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헛헛하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스타벅스에 프리퀀시를 모으러 들어갔다가 캐롤의 공격에 상처만 받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나온다. 그러하다. 연애하지 못한 자들의 불우한 시즌이 왔다.

눈물

노래소개하기전에 눈물 좀 닦자.

나도 꽁냥질 좀 하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한 요즘, 실제 꽁냥질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아서 노래를 들으면서 대리만족하기로 한다. 미스핏츠에 몇 없는 연애호구, 짝사랑 및 금사빠 전문가로서 허한 마음을 채우는 꽁냥질 노래들을 모아모아 추천해 본다. 참, 영어말만 느끼오글꽁냥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순수 100% 한국어만 갈아 만든 꽁냥질 노래들만 모아 봤다.

1. 오지은과 늑대들 – <오지은과 늑대들>

아이고 이 앨범은 단 한곡도 꽁냥질과 무관한 노래가 없어서 앨범을 통째로 꼽아 봤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꽁냥질 송의 알파이자 오메가. 원래도 기가 막힌 생활밀착형 공감밀착형 가사를 선보이는 오지은의 능력은 역시 연애에서 극대화되나 싶다. 이 중 연상에게 뿅 빠졌다면 ‘아저씨 미워요’를, 썸을 타고 있다면 ‘뜨거운 마음’과 ‘사귀지 않을래’,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가르쳐 줘’를, 마음정리가 필요한 시기라면 ‘마음맞이 대청소’를 들어 보자.

2. 정준일 – ‘난 좋아’

한국어로 된 꽁냥질 노래의 에베레스트가 오지은이라면, 히말라야는 정준일이다. 사실 정준일의 노래는 이별한 후 듣는 게 최적인 경우가 많지만 콜라보레이션 앨범 ‘cafe – day & night’에 실린 ‘난 좋아’는 그의 노래 중 짝사랑의 설레는 감정을 매우 적절하게 표현한 노래다. 참고로 같은 앨범에 실린 짙은의 ‘Twosome’도 짙은의 평소 스펙트럼과는 조금 벗어난 (나름) 경쾌한 소심한 남자의 짝사랑 이야기로, 엄지척척 추천한다.

3. 한희정 – ‘우리 처음 만난 날’

수많은 바람은 그저 우릴
멀어지게 할 뿐인걸
우리는 낯설게 느껴지는
비밀들을 밀어냈어

첫 마디만 들어도 한희정인 줄 알겠는 여리여리 보이스와 감성 돋는 가사는 꽁냥질의 상대를 되새김질하며 듣기 좋은 망상 헌정 곡이다.

4. 루싸이트 토끼 – ‘기다리는 하루’

개인적으로 하늘하늘 여리여리 류의 여자 보컬리스트를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꽁냥질에 관해서는 결국 여리여리 보컬리스트들을 빼먹을 수 없다. 한희정에 이은 여리여리 2연타 콤보로는 ‘기다리는 하루’를 추천한다. 차분한 기타 반주와 화음이 제법 잘 어울린다. 느즈막한 오후에 찾아오는 짝사랑 생각과 잘 어울린다.

5. 10cm – ‘너의 꽃’

http://www.youtube.com/watch?v=lRypHpetn_8

사실 10cm의 연애 관련 노래로는 ‘이제.여기서.그만.'(노래 제목에 들어간 마침표 개수만 봐도 이 곡의 감성도를 측정해 볼 수 있다)을 꼽지만 그거슨 슬프디 슬픈 이별 노래이므로 ‘너의 꽃’을 대신 꼽아 본다. 10cm 답게 약간 야시꾸리하면서도 섬세한 가사가 인상깊다. ‘같이 누워서 너에게만 물을 줄게’라니…엄훠 부끄…

6. low-end project – ‘보고 싶어서, 안고 싶어서, 만지고 싶어서’

19금 꽁냥계의 문을 10cm가 열어젖히기 전부터 사실 마이너한 감성으로 이미 19금 꽁냥계를 개척하고 있었던 로우 엔드 프로젝트의 노래. 노래 자체도 히말태기가 없고 시종일관 조용한 기타 반주와 더 조용한 보컬들만 나오기 때문에 새벽 두세시 감성에 딱이다. 짝사랑하는 인간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잘 표현한 소심하고 자신감없는 가사가 매력 포인트.

7. 옆집 남자(Feat.Azin) – ‘옆집 남녀’

꽁냥 + 망상에 적절한 노래. 노래가 뮤직비디오처럼 스토리가 있다. 말 그대로 옆집에 사는 두 사람이 꽁냥질하다 연애에 빠진다는 내용으로, 이번에 아파트에 이사하면서 랫사팬더의 가슴을 설레개 했던 노래이나 랫사의 옆집에는 아기를 기르는 신혼 부부가 살고 있다(…). 옆집 남자의 전형적인 훈남 보이스와 Azin의 전형적인 여리여리 훈녀 보이스가 어우러져서 제법 클리셰 적인 연애 망상을 돕는다.

8. 피터팬 컴플렉스 – ‘자꾸만 눈이 마주쳐’

꽁냥질 노래들이 모두 쳐지는 비트일 거라는 편견을 버려 보자. 피컴의 ‘자꾸만 눈이 마주쳐’는 피컴 특유의 전자전자한 감성으로 썸타는 이야기를 버무려 냈다. 경쾌한 비트라서 신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꽁냥질 노래는 꽁냥질 노래인 것인지 후에 <런던행> EP에서 이 곡의 어쿠스틱 버전도 내놓는데, 어쿠스틱 버전도 굉장히 좋다. 유투브는 어쿠스틱 버전으로 가져왔다.

9. 샤이니 – ‘닫아줘'(Close the door)

아이돌들의 미디엄 템포 발라드를 빼놓고 한국어 꽁냥질 노래를 논할 수는 없다. 썸타는 관계 좀 청산하고 그야말로 ‘exclusive’한 사이가 되자는 달달한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래 그래 다 줄게 드루와 드루와’ 상태로 마음이 무장해제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0. 이지형 – ‘사랑해버렸네’

1, 2집은 소년소년하더니 금세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꽁냥계의 대표주자로 올라선 이지형의 ‘사랑해버렸네’는 그의 가장 최신 앨범 <청춘 마끼아또>에 수록된 대놓고 꽁냥한 노래다. 아주아주 느린 꿈지럭거리는 기타 반주와 차분한 중저음의 보컬이 밤의 꽁냥한 감정을 잘 드러낸다.

11. 줄리아하트 – 시모네타

발매도 추운 2월이었던걸로 기억하는 줄리아하트의 꽁냥꽁냥한 EP ‘B’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다. 가사를 참 잘 썼다.

얼마나 너를 좋아하는지 내가 좋아하고 있는지
너는 몰랐으면 좋겠어 너는 절대 모르길 바래
아니 알게 됐음 좋겠어 아니 몰랐으면 좋겠어
아니 알아 줬음 좋겠어 아니 역시 모르길 바래

번외 – 테테(Tete) – ‘Love & Relax’

이 노래는 사실 꽁냥질이 아니라 오래된연애의모범적인_두근거림.txt 같은 노래인데, 듣다가 지나치게 좋아서 번외로 꼽아 본다. 정말 차분하면서도 연애 정서가 오밀조밀 담겨 있는 희귀한 노래라 좋다. 아, 혹시나 연애에 성공하는 해피 엔딩이 나에게도 현실에서 찾아 온다면 연애할 때 듣는 노래도 꼽아보도록 하겠지만 조만간 그럴 것 같지 않아서 미리 꼽아 보는 건 아니다. (눈물 주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