랫사팬더가 만난 세 번째 ‘이 사회의 미스핏츠’는 수능 전날까지 카오스, 카운터스트라이크를 하다가 재수 스트라이크를 받고(…) 지금은 인디 게임 벤처 창업을 준비 중인 분들입니다. 원래 대표님 한 분 만을 섭외했는데, 대표님이 인벤토리에 개발자님을 장착하고 나오셨습니다. 그래서 인터뷰는 1+1, 개발자님과 함께 했습니다.

때는 무려 11월의 첫 날. 소맥과 대만 야시장 간식으로 시작된, 인터뷰를 빙자한 연남동 맛(술)집 투어는 주구장창 이어져서 엿가락만큼이나 긴 인터뷰의 흔적을 남겼다고 합니다.


part 1. 고등학교 친구 + a

 – 안녕하세요, 대표님, 개발자님. 뭘 하시는 분들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표님(이하 대): 저희는 인디게임 회사 창업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회사 규모는 그냥 작고요, 개발자 하나, 디자이너 하나, 레벨 디자이너 하나, 그리고 잡다한 사무를 처리하는 잡역부 한 명(… ‘잡역부’란 단어에서 랫사팬더는 급 움찔했다) 네 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 이상으로 직원을 더 채용할 형편은 아니고 그래서 외국의 개인 개발자들처럼 소규모 팀이 만들 수 있는 정도의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 네 분이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하네요.

네 명이니 제갈량도 추가해 드려야 할 것 같은데(...)

한 분은 조자룡이라 나중에 합류하신다는 소식입니다

대: 저희 팀원은 네 명 중에 세 명이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다들 같은 고등학교 같은 과를 나왔죠. 항상 기숙사에서 게임을 많이 하던 친구들이었는데, 대학가고 각자의 길로 가다가 올해 초에 저랑 얘가 결의를 하고, 원래 친했던 동창을 한 명 불렀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온 친구는 세 번째로 합류한 그 친구의 대학 동기에요.

– 네 분이 팀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대: 음, 저는 대표 겸 디자이너인데요. 포토샵부터 시작해서 어도비의 노예 테크트리를 찍어 왔습니다. 포토샵을 시작했던 게, 초등학교 때 짝꿍 여자애가 있었는데, 걔가 컴퓨터를 정말 잘했어요. 학교에서 무슨 프로그램을 막 돌리는데, 그게 파워포인트였어요. 97버전. ‘질 수 없지!’(…)대략 그런 마인드로 파워포인트를 시작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까 포토샵을 배우게 된거죠. 뭐, 하다 보니까 플래시도 하게 되고, 영상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유니티도 하게 되고(…). 참고로 파워포인트 쇼크를 준 그 친구는 산업디자인과의 훌륭한 역군이 됐습니다.

개발자님(이하 개. 참고로, 개발자님 본인도 동의한 약칭임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개발자인데요, 어쩌다 보니 프로그래밍을 독학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어쩌다 보니 프로그래밍을 독학’하세요…?)

프로그래머님…프로그래머느님….

그냥, 고등학교 때 프로그래밍 하는 게 이질적인 세계 같아서 배워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혼자 책을 보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이것저것 만들게 되더라고요. 저는 정식으로 어떤 하나의 프로그램을 짰다기보단, 프로그래밍을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많이 썼는데, 그러다 보니까 이 분야 저 분야에서 쓸모도 많아지고요. 그러다 이 친구 눈에 띄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할 수 있죠.

대: 그리고 동창 한 명이, 걔가 경영 전반과 영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어온 동창 아닌 애가 이제 레벨 디자인을 하는 친구에요. 지금은 학교를 다니면서, 또 다른 스타트업을 하면서, 또 저희 팀에도 있으면서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해외 유명 컨설팅펌에서 인턴을 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저희 팀에서 날카로운 지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쓴소리 담당이죠.

덕업일치의 길을 뚜.벅.뚜.벅.

 –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대: 어… 그냥 ‘뭔가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을 했던 건 2월 부터에요. 저랑, 이 친구랑 둘이서요. 그 때는 그냥 뭐라도 해 보고 싶어서 앱 개발 쪽을 해보려고 했는데, 딱히 아는 것도 없고, 막상 하려고 하니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그래서 뭘 하면 좋을까 생각을 하다 보니까, ‘아 우리는 게임을 많이 하지!'(…)라고 불현듯 깨달음이 온 거죠. 그렇게 ‘게임을 만들면 좋겠다’고 둘이서 생각을 하고, 주변에서 하나 둘씩 뜻 맞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게 됐어요.

