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얘기를 하면 좋을까.

사람은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고 이를 통해 생활을 유지해 나간다. 요즘 들어 의심스러운 명제긴 하지만. 어쨌거나 자본주의 사회는 이를 통해 유지된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임금을 받으면서도 노동을 하지 않는다거나, 노동을 했는데 임금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어떤 형태로든 위협에 처할 수밖에 없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저번 주 있던 브리핑에서 정규직에 대한 해고요건 완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이, 기업은 환호했으며 노동계를 비롯한 각지에서는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새누리당에서는 입법의 형태로 이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또 한 번 파문이 일었다. 그렇다면 최경환은 왜 그러한 발언을 했을까. 세간의 인식처럼 기업을 살려야 국가가 살아난다는 친 기업적 마인드를 가진 관료이기에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일까.

너 비정규직이니? 가 그 사람의 계급을 결정한다.

자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2013년 기준으로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63.5% 정도를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고용안정성에 있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시켜주기 싫어 2년이 되기 전에 해고 후 재고용을 한다는 소식은 이제 새롭지도 않다. 당장 알바생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12개월이 되기 전에 해고하는 세상인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개념은 사회 내에서 하나의 계급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계급 구도가 유지되는 한, 정규직 비율을 늘리는 형태로 정책이 진행된다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정규직을 늘리는 것보다 비정규직이 노동에 합당한 대가를 받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현재 노동 시장 내에서 임금의 파이는 대기업 정규직에 몰빵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은 전체의 약 10.2% 정도를 차지한다. 물론 이들조차 노동에 대해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 내에서 많은 자원을 차지하는 쪽이 그들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94.4%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근무한다.

그리고, 모두가 힘들다.

노동자가 전체적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한 쪽이 받는 몫을 깎아 내어야만 다른 쪽의 몫이 늘어날 수 있는 제로섬 게임보다는 다 같이 자신들의 몫을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다시 한 번 드라마틱한 성장을 할 가능성은 몹시 적다. 솔직히,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나눌 것인가. 낙수효과가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뻘소리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의 성장잠재력이 높지 않은 만큼이나, 모든 근로자의 대우가 개선되기는 힘들다.

16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 연장 법안은 고령화 사회로 너무 빨리 진입해버린 우리나라에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다. 하지만 몇 십 년의 기간을 두고 천천히 시행해온 다른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유예기간이 턱없이 짧게 주어졌다. 평균적으로 55세 이상인 한 사람의 임금은 신입사원이 받는 금액의 3배에 달한다. 임금피크제를 실시한다 하더라도, 기업의 부담이 큰 수준으로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물론 귀신같은 임금협상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선에서 막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용을 늘리고 비정규직의 처우도 개선하라는 요구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조사기관 조사대상 한 국 전체순위 노동시장 주요지표 순위
OECD(2013) 34개국 23위 정규직 고용보호수준 (보호수준이 높을수록 낮은 순위)
IMD(2014) 60개국 26위 43위 노동규제 (기업활동을 방해할수록 낮은 순위)
51위 해고비용 (해고비용이 높을수록 낮은 순위)
WEF(2014) 148개국 25위 86위 노동시장 효율성 (효율성이 떨어질수록 낮은 순위)
106위 고용 및 해고관행 (경직적일수록 낮은 순위)
120위 해고비용 (해고비용이 높을수록 낮은 순위)
Worldbank(2009) 183개국 19위 150위 고용해고부문 경직성 (경직적일수록 낮은 순위)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정규직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의 고용안정성을 보장받고 있다. 반면 청년고용율은 다른 국가, 혹은 다른 나이대와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으로 낮은 편이며, 체감 실업율은 2014년 10월 기준으로 10.1%에 달하고 있다. ‘정규직’을 한 뭉텅이로 묶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이들에게 투자되는 자원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과 신규 채용 증가는 소득이 분배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라디오 대담에서 소득의 불평등이 성장을 목 죄고 있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대담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서 증세를 통해 강제적으로 분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맥락으로 나왔다).

하지만 기업이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로 생긴 여유를 채용/비정규직에 재투자를 할까?

팃-포-탯(Tit-for-tat)

예수님이 팃포탯 전략을 사용했다면, 아마도 맞싸대기를 치지 않았을까.

게임에 참여하는 인원이 여럿이며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반복된다고 가정했을 때, 최고점을 얻은 전략은 상대방이 하는 방법을 따라하는 팃-포-탯이었다. 즉 처음엔 협력으로 접근하지만 상대방이 배신으로 나온다면 자신도 곧바로 배신으로 태세를 전환하는 것이다. 온갖 전략이 판을 치는 가운데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형태의 전략이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은 일견 신기하기도 하다. 심지어 팃포탯 전략이 우승했다는 것이 알려지고 각종 파훼법이 등장한 다음 대회에서도, 팃포탯 전략은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팃포탯 전략을 갖춘 두 사람이 만났을 때 한 쪽이 정보를 오독하는 등의 실수로 상대방을 배신이라 인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둘은 게임이 끝날 때까지 배신만을 거듭하게 된다. 당연히 이는 둘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한 번의 오해로 인해 상호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을 모두 놓치고 적은 성과를 얻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대방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협력의 제스처를 취하는 방법이 등장했다. 이를 흔히 관대한 팃포탯 전략이라 일컫는다. 한 쪽에서 갑작스레 협력을 해 온다면, 팃포탯 전략을 사용하는 반대편에서는 다시 협력을 해 올 것이다. 둘은 다시 협력적 관계를 맺는다. 물론, 서로가 배신을 택할 때보다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큰 뜻을 품고 국가를 위해 협력하는 게 아니다.

이런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국내외에서 인정하듯이 몹시 좋지 못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노사갈등을 비롯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지출되는 비용이 연 82조에서 최대 246조에 달한다. OECD 국가는 물론, 비교할 국가의 범위를 넓혀 봐도 상위권이라 말하기는 곤란한 수치다. 누구의 잘잘못인지를 따지는 것은 내가 할 수도 없는 얘기고, 여기서 다루는 주제와도 벗어나 있다. 다만 이 불신의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것 정도는 말할 수 있다.

기업이 인건비 절감이라는 단물만 빨아먹고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나 신규 채용을 늘리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가와 노측의 협력 제스처에 다시 한 번 배신을 때리는 것이다.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안타깝지만 많지 않다. 입법화 과정에 어떤 조항을 넣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배신을 통해서 그들은 무엇을 얻을까. 인건비를 절감하는 효과는 물론 얻을 수 있겠지만 국민의 반 기업정서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국가에게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말할 수 있는 명분조차 사라진다. 노사관계는 더욱 나빠져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에 반해 약속을 이행할 경우 얻게 되는 것은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과 반 기업 정서의 완화, 노사갈등에서 오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갈등비용은 아무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상호 협력 구조로의 전환은 나눠가질 수 있는 것이 더욱 많아짐을 뜻한다.

여지껏 쓴 것들은

사회경험이라곤 아르바이트밖에 없으며 학점조차 좋지 못한 학부생의 생각이다. 실제로 일어나는 양상은 예측하는 바와 많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그 틈새에서 한 몫 챙기려 할 것이다. 협력적 관계로 바꾸려는 시도가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아니,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나에게 취직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민 없이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택할 것이다. 그럼에도 최경환이 제시한 방향은, 궁극적으로 우리나라가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성장이 부족한 사회에서 파이는 나눠야 한다. 이때까지 얘기되어 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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