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연합뉴스의 아시안게임 관련 기사의 제목, “<아시안게임> 입장권 안 팔린다더니 매진 종목 속출”

9월 22일 한겨레의 아시안게임 관련 기사의 제목, “예매는 매진, 경기장은 썰렁…아시안게임 티켓 기부하세요”

딱 3일을 기준으로 기사 제목이 이렇게 다르다. 대체 뭐가 어찌된 일인걸까.

아시안게임에 유령관객이 다녀갔나요…?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종목 매진 현황 (9월 19일 기준) / 사진 = 노바라닷컴

(9월) 22일 오전11시 현재, 손연재 선수 출전이 예정된 10월 1일자 리듬체조 경기는 매진된 상태다. 또 국민스포츠라 불리는 야구 역시 대부분이 매진 임박이다. 특히 준결승 경기의 경우 단숨에 2만에 이르는 좌석이 예매 완료되는 등 인기가 엄청나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 “아시안게임 예매, 혹시 암표상들 사재기 아닌가?” (…)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용 출처 : 8월 22일 스포츠서울 기사

<리듬체조> 종목 경기 당일 관중석의 모습 / 사진 = 인천시 공식 티스토리 블로그

매진됐다던 경기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걸까. 경기 당일의 풍경은 그와 달라도 한참 달랐다. 매진은 커녕, 당일 경기장의 모습은 ‘고요한 경기장에서 지난 몇 년 간 닦아온 실력을 겨루는 선수들 +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가뭄에 콩 나듯 보이는 관객들’로 요약할 수 있었다.

이미 기성언론에서도 많이 보도된 내용이지만, 이처럼 표가 판매될 당시의 상황과 실제 경기 당일의 풍경이 이렇게나 달랐던 데는 공기업, 사기업이 경기관람권을 단체구매한 점이 큰 영향을 끼쳤다.

아시안게임 경기관람권 단체구매. 다같이 보러가자!는 아니구요 다같이 구매버튼을 누르자!! 쯤이 되겠습니다.

아시안게임 개막일인 9월 19일보다 2주도 더 전이었던 지난 9월 1일, 인천시와 AG조직위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240개 시군구에 ’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안내 및 입장권 구입 안내 홍보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세상에 ‘협조 요청’만큼이나 심쿵하게 만드는 말이 없는 법인데, 경기도는 공문에 대한 이해력이 탁월했는지, 이 요청에 대해 참으로 말을 잘 듣는 모습을 보였다. 31개 시군별 구입매수와 금액을 명시해 수원시 1762만원(개회식 22매, 경기 808매)부터 연천군 393만5000원(개회식 5매, 경기 179매)까지 31개 시군에 총 2억3685만5000원어치의 티켓구매 할당량을 내려보낸 것이다. 경기도만이 아니다 경상북도 또한 도 소속 공무원에 대해 아시안게임 개회식의 25만원짜리 입장권 400매를 각 실·국에서 구입하도록 할당했다.

낙수효과의 진수를 보여준 문화체육관광부

문체부는 ‘협조 요청’의 대상을 좀 더 다양화했다.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산자원부, 기획재정부, 통일부,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외교부, 국세청, 조달청, 병무청, 검찰, 경찰, 국민권익위원회, 통계청, 기상청, 문화재청 등 (헥헥) 각 정부 부처에 인천아시안경기대회 입장권을 구매하라는 내용의 협조사항을 통보하면서 말이다. (참고 기사 : 9월 29일 조선비즈 기사)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일 각 정부 부처에 보낸 공문

공문을 전달받은 정부 부처. 이번에는 사기업에 또다시 ‘입장권 구매 압박’을 가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투자협회를 비롯한 유관협회를 통해 민간 금융사에 아시안게임 티켓을 사도록 압박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낙수효과…?

