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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혼자 되뇌거나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 나누는 걸 선호하는 편입니다만 인터스텔라 개봉 당시 영화를 본 지인들의 리뷰 요청을 개인적으로 많이 받았습니다. 물리학을 전공했으나 관련 내용을 깊게 공부한 것은 아니기에 조금 주저했지만 영화에서 다룬 시공간, 성간여행, 일반 상대성 이론 등 현대 물리학의 이론적 토대와 배경에 대해 물리학도 입장에서 최대한 쉽고 재밌게 전달하고 싶었기에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처음 페이스북에 작성하게 된 제 인터스텔라 영화 리뷰 포스팅이 여러 곳에 퍼지면서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고 덕분에 이렇게 더 많은 분들에게 소개해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수식을 포함하지 않고 말로 풀어 적었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시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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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특수 상대성 이론

상대성 이론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믿고 있던 진리가, 사실은 진리가 아니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하기 때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의 모든 물체는 정지해있는 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했지만 갈릴레이는 정지 상태란 본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요. 상대성 이론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두 물체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움직이는 두 사람이 상대방을 바라볼 때 생기는 속도 차이를 상대속도라고 하는데요. 상대속도가 일정한 경우가 특수 상대성 이론에 해당합니다. 시간은 단지 사건이 일어난 순서가 아니랍니다. 정지해 있는 사람과 움직이고 있는 사람 간에 서로 사건의 순서가 달라집니다. 즉,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뜻이지요. 어떤 사건이 일어난 순서와 시간을 이야기할 때 그 사건을 누가 관측하고 있느냐를 지정하지 않으면 시간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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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 없이 직설적으로 특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등속으로 움직이는 물체를 보면
(1) 물체에서의 시간이 느리게 가고
(2) 물체의 길이가 축소되어 보이고
(3) 물체의 질량이 증가되어 보인다.

즉,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측정하는 기준 계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물리량입니다. 시간과 공간은 독립적인 변수가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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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반 상대성 이론

특수 상대성 이론이 일정한 속도로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두 물체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었죠. 한편, 일반 상대성 이론은 특수 상대론에서 다루는 일정한 상대속도의 제한을 없애고 이를 일반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속도가 일정하다는 특수한 조건이 사라지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요? 바로 가속도입니다!

중력은 일정한 가속도 운동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경우라고 있습니다. 중력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상대 가속도의 도입이 필요하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 상대 가속도에서 출발해 일반 상대론과 중력이론을 제안했죠.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4차원 시공간(민코프스키 공간)을 도입하여 시간과 공간을 동일한 물리량으로 다룰 수 있었는데요. 물질과 에너지 역시 동일한 물리량을 취급할 수 있습니다. 신기하죠? 시간공간물질에너지 4가지의 서로 다른 물리량을 동일한 물리량으로 보고 각각이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서로 변환될 수 있는 상대적인 물리량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 상대성 이론의 출발이랍니다.

(1) 시간은 공간과 같은 물리량이다. (시간 = 공간)
(2) 질량을 가진 물질은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다. (에너지 = 물질)
(3) 질량이 있는 물질 주변의 공간이 휘어진다. (물질 =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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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이라는 힘을 미치는 중력장 내의 에너지는 공간을 휘어지게 만듭니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중력에 의해 휘어져 있고 시간도 중력에 의해 느리게 갑니다. 공간이 휘어진 정도(곡률)가 물질의 질량을 결정하고, 그 공간은 물질의 운동을 결정합니다.

하나의 운동 법칙이 모든 시공간에 똑같이 적용되려면, 중력을 받는 시공간은 휘어져야만 합니다. 따라서 운동 법칙의 절대성을 고수하기 위해 시공간에 상대성을 부여하는 것이죠. 가속 운동을 하는 물체 혹은 중력장에 영향을 받는 물체의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이 인터스텔라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 다들 감이 오시나요?

3.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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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상대성 이론은 블랙홀의 존재를 예견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블랙홀은 중력이 엄청나게 큰 별의 일종인데요. 태양계 내에서 질량이 큰 태양 주위를 지나는 빛은 중력으로 인해 약간 휘어지는 정도이지만, 블랙홀 주위를 지나는 빛은 엄청나게 휘어져서 소용돌이를 치며 결국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버립니다. 한번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간 빛은 밖으로 다시 나올 수 없기에 우리 눈에는 검게 보이지요.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물질과 에너지가 동일한 물리량으로 변환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시피 블랙홀로 빨려든 에너지는 질량으로 변환되고 이 질량은 공간을 더욱 휘게 만듭니다. 쉽게 말해 중력장(휘어진 공간)이 에너지고 이 에너지를 질량으로 환산하면 그 질량이 또 추가적인 중력장을 형성한다는 것인데요. 즉, 중력장이 중력장을 만드는 셈이죠!

