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석촌호수에 나타나 SNS의 대 스타로 떠올랐던 러버덕을 기억하는가? 비록 러버덕은 떠났지만 그가 남기고 간 희망의 메시지는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그리고 러버덕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한국 “토종” 캐릭터가 나섰다.

광화문에 나타난 김치 몬스터!

광화문에 나타난 김치몬스터! 사실 러버덕과 전혀 관련 없다. 출처 Newsis

광화문에 나타난 김치몬스터! 사실 러버덕과 전혀 관련 없다. CC by Newsis

김치몬스터는 2014 서울 김장문화제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러버덕과는 전혀 비교할 부분이 없는 캐릭터지만 훌륭한 한 기레기님의 기사 덕에 포기 째로 욕을 먹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흉물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지옥에서 발효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치몬스터의 제작자인 옥근남씨는 김치몬스터는 애초에 김장문화제 홍보용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며 흉물스러운 캐릭터들을 만드는 자신의 VOMITKID 시리즈 중 하나였다고 해명했다. 게다가 제작 시간과 비용이 부족해 제작사 측에서 디테일을 살리지 못했으며 원래 의도했던 전시 장소도 길 한복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왜 김장문화제 주최측은 흉물스러운 캐릭터를 문화제의 마스코트로 선정한 것일까?

그 속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간 정부 각처에서 해온 김치 홍보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김치 홍보 행사는 1994년에 시작된 광주 세계김치축제다. 한식세계화가 2008년에 시작된 것을 생각해 볼 때 꽤나 빠른 시작이다. 지난 10월에는 20주년을 맞이한 2014 광주 세계김치축제가 열렸다. 축제에 107억 원, 김치타운 건설에 341 원 등 700억 원 가까운 돈을 들인 행사지만 판매량과 생산량은 차이가 없는 등 그 효과는 몹시 미미하다고 한다.

우리 집도 이제 슬슬 김장해야하는데... CC by 광주광역시 공식 블로그

우리 집도 이제 슬슬 김장해야하는데… CC by 광주광역시 공식 블로그

그 외에도 남양주, 양평, 부산, 남도 김치축제 등 김치 축제는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사실 이 축제들은 전형적인 지방정부에서 벌이는 부실한 행사들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굳이 지역의 특색있는 소재가 아니라 김치일 이유조차 찾을 수가 없다. 각 지역의 특별한 김치를 소개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애초에 김치는 지역뿐만 아니라 집집마다 담그는 재료,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단순히 김치가 주변에 흔한 소재니까 축제로 한번 만들어 본 것이 아닐까 싶다.

김치 마케팅의 정수, 김치 캐릭터화의 역사

김치도 캐릭터화를 비켜갈 수 없었다. 최초의 공식 김치 캐릭터는 농수산물 유통공사가 2000년에 개발한 ‘김치캐릭터’다… 진짜 이름이 이거다. 정부에서 하는 디자인 사업이 대충 이 정도다. 하지만 의외로 꽤나 잘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약간 꿈돌이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김치 느낌도 나고 귀엽게 생기기도 했다.

김치캐릭터. CC by 농수산유통공사

김치캐릭터. CC by 농수산유통공사

채채퐁김치퐁.  그럭저럭 선방한 김치 홍보 작품들이다. 김치전사에 비하면...

채채퐁김치퐁. 그럭저럭 선방한 김치 홍보 작품들이다. 김치전사에 비하면…

그리고 2002년에 김치 애니메이션인 <채채퐁 김치퐁>이 방영했다. KBS 공동제작이니 미묘하지만 정부 손을 탔다고 볼 수 있을지? 아무튼 포켓몬과 디지몬의 아성을 꺾기 위해 제작했다고 하는데 2002년에 어린이였던 필자는 이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다. 포켓몬과 디지몬급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평범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는 무난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도 캐릭터 자체로는 꽤나 잘 만든 편으로 각 김치들을 동물화시켜 표현한 정령 캐릭터들이 귀엽다.

