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날씨가 얼어붙은 듯이 추워서 11월이 온 줄을 그때서야 실감했습니다. 영상을 촬영한 것이 10월의 끝자락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금세 식어버린 커피 한 잔을 마주하고, 잔치연세와 함께한 보이스크래프트의 첫 아티스트 조윤아씨를 인터뷰했습니다. 감성변태의 진면목을 드러내 준 거침없는 인터뷰에 감사하다는 말을 미리 전해드립니다.

*<보이스크래프트>가 뭐냐고요? 소개글 보러 가기 

*조윤아씨의 음악이 궁금하다면? 

조윤아

개 이야기를 하면서 환히 웃으시던 그 분. 참고로 이 분의 개사랑은 인터뷰 말미에 잠깐 나옵니다.

Q: 어떻게 처음 기타를 치게 됐어?

기타를 중학교 2학년 15살 여름방학 때부터 치기 시작한 것 같네. 올해로 8년째가 되 가는데, 치게 된 계기라고 하면 역시 비틀즈? 초등학교 때부터 해서 사실 비틀즈를 되게 좋아했거든.

(초등학교 때…?)

내 취향이 좀 올드하긴 한데, 아버지가 주로 그런 노래를 들으셔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 그러니까, 비틀즈를 좋아해서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노래만 듣기에는 심심하고, 직접 연주도 해 보고 싶고, 노래를 들을 때 뭔가 다른 거 하고 싶으니까. 근데 아시다시피, 비틀즈는 기타 치는 밴드라서.

그를 기타의 세계에 빠지게 한 그 분들

그래서 노래반주 같은 걸로 기타를 연습을 하다가 친지 두, 세달 정도 됐을 때 핑거스타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접했어. 그리고, 처음으로 핑거스타일 연습을 했던 곡이 Kensas의 Dust in the Wind를 핑거스타일로 편곡한 곡이었어.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거의 핑거스타일만 연습을 했지.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코타로 오시오, 토미 엠마뉴엘이라는 사람이랑, 돈 로스. 그런 사람들의 연주곡을 많이 들었어.

물론 밴드 음악은 여전히 많이 듣는데, 많이 들었던 음악들이 비틀즈부터 시작해서 딥퍼플, 레드제플린, 너바나. 그러니까 이제…(커피를 한 모금 홀짝이고) 그러다가 메탈 계열을 좀 듣기 시작했어. 특히 쓰레시 메탈을 많이 들었는데, 쓰레시 메탈 같이 리프가 중심이 되는 음악을 들으니까 ‘일렉 좀 치고 싶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일렉도 치기 시작했고.

기타를 독학해서 기본기는 많이 부족한데, 연습을 통해서 다듬으려고 하고 있어. 사실 나는 기타를 연주한 햇수는 꽤 오래됐다고 생각해. 그래서 노래하는 사람이라기보단 스스로를 연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야. 그래서 노래에 큰 자신은 없는데, 주변에서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을 몇 번 들어서 그 때부터 노래하는 데에도 좀 관심을 가지게 됐던 것 같아.

Q. 노래로 첫 공연을 했을 때는 언제?

나는 우리 학교 작곡동아리 MAY(메이)에 1학년 신입생 때 들어갔어. 사실, 기타 연주를 하면 밴드 동아리를 들어갈 수 있는데, 굳이 메이로 갔던 건 기성곡 카피보다 자작곡을 연주하는 게 더 재밌고, 자극이 될 것 같아서였지. 노래를 처음 하게 된 것도 메이 활동을 하면서였는데, 향상음악회라고, 동아리에 처음 들어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첫 자작곡을 발표하는 자리 같은 거야. 아마 2011년 8월 즈음이었을 거야. ‘넌 나를 채우는’이라는 제목의 곡이었어. 가사와, 멜로디, 보컬이 붙은 곡으로는 첫 자작곡이었지.