인터스텔라 영화에서 블랙홀에 준하는 강력한 중력장을 갖는 행성에서 시간이 극도로 느리게 가는 이유와 거대한 파도가 벽처럼 서있는 현상 모두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조수간만의 차는 중력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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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티븐 호킹이 바로 양자장론을 휘어진 공간에 도입하여 블랙홀 관련 이론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우주론과 양자 중력 연구를 통해 블랙홀 열역학을 크게 발전시켰지요. 우주가 물리 법칙이 작용한 결과로 자연스럽게 탄생되었음을 풀어 설명하는 그의 저서 위대한 설계 (The Grand Design)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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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특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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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속 불변의 법칙, 많이 들어보셨죠? 그 무엇도 광속을 초월하는 운동 속도를 낼 수 없습니다. 광속은 중력의 인력 작용을 무시할 만큼 빠른 속도이거든요. 참고로 빛은 질량이 0이며 질량을 가진 물질이 광속을 내려면 이론적으로 무한대의 에너지가 필요하답니다.

어떤 항성이 쪼그라드는 것을 상상해보겠습니다. 점점 응축해서 점에 가깝게 붕괴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밀도가 극적으로 높아지고 중력도 극적으로 커집니다. 그렇게 되면 중력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것들이 없게 되겠지요. 심지어 빛조차요! 이런 응축된 지점을 특이점이라고 부릅니다.

시간공간물질에너지 모든 것이 이 특이점에 응축되었다가 사라집니다. 절대적인 무(無)이면서 동시에 전부(全部)인 심오한 상태이죠. 물리학적으로 이룩한 위대한 공식들이 바로 이 특이점에서 무용지물이 됩니다. 물리 법칙들이 특이점의 존재를 허용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엄청난 혼란이 옵니다. 완벽하게 구형으로 이루어진 이상적인 항성뿐만 아니라 실제로 관측 가능한 항성에서도 특이점이 발견되거든요. 그 어떤 항성도 붕괴하는 순간 항상 특이점이 나타납니다. 물리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특수한 지점, 시간도 공간도 물질도 에너지도 존재할 수 없으면서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인 이 특이점 때문에 그동안 쌓은 물리학적 업적들을 버려야만 할까요?

5. 빅뱅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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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전체의 경계가 축소되는 지역에 갇히게 되면 특이점이 발생하는데요. 이는 붕괴하는 항성의 경우이죠. 실제 항성의 붕괴로부터 특이점의 존재가 입증됩니다.

휘어지는 시공간 좌표에서 시간을 역행하는 방향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공간에 밀집된 물질을 시간을 통해 되돌아본다면? 그리고 그 곳에도 특이점이 존재한다면? 붕괴의 역반응은 대폭발 즉, 빅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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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친구들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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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빅뱅은 1948년 조지 가모프, 랄프 앨퍼, 로버트 허만에 의해 처음 예견되었으며, 실제로 아노 앨런 펜지어스와 로버트 우드로 윌슨이 빅뱅의 잔여 우주 배경 복사를 실험적으로 관측하여 1978년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6. 웜홀과 화이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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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존재로 인해 물리학자들은 웜홀과 화이트홀의 존재를 조심스럽게 제안하였습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있다면 그것을 뱉어내는 화이트홀도 있을 것이라는 가정인데요. 웜홀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잇는 통로이며 블랙홀을 통해 웜홀에 진입하면 화이트홀이 있는 곳까지 시공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블랙홀의 존재만이 입증되었을 뿐, 웜홀과 화이트홀의 존재는 증명된 바가 없고 오히려 실재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호킹의 블랙홀 증발이론 때문인데요. 호킹 복사라고도 불리는 이 연구 내용은 기존의 블랙홀에 대한 해석을 뒤엎습니다.

