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 혼자 되뇌거나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 나누는 걸 선호하지만 이번 인터스텔라 영화를 본 지인들의 리뷰 요청을 개인적으로 많이 받았고 영화에서 다룬 시공간과 성간여행, 일반 상대성 이론 등 현대 물리학의 이론적 토대와 배경에 대해 물리학도 입장에서 최대한 쉽고 재밌게 전달하고 싶기에 글을 남긴다. 이해하기 쉽도록 수식을 포함하지 않고 말로 풀어 적었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고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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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특수 상대성 이론

상대성 이론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믿고 있던 진리가, 사실은 진리가 아니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의 모든 물체는 정지해있는 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했지만 갈릴레이는 정지 상태란 본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상대성 이론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두 물체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학문이다. 움직이는 두 사람이 상대방을 바라볼 때 생기는 속도 차이를 상대속도라 한다. 상대속도가 일정한 경우가 특수 상대성 이론이다.

시간은 단지 사건이 일어난 순서가 아니다. 정지해 있는 사람과 움직이고 있는 사람 간에 서로 사건의 순서가 달라진다. 즉 시간이 다르게 간다. 어떤 사건이 일어난 순서와 시간을 이야기할 때 그 사건을 누가 관측하고 있느냐를 지정하지 않으면 시간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

수식 없이 특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등속으로 움직이는 물체를 보면

  1. 물체에서의 시간이 느리게 가고
  2. 물체의 길이가 축소되어 보이고
  3. 물체의 질량이 증가되어 보인다.

즉,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측정하는 기준 계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물리량이다. 시간과 공간은 독립적인 변수가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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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반 상대성 이론

특수 상대성 이론이 일정한 속도로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두 물체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었다면 일반 상대성 이론은 특수 상대론에서 다루는 일정한 상대속도의 제한을 없애고 이를 일반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속도가 일정하다는 특수한 조건이 사라지면 가속도가 생긴다.

중력은 일정한 가속도 운동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예이다. 중력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상대 가속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은 이 상대 가속도에서 출발해 일반 상대론과 중력이론을 만들었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4차원 시공간(민코프스키 공간)을 도입하여 시간과 공간을 동일한 물리량으로 다룰 수 있었다.

E=mc2 공식은 대부분 알겠지만 물질과 에너지 역시 동일한 물리량을 취급할 수 있다. 시간, 공간, 물질, 에너지 4가지의 서로 다른 물리량을 동일한 물리량으로 보고 각각이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서로 변환될 수 있는 상대적인 물리량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 상대성 이론의 출발이다.

  1. 시간은 공간과 같은 물리량이다. (시간=공간)
  2. 질량을 가진 물질은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다. (에너지=물질)
  3. 질량이 있는 물질 주변의 공간이 휘어진다. (물질=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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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이라는 힘을 미치는 중력장 내의 에너지는 공간을 휘어지게 만든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중력에 의해 휘어져 있고 시간도 중력에 의해 느리게 간다. 공간이 휘어진 정도(곡률)가 물질의 질량을 결정하고, 그 공간은 물질의 운동을 결정한다.

하나의 운동 법칙이 모든 시공간에 똑같이 적용되려면, 중력을 받는 시공간은 휘어져야만 한다. 따라서 운동 법칙의 절대성을 고수하기 위해 시공간에 상대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가속 운동을 하는 물체 혹은 중력장에 영향을 받는 물체의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인터스텔라 영화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3.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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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상대성 이론은 블랙홀의 존재를 예견하였다. 블랙홀은 중력이 엄청나게 큰 별의 일종이다. 태양계 내에서 질량이 큰 태양 주위를 지나는 빛은 중력으로 인해 약간 휘어지는 정도이지만, 블랙홀 주위를 지나는 빛은 엄청나게 휘어져서 소용돌이를 치며 빨려 들어간다. 한번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간 빛은 밖으로 다시 나올 수 없기에 우리 눈에는 검게 보인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물질과 에너지가 동일한 물리량으로 변환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시피 블랙홀로 빨려든 에너지는 질량으로 변환되고 이 질량은 공간을 더욱 휘게 만든다. 쉽게 말하자면, 중력장(휘어진 공간)이 에너지고 이 에너지를 질량으로 환산하면 그 질량이 또 추가적인 중력장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즉, 중력장이 중력장을 만든다.