그 곡 전에는 주로 핑거스타일 곡을 썼었고, 그 곡들로 중고등학교 축제에 나가서 연주를 하기도 했었어. 사실 동아리를 들어오면서부터 더 꾸준히 작곡을 한 것 같아. 그 전에는 혼자 노래 듣고, 그냥 노래 따고 그런 식이었는데, 메이를 들어오면서 창작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

(기승전동아리홍보)

Q. 본인의 음악 취향은 어떤 쪽?

요즘에는 메탈 쪽으로 심히 기우는 것 같은데. 나는 메탈을 많이 들어. 듣는 메탈 아티스트는 메가데스, 메탈리카, 슬레이어, 뭐 이 정도? 쓰레쉬 메탈을 많이 듣는 편이고, 이제 독일 밴드도 조금 듣는데, 독일 밴드 듣는 쪽은 감마레이? 레이지라는 밴드가 있어. 그리고 아트판체. 이게 독일발음이라 이렇게 읽어야 하는데 거의 앳 밴스(…)라고 읽더라고.

또, 밴드 음악을 많이 듣는데, 밴드로 클래식 음악 편곡한 걸 정말 좋아해. 보통은 비발디의 ‘사계’를 많이 편곡하는데, 사계 편곡은 아티스트별로 모아서 비교하면서 들어보기도 해. 그리고, 좀 올드한 밴드로는 레드 제플린, 딥퍼플, 레인보우 좋아하고. (주: 그 아이돌 레인보우 아님). 

(클래식 음악 편곡이라, 특이하네. 편곡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으면?)

올해 4월에 메가데스의 기타리스트 데이브 머스테인이 샌디에고 필하모닉하고 비발디 사계를 협연한 영상이 있는데 – 나는 페이스북에서 봤고 – 최근에 들은 걸로는 그게 제일 좋았던 것 같아. 적당히 세고, 적당히 클래식의 모습도 지키고 .

메탈을 많이 듣기 전엔 하드 락을 많이 들었어. 사실 나는 장르의 경계를 구분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그런 경계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야. 그러다 보니까 하드락을 듣다가도, 하드락과 메탈 사이의 밴드를 듣다가, 메탈 지향적인 밴드를 듣기도 하고 그런 식이야. 나는 어디까지나 메탈이니 뭐니 하는 건 편의상의 명칭이라고 생각해.

Q. 라리비 이야기 좀 해줘.

아, 라리비라고, 내 전 남친인데, 사람은 아니고 사물(…). (주: 라리비는 지금 조윤아씨가 사용하는 기타의 이름입니다) 처음 기타를 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기타가 여러 번 바뀌었는데, 처음에 샀던 기타는 광주에 ‘금호전자’라고 이상한 잡다한 생활가전이랑 악기를 파는 데에서 샀어. 금호전자 아저씨한테 “처음 기타 시작하니까 기타 좀 추천해주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사기에, 바가지에, 누가 쓰던 중고 같았는데 그래도 첫 기타니까 좋기만 했던 것 같아. 그 다음에 기타를 한 번 바꿨는데, 관리를 소홀히 해서 걔도 명을 달리 해 버리고.

그리고 나서, 내가 상경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혼자서, 길도 잘 모르는데 낙원상가를 찾아갔어. 거의 네, 다섯 시간을 돌아다녔던 것 같아. 나랑 맞는 기타를 찾으려고. 그러다 라리비를 찾았지. 진짜, 정말 운명적인 만남이었어.

그때부터 라리비 치면서 남자친구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를 하고는 하는데, 농담 반 진담 반이야. 왜냐면 악기를 애인처럼 소중하게 다뤄주면 음악이 더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내 방에 있어. 동거중이야(…).

 라리비랑 동거중(…)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을 찍으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라리비랑 동거중(…)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을 찍으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Q. 잠깐잠깐. 상경했다고?

응. 대학 붙어서. 딱히 별 이유가 있다기 보단,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나는 ‘예향의 도시 광주’(라고 본인이 직접 말함)에서 태어났고, 거기서 쭉 초, 중, 고를 다니다가 어떻게 대학이 그렇게 돼서 올라 왔는데, 생각보다 적응하는 게 힘들었어.