호킹 복사가 사실이라면, 쌍소멸의 일부를 끌어당겨 순방출이 발생하므로 블랙홀이 에너지를 무한정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입자를 방출할 수도 있고 에너지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웜홀과 화이트홀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호킹 복사가 사실이 아니라도, 시공간 지평선 너머로 중력에 대한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되어 웜홀 반대쪽에 도달할 가능성이 극히 낮고 애초에 웜홀을 지나가는 물질은 시공간 안에서 뒤틀려 형체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대 물리학 동향을 따른 까닭인지 영화에서는 화이트홀 자체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성간여행을 위해 필요한 웜홀의 존재는 5차원의 다른 조력자를 도입하여 설명하며 시공간을 잇는 좁은 통로 정도로만 설정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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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블랙홀의 존재가 입증되었다고 표현한 것은 이론적으로 블랙홀을 예측하고 실험적으로 이를 관측하여 검증했기 때문인데요. 다음은 블랙홀의 존재를 관측을 토대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Astronomers have found convincing evidence for a supermassive black hole in the center of our own Milky Way galaxy, the galaxy NGC 4258, the giant elliptical galaxy M87, and several others. Scientists verified the existence of the black holes by studying the speed of the clouds of gas orbiting those regions. In 1994, Hubble Space Telescope data measured the mass of an unseen object at the center of M87. Based on the motion of the material whirling about the center, the object is estimated to be about 3 billion times the mass of our Sun and appears to be concentrated into a space smaller than our solar system. For many years, X-ray emissions from the double-star system Cygnus X-1 convinced many astronomers that the system contains a black hole. With more precise measurements available recently, the evidence for a black hole in Cygnus X-1 — and about a dozen other systems — is very strong. (http://hubblesite.org/)

위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시피, 블랙홀은 시각적으로 관측하는 것이 아니라 은하 궤도를 도는 기체 구름의 속력을 통해 그 존재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관측 자료를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학적으로 블랙홀이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학설도 제기되어 위 관측만으로 블랙홀의 존재를 완벽하게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난 16년 2월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즉 LIGO 에서 중력파를 최초로 관측하여 서로 공전하는 두 개의 블랙홀, 즉 블랙홀 쌍성의 존재와 그들의 병합을 확인하였고 이는 블랙홀에 대한 최초의 직접적 관측이자 일반 상대성 이론 예측의 증명에 해당하므로 사실상 블랙홀의 존재는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7. 5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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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쿠퍼 박사는 블랙홀 속에서 구현되는 5차원 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5차원 세상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시공간을 뒤틀어 과거의 자신과 딸에게 중력을 매개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개인적으로 여기서 가장 큰 SF 영화 특유의 설정이 가미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영화적 허용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블랙홀의 존재를 수용하더라도 영화에서처럼 외부의 조력자들에 의해 생성된 성간여행이 가능한 웜홀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인류가 블랙홀에 실제로 다가간 적도 없지요. 먼 미래에 과학기술이 더 발전하여 블랙홀 근처에 근접하는 인류가 있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확인하여 블랙홀 밖으로 그 정보를 전달할 방법이 존재하긴 할지 의문이 듭니다.

또한 블랙홀 내부에서 시간공간물질에너지 등이 뒤엉켜 있는 것만 표현하였지 주인공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멀쩡히 존재하는 것도 어불성설입니다. 중력을 매개로 시간, 공간, 물질을 뛰어 넘는다 해도 성간여행을 통해 적어도 수 십 광년 이상 떨어져 있는 곳, 그것도 미지의 블랙홀 속에서 주인공이 마침 딸의 방과 중첩된 시공간 속에 우연히 자리하게 된 것도 너무나 극적입니다. 이 모든 것을 영화 속에서는 5차원 세상 조력자들의 도움으로밖에 설명하지 못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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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블랙홀 진입 이후부터는 물리학적 근거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래도 영화적 허용을 통해 가족의 사랑이 시공을 초월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도록 해볼까요. 어쩌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그것이 아니었을까요.

8. 인과율15

양자역학적으로 측정이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코펜하겐 해석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양자 상태는 여러 가지 고유값을 가지는 서로 다른 고유 상태가 중첩되어 존재합니다. 그리고 측정 혹은 섭동 등의 행위는 양자 상태를 붕괴시켜 허용된 고유상태 중 특정한 하나로 확정되게 하지요. 고유 상태 중 어떤 상태로 확정될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확률적으로 추정할 수만 있다. 자연 현상이 확률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둘 이상의 양자 상태를 밀접하게 연관시켜 서로 엮인 상태를 양자 얽힘 상태라고 한다. 측정하기 전까지는 두 입자의 상태를 알 수 없지요. 하지만 측정을 하는 순간, 어떤 계(system)의 상태가 결정되고 이는 즉시 그 계와 얽혀 있는 다른 계의 상태까지 결정하게 됩니다. 마치 정보가 순식간에 한 계에서 다른 계로 순간이동한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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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두 물체는 절대 서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없다는 물리학 원리를 일컬어 국소성이라고 합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고 그런 정보의 전달은 상대성 이론에 의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원리이지요.