블랙홀 같은 무한에 가까운 중력장으로 블랙홀 근처의 행성에서 시간이 극도로 느리게 가는 이유도, 놀란 감독의 다른 작품 인셉션의 한 장면처럼 거대한 파도가 벽처럼 서있는 현상도 설명이 가능하다. 실제로 조수간만의 차는 중력 때문이다.

4. 특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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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속 불변의 법칙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 무엇도 광속을 초과하는 운동 속도를 가질 수 없다. 중력의 인력 작용을 무시할 만큼 빠른 속도이다.

그런데 어떤 항성이 쪼그라드는 것을 상상해보자. 점점 응축해서 점에 가깝게 붕괴한다면? 밀도가 극적으로 높아지고 중력도 극적으로 커진다. 그렇게 되면 중력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것들이 없게 된다. 심지어 빛조차 말이다. 이런 응축된 지점을 특이점이라고 부른다.

시간, 공간, 물질, 에너지 모든 것이 이 특이점에 응축되었다가 사라진다. 심오하고 절대적인 무(無)이면서 동시에 전부(全部)인 상태이다. 물리학적으로 이룩한 위대한 공식들이 바로 이 특이점에서 무용지물이 된다. 물리 법칙들이 특이점의 존재를 허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엄청난 혼란이 온다. 완벽하게 구형으로 이루어진 이상적인 항성뿐만 아니라 실제 관측 가능한 항성에서도 특이점이 발견된다. 그렇다면 그동안 쌓은 물리학적 업적들을 버려야 하는가? 물리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그 특수한 지점, 시간도 공간도 물질도 에너지도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상태. 그 어떤 항성도 붕괴하는 순간 항상 특이점이 나타난다.

5. 빅뱅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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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전체가 경계가 축소되는 지역에 갇히게 된다면 특이점이 발생한다. 이는 붕괴하는 항성의 경우이다. 실제 항성의 붕괴로부터 특이점의 존재가 입증이 된다.

휘어지는 시공간 좌표에서 시간을 역행하는 방향으로 생각해보자. 공간에 밀집된 물질을 시간을 통해 되돌아본다면? 그리고 그 곳에도 특이점이 존재한다면? 붕괴의 역반응, 즉 대폭발이다.

호킹이 자신의 박사 논문을 통해 이를 이론으로 예측하였고 실제로 펜지어스, 윌슨이 빅뱅의 잔여 우주 배경 복사를 측정하여 1978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6. 웜홀과 화이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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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존재로 물리학자들은 웜홀과 화이트홀의 존재를 조심스럽게 제안하였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있다면 그것을 뱉어내는 화이트홀도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웜홀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잇는 통로이며 블랙홀을 통해 웜홀이 진입하면 화이트홀이 있는 곳까지 시공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블랙홀의 존재는 입증되었지만 웜홀과 화이트홀의 존재는 증명된 바가 없고 오히려 실재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빅뱅이론 이후 호킹의 블랙홀 증발이론 (블랙홀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열역학을 이용하여 분석한 연구) 때문인데 소위 호킹 복사라고 불리는 이 연구 내용은 기존의 블랙홀에 대한 해석을 뒤엎는다.


