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올려보라’고 하면, 누구나 그 때의 기억은 어렴풋이 떠올릴 것 같다. 고딩 쯤 되던 나이, 졸린 눈을 비벼가고 허벅지를 찔러가며 생방송을 사수했던 그 ‘슈스케2’의 기억을. 장재인이냐, 허각이냐, 존박이냐, 강승윤이냐. 우리들은 매회 생방송 전, 후로 격렬한 토론을 빙자한 빠순이질을 해댔고 자신이 응원하는 스타(가 되어버린 일반인)가 탈락하면 분노에 찬 폭풍 문자를 친구들에게 돌리곤 했다.야. 솔직히 이번에는 강승윤 잘했잖아. 왜 여기서 떨어지는거야 왜! 왜왜왜!!! 그때, Top4, 강승윤이 ‘본능적으로’를 부르고도, 엄청난 호평을 받고서도 시원하게 떨어졌던 그 분노의 기억이 나에게는 아직도 생생하다.

ㄱ나니…? 그때 그 시절 그 사람들

그리고 물어 뭐하겠나. 나는 지금도, 주변 사람들 중 최소 절반은 ‘망작’이라고 서슴없이 평가하는 슈스케를 꼬박꼬박 챙겨보는 사람 중 하나다. 물론 생방으로 보는 짓은 시간 아까워서 못 한다. 그래도 꾸준히 불법이든 합법이든 슈스케6를 챙겨보는 사람 주변에 한 번 찾아봐라. 아마… 없을걸? 그렇게, 꾸준히 방송을 챙겨보면서 어렴풋이 떠올랐던 시즌 2의 잔상은 나를 더욱 슬프게 한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봤다. 왜 얘네는 돈도 더 주고(1등 상금이 무려 5억) 날이 갈수록 ‘진화’해 간다는데 이렇게 망하지?

‘Real Miracles Never Stop’이라며… 내 기적 내 감동 다 어디갔어… 엉엉…

1. 만들어지는 슈퍼스타 – 캐릭터

시청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대충. 누가 탑텐 가고, 누가 탑쓰리 하고, 누가 우승할지도 말이다. 그것은 제작진 측의 사전 섭외 및 캐릭터 띄워주기가 지나치게 누적되서 생긴 결과다. 그 만들어지는 슈퍼스타는 오디션 자체의 룰을 파괴하면서 ‘공정한 경쟁’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최소한의 환상을 깨부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니 이거 말고 (덧: 지니어스 빠들에게도 룰브레이커 시즌의 존재는 정말 암흑이나 다름없다)

뭐어어.. 사실 그 룰브레이커의 존재는 시즌 2부터 있어 왔다. 시즌 2의 허각-존박이 대표적인 사례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게 ‘원 앤 온리’일 것처럼 강조한 제작진의 표현과는 다르게, ‘운명처럼 붙는 두 친구의 대결’ 혹은 ‘숙명의 라이벌과의 대결’ 후 비장한 패배, 그리고 기적적인 ‘회생’을 거쳐 TOP10에 도달한 참가자들은 그후 부지기수다. 단지, 그 과정이 Top10 뿐만 아니라 1,2,3차 본선 모두에서 이젠 당연한 듯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긴장감은 더더욱 떨어진다.

이번 슈스케 6의 경우, 현재 Top11에 올라갔던 참가자들 중 본선을 거치면서 한 번도 탈락을 거치지 않은 참가자가 손에 꼽을 정도다. 김필, 임도혁, 이준희, 송유빈, 여우별밴드, 브라이언 박 등등이 모두 본선에서 ‘멋있는 패배’를 당했지만 다음 라운드로 올라갈 참가자 수가 ‘부족’하다는 심사위원들에 의해서 ‘기적적인 구제’를 당하고, 이를 바탕으로 올라온다.