사실은 서울이라는 공간이 나랑 심리적으로 멀지는 않아. 외할머니도 서울에 계시고, 수원이 친가라서 명절이면 괜히 서울 구경도 가고 그래서 막 낯선 곳은 아니었는데, 여기가 생활의 공간이 되는 건 또 다른 문제더라. 늘 뭔가 옮겨 다니는 기분? 왔다 갔다 하는 기분? 어떤 곳에 정착한다는 생각 없이 늘 전전하는 삶을 살려고 해. 그러고 싶어. 그게 고달플 수도 있겠지만 감수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 재밌잖아. (변태같아…)

Q. 주로 어떤 곡들을 쓰는지 궁금하네.

어떤 기타를 쓰는지에 따라서 다른데, 어쿠스틱 기타를 쓰면 <풍경화>나 <잘가>처럼 미니멀한 곡을 쓸 때가 많아. 보컬도 잔잔하고, 핑거링도 단순한 그런 예쁜 곡들 말야. 일렉기타로 작업할 때는 거의 메탈을 많이 쓰지. 음…그리고 보통 어쿠스틱한 곡의 가사 주제는 나의 개인적인 감상일 때가 많아. 사랑 노래는 그래도 별로 없는 편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거의 이별 후의 감정이라든지, 집착하는 상태에 대해서(!) 곡을 많이 쓰는 거 같아.

… 메탈 자아 꺼내드시나요? 사진/CC by Vice Music

메탈 같은 경우에는 곡에 분노가 서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장르 성향 때문인 것 같기도 해.

그리고 요즘 들어서는 개그 곡을 좀 쓰고 싶더라. 좀 재미있고, 재치 있고, 능청맞은 내레이션도 들어가는 그런 곡을 쓰고 있어. 세 개 정도 되는데(무려 세 개…), 첫 번째 곡은 ‘너와 나의 거리는 합정에서 당산까지’라는 제목의 곡이야. 합정에서 당산까지 지하철로 이동을 하다 보면, 거기는 결국 한 정거장 거린데, 신기하게 그 한 정거장 사이에 강을 건너거든. 그런데, 그 강을 지나갈 때마다 어디론가 멀리 가는 느낌이더라고. 남녀 사이에 그 느낌을 가지고 와서 먼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한 사이를 얘기해보고 싶었어.

두 번째는 ‘나는 파전을 기다리고 있어’인데, 이 노래는 술자리에서 오랜만에 어떤 남자애가 술자리에 간 이야기야. 그 중에서 맘에 드는 여자애를 발견을 한 거지. 그래서 좋아하는 티는 안 내고 싶은데, 집에는 가야 하는데, 그냥 그 자리에서 밍기적거리고 있는 거지. 주변에서 친구들이 내일 시험이래매, 이러면서 물어봐도 파전 기다린다고 핑계 대는 그런 노래야.

세 번째는 ‘선인장 농장’이야. 그건 뭐냐면, 내가 옛날에 좋아하던 음료수 이름이 선인장 농장인데, 그 음료수 제목이 주는 라임이 좋더라고. 선.인.장.농.장.

"선.인.장.농.장. ㅇ라임 쩔지 않냐?"

“선.인.장.농.장. ㅇ라임 쩔지 않냐?”

그래서 그 ‘ㅇ’라임을 이용한 곡을 쓰고 싶더라고. 그래서 일단, 가사의 첫 줄은 “나는 시방 위험한 식물이다.” 서정주의 시문을 이용해서 쓴 그런 가사가 될 것 같고, 곡의 본질은 개그이기 때문에, 가사도 쓸데없이 진지하고 노래도 쓸데없이 진지하게 메탈 속주가 난무하는 싸이월드용 허세 곡이 될 것 같아. 그래서 연주하는 사람은 되게 멋있게 하는데, 옆에서 보면 웃길 수 있도록.

(그거… 연주자에게 병신미를 부여하는 그런 설정 아니니?)

응 뭐, 응. 그리고 이걸 연주할 땐, 메탈 기타 주법 중에 갤로핑 주법이라고 말타는 듯한 리듬을 내는 게 있거든? 직접 연주를 할거면 말 가면을 쓰고 공사판 위에 올라가서 하고 싶어. 내 로망이야. (..) 어제도 이베이 가서 ‘horse latex mask’ 이런 거 검색하고 그랬단 말이지.

Q. 자, 이번에 보이스크래프트에서 공개한 두 곡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자.

<풍경화> 같은 경우에는, 코드 구성이 오아시스의 Wonderwall이랑 비슷한데, 사실은 그 노래를 치다가, ‘코드 좋네’, 하고 그 위에 멜로디 입히고, 가사 입히고 한 거야(…). 내가 쓴 가사 중에 가장 좋아하는 가사가 붙은 곡이야. 다른 사람들에게 가사를 보여 줬을 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솔직히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냥 느낌이 좋아서.

