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반값 등록금’은 이제 멀어진 꿈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거듭된 말바꾸기와 외면으로 일관하며 입을 싹 닦아버렸다. 천정부지로 오른 댜등록금은 가계(家計)를 뿌리부터 흔들고, 수많은 청년들을 빚더미에 오르게 할 만큼 심각한 문제다. 등록금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대입 전형료‘도 가계의 주름살을 더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대교협 주최 `수시 대학입학 정보박람회’ 현장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원서를 접수해야 한다.

수시의 경우, 최대 6개 대학에 지원할 수 있고, 정시는 가, 나, 다 군에 총 3개 대학에 응시할 수 있다. 최대 9번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대학 입학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가벼이 여길 응시생이 어디있겠는가? 응시생의 입장에서는 상향 지원과 햐향 지원 등을 전략적으로 지원을 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대학은 전형료로 엄청난 수입을 챙긴다.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의 대입전형료 수입이 무려 1,531억 5,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윤관석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입학전형료로 가장 많은 수입을 거둔 학교는 경희대학교로 8만 9,459명이 응시해 총 57억 6,885만 8천 원을 벌어들였다. 참고로 이후의 순위를 살펴보면, 2위는 성균관대(56억 4,799만원), 3위는 중앙대(50억8694만원), 4위는 한양대(50억3588만원), 5위는 고려대학교(47억 5,165만 원) 순이었다.

대학들은 입학전형료로 돈을 퍼담는다.

이번에는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도 살펴보도록 하자. 국내 대학 중에서 입학 원서 하나가 10만 원을 넘어선 대학은 총 4곳이었고, 1위는 고려대(서울) 이었는데, 평균 전형료(수시)가 13만 6,053원에 달했다. 2위는 아주대(11만 7,727원), 3위는 연세대 원주(10만5400원), 4위는 포항공대(10만원) 였다. 1인당 평균 입학전형료는 5만 3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입학 원서를 제출하는 데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내야 하는 것일까?

윤관석 의원은 “학생유치를 위한 과도한 홍보비 지출, 입학사무의 불투명한 수당과 회식비, 그리고 해외 연수비까지 전형료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대학 입시전형료의 불투명성을 꼬집었다. 그럴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전형료의 비밀은 정말 씁쓸하기만 하다.

학교 별로 전형료의 차이가 큰 것도 문제다. 한선교 의원은 “어떤 학교는 1만5000원을 받고 어떤 학교는 10만원을 받는 등 차이가 몇 배씩 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하면서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지원 못하는 학생들이 있음을 감안해 전형료 책정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대학 입학 전형료가 과도하게 비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수시의 경우만 하더라도 6개 대학에 지원을 한다고 가정하면, 평균 3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고 최대 50만 원까지 부담해야 한다. 결코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물론 자녀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지만, 당장의 돈 걱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대학에만 갈 수 있다면 이 정도 전형료 쯤이야?

이러한 대학 입학 전형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3년 5월, 고등교육법 개정안에서는 대학은 응시생에게 받은 입학전형료 중에서 실제 사용한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반환하도록 명시했다. 여기에서 실제 사용 비용이란 인쇄비, 홍보비, 회의비, 인건비 등이고, 환불은 대학 결산 종료 후 2달 이내에 하도록 했다. 대입 전형료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바람직한 정책이었다.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다소 과한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이후에 일정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다행 아니겠는가? 과연 대학들은 응시생들에게 차액을 환불했을까? 이쯤되면 다들 눈치를 챘을 것이다. 여기는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지난 5월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전국 41개 국·공립대 입학전형료 지출 내역을 제출 받아 분석을 한 결과에 따르면, 단 3개 대학(서울과기대, 인천대, 전주교육대)만 응시생들에게 입학전형료의 차액을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꼼수’가 활개쳤다. 16개 학교는 입학전형료 수입과 지출의 차액을 0원으로 맞추는 등 <무한도전>의 ‘정총무’ 급의 지출·계산 능력을 보여주었다.

키야…기가 막히게 딱! 맞췄다.

배재정 의원은 “일선 대학들이 허술한 법규를 이용해 영수증 짜깁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교육부는 법규를 재검토하고 세부내역을 면밀히 조사해 차액을 학생들에게 반드시 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이 이러한데, 대한민국 교육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학교의 목적이 ‘교육’이 아니라 ‘사업’으로 변한 지가 오래다.

브레이크는 없고, 대학의 돈벌이는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사회 구조는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고, 1인당 평균 등록금 666만7천원이라는 돈이 대학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대학의 누적 적립금은 11조8171억원이나 쌓였다.

그럼에도 돈벌이는 계속되고 있다. 입학전형료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쓰이는지 알지도 못하는 돈이 수 만 명을 대상으로 1인 당 몇 만원 씩 거둬들여지고 있다. 입학전형료의 차액을 응시생들에게 돌려주도록 되어 있지만, 허술한 법률의 허점을 노리고 대학들은 ‘꼼수’를 쓰며 오늘도 돈을 열심히 떼어먹고 있다. 이를 감시하고 시정해야 할 정부는 눈을 감고 있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죽어가는 것은 서민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