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그러면… 이걸로 나중에 돈 벌 거야?”

미스핏츠를 한다, 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친구들에게 미스핏츠 자랑을 팔불출 부모가 자식자랑하듯이 했을 때 백발백중 들은 질문 중에 하나입니다. (유사변종: 사업화할 생각 있는거야? 수익 모델이 어떻게 돼?)

어… 그리고 저는 거기다 대고 적당히 “응! 뭐 찾아 봐야지. 당장은 별 생각이 없어”라고 대꾸하고, 거기에 ‘왜 배너 광고 같은 건 안해?’라고 이어지는 질문엔 “우리 프로젝트에서는 수익 모델도 무언가 참신한 걸로 도전을 해 보고 싶기 때문이지”라고 대답하며 돈 이야기를 얼추 마무리짓습니다.

정작 저는 걱정할 날이 조금 멀었다고 생각하는데, 고맙게도 혹은 당혹스럽게도 주변 지인들은 ‘그렇게 해서 먹고 살 수 있는지’부터 걱정해 줍니다. 정말로 고맙기도,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그렇게 우리에게 무시할 수 없는 문제가 돼 가고 있습니다. 꿈꾸고 청춘을 빛내는 대신 먼저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현실을 우리 세대는 지나치게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이겠지요, 여기서 덕력을 수양하면서 핡핡하고 있는 저를 걱정하는 이유는.

그래 맞아 솔직히 나도 가끔은 걱정이 되

그래 맞아 솔직히 나도 가끔은 나 자신이 걱정이 되

그러다가 궁금해졌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그 ‘길’들 있죠, 고시를 거치거나 취준을 거쳐서 다들 ‘아~’ 할만한 직장에 자리를 잡는 방법 말고 정말로 20대에게 먹고 사는 법이 있을 수 있을지요.

그 다른 길을 가는 ‘젊은이들’은, 마치 ‘창조경제’를 이룩한 마냥 반짝반짝하게 닦여 매스컴을 탑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식당을 차렸다거나 학교 다니면서 창업을 했다든가 하는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이 시대의 젊은이 상이라도 탄 마냥, 성공 프리패스라도 딴 마냥 매스컴에 포장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그 다른 길 있잖아요, 제가 얼핏 느꼈던 실상은 요래요. 주변에 창업한 친구 치고 얼굴 펴고 다니는 친구 못 봤고 (혹은 꾸준히 소식이 전해지는 친구를 못 봤고), 해외취업을 하라고 난리지만 해외 취업은 대체 누구의 판타지인지 가늠조차 못 하겠고, 눈높이를 낮추라고 해서 중소기업에 취직한 선배, 친구들은 오히려 주변에서 은근한 멸시를 당하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더군요. (한숨)

왜때문에 대체 뭘 해도 햄보카지 못한거야 반대급부: 왜때문에 햄보칸걸 하면 돈을 못 버는 거야

음… 그래서 미스핏츠가 준비했습니다. 비정기 인터뷰 기획입니다. 이름하여, ‘미스핏츠를 찾아서’. 뭔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먹고 살아보려고 하는/했던 20대들을 만나 봅니다. 그 ‘다른 길’을 장밋빛으로 포장하진 않겠습니다. 그보다, 정말로 뭔가 다른 것을 하려고 할 때 마주치는 온갖 걱정(을 빙자한 잔소리)과 제약들을 직시해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왜, 우리는 조금만 정해진 루트를 벗어나면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1. 제가 강아지 옷을 만들어 봤습니다


첫 주인공인 A씨는 학교를 다니면서 신기방기한 아이템으로 창업을 했던, 뭐랄까 매스컴에 여러번 등장했을 법 한 전직 창업왕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만 뒀습니다. 사업은 잘 굴러가지 않아서 소리소문없이 접었고, 그의 집에는 재고로 쌓인 강아지옷이 남아 있습니다. A씨의 이야기를 들어봅죠!

*인터뷰는 편의상 반말로 진행됐습니다.


Q. 그래, 일단 이유를 말해줘. 왜 한 거야?

A. 음. 사실 이유는 많았어. 나도 계속해서 생각해봤거든? 창업하기 전에도 생각했고, 브랜드를 만드는 중에도 생각했어. 그리고 지금도 종종 생각해. 근데 그럴 때마다 생각이 약간씩 바뀌어. 물론 그 생각들 약간씩을 다 가지고 있었겠지만 생각할 때마다 무게를 두는 이유가 약간씩 바뀌는 거야.

창업을 하는 게 어떤 건지 궁금했던 이유도 있었어.