개: 그렇게 사람을 모아서 본격적으로 7월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가, 8월 말 즈음에 프로젝트를 한번 엎었어요. 너무 규모가 커지고, 감이 안오고, 만족스럽지 않다고 해서 프로젝트를 많이 깎아내서 지금은 모바일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 회사명은 뭐예요?

대: 이사미 스튜디오에요. 저희가 처음 이름을 지을 때, 고등학교 동창 세 명 끼리 있었던 때거든요. 그래서 뭔가 우리가 나온 고등학교를 상징할 수 있는 이름을 고르자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주소 체계가 바뀌어서 더 이상 번지를 쓰지 않지만, 저희가 학교를 다녔을 때 학교 번지수가 ‘232‘ 였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숫자로 ’232‘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외국인들이 읽으면 “투, 쓰리, 투”라고 읽을 것만 같더라고요. 그래서 회사 이름을 그냥 한글로 ‘이사미’로 한 거죠. 그런데, 만들고 나니까 약간 일본식 이름 같은 느낌도 들고 해서(…) 걱정입니다.

– 왜 창업을 준비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왜 ‘게임’ 이었나요? 덕업일치의 실현 로망(…)?

대: 어… 창업을 하게 됐던 건, 약간 ‘이번 생은 글렀으니 창업을 해 보자’? 젊었을 때 화려하게 불 지르고 망해보자(…) 그런 생각이었던 것 같네요. 사실은, 이게 망해도 각자 살 길을 알아서 찾아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편한 마음으로 하는 것도 있고요. 이거 망해도 네 명 다 굶어죽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저희는 원래도 게임을 .. 많이 하던 사람들인데요. 얼마나 게임을 많이 했냐면, 음, 예를 들면 콜옵(*전쟁게임의 명작 ‘콜 오브 듀티’의 줄임말). 저희가 고등학교 때는 기숙사에 살아가지고 고사양 게임을 할 환경이 안 됐어요. 그래서 예전에 나온 게임들을 많이 했었는데, 3년 동안 하다 보니까 콜옵을 최고 난이도로 스무 번 정도 클리어 한 것 같아요. 오늘 오지 않은 다른 고등학교 동창은 수능 전날 새벽 2시까지 카오스하고(…) 사실 저도 카스온라인 하다 잤(…)

그리고, 저희가 고등학생이던 2000년대 중반에는 지금 유명한 외국 게임들이 잘 안 알려졌던 시긴데, 그때 그 얘가(개가) 맨날 외국 게임을 어디서 찾아오더라고요. 그래서 외국 게임들도 막 했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인디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측면이 있죠.

개: 그러다보니 이런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시ㅈ…

대:친구를 잘둬야 합니다… ㅋㅎ

–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네 명이서 가신답니다

네 명이서 가신답니다

대: 저 같은 경우에는 다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들이었어요. 대학교, 고등학교 친구들, 고등학교 선생님들까지. 그런데, 저희 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되게 걱정스러워 하셨어요. 제 사주를 봤는데 젊었을 때 사업하다가 망할 운명이라고(…) 그래도 뭐 설마.

개: 사실 저는 주변에 잘 말하고 다니지 않는데, 자꾸 페북에 이 친구들이랑 같이 태그를 당해서 스밍아웃(*스타트업+커밍아웃) 당(…) 반응은…음 그냥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거 같아요. ‘쟤 또 바보짓 하네’ 정도?

대: 전공 따위는 장식인걸!

개: 아무렴!

대: 그렇지!

– 창업을 준비하면서 필요한 자금 같은 경우엔 어떻게 조달하고 있나요? 뭔가 창조경제, 창조경제 한다는데 청년 벤처 지원 등을 받고 계시는 건가요?

대: 음, 지원을 받고 있는 건 없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아마 안 받을 것 같은데.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정부지원을 받았는데, 그 보고서 쓰느라 죽어난 트라우마가 아무래도(…). 일단은 각자가 자기 직업이 따로 있거든요. 아직까지는 개발하는데 비용을 쓴 게 없기도 하고. 지금까지 든 돈은, 음, 유니티에서 유료로 필요한 거 사는 거, 도메인 비용 정도에요.