왜, 미술가의 그림을 보면 한 눈에 다 못 본다고 하잖아. 어떤 사람들은 ‘멀찍이 떨어져서 봐라, 그러면 보인다’고 하는데 나는 멀찍이 떨어져서 봐도 모르겠었거든. 특히 터너의 그림들이랑 이미지가 가장 맞는다고 생각해.

대략 이런 느낌?

대략 이런 느낌?

<잘가>는, 내가 키우던 강아지가 있었는데, 걔를 떠나 보내고 쓴 곡이야. 이름은 도리, 남자 말티즈야. 내가 11살때부터 도리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작년 11월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 그 때, 내가 많이 힘들었어. 왜냐면 나는 고향이 지방이라서 서울에 혼자 살고 있었는데, 그 소식을 엄마한테 전화로 들었거든.

소식을 들은 후에는 아무것도 집중할 수 없더라고. 갑자기 떠나간 앤데, 걔를 마지막으로 본 게 걔가 가기 3개월 전이었거든. 가기 전에 뭐라도 좀 해줄걸, 얼굴이라도 좀 볼걸, 하면서 많이 슬펐고, 맨날 자고 그랬던 것 같아. 자면 좀 괜찮아 질 것 같아서 잤는데, 제일 괴로운 게, 자고 일어나도 뭔가 바뀌지 않는 거야. 소식을 들은 다음 날부터 이 곡의 가사를 쓰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곡을 완성하자마자 녹음을 하고 싶었어. 그런데 이걸 안 울고 부르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고. 지금은 1년이 다 되어 가서 괜찮은데, 이번에 이 곡을 녹음하게 돼서 너무 좋다고 생각해. 좋은 장비랑 좋은 시설을 통해서 이 노래를 꼭 한번쯤은 녹음을 해 보고 싶었어. 그 전까지는 조악한 장비로 도리한테 노래를 해 줄 수 밖에 없었는데.

*<잘 가>의 가사 보러 가기 

Q. 개를 정말 좋아했나 보다.

내가 개를 되게 좋아하는데, (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여태 본 적 없었던 상기된 표정이었습니다) 사실 나는 동물을 되게 좋아하는 것 같기도.

그가 최근 밀고 있는 유행어, “개좋아…(하앍)”를 할 때의 음험한 표정.jpg

그가 최근 밀고 있는 유행어, “개좋아…(하앍)”를 할 때의 음험한 표정.jpg

개 발 냄새가 너무 좋아. 분명 좋은 냄새는 아니다? 근데 맡으면 편안해지고, 막 안식처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뭔가 구리구리한 냄새기는 한데, 맡으면 진짜 흠…하! 흡…하… 이래(…). 그래서 도리 키울 때도 맨날 발 냄새 맡고 그랬어.

또, 강아지는 좀 바보 같은 맛이 있어서 너무 좋아. 그래서 도리 키울 때도 맨날 놀려먹고 그랬지. 공 던진 척 하고 숨겨놓고 찾아오라고 혼내고(…). 내가 사실 개덕후 라기보단 그냥 도리덕후 였던 것 같기도 한데? 또, 도리가 위아랫니가 약간 삐뚤빼뚤해서, 가만히 있으면 이가 튀어나와 보였어. 그런 점도 좋았다니까. 도리가 아니더라도, 지나가는 강아지 보면 쪼끄만 것들이 뭘 안다고 돌아다니나 싶어서 귀엽고 그래. 목욕을 안 했을 때 개의 정수리에서 나는 개 비린내도 “개좋아(…)”

Q. 어…음…어. 뭔가 건드려서는 안 될 영역을 건드린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럼, 마무리 질문. 앞으로도 음악을 꾸준히 할 거야?

취미로서만 할 것 같아. 사실은 그냥 음악만 하면서 살고 싶기도 해. 그런데, 그러기엔 나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어(…). 너무 능력자가 많고, 그냥 그래. 언제까지나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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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잔치연세>와 <미스핏츠>가 함께 한 ‘Voicecraft’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