그리고 막 그 창업한 애들이 엄청 대단한 것처럼 언론에 나오잖아. 대체 저게 뭔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 나로선 전혀 상상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창업한 애들이 대단해보이고 뭐 그랬어. “그까이꺼 별 거 아니던데?”라고 말해보고 싶기도 했어. 아 물론, 멋있어보였던 것도 좀 있었고.

뭐, 이런 느낌인 것입니까? 근데 우리가 왜 창업에 미쳐야 하는지는 그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정작 창업하면 고생길 크리 터짐

그런 이유도 있었어. 나는 고딩 때부터 하고 싶은 직업이 확고했었거든. 진짜 지금 생각하면 웃기게도 나는 내 인생이 진짜 고딩 때 생각대로 결론이 난 줄 알고 살았어. 그래서 만약 내가 창업을 한다면 시간이 대학생 때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리고 그게 휴학기간이었지. 그래서 그냥 앞뒤 안 보고 질렀어. 이유는 더 많은데 일단 지금 생각나는 건 그렇네.

Q. 근데 왜 하필 강아지 아웃도어를 만든 거야?

아, 그건, 음… 나도 간지좔좔 나게 앱 같은 거 만들어보고 싶었거든? 지금이야 좀 덜 하지만 내가 창업하던 해만 해도 막 앱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었거든. 앱 창업하던 애들도 많았고. 정부에서도 IT 쪽 창업한다고 하면 밀어주더라고. 학교창업센터도 그렇고. 근데 내가 고딩 때 문과를 선택한 거야… 대학도 기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소위 ‘입만 살았다고’ 놀림받는(?) ㅋㅋ 그런 과를 온 거지. 그래서 선택지가 별로 없었어.

쿠…쿨럭. 할 줄 아는게 딱히 없는 문과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사업을 하면서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고, 세상 전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워보고 싶기도 했는데, 그러려면 기본 중에 기본! 제조업을 해보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

Q. 그건 그렇고, 왜 강아지 아웃도어 만들었냐고.

A.  아. 그 질문이었지(…). 강아지 아웃도어는, 사실 뭘 할까 하다가 내가 확신이 없으니까 뭔가 뜰 것 같은 시장에 발을 담그려고 했어. 그러면 같이 흥하고 좋잖아(클클클). 그래서 생각을 해보는데, 강아지옷 이쁜 게 진짜 없는 거야. 다 보면 막 이상한 그림 그려져 있는 것만 있고, 싼 것만 있고. 그래서 ‘내가 강아지를 키우진 않지만 만약에 키운다면 절대 안 입히고 싶겠다’고 생각하다가 떠올랐지. 고급애견의류 시장이 저평가 돼 있구나! 이렇게 말야.

그래서 아웃도어가 뭐냐고? 음, 굳이 말하면 ‘바람막이’인데, 하고 많은 옷 아이템중에서 그걸 만든 이유는 사실 매-우 현실적이었어. 내가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고 미술 좋아하고 했지만, 옷 디자인이라는 게 말이야. 3D 더라고. 입체라고. 디자인 못 하겠더라고!!!!! 그래서 콘셉트로만으로 승부 볼 수 있는 걸 찾다보니까 바람막이가 있더군.

그리고 진심 이쁘겠다고 생각했어. 근데 애들이 비웃더라(…) 십중팔구는 어이없어 했음. 강아지 아웃도어를 왜 만드냐고. 그래서 오기가 생기기도 했어. 그리고 만들었는데 개-이쁨.

이!쁘!지!!!!!!!

이!쁘!지!!!!!!!

Q. 그렇구나. 근데 창업한다고 하면 돈이 좀 들잖아. 무슨 돈으로 했냐.

A. 아… 내가 학교다니면서 돈을 벌었거든. 한 학기에 백 얼마씩 벌었었는데, 걍 모아놨다가 한 번에 질렀어. 이게 지금은 큰 돈이지만 몇 년만 지나도 별 거 아닌 돈이겠더라고. 그래서 그냥 질렀어. 그래서 가지고 있는 자산 하에서 하려고 강아지옷 고른 것도 있었고. 근데 말야… 돈이 모자라더라? 핡…역시 생각대로 되는 건 없나봐. 그래서 다른 데서 돈 벌면서 그 돈 보태서 아웃도어 만들었다.

Q. 다른 데? 어디?

A. 아, 내가 창업을 뭣도 모르니까 일단 그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어서 다른 스타트업에서 일했었거든. 거기서 벌었어. 창업 팁도 얻고 돈도 보태고. 아쥬- 좋았어.

올ㅋ 똑똑한데?