하지만 7년 뒤 한국은 <김치 전사(Kimchi Warrior>라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다. 자세한 설명은 하기 싫고, 간단히 말하자면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비웃음을 받고 김치뿐 아니라 한국 음식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 애니메이션이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하였다.

이런 영상을 보게 만들어 할 말이 없다. 아무튼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 한편에 약 천만 원의 돈이 들었다는 것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이 결과물에 만족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도대체 정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김치 홍보가 어떤 수준인지가 궁금하다.

결과물에 대해서도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만족하는 모양새다. 공사 관계자는 “우리가 의도한 대로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치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타깃층이 초등학생 이하인 만큼 유치한 게 당연하며, 김치워리어를 보면 김치를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2014.04.28 한겨레 토요판 [김치 홍보는커녕 나라 망신 부를라] 中

부실한 홍보를 떠나 이 작품은 비리 의혹도 제기되는 등 정부 사업으로서의 가치가 전무하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쓰겠다.

왜 이렇게 정부는 김치에 집착하는 것일까?

사실 이 외에도 김치 홍보 관련 행사들은 차고 넘친다. 다만 너무 많아서 쓰지 못했을 뿐이다. 정부 사람들의 뇌 속에서 김치는 대한민국과 동일어가 아닐까 싶다. 김치를 홍보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알리고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국뽕을 맞은 것이다. 게다가 김치를 소재로 하면 언론에 타기도 쉽고 사람들의 이목도 끌기 때문에 김치 행사는 공무원 자신들이 무언가를 했다고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전시행정 도구가 될 수 있다.

김치 관련 행사는 공무원 특유의 적당주의로 적당히 만든 것들이 많다. 김치 축제들의 사이트를 방문해보면 취지나 목적은 그럴 듯하지만 막상 행사 내용을 보면 부실한 것들이 많다. 사실 많은 정부 주최의 행사들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 가장 큰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는 상급 공무원은 아랫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놓고 자신은 손을 떼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부서들은 담당된 업무 외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행사는 진행 되면서도 미묘하게 부실해지는 것이다.

찾아보면 정부 행사 중에서도 좋은 예시를 찾을 수 있다. 가장 최근에 한 행사로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꼽을 수 있다. 지난 해 4월부터 10월까지 순천만정원에서 열린 행사다. 장기 행사임에도 꾸준히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음악회나 무용 등 공연부터 체험학습, 카페, 족욕장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컨텐츠들을 마련했다. 게다가 순천만의 생태에 대한 높은 이해도로 습지를 망치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들의 극찬을 받을 만큼 아름다운 정원을 꾸몄다. 게다가 정원 각 구역마다 컨셉을 잡아 단순히 정원을 구경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행사 소재에 대한 높은 이해도, 공무원들의 지속적인 노력 및 피드백, 단순한 전시행정이 아니라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 컨텐츠. 이 세가지의 삼위일체가 만들어낸 훌륭한 행사다.

마치 호빗이 사는 샤이어를 연상시키는 듯한 아름다운 정원이다. 제발 이렇게좀 하라고! CC by 경기도 공식블로그

마치 호빗이 사는 샤이어를 연상시키는 듯한 아름다운 정원이다. 제발 이렇게좀 하라고! CC by 경기도 공식 블로그

필자가 정부의 높으신 분들 머릿속을 이해할리 만무하다. 하지만 과거부터 이어진 졸속 행정과 이번에 터진 김치몬스터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김치나 홍보 행사에 대한 이해나 노력이 없다면 제 2의 김치몬스터는 언제고 다시 나온다. 졸속 행정은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피 같은 세금을 낭비한다. 순천의 경우를 보면 결코 컨텐츠 부족이나 소재의 문제만은 아니다.

하루 빨리 많은 정부 행사에서 전문성을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