블랙홀의 존재가 입증되었다고 표현한 것은 이론으로 블랙홀을 예측하고 이를 관측하여 검증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블랙홀의 존재를 관측을 토대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Astronomers have found convincing evidence for a supermassive black hole in the center of our own Milky Way galaxy, the galaxy NGC 4258, the giant elliptical galaxy M87, and several others. Scientists verified the existence of the black holes by studying the speed of the clouds of gas orbiting those regions. In 1994, Hubble Space Telescope data measured the mass of an unseen object at the center of M87. Based on the motion of the material whirling about the center, the object is estimated to be about 3 billion times the mass of our Sun and appears to be concentrated into a space smaller than our solar system. For many years, X-ray emissions from the double-star system Cygnus X-1 convinced many astronomers that the system contains a black hole. With more precise measurements available recently, the evidence for a black hole in Cygnus X-1 — and about a dozen other systems — is very strong. (출처 HubbleSite)

블랙홀을 시각적으로 관측하는 것이 아니라 은하 궤도를 도는 기체 구름의 속력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엄밀히 말하자면 관측 자료를 통해 블랙홀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학적으로 블랙홀이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학설도 나왔는데 현재 검증 중에 있다. 때문에 아직까지 블랙홀의 존재를 완벽하게 확신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글을 읽고 블랙홀의 존재를 맹목적으로 믿는 것은 위험하다.


호킹 복사가 사실이라면, 쌍소멸의 일부를 끌어당겨 순방출이 발생하므로 블랙홀이 에너지를 무한정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입자를 방출할 수도 있고 에너지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웜홀과 화이트홀은 존재할 수가 없다.

호킹 복사가 사실이 아니라도, 시공간 지평선 너머로 중력에 대한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되어 웜홀 반대쪽에 도달할 가능성이 극히 낮고 애초에 웜홀을 지나가는 물질은 시공간 안에서 뒤틀려 형체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물리학 동향을 토대로 한 것인지 영화에서는 화이트홀 자체는 언급도 하지 않았고 성간여행을 위해 도입한 웜홀의 존재를 5차원의 다른 조력자를 도입하여 설명하고 단순히 시공간을 잇는 좁은 통로 정도로 설정하였다.

7. 5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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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속에서 5차원 세상이 구현되고 5차원 세상의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시공간을 뒤틀어 과거의 자신과 딸에게 중력을 매개로 정보를 전달한다. 사실 여기서 가장 큰 SF 영화 특유의 설정이 가미되었다고 생각한다. 즉, 영화적 허용을 한 것이다.

블랙홀의 존재를 수용하더라도 영화에서처럼 외부의 조력자들에 의해 생성된 웜홀은 존재하지 않고 웜홀을 통한 성간여행 이후 블랙홀에 실제로 다가간 적도 없다. 사실 다가간다고 해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확인하여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그 정보를 전달할 방법도 없다.

또한 블랙홀 안에서 시간, 공간, 물질, 에너지 등이 뒤엉켜 있는 것만 표현하였지 주인공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멀쩡히 존재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중력을 매개로 시간, 공간, 물질을 뛰어 넘는다 해도 우연히 성간여행을 통해 수 십 광년 떨어져 있는 곳, 그것도 미지의 블랙홀 속에서 주인공이 마침 딸의 방과 중첩된 시공간 속에 떨어진 것도 너무나 극적이다.

따라서 블랙홀 진입 이후부터는 물리학적 근거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영화적 허용을 통해 가족의 사랑이 시공을 초월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도록 하자. 어쩌면 놀란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그것이 아니었을까.

8. 인과율

양자역학적으로 측정이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코펜하겐 해석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양자 상태는 여러 가지 고유값을 가지는 서로 다른 고유 상태가 중첩되어 존재한다. 그리고 측정 혹은 섭동 등의 행위는 양자 상태를 붕괴시켜 허용된 고유상태 중 특정한 하나로 확정된다. 고유 상태 중 어떤 상태로 확정될지 알 수 없다. 다만 확률적으로 추정할 수만 있다. 자연 현상이 확률에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둘 이상의 양자 상태를 밀접하게 연관시켜 서로 엮인 상태를 양자 얽힘 상태라고 한다. 측정하기 전까지는 두 입자의 상태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측정을 하는 순간, 한 계의 상태가 결정되고 이는 즉시 그 계와 얽혀 있는 다른 계의 상태까지 결정하게 된다. 마치 정보가 순식간에 한 계에서 다른 계로 순간 이동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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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두 물체는 절대 서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없다는 물리학 원리를 일컬어 국소성이라고 한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고 그런 정보의 전달은 상대성 이론에 의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원리이다.