이렇게 단체구매를 (당)한 공기업 또는 사기업 사원들 중 대부분은  실제 경기 당일에 관람을 하지 않았…아니 못했다. (일해야지 어디가) 이러한 사연 때문에 아시안게임 경기 당일에는 텅텅 빈 관중석만이 카메라에 잡힐 수밖에 없었고, 결국 구매…아니 강매 당한 경기관람권을 공기업/사기업 측에서 ‘무료로 기부’하면서 경기 직전에 표가 갑자기 빵~ 터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9월의 인천) – (텅텅) = 0…★

이번엔 아시안게임이 아니다. K-POP EXPO in ASIA(아래 K-POP 엑스포)라고…들어는 보셨는지 모를, 인천에서 개최된(이번에도 인천…) 생각보다 큰 규모의 행사에 대한 이야기다.

9월 11일, 뉴스와이어는 ‘K-POP EXPO in ASIA, 중국 입장권 매진 추가 판매 진행’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 나타난 조직위원회의 입장에 따르면, “K-POP 엑스표 입장권이 중국에서 매진되어 추가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재 43개 참가국에서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서 타 국가의 예매사이트를 방문할 정도”란다.

K-POP 엑스포에 대한 열기는 국내에서도 엄청났다(…는 식으로 조직위원회는 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행사기간 중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할 부스에 대한 입점신청이 지난 (9월) 3일 마감이 되었으나, 예정된 부지보다 훨씬 많은 신청과 추가 입점 신청이 들어오고 있어 새로 들어올 부스에 대해서는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사만 봐서는) K팝 엑스포에 대한 관심이 국제적인 수준인데다가 + 너도나도 부스를 하나라도 입점하고 싶어할 정도로 몹-시 탐을 내는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심각한 자신감은 K-POP 엑스포의 총연출을 맡은 신승호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국내 입장객과 주말 입장객을 포함하여 최대 300만 명의 관람객이 이 축제를 즐길 것으로 예상(된다)”

키-야…100만 명도, 200만 명도 아니고 300만 명이라니. 이 정도면 매년 100만 명의 관광객을 실제로(!) 끌어오는 서울세계불꽃축제화천산천어축제의 3배 급이다.

지…징그러워요. 근데 K-POP 엑스포는 이거의 3배일 거라는 게 함정.

하지만 현실은 캐망이었는데요

다 어디갔어요. 땅 속으로 숨었어요? / 사진 = 레디앙

패기 넘치게 300만 명! 무려 인천시 인구 1.18배 규모의 관람객을 예상했던 K-POP 엑스포는, 안타깝게도 인천 시민들에게마저 ‘그게 뭔데요’하는 취급을 받는 등 개막과 함께 짜게 식었다.

사실 엑스포가 열리는지 조차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라 현장 분위기가 도대체 어땠는지(=얼마나 짜게 식었는지) 알 방도 조차 없었다만, 그나마 여기에 관심을 가져주는 한 커뮤니티가 있긴 있었으니…K-POP 엑스포가 열리는 ‘청라지구’의 어머님(!)들이 활동하시는 한 카페가 바로 그곳이었다.

K-POP 엑스포가 개최된 다음 날이었던 9월 20일, 카페에는 ‘동네에서 K-POP과 관련된 큰 행사가 있다’는 정도의 정보가 공유됐다. 그리고 몇 일 뒤, 카페에는 실제 현장에 다녀온 몇몇 카페 일원들이 작성한 K-POP_엑스포에다녀온후기.ssull이 속속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가수) 이승환 기다리고 있어요. 관객은 100명도 안되네요. 가수와 일대일 대화하며 공연 볼 수 있을지도…
  • (이승환이 나오는 때에는) 50명 정도 있고 10대 애들 집에 다 가고 다 아줌마들요ㅎㅎ
  • 오늘은 2PM이 나왔어요. 규모에 비해  관람객에 없는 게 청라 사람들도 모르는 행사여서이지 싶어요. 청라주민 할인만 적용해도 사람이 좀 올텐데 말여요. (…) 여기 행사장에 편의점 놀이시설 등 상점만 200개는 되어 보이는데 홍보가 안되서 안타깝네요.