(제가 딱히 강마음을 엄청 좋아해가지고 이러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 기적적인 구제라는 건 딱히 기준이 더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심사위원들이 ‘얘 너무 아까워!’하는 애들 데리고 오는 거다. 한 마디로 심사위원들끼리 인기투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쉽게 눈치를 깔 수 있다. 어, 얘, 계속 심사위원들이 미는구나. 그렇게, 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를 가지지 못한 참가자들은 손쉽게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제 기억이나 나는가? 인어 목소리의 볼빨간 사춘기, 버터플라이 3호선을 멋지게 소화했던 강마음 등등등. 이들은 심지어 최수종 사촌이라는 이유만으로 탑텐 직전까지 갔던 재스퍼 조 전에 떨어졌다. (…)

솔직히 볼빨간 사춘기의 보컬이나 강마음이 재스퍼 조보다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하기는 매우 힘들다. 진심…

이번 시즌에서, 그런 만들어진 ‘캐릭터’들의 대표적인 사례는 이준희-송유빈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준희-송유빈은 시청자가 납득하기 가장 힘든 탑 11들이다. 최연소 생방송 진출의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올라갈 만큼 이준희의 감정 폭은 대단하지 않았고, 그마저도 소위 백지영이 말하는 ‘한’이 가득 담긴 목소리 하나로 여태까지 계속 승부해왔던 참가자다. 송유빈의 경우, 잘생긴 외모로 인해서 실력이 저평가당한다는 팬들의 쉴드가 있겠지만 노래를 깨끗-하게, 아무 버릇 없이, 너무 아무 버릇 없이 부르느라 노래에 아무 것도 없는 밋밋한 참가자다. (물론, 사견이라는 말로 쉴드를 쳐보지만 나 왠지 송유빈 팬들한테 가루가 되도록 까일 것 같아)

그런데도 제작진은 이 둘을 미니 허각-존박으로 만들려고 작심이나 한 듯 계속 같은 숙소, 같은 미션, 같은 라이벌 미션을 던져주며 매 회차 마다 이들을 만나게 했고, 매 회차마다 이 둘 중 하나를 떨어뜨리거나 위기를 겪게 한 후 둘 중 하나가 상대방을 위로하고 함께 끌어올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래서 시청자인 우리는 당연히 알았던 거다. 라이벌 미션에서 석패한 송유빈이 탑 11에 진출할 거라는 걸. (사실상 자격미달인 둘을 붙게함으로써 최소 둘 중 하나를 생방송에 진출시킨 이 경연 구도 자체도 매우 맘에 들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서 라이벌 미션이란 건 노래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묶어줘야 하는 법 아닌가? 이준희는 여자 음역대에 가까운 고음의 파워 발라더고, 송유빈은 전형적인 남성 테너 음역의 뽀송한 (특출난게 없는) 올장르 참가자다.)

기적적인 구제의 순간이 매회 찾아오니까 ‘경쟁’의 장에 심사위원이라는 ‘신의 손’이 매회 등장하는 셈이 되고, 이는 긴장감을 크게 하락시킨다. 시청자들이 긴장감이 떨어진 것은 시청률만 봐도 알 수 있다.

전체 시청률 그래프를 다시 만들 배짱은 없어 인터넷에서 떠도는 시청률 그래프를 가져와서 시즌 6의 시청률을 표시해 봤습니다. 4~6퍼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진한 파란색이 시즌 6.

전체 시청률 그래프를 다시 만들 배짱은 없어 인터넷에서 떠도는 시청률 그래프를 가져와서 시즌 6의 시청률을 표시해 봤습니다. 4~6퍼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진한 파란색이 시즌 6.

2. 만들어지는 슈퍼스타 – 감동

참신한 편곡과 구성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던 선곡은 이제 없다. 트레이너와 제작진의 존재가 특히 시즌 6에서부터 전면적으로 드러나면서 (그게 장우람 때문 만은 아닌 것 같은데, 여튼 전면적으로 드러났다) 참가자들의 선곡이 제작진에 의해서 좌지우지 된다는 게 명확한 사실로 드러났다.

http://www.youtube.com/watch?v=VxXro_hpxsc

(솔직히 진짜… 진짜 아니었어. 처음 들어갈 때 음이탈 ㅇ_ㅇ)