개발자 등록이나 그런 걸 하면 돈이 들기는 하겠지만. 아직은 사무실도 다른 회사가 쓰는 걸 주말에만 빌려서 쓰고 있거든요. 지금 거액이 들어갈 만한 일은 없어서. …거액이 들어갈 일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소득세나… 사무실이나… 새 직원이나(…)

– 창업하면서 가장 빡쳤던 순간을 꼽는다면?

대: 그냥 매일이 졸라 힘들어 죽겠어요(…)

개: 아직까지 빡친 순간은 없는데요, 코딩하다가, 코딩,…하다가, (여기서 개발자님은 잠시 심호흡을 했다) 에러가 나서 고치는 건 그렇다고 쳐요. 늘 하는 거니까.

그런데 정말 빡치는 건 코딩하다가 컴퓨터가 멈추는 거예요.

멈췄는데, 저장 안했어요.

다시 짜야 하거든요? 근데 제가 짠 걸 기억 못해요.

처음부터 다시 짬. (일동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눈물

제일 힘들 때는 밤샐 땐데, 그냥 과제나 다른 일정 맞추다보면 어쩔 수 없이 밤을 새게 되는데, (…)사실 뭐 일을 할 때는 밤에 일을 하니까.

대: 그런데, 일이 많은 것보다는 게임 관련 뉴스 뜰 때 제일 빡쳐요. 스팀, 셧다운제, 등급 심의. 최근에 기사도 났었잖아요. 이제 스팀에도 등급심의 한다고. 그런데 어저께는 또 게임 뭐 폐지 법안 상정되고. (허탈한 웃음) 그냥 이쪽의 상황이 언제 바뀔지 모르니까 심적으로 힘든 것 같아요.

– 반대로, 보람차거나 기뻤던 순간을 꼽는다면?

개: 뭔가 만들어서, 실행했는데 그냥 제가 생각한 대로 딱 나왔을 때? 정말 좋아요. 문제는 그런 광경 한 번 보기가 어렵다는 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야 해서.

– 창업 준비를 혹시 때려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대: (말없이 술잔을 흔든다) 창업 말고 다 때려치고 싶어요. 교수님 과제 자비좀.

이분 최소 이민 가실 분

개: 딱히 그런 건 없는데 대한민국을 뜨고 싶은 순간은 많…근데 아직까지는 안 되고 그런 거는 없어서 뭔가 많이 힘든 것도 없고 해서. 사실 대부분의 사항이 아직 실행된 게 없어서 그럴 일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 창업을 준비하면서 힘든 부분들이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대: 저흰 사람은 그래도 구색을 갖춰서 모았는데, 아무래도 풀타임으로 활동하는 게 아니다보니까 시간에 제약이 있어서 프로젝트가 진척되는 게 좀 느린 편이죠. 그리고 각자의 삶이 있으니까. 학교도 다니고, 회사도 다니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늘어지는 감이 없잖아 있어요.

– 게임 개발 자체에 있어서 힘든 부분은 없나요?

개: 제가 사실 개발을 공부한 지 얼마 안 되다보니까, 그냥 힘들어요. 뭔가 제가 생각하는 그 것을 구현하고 싶은데 그걸 못할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여기저기서 찾아보려고 해도, 생각하는 걸 정확하게 언어로 표현하기도 힘들어요. 물어볼 사람도 없고. 그래서 그냥 맨 땅에 헤딩으로 비슷한 거라도 참고하는 식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그, 아까 보신 블록 빼는 모션 보셨죠? (이사미 스튜디오의 모바일 게임 프로토타입은 3D 블록 퍼즐이었다) 그 블록 빼는 게, 유니티 같은 경우에는 가상 레이저를 쏴서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구현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많이 힘들었어요. 해결하기 위해서 구글의 도움도 받았고, 정확히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갑자기 되더라고요. 거의 된다, 왜 될까(…) 이 느낌. 블록 하나하나에서 레이저를 다 쏴서 위치를 일일이 파악하는 방식으로 했어요.

구글 보드카 레드불

지금 개발하고 있는 부분은 주인공을 정확한 액션에 따라서 이동을 시키는 건데, 시험기간에 코딩을 손에서 놓고 다시 코딩 파일을 불러 오니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유지보수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눈물을 훔친다).

