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가 또 한 번 통폐합을 시도한다. 지난 10월 30일 중앙대와 총학생회에 따르면 대학은 2017년까지 정원의 4%(185명)을 감축시키고 학과를 구조조정한다. 이 구조조정의 기준은 국제화, 재정 기여, 취업률 등등이다. 쉽게 말하면, 취업과 돈이 안 되는 과를 줄이겠다는 방안이다. 이젠 별로 신기하지도 않다.

생산성 평가는 정말 멍청한 짓

대학을 생산성으로 평가하는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일까. 언제부터 우리는 인문학부를 ‘돈’으로 평가했었나 싶다. 아무리 대학이 취업의 관문인 게 현실이라지만, 그 현실에 수긍하고 개처럼 설설 기는 중앙대가 안쓰럽다. 어쨌거나 대학은 배우러 오는 곳이지, 취업하러 오는 곳이 아니다.

심지어 인문학부라면 취업률과 같은 지표와 분리되어 학문 연구 수준 자체를 논해야만 한다. 순수과학과 순수인문학은 깊이로 승부해야 하지, 산학 따위의 수치로 승부하는 건 근본적 오류다. 이 오류를 대학의 주체라 는 측이 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설령 변화가 필요하다면 작은 것부터 고쳐야지, 왜 거대한 시도를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네 졸업생들이 취업을 못하면, 자기네가 잘못 가르친 게 아닌지 반성해서 커리큘럼을 바꿔야지 학과를 통폐합하는 건 분명히 실수다.

사실, 중앙대의 한계는 이 통폐합에서 명백해진다. 중앙대측은 사회를 이끌기보다, 사회를 추종하기에 바쁘다. 대학이 사회와 유리된 상아탑이 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사회만 추종할 필욘 더더욱 없다. 진정으로 원하는 게 새로운 부가가치창출이라면, 기존 한국 사회의 발전방향처럼 ‘팔로워’보다는 남들과 다른 ‘선두주자’가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번 인문학 통폐합은 분명 다른 학교와 기업을 ‘팔로잉’하는 행위지 ‘리드’하는 행위는 아니다. 개나소나 하는 상경계 위주 재편보다는, 다른 차원의 대학 개편을 노리는 게 어땠을까. 이미 과포화된 상경계인원창출보다는 디자인 인력 창출에 타겟을 놓았으면 어떨까 싶다. 기존 틀 내에서의 변화는 중앙대를 한 단계 높은 곳으로 이끌지 못한다. 아예 새로운 판을 짜는 게 장기적으로 중앙대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인문학부 강화가 새로운 활로다

애플의 인문학 강조는 자신들과 같은 덕후가 아니라 ‘for the rest of us’를 위한 것이었다. 자신과 같은 이공계 덕후가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애플을 보다 잘 팔기 위해서 그들을 알기 위해 인문학을 강조했다. 지금 중앙대의 통폐합개편안은 분명 판매 ‘기술’에만 치중됐다. 잘 팔기 위한 ‘사상’따위 파는 ‘기술’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실수다. 장기적으로 손해가 될 이번 통폐합이 안타깝다. 대학의 공공성따위 시장성에 묻혀버렸다.

위기는 위기일뿐 기회가 아니더라

혹자는 지금을 인문학의 위기이자 기회라고도 한다. 하지만 위기는 위기일뿐 기회가 아니다. 기회라고 하는 주체들은 역사적으로 항상 강자이고, 결과적인 승자들뿐이었다. 설령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인문학이 부흥하려 해도 필연적으로 한국자본주의의 입맛에 맞게 재편되어야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걸 인문학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니다.

자본주의가 심화됨에 따라 기존 질서인 인문학은 지고, 경제가 그 자리에 들어갔다. 지금의 인문학 위기는 인문학의 위치가 주어에서 목적어로 내려앉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자본주의가 심화됨에 따라 진전될지언정 멈추진 않는다. 고로 인문학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우리가 돈 이외의 철학을 시대정신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현 체제의 기득권은 그걸 바라지 않고, 체제 밖의 혁명은 요원해보이기만 한다. 사람 위에 사람은 없을지언정 사람 위에 돈이라는 기호가 있는 지금 인문학은 위기일 뿐이다. 중앙대의 통폐합은 그 위기의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