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계에서 최근 가장 핫한 이슈라면 역시 질소와 ‘창렬’로 대표되는 이른바 과다 포장 제품들일 것이다.

원래 11월 11일을 중심으로 막대형 초콜릿 과자로 분위기가 전환되어야 하지만 상술에 지친 소비자들의 국내 과자 거부 움직임과 최근 모 그룹 소속 프로야구단의 선수 사찰에 따른 불매운동까지 어우러져 여전히 과자계는 분위기 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롯데

…sigh

이런 점에서 11월 11일, 오리온에서는 제품 포장 개선을 하겠다며 오리온의 포장재 생산업체인 아이팩을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았지만, 아이팩이라는 회사 자체가 오리온 회장 본인의 개인회사나 마찬가지로 운영되었던 전례와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디까지나 믿을 수가 있어야지 원. 사진/

어디까지나 믿을 수가 있어야지 원.
사진/오리온

우울한 소식만 들리는 이 와중에 유일하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 과자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크라운해태제과에서 나온 허니버터칩이다.

허!!!!!니!!!!!!버!!!!!터!!!!!칩!!!!!

허!!!!!니!!!!!!버!!!!!터!!!!!칩!!!!!

허니버터칩!

허니버터칩은 편의점 CU에서 집계하는 과자 판매 순위에서 10월 1위를 기록했다. 허니버터칩이 8월 1일 출시되었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무려 세 달 만에 이룩한 쾌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기간 동안 허니버터칩의 매출액은 무려 50억 원이다. 크라운제과의 주가까지 치솟게 할 만큼 대단한 기록이다.

실제 편의점 상황.jpg

실제 편의점 상황.jpg

이미 허니버터칩에 대한 글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 글들의 1/3은 허니버터칩의 맛있음을 찬양하는 글이고, 또 다른 1/3은 허니버터칩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글이고, 마지막 1/3은 허니버터칩을 궁금해하는 글이다.

나 역시 허니버터칩을 궁금해하는 글을 쓰고 있다가, 최근에는 허니버터칩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글을 쓰며 편의점들을 순회하며 발품을 팔았고, 오늘 드디어 허니버터칩을 맛보고 이 글을 쓰고 있다.

나.먹는다.

허니버터칩은 일단 감자칩이다. 그런데 마케팅적으로 놀라운 점은 감자칩이라는 말이 과자의 이름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감자를 이용해 만든 과자치고 감자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그리 흔치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꿀과 버터로 차별화를 시도한 것부터 눈에 띄는 작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감자칩이라면 대충 어떤 맛인지 감을 잡을 수 있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맛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감자칩이지만 기존의 감자칩과는 새로운 맛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제품의 콘셉트와 잘 통한다.

감자 과자 이름을 생각해보자.

포카칩, 포테토칩, 눈을 감자, 오감자, 포비, 포스틱 등등…(예외로는 스윙칩과 입친구 정도가 있다)

스윙칩

예외시랍니다

허니버터칩은 봉지를 뜯었을 때부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그것은 바로 버터향이다. 그 향과 맛을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급식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포장할 경우에 제공받는 휴대용 버터, 딱 그 향이다. 과자에서 후각을 자극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과자에 들어가는 짭조름한 양념들은 대부분 후각적으로 짠내를 제공할 뿐, 향기롭다는 감각을 제공하지 않는다. (예외가 있다면 캬라멜콘땅콩, 캬라멜콘메이플이 있겠다. 이 역시 크라운제과 제품이다)

봉지를 연 순간부터 후각을 자극하는 버터향이 미각까지 자극해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고, 그 순간부터 손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허니버터칩의 맛은 감자칩에 양념을 뿌려놓은 맛이다.

기존의 과자들과 비교하자면 스윙칩과 가장 비슷한 식감을 제공한다. 스윙칩이 짭짤 달콤한 토마토 소스를 발라놓았다면, 허니버터칩은 짭짤 달콤한 버터 소스를 발랐다. 스윙칩이 토마토 페이스트를 기반으로 토핑을 올린 우리에게 익숙한 피자라면 허니버터칩은 최근 여성들에게 얻은 인기로 세를 넓혀 가는, 꿀을 찍어 먹는 것이 기본인 고르곤졸라 피자 같은 느낌이다.

침쥬륵.

기존의 피자 대신 고르곤졸라 피자를 먹는 이유와 기존의 감자칩 대신 허니버터칩을 먹는 이유는 같다고 볼 수 있다. 토핑이 많고 염도가 높으며 다 먹기에 부담스러운 기존의 피자와 달리 고르곤졸라 피자는 토핑이 적은 대신 치즈의 풍미를 느낄 수 있고, 꿀을 발라 먹는 새로운 식감을 느낄 수도 있으며 먹어도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고르곤졸라 피자 역시 기존의 피자와 마찬가지로 다이어트에는 도움이 안 되겠지만 부담은 덜한 것처럼 허니버터칩 역시 짜고 단 맛을 제공해서 질리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 손과 입에 남아 맴도는 버터향이 주는 중독성에 손을 멈출 수 없게 하는 마법이 걸려 있다고 할까.

허니버터칩의 성공으로 금세 또 다른 기업에서는 아류작을 내놓음으로써 물타기를 시도할 것이고 이 폭풍에 허니버터칩이 오래 버틸지 금방 사그라질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기존의 감자칩은 식상하고 기존의 양념감자들은 물린 사람들에게 허니버터칩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