– 주변 사람들에게도 창업의 길을 추천하라면 추천할 만 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개: (말없이 고개를 흔든다)

대: 음… 창업을 하다가 망해도 플랜 B가 있는 사람에게만 창업을 추천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안정적인 게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찰하게 되는데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안정적인 길을 추구하기엔 이미 멀어져 버려서 이렇게 됐지만요.

특히, 지금까지의 삶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창업이 썩 권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다른 스타트업에서 일했을 때, 대표님하고 가까운 자리에서 일을 했는데, 뭔가 회사를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부담감이 엄청난 것 같더라고요. 그걸 깨닫고, 회사를 나오고 나서 절대로 IT 스타트업 창업은 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는데 6개월 만에 창업을 해버렸을 뿐(…)

정신차려보니……. 사진/스쿱미디어

덧붙여서 요즘엔 정부에서 끊임없이 청년 창업 헛바람을 넣고 있는데, 정부는 여러분의 삶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그런 바람 넣는 소리에 쓸려가지 마세요. 

part 2. 게임을 어떻게 실제로 만드는 겁니까요

그리고 인터뷰(를 빙자한 술) 자리를 옮겨서 인디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눠보았습니다.

– 인디게임은 이상적으로는 기획, 개발, 제작 등등을 거대 게임 제작사로부터 독립해서 만든 게임을 말하는데요, 사실 펀딩을 독립적으로 하기는 힘들지 않나요? 이사미의 펀딩 전략은?

대: 펀딩이 사실 중요한 문제기는 해요. 게임 엔진 사는 문제도 있고, 프로그래밍 소스들은 유니티 라이브러리 같은 데에서 구입하는 경우도 있고, 그래픽도 리소스를 사야 하는 경우가 있고, 상업용 게임을 만들 거라면 쓰이는 음악도 사서 써야 하니까. 그리고 부수적인 비용도 들죠. 팀 운영비도 있고, 사무실 비용, 교통비, 식대 이런 거요. 저희야 지금은 자급자족하면서 비용을 최대한 아끼고는 있지만, 지금도 각자 돈을 쓰긴 써요.

역시 해답은 스팀?

개: 저희는 그래서 이상적으로는, 게임을 잘 만들고 그걸 스팀에 올려서 팔고 싶어요.

-지금은 어떤 컨셉의 게임을 제작중이신가요.

대: 주로 인디 개발자들이 많이 제작하는 장르가 퍼즐 게임인데, 아무래도 트릭이나 룰을 차별화해서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저희 퍼즐 게임은 빛의 3원색을 띤 블록들이 구조물을 이루고 있고 그 블록들을 빼면서 주인공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게임이에요. 일단은 길찾기 퍼즐 류의 게임부터 시작하고, 이후에 저희가 생각하는 재밌는 게임으로 나가려고 생각 중이예요.

– 혹시 기획한 게임의 레퍼런스가 되는 게임이 있다면?

이 분들 추천받고 했는데 저도 계속 와 우와 우와 우오(…)하면서 했습니다. 엄지척 강추. 사진/모뉴멘트 벨리 공식 블로그

대: 모뉴먼트 벨리? 저희 팀이 전부 다 그 게임을 아주 감명 깊게 했어요.

개: 저 같은 경우엔 프리셀? 머리 굴려서 한 판을 끝내고 깔끔하게 넘어가면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어서요.

– 팀 내에서는 어떤 식으로 의사소통 과정을 거쳐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 일단 만나서요. 술을 먹어요. 그리고 술을 먹어요. 또 술을 먹어요. (엄지척)

초기 아이디어는 각자 가져와서 회의 때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술을 먹으면서 무한하게 디스전을 펼칩니다. 그 다음, 맨 정신에서 모였을 때 그 때의 소리를 언어로(…) 정리를 하는 거죠.

역시 아이디어는 이렇게 탄생하는 건가요

보통 큰 화두는 제가 던지고, 세부적인 아이디어는 얘가 만들고, 나머지 둘이 팀 내의 모두까기 인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반 농담으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렇게 비판하는 과정이 사실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흔히들 게임 제작을 할 때 톡톡 튀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될 것 같다고들 생각하지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아서 그래요.돈이 되냐, 안 되냐 같은 거는 부차적인 고려 요소지만, 그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지, 재미가 있는지 등등도 고려해 봐야 하거든요. 그 아이디어의 한계점도 제대로 알아야 하고요. 그런데 그건 비판 과정을 겪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팀은 역할 분담이 잘 돼 있다고 할 수 있죠.