최근 이준희가 부르고도 간당간당하게 살아남은 변진섭의 곡 같은 걸, 이준희는 살면서 평생 들어보지 못한 게 틀림없다. 그런데 제작진은 그의 ‘한’ 보이스 만을 믿고 무리한 선곡을 추진했고 결국 심사위원들에게 제대로 지적을 얻어맞았다. 김필이나 곽진언의 선곡 역시 제작진이 개입하고, 이 곡이 ‘어떠냐’, 저 곡은 ‘어떠냐’고 제작진들이 참가자들에게 묻는 모습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참가자의 개성이란 건 이 순간 산산조각난다. 그들이 지금 보여주는 건 제작진이 매만진 캐릭터일 뿐이다. 아아… 이제 더 이상 의외의 선곡과 편곡에서 오는 감동은 없어졌다. 그것이 120% 가공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으으 재미없어.

심사위원들의 감동도 심지어 작위적이다. 그들의 도를 넘은 반응만을 기사화하는 한국형 저널리즘에 꼭 맞춘 반응들이다. “제가 찾던 그 보석, 찾았습니다”(김범수) 등으로 대표되는 어마무시한 오글성 발언들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전-혀- 사지 못한다.

그리고, 일부러 힘든 상황과 감정적인 소모를 일으키는 상황을 던져주는 엿같은 짓은 이제 그만하자. 슈퍼’위크’라고 해서 몇 차에 걸친 경연을 하루 단위로 진행하는 모습은 어마무시하게 가혹하다. 프로 정신과 꿈을 향한 열망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악조건이라고. 당연히 참가자들의 컨디션은 끝도 없이 바닥을 치고, 당연히 협업을 하기에는 멘탈도 조각조각난다. 그 사이에서 방송을 ‘의식’하면서 멘탈 관리, 캐릭터 관리를 한 참가자들이 구원받는다. ‘실력’만을 가지고 경쟁하려던 사람들은 오히려 극한상황에서 쉽게 내팽겨쳐진다. 참가자들을 채찍질해서 짜내는 감동은 보기에도 불편하고, 경연의 원래 취지와도 심각하게 동떨어져 있다.

3. 엿가락 늘어지듯이 늘어지는 진행

’60초 후에 돌아오겠습니다!’

경연 결과 공개 직전에 돌아오는 김성주 MC의 그 한마디는 시즌 2, 3, 4정도까지만 해도 시청자들의 애를 태우는 한마디였다. 60초 광고 따위가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짜증만 이빠이다.

ㅇㅇ.

긴장감이란 게, 그냥 ‘여기 긴장감이 있네! 하이고! 시청자님들 긴장하세여~‘하고 생기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누가 그 날 무대를 잘 했는지, 잘 하지 못했는지를 떠나서 이미 시청자들은 결과를 알고 있다. 대략 이번 회에서는 누가 떨어진다는 견적이 나오니까 재미가 없다. 그래서 이미 알고 있는 결과를 듣는 걸, 기다리는 건 재미가 영 없다고.

그렇게 시청자들이 재미 없어 하는 걸 알기는 알았는지, 슈스케의 생방송 무대는 점점 이와는 상관 없는 컨텐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무대 뒤 생중계라던가(리포터만 신났고 참가자들은 모두 얼어 있는 모습을 매 주 볼 수 있다), 그들의 웨이트트레이닝하는 모습 등등등. 관심없거든요. 예? 짧고 굵게 하란 말이다. 아무리 방영시간에 비례해서 광고를 달 수 있다지만, 시청자들이 지루해하느라 시청률이 이렇게 뚝뚝 떨어지는데 광고가 무슨 소용이여!