Q. 그래서 좀 벌었니.

A. 댓츠 노-노. 결론만 말하자면 못 벌었어. ㅋㅋㅋ 재고 지금 우리 집에 쌓여 있음. 나중에라도 강아지 키우면 하나 줄게. 사실 시작하면서도 난 알고 있었지. 내가 독립 쇼핑몰을 만든다고 해도 내 쇼핑몰에 들어오겠어? 그래서 나는 단독 몰 말고, 편집샵을 공략했거든. 그 중에 텐바이텐에서 팔게 됐는데, 그래도 많이 안 팔리더라.

무려 텐바이텐에 입성까지 했다규! 이정도면 겁나 성공할거라고 모두들 생각했겠지만...(주륵)

무려 텐바이텐에 입성까지 했다규! 이정도면 겁나 성공할거라고 모두들 생각했겠지만…(주륵)

Q. 그래서 계속 할 거야?

A. 음, 아니. 아니야. 사실 내 창업은 여러 모로 성과가 있었지만, 큰 성과들 중 하나는 내 진로를 좁혀줬다는 점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ㅋㅋㅋㅋ. 그니까, 재미가 없더라는 거야. 아까 말했다시피 내가 ‘입만 살았다고 놀림 받는?’ 과라고 했잖아. 근데 나는 그게 딱이더라고. 말하고 생각하고 토론하고 이게 나랑 딱 맞아. ㅋㅋㅋ 디자인은 뭐가 이쁘고 하는 게 재미가 없더라고.

Q. 아, 너한테 안 맞다는 거구나. 그럼 다른 애들한테는 추천할 수 있어?

A. 음, 그것도 아니. 뭐 대학생 때 경험삼아 해본다면 나는 완전 찬성. 할 거면 대학 때 해보는 게 좋을 거 같아. 사업한다는 게 진짜 잘 되기가 힘들 거 같더라고. 나야 뭐 말할 것도 없고, 업계에서 장사깨나 된다고 소문난 데도 사실 돈 별로 못 벌어. 게다가 돈 벌어도 계속 재투자 – 재투자해야 하니까. 진짜 돈 만지기 쉽지 않은 듯. 유명한 데가 그런데 다른 평범한 데들은 어떻겠어.

그리고 만약에 내가 만든 디자인이 엄청 히트쳤다고 쳐. 그런데 만약에 대기업에서 그걸 똑-같이 만들면 어떻게 될까. 답이 없는 듯.

Q. 하긴, 사실 창업은 그냥 실패하는 게 당연하다고 할 정도로 성공하기가 어렵다며?

근데 왜 주변에 창업한 애들은 다들 성공한 것처럼 보일까. 기분 탓인가.

청년창업한 사람들 다 이럴 것처럼 생각됐단 말이에요…! 픵!!!

A. 그거야 뭐. 창업 하는 애들이 많은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주변에 창업한 애들이 심심찮게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게 다 착각이야. 엄청 친한 절친 수준의 친구가 창업한 사례는 별로 없을걸? 그치? 또, 창업한 애들이 자기 사업 상황을 절대 떠벌리고 다니지 않을 거거든. 특히 잘 안 되고 있다 싶으면 더 그렇지. 나만 해도 봐. 나 돈 꼬라박고(?) 접은 건 몰랐잖아(…). (필자 주: 정말 몰랐습니다)

안 친한 경우에는 대개 페이스북 같은 거를 보고 소식을 듣게 되는 거 같은데, 페북에는 성공적인 단면만 딱 올리게 되. 나도 그랬고. 자랑하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업 하는 애들은 ‘있어 보여야’ 되거든. 안 그러면 들어올 투자도 안 들어오니까. 그래서 실패사례는 그냥 입 닫는 거지. 그래서 아마 다들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닐까?

Q. 흠. 역시 그래서 넌 취업한다고?

A. 이것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네. 미스핏츠라고 인터뷰하자고 했는데, 결국 핏츠가 되어서 미안하다. (눈물을 훔친다) 뭐 그래도 그런 건 있을 거야. 뭣도 모르던 때였으니깐 그렇고,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다가 엄청 짱짱 아이템이 있다 싶으면 좀 쉽게 도전할 수 있겠지? 우리 존재 파이팅! 촤하핫!!

 


‘미스핏츠를 찾아서’의 인터뷰이를 모십니다. 창업 뿐만 아니라 뭔가 ‘좀 다른’ 진로와 미래를 생각하고 실제로 그 세계에 뛰어든, 혹은 지금도 일하고 있는 분이라면 모두 환영입니다!

미스핏츠 계정인 newsproject14@gmail.com으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