– 개발을 할 때 난관에 부딪히면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이나 커뮤니티가 있나요?

개: 일단 제 주변엔 없죠. 문제가 생기면 팀원들이 해결할 만한 아이디어를 내 주고, 그걸 통해서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하지만 실제 구현은 기술적인 부분이라 한계가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그냥 구글에서 검색을 많이 하죠.

다시 감사.

다시 감사.

제가 했던 고민을 다른 사람들이 한 경우가 많아서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기도 하고, 그런 게 안 나오면 비슷한 거라도 찾아서 해결하는 편이에요. 또, 프로그래밍 커뮤니티가 잘 되 있는 편이기도 하고요. 대표적으로는 생활코딩 페이스북 그룹도 있지만, 스택오버플로우도 있고, 특히 유니티의 경우에는 유니티 내부 커뮤니티가 활성화 돼 있는 편이라서 자주 이용합니다.

part 3. 정부가 도움이 되지는 못할 망정(…주륵)

– 그럼 그렇게 해서 게임을 만들었다고 칩시다. 그 게임을 우리나라에서 팔 거예요?

대: 사실 국내에서 게임을 팔려고 하면 귀찮은 점이 많아요. 일단 모바일 오픈마켓 쪽은 아직까지는 법적으로 자율심의라서 가능할 것 같은데 PC 게임 같은 경우에는 국내 출시를 안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물론 거기까지는 가봐야 알 일이긴 하지만.

– 국내에서 게임을 발매하려면 게임 제작업자 등록을 해야 된다면서요.

대: 아… 그게 진짜 답이 없어요. 예를 들어 보죠. 우리나라에서 술집을 열면 술을 팔기 위해서 따로 신고를 하잖아요. 그런데 학교 축제에서 주점 열 때도 술집 차리는 허가를 받아야 되면, 축제 주점을 하겠어요? 딱 그런 상황이에요.

예??!?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는 학생이나 개인이 게임을 만들어서 배포를 하려고 해도 게임 제작업자로 등록을 해야 하거든요. 그 때문에 개발자들이 거의 개인 혹은 소규모 팀 단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사업자와 똑같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등록 절차가 얼마나 거지같은지는 입 아프게 설명 드리기 보단 … 리그베다 위키를 한번 읽어 보시는 게(…) 물론, 요즘에는 절차가 간소화됐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여러 가지 문제는 있죠. 대표적인 게 심의 문제입니다.

사진/게임물관리위원회

국내에서 게임 판매를 하려면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등급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웃긴 게 용량을 기준으로 심의를 받거든요. 그것부터 개발자들한테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죠. 콘텐츠 자체의 측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심의의 강도가 심한 것 같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독일 같은 경우에는 폭력 묘사에 대해서 엄격하고, 국내는 그런 편에는 관대한 편인 대신 성적 묘사에는 엄격한 식이에요.

그나마 인디 개발자들이 모바일에서는 많이 게임을 내고, 잘 되는 사례도 몇 개 있는 펀인데, 오픈마켓이랑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자율 심의제라서 그나마 가능한 거죠. 또, 며칠 전에 여야 합작으로 게임 등급 심의위원회 폐지 법안을 올렸대요. 그래서 개발자들은 다 환영하는 분위기이기는 하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외국의 경우엔 많이 다른가요?

대: 외국 시장은 주로 미국, 유럽이 있는데 양쪽 다 자율심의에요. 미국 같은 경우에는 민간기업이 심의를 하는데 심의를 받을지, 안 받을 지는 제작자의 선택이에요. 심의를 안 받으면 소매점 진열을 못할 뿐이고요. 굳이 심의 받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팔면 되니까 큰 상관은 없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무조건 국가에게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헌법 표현의 자유랑 어긋난다고 논란이 많아요. 게임을 이렇게 심의하는 건 웹툰 올리기 전에 사전 심의 하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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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게임은 사전심의요!!!!!!!!

스팀 같은 경우에는 개발자가 게임을 만들고, 그걸 업로드하면 ‘그린라이트’라는 제도로 판매 여부를 결정해요. ‘그린라이트’ 제도에서는 스팀 회원들이 해당 게임에 예, 아니오, 관심 없음중 하나에 투표하는 거예요. 찬성에서 어느 정도 득표를 얻으면 ‘그린 릿’이 되고, 정식으로 제작사와 밸브가 협상에 들어가죠. 상의를 통해서 그 게임을 스팀에 좀 더 맞게 수정해서 판매하는 식입니다.