2PM이 출동한 9월 22일 공연에는 일본, 중국 관광객 100여 명과 가뭄에 콩나듯 보이는 한국인 관람객들 뿐이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엑스포에서 짜게 식은 2PM이 사실은 K-POP 엑스포 홍보대사였다고 하니…(눈물훔침)

직접 이 자리에 있진 않았지만 매번 공연 때마다 현장에 있던 이들 중 당황하지 않았던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 강하게 추측된다. (2PM도 놀랐을 거야…2PM 사칭한 3PM이 나왔더라도 놀랐을 거구요…)

300만 명 올 거라면서 왜 3만 장을 못 파니!

굳이 현장에 직접 다녀온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지 않더라도 K-POP 엑스포가 망해버렸다는 사실(…)은 온라인 티켓판매 추이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월 16일, 할인정보 사이트인 마이민트에는 케이팝 엑스포 티켓판매를 홍보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엑스포 티켓이 19일에 오픈한다”며 엑스포와 관련된 여러 장의 홍보물 사진을 올려놓은 이 게시물의 작성자는 “대박이죠!!!!!! 당연히 매진될테니까 빨리 서두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티켓판매처 주소를 적어놓았다. (엑스포 관계자 스멜)

음…하지만 ‘당연히 매진될’ 것이라는 작성자의 생각은 정말 그의 꿈에 불과했던 것으로 판명되는데, 10월 3일 오후 5시 기준으로 대인 입장권은 29,899개, 청소년 입장권은 29,894개, 소인/경로자 입장권은 29,895개가 남아있었다.

예매 사이트에서 온라인을 통해 예매한 고객 선착순 3만 명을 대상으로 ‘스파클링 워터’를 증정한다고 해놓은 것을 보니, 애초에 이 사이트에 풀렸던 티켓은 3만 장인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렇다면 지난 9월 19일부터 10월 3일까지 15일 동안 판매된 티켓은 312장뿌니라는 그런 소리…☆

그니까 풀린 티켓의 1%를 조금 넘기는 수량의 티켓이 판매된거네요 그동안…?

남은 판매일이 있으니 괜찮지 않겠냐고 보는 이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음 안타깝게도 이 K-POP 엑스포는 10월 5일, 그러니까 저만큼 표가 남은 걸 확인한 그 시점으로부터 이틀 뒤, 막을 내렸다.

왜 때문에 이렇게 매진됐냐면요, 얘 때문에요.

매진이요!! 매진!!을 외치던 각종 행사들이 개최와 함께 패망해버리는 이 현상. 9월 한 달 동안 이 인천이라는 한 도시에서만 두 번이 있었다. 그것도 매우 크게 두 번. 대체 왜 때문에 주최 측은 자꾸 공갈을 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구글링을 통해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각 행사 주최 측에서 의도한 전략을 예상해 3단계로 정리해봤다.

  1. 전체 표의 일부분만을 (마치 그게 전체 표인 양) 예매표로 풀어놓는다. 즉, 애초에 일정량의 표를 내놓지 않고 묶어놓는다.
  2. 예매 표가 다 팔린 뒤에 ‘표 매진’이라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내면서, ‘우리 행사가 이렇게나 흥하고 있네!’ 투자 가치가 어마어마하네 우리 행사!’라는 뉘앙스로 홍보한다.
  3. 실제 행사 당일이 다가오면 (일반인들에게 판매된 표가 많지 않아 똥줄이 탄) 행사 조직위원회 측에서 ‘예매됐다가 취소된 표를 다시 내놓는다’는 명목으로 ‘묶어놓은 표’를 푼다.

물론, 앞서 언급했 듯 단체표 판매(라고 쓰고 강매라고 읽는다)가 티켓 수량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3단계로 각각의 사례를 100%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국 보여주고 싶었던 구호가 ‘매진’이며 이 구호를 통해 ‘언플’을 하려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아시안게임과 K-POP 엑스포 주최 측의 전략은 위 3단계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체 왜 이런 전략을 쓰냐구요?

위 3단계 중 2단계에서 등장하는 ‘우리 표 매진됐다!!’는 내용의 홍보자료는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다.