예를 들어, 태양을 기준으로 공전하는 지구를 생각해보겠습니다. 태양, 지구 사이의 만유인력으로 공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태양이 어느 순간 우주에서 갑자기 팟!하고 사라져버린다면 지구의 운동은 어떻게 될까요? 고전적으로 따지면 태양이 사라지는 순간 그 즉시 지구는 공전 궤도를 벗어나 직선 운동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성 이론을 고려하여 국소성의 원리를 적용하면 태양이 사라진 직후 그 영향이 빛의 속도로 전파되어 지구에 닿게 되는 순간 지구의 직선 운동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E), 보리스 포돌스키(P), 네이선 로젠(R) 등의 물리학자들은 물리적으로 실재하면 반드시 이러한 국소성을 가져야한다는 EPR 이론을 내세워 코펜하겐 해석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박합니다. 얽힘 상태에 있는 두 양자 상태에서 한 쪽의 상태가 결정되면 다른 쪽의 상태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소성의 원리에 위배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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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존 스튜어트 벨의 실험을 통해 양자 얽힘 상태는 국소성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고 정보가 계의 주위를 통하지 않고도 매개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EPR 이론은 모든 물리계에 적용될 수 있는 진리가 아니었고 양자 얽힘 상태에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EPR 역설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으며 인과율의 역전과 동시성의 파괴와 관련하여 함께 자주 언급되고 있지요.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아인슈타인. 양자역학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였지만 정작 자연 현상이 확률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공리로 하는 양자역학에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죠. 아인슈타인이 틀린 말을 하기도 했다니 의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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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소성의 원리에서 자유로운 양자 얽힘 상태는 하나의 입자의 상태가 다른 입자의 상태를 즉시 결정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과율에 관해 생각해보면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사랑이라는 설정을 수긍한다면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강한 얽힘이 블랙홀 속에 펼쳐진 5차원 공간 속에서 서로를 잇는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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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중력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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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중력 방정식이 지구를 구하는 열쇠인 것처럼 초점을 맞추지요. 저는 영화 중반까지만 해도 그 중력 방정식이 자연계의 4대 힘(중력전자기력약한 핵력강한 핵력)을 통합한 대통일장 이론에 시간공간물질에너지를 더한 초끈이론(만물의 이론, theory of everything)인 줄로만 알았습니다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정확히 그 실체가 무엇인지 가늠이 가지 않더군요.

영화에서 말하는 플랜 A를 실행하기 위해서라면 아마 만물의 이론이 맞지 않을까 짐작해보지만 만물의 이론에 대한 방정식을 푼다고 하더라도 기술이 이론을 따라잡을 만큼 진보하려면 현실적으로 해결해야할 요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중력 방정식을 통해 불과 반세기도 되지 않아서 인류가 살아갈 새로운 터전을 위한 기술을 개발한 것처럼 그려져서 상당히 낯설었습니다.

무엇보다, 중력 방정식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블랙홀 내부의 특이점에 대한 관측 데이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결국 그 마저도 블랙홀 속 5차원 조력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진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통일장 이론의 완성이 힘들다는 것을 넌지시 인정하는 듯해서 내심 안타까웠습니다.

10. 절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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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원 세계에 존재하는 조력자에 대해 절대자 혹은 신의 존재에 대한 암시라고 해석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애초에 블랙홀 진입 이후의 모든 상황 설정은 영화적 허용일 뿐입니다. 블랙홀 너머로 과거의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처럼 시간공간물질에너지를 초월한 5차원의 조력자 역시 인간의 다음 세대에 진보한 존재라고 언급되고 있을 뿐, 그 어디에도 절대자 혹은 신에 대한 암시는 없습니다.

