓰는 일도 좋지요. 세상의 모든 일은 글쓰기부터 시작입니다!

으: 오. 역시 인문학자시네요.

조홍: 사직서도 글쓰기, 반성문도 글쓰기입니다! (ㅋㅋㅋㅋ)

고리: 저는 올해 읽었던 <피로사회>라는 책에서 발견한 ‘깊은 심심함’이라는 단어로 딱 지금 제가 보내는 시간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창조적인 사람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제 스스로의 생각을 키우는, 깊게 심심한 계절을 보내고 있는 거죠. 그래서 저도 분명히 의미 있는 시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홍: 저는 다만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제 스스로 재미를 회복했음 좋겠어요. 이 시험이 정말 재미있는 시험이거든요. 다음엔 뭐 써보지, 그런 기대와 재미가 있는데 반복되는 시험과 탈락을 통해 그런 것이 퇴색되지 않게끔 살고 싶어요.

조홍: 언시로 오세요, 여러분!

으: 진심인가요?

조홍: 90%만 솔직하겠습니다.

고리: 어제 언니 인터스텔라 봤어요.

조홍: (ㅋㅋㅋㅋ)

고리: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