즉, ‘매진된 척’을 시전하며 2단계-홍보단계-를 통해 투자자, 상인, 예상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어 투자 유치 목적을 달성하고 난 뒤에, 그제서야 묶어놨던 표를 풀면서 진짜 관객들을 위한 표팔이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게 고전수법이긴 한데요.

굳이 인천시를 변호하려는 건 아니지만 (변호하더라도 씨알도 먹히지 않을 거야…구멍이 너무 커서…) 이런 수법, 인천시가 처음 시전한 수법은 결코 아니다.

대표적으로 K-POP 열풍. 지난 2012년, YG엔터테인먼트는 빅뱅 컴백을 앞두고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 최근 빅뱅이 뉴욕에서 철저한 보안 속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으나  뉴욕 공항입국부터 촬영 내내 현지에 있는 외국인 파파라치들이 몰려와 현지 경호원들조차 놀랐을 정도였다.
  • 빅뱅 뮤직비디오 촬영 소식이 외국 인터넷 사이트들을 통해 알려지게 되는 등 빅뱅의 이번 앨범에 대해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YG엔터테인먼트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이후 국내 수많은 연예 매체들은 “빅뱅 뮤비 촬영장에 파파라치 몰려”, “글로벌 인기 입증” 등의 타이틀을 붙여 이를 앞다퉈 보도했다.

짐작이 가겠지만…그리고 난 돌을 맞겠지만…현실은 양현석씨의 상상대로 펼쳐지지 않았다. 미국의 주요 파파라치 사이트에서 빅뱅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확인할 수 없었으며, 대형 파파라치 에이전시에서도 이러한 보도자료에 대해 매우 높을 확률로 허위일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보도자료가 아니라 호도자료겠죠...★

보도자료가 아니라 호도자료겠죠…★

그보다 한 해 전인 2011년에는 그룹 JYJ도 비슷한 ‘언플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지난 2011년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JYJ는 유럽투어 첫 콘서트를 열었다. 현지에 동행한 언론은 이 콘서트 현장을 보도하며 일제히 “관객 3,000명”, “매진사례”라고 전했으나, 팬들이 올린 현장 사진에는 반 쯤 빈 관중석만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참고 기사 : 2011년 11월 3일 디스패치 기사)

유럽투어 콘서트 당일 오전, JYJ는 바르셀로나 오스피탈렛 지구에서 열린 ‘제17회 망가 페스티벌(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매년 6만 명 이상이 몰리는 망가 페스티벌은 스페인 한류 열풍에 크게 기여한 행사다. 망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진 일본에 대한 관심이 K팝으로 넘어오면서 한류열풍(…한류송풍 쯤이라 하는 게 맞겠지만)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JYJ의 스페인 공연은 망가 페스티벌과 시기를 같이 한 것도 이런 상승효과를 노린 것이다.

망가 페스티벌과 JYJ의 상관관계(남사시러라), 올해 인천과 참 닮았습니다.

K-POP 엑스포 조직위원회는 행사에 대한 홍보 과정-그니까 2단계 과정-에서 꾸준히 ‘같은 지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주목했다. 아예 K-POP 엑스포 전시관 중 하나로 아시안게임 참가국 43개국의 문화홍보관을 설치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시아문화홍보관의 모습. 설치 시도는 했으나 개최 이후에도 완공을 못했다는 게 함정 / 사진 = 레디앙

앞서 300만 K-POP 엑스포를 예측한(…) 엑스포의 총연출 신승호 감독도 같은 인터뷰를 통해 “인천 아시안게임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관람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려는 조직위의 노력이 있기 때문에”, “흥행이나 홍보 면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로 도움 줄 수 있으니까 좋은 게 좋은 거다 이런 거였을까. 하지만 K-POP 엑스포가 붙잡은 동앗줄이 똑같이 썩은 동앗줄이었다는 게 또 함정…

앞서 언급한 YG의 언론 플레이를 보도하면서 <디스패치>는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놓았습죠.