개인적인 논평을 해보자면, 세상 만물과 물리 법칙을 창조한 신이 존재한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발생합니다. 세상 만물과 물리 법칙에 신이 자유롭지 않은 존재라면 그 자체로 신의 존재가 모순이 되고, 반대로 자유로운 존재라면 그 신이라는 존재가 무에서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신을 창조한 초월신, 초월신을 창조한 그 상위의 초월신의 존재가 필요로 하는 순환 논리에 빠지게 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적인 요소를 굳이 이 영화에 부여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 과학의 논리와 종교의 신념을 동일선상에 두고 SF 영화에 적용하지 않는 것이 좀 더 객관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11.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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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홀을 통과한 이후부터 통신 기능이 망가져 수신만 가능하고 송신이 불가능하다는 설정이 들어있긴 하지만 아무리 빠르게 전송을 하더라도 전자기파 통신을 하는 이상 광속을 초월하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없습니다.

웜홀을 통한 성간여행을 하게 된다면 시공간 저 너머로 통신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적어도 영화에서처럼 수신만이라도 가능한 것을 맞을까요? 반대로 웜홀 너머에 있던 행성 개척 대원들은 어떻게 데이터를 보내왔던 것인지 이 부분은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훗날 양자 정보 시대가 실현되어 양자 통신이 가능하게 되었더라도 웜홀 너머로까지 양자 얽힘 상태가 안정적으로 그리고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유지될지 의심스럽습니다. 웜홀을 통한 성간여행이 가능한 영화의 설정을 받아들인다면 어느 정도 납득해볼만 하긴 하겠네요.

12. 우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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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조종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폭발 사고로 인해 궤도를 이탈하여 빠르게 회전하는 우주 정거장에 우주선을 도킹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극적이었죠. 도킹 이후 연료를 얼마나 사용한지는 모르겠으나 엔진을 분사해서 크기와 무게가 수십 배 차이나는 정거장을 안정화시키는 장면도 수긍하기 힘들었습니다.

13.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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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지구는 극심한 기후변화, 병충해, 식량난에 시달립니다. 황사는 자연재해 수준의 모래폭풍에 가깝고 이로 인해 기관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작물 종자는 멸종되어 가지요.

그런데 그 와중에 잘만 사용하고 있는 전기, 멀쩡히 돌아다니는 자동차, 우수한 성능의 컴퓨터, 지금에 비해 훨씬 진보한 로봇까지, 식량난에 시달려 학교에서 농업 위주의 교육을 하고 소수의 공학자들만 남았다는 설정에 비해 너무 어색한 풍경이었죠.

거기다 재난 수준의 황사가 불어 닥치는데 학교 주변 도로는 깨끗하고 야구 경기도 하면서 수도에서는 맑은 물이 나오니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4. 미국식 영웅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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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곳곳에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천조기에 눈이 갔습니다. 지구를 구원하고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모두 NASA에 속한 미국인이죠. 극단적인 형태는 아니었지만 미국식 영웅주의 색깔이 의도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15. 배우,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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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종반부의 정점에 도달하기까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 이음새를 보다 자연스럽고 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는 배우들의 열연이 빛이 났습니다. 주옥같은 명대사가 끊임없이 흘러 나와서 모두 음미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죠. 그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대사를 적어 봅니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저무는 하루에 소리치고 저항하라

분노하고 분노하라, 사라져가는 빛에 대해

16.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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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영상미가 아닐까요. 넓게 펼쳐진 우주, 웜홀을 통한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성간여행, 블랙홀의 휘어진 시공간 지평선, 블랙홀 속의 무한한 단방향 배열로 이루어진 5차원 세계 등의 초현실적인 상황을 시각화하는데 큰 노력을 하였고 실제 물리학적 사실관계를 반영하였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17.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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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힘든 물리학, 그 중에서도 일반 상대성 이론을 굉장히 섬세하게 표현하였고 물리학적 사실들을 내재하여 매우 정교하게 반영하였습니다.

시공간, 차원을 넘나드는 모험을 그린 SF 영화 속에서 인류의 존속, 가족의 사랑 모두가 적절히 녹아들면서 간절한 정서로 승화되어 놀라운 완성도와 현실감을 느끼게 해주었지요.

신선한 발상과 훌륭한 영상미 모두가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향후 우주와 성간여행을 소재로 제작되는 영화에 있어 인터스텔라는 뛰어 넘어야 할 하나의 거대한 도전 과제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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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세 줄 요약

(1) 오랜만에 물리 덕후 제대로 흥분하게 만든 SF 영화
(2) 소재와 영상 모두에 물리학적 사실들이 정교하게 반영되어 감탄
(3) 인류의 존속, 가족의 사랑이 담긴 시공간 차원을 넘나드는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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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을 작성하는데 있어 킵 손 저서 인터스텔라의 과학 (The Science of Interstellar) 을 참조하였음을 밝힙니다.

hun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