4. 지나친 외모 지상주의

대체 이 프로그램이 언제 변할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임도혁과 같은 ‘볼륨있는’ 참가자를 탑11으로 만들면서 애써 변명하고는 있지만, 슈스케는 명실상부한 외모지상주의 찬양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그 과도함은 시즌이 지날 수록 심해진다. ‘리얼’ 감동을 준다면서, 예쁜 참가자가 나오면 심사위원들이 대놓고 침 질질 흘리는 모습들부터 보여주고 – 그 역할을 ‘여자’로서 열심히 했던 게 나르샤인데, 아무리 나르샤가 원래 그런 캐릭터고 제작진들이 지시한 티가 나긴 나도 정말 눈쌀 찌푸려졌다 – 서슴없이 ‘살 좀 빼라’, ‘본선 때까지 조금만 예뻐져서 오면 참 좋겠네~’ 같은 말을 융단폭격처럼 퍼붓는다. (위의 강마음 예선 영상에서도 ‘진짜 스무살이에요?를 몇 번이나, 보는 사람 무안하게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니들이 렛미인도 아니고, 왜 자꾸 참가자들의 외모를 대놓고 손대려고 하는 건가. 대놓고 다이어트 시키고, 쁘띠성형시키고, 염색에 화장 등등등을 시켜야 참가자들이 노래를 더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어떻게 노래로 ‘miracles never stop’을 만들겠다는 건가. 거참.

5. 시청자들은 더이상 당신의 ‘을’이 아니다.

The success of the Netflix model – releasing the entire season of House of Cards at once – proved one thing: the audience wants the control. They want the freedom. If they want to binge like they’ve been doing on House of Cards and lots of other shows, we should let them binge. -Kevin Spacey

사랑해여 케빈스페이시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빠들을 양산해 낸 넷플릭스 제작의 ‘하우스 오브 카드’ 미국판 주연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남긴 말이다. 이미 유명한 사례가 되어버려서 알 사람은 다 알지만, 이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드라마는 여러 의미에서 특이하다. 공급사인 넷플릭스 측은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인데, 여기서 직접 오리지널 컨텐츠로 드라마를 선택한 후 방영 방식에서 혁신을 일으켰다. 드라마를 공개하기로 한 날, 그 하루에 한 시즌을 전부 공개한 것이다. 왜 그렇게 했는지는 케빈 스페이시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시청자들이 컨트롤하기를 원한다면 컨트롤 권한을 주면 된다고. 그들이 몰아보기를 택한다면, 몰아보기를 가능하게 하도록 하면 되지 않냐고, 그는 답했다.

슈스케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은 더이상 을이 아니고, 슈스케를 하는 시간에 본방사수를 해야 할 의무도 전혀 없다. 애초에 11시부터 생방송을 시작해서 1시즈음에 끝나는 방송시간을 아무리 열혈 시청자라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대단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안 보다니, 왜 다들 본방을 안봐!’라고 생각하는 제작진의 태도는 뭐랄까, 시대착오적이다. 시청자가 가장 즐기기에 적합한 형태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슈스케 제작진은 저버리고 있다.

슈스케를 위한 제안 – 이렇게 하면 안되요?

  1. 괜히 사서 고생하는 세팅 만들지 말고, 참가자들이 최상의 협업을 만들 수 있는 환경 제공하기. 슈퍼 위크를 좀 길게 나누어서 진행하면 안되요? 쓸데없는 데에 제작비 쓰지 말고, 차라리 상금을 줄여서라도 좀 괜찮은 환경을 만들라고요.
  2.  그놈의 외모 평가좀 그만 합시다.
  3. 매회 매회 편집 후 네티즌 반응 살살 살피면서 악마의 편집 같은 거 하지 마시고, 시즌별로 생방송 전까지의 내용을 방송 편성하지 말고, 한 번에 인터넷에 공개해서 몰아보기 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걸 ‘적당한’ 가격에 유료 스트리밍화 해서 컨텐츠 장사나 제대로 하시라는 말입니다.
  4. 생방송, 아무도 안 볼 때 11시에 쓰잘데기없이 화려한 무대 만들어서 하지 말고 저녁 8, 9시 같은 때에 지상파 케이블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네이버 등에서 생중계 해주세요. (주: 페이스북에서 무슨 라이브 중계냐고 하시는데, 페이스북도 얼마 전부터 라이브 중계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링크로)
  5. 생방송 때 쓸데없는 시간 늘이기를 지양하고 음향 장비를 보충해서 시청자가 실제로 보고 즐기기에 손색없는 퀄리티 높은 공연을 만들어주세요. 시청자가 들을 때 음향 쉣임. 심사위원만 인이어 끼고 들으면 뭐합니까. 시청자 투표가 이렇게 큰 파이를 차지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