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한시. 어라, 잠이 안 온다. 근데 뭐, 아직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니까 괜찮다. 보던 예능, 드라마 혹은 읽던 책. 이런저런 상념들. 당신의 잠을 방해한 것이 무엇이든 아직 놓지 않아도 된다.

새벽 두시. 아직 잠들지 못했다. 때를 놓친 것 같다는 불안감이 나를 찾는다. 아니다. 곧 잠들 수 있을 거다.

새벽 세시. 이제 넘어가는 시침이 부담스럽다. 다가오는 아침에 아무 일이 없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늦잠 자면 괜찮을 거야, 생각한다.

새벽 네시.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빨리 잠들면 다섯시간쯤은 자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새벽 다섯시. 동이 터온다.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온다. 이건 여름의 얘기다. 겨울로 다가서는 요즘, 새벽 다섯시는 아직 어둡다. 다행이다 어둡기라도 해서.

그리고 여섯시. 포기에 이른다. 이건 뭐 그냥 아침이다. 될 대로 되라지.

잠 못 드는 밤.

당신에게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밤을 함께하면 좋을 노래 다섯곡을 지금부터 추천한다. 떠나가는 이 밤의 끝을 잡고, 숨어서 들어보시오.

Track 01. 랄라스윗 – 꽃 내리는 불면의 밤

애꿎은 방 안 벽지 꽃송이를
하나 둘 세다보면 밝아오는
아침은 내게 너무 낯설게도 느껴져
하루를 시작한 저 발소리도

쉽게는 달라지지 않는 것들
새벽이 오기 전에 잠든대도
변하지 않을 거란 걸 알지만
그래도
새벽이 오기 전에 아침이 오기 전에
내일이 오기 전에 잠들고 싶어

단언컨대, 랄라스윗의 ‘꽃 내리는 불면의 밤’은 불면을 노래하는 곡 중 가장 달콤하다. ‘랄라스윗’이라는 이름 따라 노래 가나보다. 제목부터가 아주 스윗하다. 불면과 꽃 내리는 밤이라.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잠들고 싶다는 소망으로 방 안 벽지에 새겨진 꽃 모양을 양 세듯 하나씩 세었던 경험에서 나왔다는 이 노래. 편안한 멜로디, 달콤한 제목 붙여도 홀로 밤을 새우다 보면 잠들고 싶다- 생각하는 건 똑같나보다.
영상은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의 라이브 버전으로 데려왔다. 잠 못 드는 밤인데, 말랑말랑 달콤하다. 잠 못 드는 밤 함께하는 노래의 첫 번째 트랙에 아주 어울린다는 말씀!

Track 02. 곰PD – 불면증 (Feat. 최강희)

마지막 한 잔의 커피 마시지 말 걸 그랬어
드라마 마지막 편도 다음에 볼걸 그랬어

나지막이 불러보는 너의 이름은
새벽공기처럼 낯설고
아득한 기억 너머의 너의 모습 그리다
아침이 오겠지, 아침이 오겠지

배우가 노래를 하면 뭔가 다르다. 가사가 특별하지 않아도, 멜로디가 대단하지 않아도 노래에 어떤 힘이 생긴다. 최강희가 부른 이 노래도 그렇다. 연기를 해서 그런가, 무뚝뚝하게 불러도 감정이 실려 있는 느낌. (은 물론 꿈보다 해몽일 수도 있다)

이 노래는 시작하는 가사가 압권이다. 마지막 한 잔의 커피 마시지 말 걸 그랬어! 드라마 마지막 편도 다음에 볼걸 그랬어!! 잘 때를 놓치고 외로운 새벽을 보낼 때마다 하게 되는 후회가 아닌가.

이 노래를 작곡한 곰PD는 부러운 스펙의 소유자다. KBS 라디오PD인데 싱어송라이터이기까지. 방송국 공채 PD 되자면 소위 ‘언론고시’라 불리는 입사시험을 통과해야 되는데, 이게 하늘의 별 따기다. 예술적 재능에 공부 머리까지 타고났다니, 좋겠다. 당신은 불면증 좀 앓아도 된다. (흥. 진심 아닐 것 같은 진심 같은 안 진심입니다요!)

Track 03. 장기하와 얼굴들 – 사람의 마음

자자 이제 시간도 늦었으니까
그냥 자자 오늘 하루도 길었으니까
그냥 자자 더 이상 생각할 힘도 없으니까
그냥 자자 내일 하루도 길 테니까
어찌된 일인지 이불 속에서 눈꺼풀을
깜빡 깜빡 깜빡 할 때 마다
졸음은 달아나지만 일단 잠을 자자
사람의 마음이란 어렵고도 어렵구나
하지만 오늘 밤엔 잠을 자자 푹 자자

한 편, 여기 사람의 마음이 어려워 잠 못 이루겠다는 이가 있다. 오늘의 선곡 리스트 중 가장 따끈따끈한 신곡, 장기하와 얼굴들의 ‘사람의 마음’이다.

