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보틀을 기억하시는지.

올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즐겨 사용했던 독자분들은 이 마이보틀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도는 기억하실거다. 품절 대란에 짝퉁 상품까지 우후죽순 등장했던 마이보틀을 두고 ‘대체 저게 왜때문에 유행이지?’하는 궁금증이 생겨 <마이보틀과 치즈곱창의 상관관계>라는 기사를 썼던 게 불과 두어 달 전인데, 마이보틀은 그렇게 기억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페이스북에서도 인스타그램에서도 블로그에서도 서서히 그 존재감이 사라져가던 마이보틀, 요새 어디서 뭐하고 있나 봤더니 무려 ‘정품 마이보틀’이 중고 상품 거래 카페나 소셜커머스 사이트와 같은 곳에서 50% 세일한 가격-19,000원 대-의 참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팔리고 있다. 리버스 사에서 제작한 정품 마이보틀이 블로거의 해외 구매 대행으로 최대 6~7만원에 팔리던 때-그래봤자 두어 달 전-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여전히 이뻐뵈긴 하지만…

8월 6일, 미스핏츠에서 발행한 <마이보틀과 치즈곱창의 상관관계>의 결론, 다소 길지만 그대로 인용해오면 아래와 같았다.

그렇다면, 한 해의 2/3 가까이가 지나버린 지금까지도 그 인기가 식지 않고 있는 마이보틀은 언제쯤 하락세를 맞이할까. 내 추측대로라면, 하락세는 올 가을 즈음에 찾아올 것이다.

  • SNS 상에 비쥬얼 극강의 핫 아이템 등장 (기)
  • ‘원조’의 선풍적 인기 (승)
  • ‘모방품’ 우후죽순 등장 (전)
  • ‘원조’와 ‘모방품’을 포괄하는 해당 아이템과 관련된 시장의 하락세 (결)

지금까지 ‘비쥬얼 시장’ 이 보였던 양상을 위와 같이 정리해본다면, 지금 마이보틀은 ‘전’의 단계 정도에 있다. 현재 ‘결’ 단계에 있는 상품으로는 ‘도지마롤’, ‘소프트리 벌집 아이스크림’, ‘버블티’ 등이 있는데, 이 추세로 봤을 때 머지 않아 마이보틀도 이들과 같이 하락세를 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디자인/소재의 특성 상 마이보틀이 여름철 인기 상품에 가깝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올 가을 쯤에는 지금의 인기를 유지하기는 꽤나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인 내가 걱정할 것은 없다. 제 2의 마이보틀과 제 2의 치즈곱창은 앞으로도 나올거다. 그게 뭔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이미 한없이 높아진 소비자의 눈에 들어오려면 생산자 입장에서 더 자극적인 시도를 해봐야 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아이스크림에 더 엄청난 걸 때려박던지, 음식 위에 치즈로 산을 쌓던지, 겨울철 보온통을 더 매력적으로 디자인해서든지 말이다.

사실 글을 쓸 당시만 해도, 결론에 대한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약-간의 의구심도 속으로는 있었다. 마이보틀이 안 망할거라는 부분보다는 ‘시각적으로 더 어마무시한 자극을 주는 상품이 앞으로도 나올 것’이라는 예측에 대한 부분에서 말이다.

그런데…그런데 그 일이 정말로 일어났습니다.

아이스크림에 팝콘을 때려박거나 쿠키를 꼽아버린 고-급(가격도 고-렴)진 아이스크림이 등장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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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등갈비, 퐁듀 쭈꾸미 등 피자치즈/크림치즈가 듬뿍 얹힌 음식이 급 인기를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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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결’의 사례였으니

서두에서도 얘기했지만, 마이보틀의 인기는 감히 말해서 ‘짜게 식었다’. 짝퉁 상품도 정말로 심각하게 너무나도 많이 나와버렸고 (하다 못해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면 마이보틀과 똑-같이 생긴 보틀을 얹어주기도 한다…) 시원하고 깔끔한 보틀의 디자인이 먹혔던 여름이 지나가자 소비자들은 더 이상 마이보틀을 찾을 이유를 잃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마이보틀과 비슷한 보틀을 판매하는 ‘보틀 전문 판매 시장’이 오프라인에 생겨나거나 하진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온라인으로 판매했고, 오프라인 판매의 경우에도 카페 등에서 판매하는 식으로 기존 사업에 보틀을 ‘얹은’ 형태였다.) 마이보틀 시장의 거품이 사라지고 나서도 ‘아이고야 망했네 망했어’하고 땅을 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제2의 마이보틀과 제2의 치즈곱창, 그니까 비쥬얼 시장의 꿈나무 중에서는 ‘결’ 단계에 따라오는 거품 빠짐 현상에 의해 땅을 치게 되는 이들이 있었으니…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빙수 시장이었다. 아래는 10월 3일 세계일보에서 발행한 ‘여름 끝, 빙수집 ‘멘붕”이라는 제목의 기사 중 일부다.