그렇다면 YG는 왜 이렇게 뻔한 해외 언론 플레이를 반복하는 것일까. 우선 화제성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한국 가수가 한국에서 관심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 가수가 해외에서 주목을 받는 건 놀라운 일이다. 당연히 이런 기사 내용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관심은 해당 가수의 인기를 증명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2년 2월 22일 디스패치 기사 中

주어와 목적어만 바꾸면 딱 인천 꼴이겠다. 바로 이렇게.

그렇다면 아시안게임과 K-POP 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왜 이렇게 뻔한 언론 플레이를 반복하는 것일까. 우선 화제성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 개최하는 행사가 한국에서 관심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개최하는 행사가 해외에서 주목을 받는 건 놀라운 일이다. 당연히 이런 기사 내용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관심은 그 행사의 인기를 증명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공갈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K-POP 엑스포의 부스 가격은 분야 별로 1동에 1,000만원에서 1,300만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했다. 길어야 22일(임시개장일 포함), 짧으면 17일을 전시하게 되는 부스에서 이 만큼의 대여비를 받았으니, 하루 대여비는 최소 45만원에서 최대 76만 5천원까지 형성됐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행사장 내에는 ‘300만 관객’을 예상하고 입점을 신청한 부스만 무려 1000여 개가 있었다.

앞서 언급한 뉴스와이어 기사는 이미 9월 11일부터 중국에서 판매된는 K-POP 엑스포의 표가 매진됐다고 보도했다. 대체 중국에서 티켓을 얼마나 쥐똥만큼 풀었던 걸까, 하고 찾아보니 10월 1일 YTN에서 취재한 엑스포 입점 상인에게서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중국에 30만 장이라는 표을 팔았다고 그걸 믿고 여기 와서 행사를 시작했는데 말과 전혀 다르고 외국 손님 하나도 없고…”

대체 30만 명이 어디 간건지 너무나도 궁금해서 조직위원회에 메일을 보내기도 했으나...읽씹당했습니다. 픵~

대체 30만 명이 어디 간건지 너무나도 궁금해서 조직위원회에 메일을 보내기도 했으나…읽씹당했습니다. 픵~

이처럼 300만 명이 케이팝 엑스포 관람객으로 올 것이라는 주최 측의 말만 믿고 입점한 뷰티관 입점 업체 40여개의 실제 매출은 0원에 가깝다고 한다. 이 때문에 뷰티관에 입점했던 모든 업체들은 지난 9월 29일을 끝으로 전부 철수했다. 공연가수 팬클럽들이 무료로 300명 정도 입장한 날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100명도 안 된다고 하니, 행사장에서 부스 영업을 하면 할 수록 인건비만 나갈 뿐 시간이 지날수록 업체는 계속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적어도 1,000만원은 기본으로 날렸을 이들 상인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도 안 간다. 까놓고 말해서  중국관광객만 따질 게 아니라 총 관광객 수 다 합쳐서 30만 명이 됐다 하더라도 지금 같은 꼴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시안게임+K-POP 엑스포의 시너지 효과는 엄청났습니다. 단, 마이너스 방향으로.

“아시안게임 뒤 남은 건 빚뿐이다.” 대회가 한창이던 지난달 26일 배국환 인천시 정무부시장은 예산담당 공무원 등 200여명을 소집한 긴급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회에 들어간 돈은 대회 운영비 4800억원을 포함해 무려 2조5000억원에 이른다.

10월 5일 <한겨레> 기사

음…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남은 게 빚뿐만은 아니다. 믿고 투자한 투자자와 상인들의 원망도 남았고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의 불신도 남았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인천이라는 한 도시 안에서만 있었던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절레절레)

(절레절레)

‘경제 효과 창출’이라는 구호도, ‘매진’이라는 광고도 결국 야부리였다. 알맹이 없는 야부리로 언론에 비빌 돈이 있으면, 또 그런 야부리를 고안해 낼 시간이 있으면 그 돈과 시간으로 차라리 조금이라도 컨텐츠를 확보하는 데 돈을 들이지 싶다.

게임도 축제도 끝났다. 피해는 결국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이제 인천시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