앞에서 커피고 드라마고 얘기했지만 많은 이들을 잠 못 이루게 하는 또 다른, 어딘가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의 마음 모르겠어서-인 경우가 많다. 꼭 연인의 마음, 썸남썸녀의 마음이 아니더라도. 내가 상처준 사람, 내게 상처준 사람. 나를 힘들게 한 사람, 내가 힘들게 했을지도 모르는 사람. 그 사람들의 마음 생각하다보면 침대에 누웠다가도 정신이 말똥말똥, 일찍 잠들기는 글러버리는 거다.

그럴 때는 정말 집에 가자, 하는 장기하의 말처럼 일단 가자. 사람의 마음은 어렵지만, 그런 상념들 다 버리고 일단 자자. 직접 연출한 뮤직 비디오가 몽환적인 것이 마음에 든다. 이번 앨범 다른 곡 뮤직 비디오에 쓰인 똑같은 영상들이 등장하지만(일타쌍피?), 괜찮다. 후후.

Track 04. 이장혁 – 불면

사람들은 모두 곤히 잠들어 곧 잊혀질 꿈들을 꾸고
나는 너의 꿈속으로 스며들어가 소리 없이 니 곁을 스치지
길은 어둡고 난 여기 서서 저 멀리의 별들을 헤며 이 밤을 지새우고
너는 별보다도 먼 곳에 있어 별보다 더 빛나고 있어
난 고양이처럼 밤이면 몰래 걷다 사라지는 꿈을 꾸지

오늘은 왠zi… 나름 신곡들이 트랙리스트에 많다. ‘불면’은 9월에 발매된 이장혁의 세 번째 정규앨범 타이틀곡이다. 그런데 이 곡 사실 2012년에 이미 공개됐었다. 그것도 3집 앨범 쇼케이스에서… 쇼케이스 하고 2년이 지나서야 앨범을 내다니. 느림의 미학을 아는 사람이구랴.

그래서 영상은 당시 클럽에서의 라이브 버전으로 데려와봤다. 라이브 버전도 몽롱한 것이 사람을 홀리지만 음원 버전은 거기에 고독한 냄새를 더욱 흩뿌렸다. 너는 별보다 먼 곳에서 빛나고, 나는 고양이처럼 밤길을 몰래 걷다 사라진다는데… 어딘지를 자꾸 뒤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곡이다. 그러니까 음원도 찾아 들어보시면 좋겠다는. 그런 이야기.

Track 05. Shoon – 안녕, 오늘 (Midnight ver.)

이젠 금방 곧 달이 뜰 거야
숨 막혔던 이 하루 속에서 그대는 살아남았지

이젠 금방 곧 잠이 들 거야
제일 좋았던 그 곳에서 넌 다시 눈을 뜰 거야
오늘도 잘 자 편안히 잘 자 그대의 하루를 닫는 인사
눈을 감으면 아무도 모를 당신만의 날개를 펴고 날아
창문을 닫고 이불을 덮고 자욱한 악몽 같은 어제는
눈을 감으면 이곳이 현실 그 곳은 꿈

이 노래는 으스으 공식 자장가다. 후후. 불면으로 쭉 달려오다 보니, 왠지 마지막엔 잠들게 도와주는 노래도 넣어야할 것 같더라.

Shoon의 1집 앨범에 이 곡은 두 가지 버전으로 수록되어있다. 그냥 ‘안녕, 오늘’이 있고 지금 데려온 미드나잇 버전 ‘안녕, 오늘’이 있는 것. 사실 이름이 왜 미드나잇 버전인지는 모르겠고 어쿠스틱 버전이라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냥 ‘안녕, 오늘’은 피아노로 연주되었고, 미드나잇 ‘안녕, 오늘’은 기타가 반주로 깔린다. 취향 따라 들으면 되겠다.

오늘도 잘 자라고, 편안히 잘 자라고 속삭여주는 이 노래. 사실 이 노래가 실린 앨범의 제목은 사실 [하나도 안 괜찮아요]다. 위로하는 말로 무장했지만 사실 하나도 괜찮지 않은 현실로부터 도피 같다능… 그러니까, 여러분의 보편적인 자장가가 되기엔 조금 어두우려나 싶기도 하고.

모기도 내 잠을 방해한다.

올 여름은 유난히 모기가 극성이었다. 장난 아니고, 한창 때는 책상에 앉아서 딱히 움직이지도 않고 하룻밤에 모기 열 마리씩 잡았다. 진짜. 대단한 여름이었다. 이제 가을인데, 겨울 다 되어 가는데- 나는 아직도 모기의 공격을 받고 있다. 그러니까 이놈의 모기들은 추운 줄 모르고 아직도 내 잠을 방해한다. 얼어 죽지도 않는 것들.

다른 뭣도 아니고 모기가 잠을 방해하는 밤. 그런 밤이라도 어딘지 마음 편안해지는 다섯 곡들 들으며 들썩이는 마음 가라앉혀보자. 가려움을 잊어보자. 그리고 잠드는 거다. 동이 트기 전에,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