예를 들어, 태양을 기준으로 공전하는 지구를 생각해보자. 태양, 지구 사이의 만유인력으로 공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태양이 어느 순간 우주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다면 지구의 운동은 어떻게 될까? 고전적으로 따지면 태양이 사라지는 순간 바로 지구는 공전 궤도를 벗어나 직선 운동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성 이론을 고려하여 국소성의 원리를 적용하면 실제로는 태양이 사라진 직후부터 그 영향이 빛의 속도로 전파되어 지구에 닿게 되는 이후 지구의 직선 운동이 시작된다.

아인슈타인, 포돌스키, 로젠 등의 물리학자들은 물리적으로 실재하면 반드시 이러한 국소성을 가져야한다는 EPR 이론을 내세워 코펜하겐 해석에 대해 반박한다. 얽힘 상태에 있는 두 양자 상태에서 한 쪽의 상태가 결정되면 다른 쪽의 상태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소성의 원리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벨의 실험을 통해 양자 얽힘 상태는 국소성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고 정보가 계의 주위를 통하지 않고도 매개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EPR 이론은 모든 물리계에 적용될 수 있는 진리가 아녔고 양자 얽힘 상태에서는 설명이 되지 않기에 EPR 역설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으며 인과율의 역전과 동시성의 파괴와 관련하여 함께 언급되고 있다.

국소성의 원리에서 자유로운 양자 얽힘 상태는 하나의 입자의 상태가 다른 입자의 상태를 즉시 결정할 수 있다. 인과율에 관해 생각해보면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사랑이라는 설정을 수긍한다면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강한 얽힘이 블랙홀 속에 펼쳐진 5차원 공간 속에서 서로를 잇는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9. 중력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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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중력 방정식이 지구를 구하는 열쇠인 것처럼 초점을 맞춘다. 영화 중반까지만 해도 나는 그 중력 방정식이 4대 힘(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을 통합한 대통일장 이론에 시간, 공간, 물질, 에너지를 더한 초끈이론(만물의 이론, theory of everything)인 줄로만 알았는데 영화 후반부에 가니 정확히 실체가 무엇인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영화에서 말하는 플랜 A를 실행하기 위해서라면 아마 만물의 이론이 맞지 않을까 싶지만 만물의 이론에 대한 방정식을 푼다고 하더라도 기술이 이론을 따라잡을 만큼 진보하려면 현실적으로 해결해야할 요건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반세기도 되지 않아서 영화에서 말하는 중력 방정식을 통해 인류가 살아갈 새로운 터전을 위한 기술이 개발된 것처럼 그려져서 낯설었다.

중력 이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블랙홀 내부의 특이점에 대한 관측 데이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결국 그 마저도 블랙홀 속 5차원 조력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진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통일장 이론의 완성이 힘들다는 것을 넌지시 인정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10. 절대자

5차원 세계에 존재하는 조력자에 대해 절대자 혹은 신의 존재에 대한 암시라고 해석하는 글을 봤다. 애초에 블랙홀 진입 이후의 모든 상황 설정은 영화적 허용일 뿐이다. 또한 영화상에서 블랙홀 너머로 과거의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처럼 시간, 공간, 물질, 에너지를 초월한 5차원의 조력자 역시 인간의 다음 세대에 진보한 존재라고 언급되고 있을 뿐, 그 어디에도 절대자 혹은 신에 대한 언급이 없다.

세상 만물과 물리 법칙을 창조한 신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한다. 세상 만물과 물리 법칙에 신이 자유롭지 않은 존재라면 그 자체로 신의 존재는 모순이 되고, 반대로 자유로운 존재라면 그 신이라는 존재가 무에서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신을 창조한 초월신, 초월신을 창조한 그 상위의 초월신의 존재가 필요로 하는 순환 논리에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적인 요소를 굳이 이 영화에 부여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과학의 논리와 종교의 신념을 동일선상에 두고 SF 영화에 적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11. 통신

웜홀을 통과한 이후부터 통신 기능이 망가져 수신만 가능하고 송신이 불가능하다는 설정이 들어있긴 하지만 사실 아무리 빠르게 전송을 하더라도 전자기파 통신을 하는 이상 광속을 초월하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없다.