올해 여름 창업시장의 큰 특징은 그동안 커피전문점이나 아이스크림 전문점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팥빙수가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밀탑 ▲동빙고 ▲엘가 ▲설빙 ▲옥루몽 등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른바 ‘대박집’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빙수의 가장 큰 단점은 판매가 여름에 집중되는 ‘계절적 한계성’이다. (…) 빙수만 놓고 보면 겨울 매출과 여름 매출은 큰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더불어 빙수라는 품목이 복제가 쉬운 아이템으로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 (…) 소비자들이 여기저기 비슷한 브랜드나 메뉴를 접하게 되면서 일각에선 빙수 시장이 벌써부터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로부터의 큰 인기’가 SNS의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라 감-히 추측해보자면,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에는 앞서 제시한 ‘기/승/전/결’이 모두 담겨있다고 볼 수 있겠다.

메론빙수의 알흠다운 자태 / 사진 출처 = <나와유 오감만족 이야기> tistory 블로그

기사에 등장한 빙수집 창업주 B씨는 “처음 업체에서 비수기를 겨냥한 상품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어 걱정이 없을 거란 식으로 얘기하더니, 막상 창업하고 보니 얘기가 쏙 들어갔다. 당장 닥쳐올 가을, 겨울이 걱정”이라고도 얘기한다.

그나마 겨울철에 ‘팥죽’, ‘팥빵’으로 주력 상품을 전환하는 형태라도 가능한 ‘팥 전문점’은 상황이 좀 나은 편이다. 오직 빙수 또는 아이스크림만을 주력으로 내민 ‘빙수 전문’, ‘아이스크림 전문’ 창업 사례는 주력 상품으로 대체할 메뉴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빙수집 멘붕 사태에는 대기업 카페도 한 몫을 했으니

게다가 기존에도 강려크한 화력을 뽐냈던 대기업에서도 이 빙수대란에 함께 했다는 점 또한 소규모 개인카페 업주들에게 큰 부담이 됐다. 기사에서는 아래와 같이 저단가 시스템이 가능한 대기업이 빙수시장 진입했다고 전한다.

업주들의 또 다른 고민은 바로 ‘순이익’이다. 얼음에 팥과 과일시럽, 연유를 뿌려주는 값싼 ’토종 빙수’로는 이제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이다. 대기업 카페들과 특급호텔들이 망고빙수나 블루베리빙수·흑임자빙수 등 단가 높은 빙수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잔뜩 끌어올려 놓았기 때문. (…) 빙수 원료가 점차 고급화되고 제작 과정이 까다로워지면서 개인 카페 업주들은 대기업의 저단가 시스템을 따라가지 못해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카페베네는 아예 치즈케익을 때려박았다.

각종 음식·음료업 중 지난 3년간 연평균 사업체 증감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커피(16.7%)라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커피는 거들 뿐, 메인은 비쥬얼 디저트(빙수/아이스크림/롤케익 등)’인 업체도 포함된다.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 카페나 소규모 개인 카페도 개업/폐업률이 높은 편이긴 할테지만, 어쩐지 올해는 ‘커피는 거들 뿐’류의 카페가 대다수를 차지할 것만 같다. ‘요즘 유행’이라는 말에 혹해 + ‘비수기 전략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업체의 말에 혹해 순이익도 적고, 상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까다롭다는 특징이 있는 빙수 시장에 뛰어든 창업자가 적지 않다.

망해버린 케이스가 속속들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SNS를 기반으로 한 비주얼 시장의 강세는 여전히 어마무시하다. 다만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기승전결(기승전’망’)의 수순을 그대로 밟지 않으려면 이 연결고리를 벗어날 탈출구 전략이 있어야 할 것이다. 빙수 가게의 몰락. 누군가의 탓으로 굳이 돌리자면 저단가 전략을 내세운 기업이나 ‘비수기 전략 상품을 개발 중’이라고 입만 털었던 업체의 행태도 지적할 수 있겠다만, 무모하게 유행시장에 접근한 창업주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유행에도 이유가 있지만, 끝내 살아남는 가게에도 이유가 있다. 계절적 특성을 크게 타는 유행 사업에 꽂혔다면, 적어도 몇 달 뒤에 닥쳐올 계절의 변화에 대처할 아이디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꼽아야 할 ‘창업 자본’으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