국내에서도 그린라이트를 통과한 ‘룸즈’라는 게임이 있었는데, 몇 년 전에 되게 유명했어요. ‘룸즈’의 사례를 보고 국내에서도 스팀에 등록하려는 개발자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등록은 개인 명의로는 좀 힘들다고 들었고, 아마 세금 문제 때문에 법인을 거쳐야 하는 제약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덧: 하지만 룸즈는 국내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고 나서 ‘더 멘션’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퍼블리셔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수익을 못 거두고 망했다는 괴담… 그래서 ‘룸즈’라는 이름 달고 새로 모바일 버전을 만들 예정이라고 합니다)

– 앞에서 청년창업은 ‘헛바람’이라고 했는데, 그래도 IT나 게임 쪽에는 좀 지원이 많지 않나요?

딱히 미스핏츠가 누가 봐도 사양산업인 미디어 스타트업이라 지원을 못 받아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구효.

대: 음, 게임 쪽은 그런 기회가 드문 것 같아요. 게임이 전형적인 소프트웨어 쪽 창업이기는 하지만, 게임 쪽에 뭔가를 특화시켜서 지원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또, 그런 지원 사업들은 서류 작업을 엄청 많이 해야 되요. 스타트업은 매우 제한된 인원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서류 작성하다가 발목 잡히는 경우가 적잖이 있기 때문에 확실히 장단점이 있죠.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는 지원 안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지원 사업도 종류가 정말 많거든요. 받은 돈에 지출만 맞춰서 보고만 해도 되는 경우가 있고, 돈을 쓰는 항목 항목마다 완전 엄격한 경우도 있고, 그런 것도 없는 완전히 눈먼 돈인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지원사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해당 분야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고요.

이해는 무슨. 이정도 되면 거의 몰지각 아닙니까(…)

그런데 만약에 해외에서 인디 게임 개발자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면 해볼 생각이 있어요. 작년에 게임중독법 관련 규제가 심해지는 기미를 보이니까, 갑자기 세계 곳곳에서 한국 개발 회사를 업어가려고 캐나다, 독일, 프랑스, 호주 등지에서 지원 사업을 펼쳤었어요. 그래서 만약 또 다시 그런 기회가 주어지고 언어문화적인 문제만 극복할 수 있다면 해외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아이언 맨>이 판타지일 수 밖에 없는 나라

최근에 시청률이 바닥을 기고 있어서 그렇지, 분명 기획한 입장에서는 ‘아니 이렇게 참신한데 왜 이렇게 안 뜨는거야’ 싶을 것만 같았던 드라마가 하나 있었습니다. <아이언맨>이라고, 줄거리는 근본 없는 판타지이지만 여튼 로맨스물입니다. 그런데 그 배경이 게임회사였죠. 대략 그런 드라마가 만들어진 다는 걸 접한 게임 회사 직원분들은 분노의 트윗들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장르가 판타지인 건 시도 때도 없이 능력자로 변신하는 사장님의 존재 때문이 아니라 게임 회사에서 연애를 한다는 것 때문 아니냐며 (…) 정곡을 찔렀고 그렇게 모두의 비웃음과 조롱 속으로 게임회사를 배경으로 한 근본없는 판타지 드라마는 신세경-이동욱 주연임에도 불구, 조기종영의 불운을 맞게 됐습니다.

게임을 기획하고 그것을 구현한다는 것은 사용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일입니다. 훨씬 귀찮고 힘든 일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미래를 투척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은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번듯한 게임 회사에 다니는 분들도 <아이언맨>의 줄거리를 비웃으며 야근 츄리닝 복장을 하고 삼선 슬리퍼를 찍찍 끌면서 회사를 다니고는 합니다. 다시 말해 일도 힘든데, 일하는 환경도 힘들다는 이야깁니다.

항상, 정부와 기성언론은 ‘아-아니 우리나라가 IT 강국인데 말이야, 왜 IT 산업을 선두하지 못하고 말이야, 이게 다 마약 같은 게임 때문 아니야’ 등의 얼토당토않은 헛소리를 하는 데 익숙해져 계십니다. 그러니까 게임 일을 하시는 분들은 늘 반 농담, 반 진담으로 ‘바보야, 정답은 이민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대표님이 “언어문화적인 문제만 극복할 수 있다면 해외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 게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