웜홀을 통한 성간여행을 하게 된다면 시공간 저 너머로 통신하는 방법이 있을까? 적어도 영화에서처럼 수신만이라도 가능한 것인가? 반대로 웜홀 너머에 있던 행성 개척 대원들은 어떻게 데이터를 보내왔던 것일까? 이 부분은 아직 의문이 남는다.

훗날 양자 정보 시대가 실현되어 양자 통신이 가능하게 되었더라도 웜홀 너머로까지 양자 얽힘 상태가 안정적으로 그리고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유지될지 의심스럽다. 웜홀을 통한 성간여행이 가능한 영화의 설정을 받아들인다면 어느 정도 납득은 해볼만하다.

12. 우주선

우주선 조종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폭발 사고로 궤도를 이탈하여 빠르게 회전하는 우주 정거장에 도킹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극적이었다. 도킹 이후에도 연료를 얼마나 사용한지는 모르겠으나 엔진을 분사해서 크기와 무게가 수십 배 차이나는 정거장을 안정화시키는 장면도 수긍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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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지구

영화 속에서 지구는 극심한 기후변화, 병충해, 식량난에 시달린다. 황사는 자연재해 수준의 모래폭풍에 가깝고 이로 인해 기관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작물 종자는 멸종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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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와중에 잘만 사용하고 있는 전기, 멀쩡히 돌아다니는 자동차, 뿐만 아니라 컴퓨터, 로봇까지. 식량난에 시달려 학교에서도 농업 위주로 가르치고 공학자들은 소수만 있다는데 어색했다.

거기다 재난 수준의 황사가 불어 닥치는데 학교 주변 도로는 깨끗하고 야구 경기도 하면서 수도에서는 맑은 물이 나오니 속으로 갸우뚱했다.

14. 미국식 영웅주의

영화 곳곳에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천조기를 비롯해 지구를 구원하고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NASA에 속한 미국인이다. 극단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미국식 영웅주의 색깔이 여전히 드러나는 것 같아 아쉬웠다.

15. 배우,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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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종반부의 정점에 도달하기까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 이음새를 보다 자연스럽고 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우들의 열연도 빛이 났다. 주옥같은 명대사가 끊임없이 흘러 나와서 모두 음미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대사를 적어 보았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저무는 하루에 소리치고 저항하라.

분노하고 분노하라, 사라져가는 빛에 대해.

16.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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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영상미가 아닐까. 넓게 펼쳐진 우주뿐만 아니라 웜홀을 통한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성간여행, 블랙홀의 휘어진 시공간 지평선, 블랙홀 속의 무한한 단방향 배열로 이루어진 5차원 세계 등의 초현실적인 상황을 시각화하는데 큰 노력을 하였고 실제 물리학적 사실을 토대로 하였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17. 총평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힘든 물리학, 그 중에서도 일반 상대성 이론을 굉장히 섬세하게 표현하였고 물리학적 사실들을 내재하여 매우 정교하게 반영하였다. 시공간, 차원을 넘나드는 모험을 그린 SF 영화 속에서 인류의 존속, 가족의 사랑 모두가 적절히 녹아들면서 간절한 정서로 승화되어 놀라운 완성도와 현실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신선한 발상과 훌륭한 영상미 모두가 경이롭게 느껴진다. 향후 우주와 성간여행을 소재로 제작되는 영화에 있어 인터스텔라는 뛰어 넘어야 할 하나의 거대한 도전 과제로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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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세 줄 요약

  1. 오랜만에 물리 덕후 제대로 흥분하게 만든 SF 영화
  2. 소재와 영상 모두에 물리학적 사실들이 정교하게 반영되어 감탄
  3. 인류의 존속, 가족의 사랑이 담긴 시공간 차원을 넘나드는 모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