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연금이 이슈다. 나라가 쓸 돈은 많은데 그만큼 돈을 못 걷으니까, 연금이라도 ‘개혁’하겠다는 거다.

이거 엄청 크리티컬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연금은 돈을 벌 때 부었다가 돈을 벌지 않을 때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연금을 받을 때 즈음 많은 경우는 연금에 기대어 살게 될 것이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까.

그런데 줄 돈이 모자란단다. 그래서 요새 연금을 개혁하려고 폼을 잡고 있다. 이 때 정부의 목적은 하나다. 더 받고, 덜 주기. 그러니까, 뭔가 그에 맞지 않아 보이는 정책이라든가,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기사는 한 번 의심해봐야 한다.

그러던 중 발견했다. 아주 고까운 기사를. 사실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된 기사는 이거다. 중심적으로 까보고자 한다.

연금은 받을 수 있을 때 받는 것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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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통계의 오류

1) 일단 국민연금을 82살까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면 안 된다.

현재 평균수명이 81살을 조금 더 산다고 나오는데, 여기서 평균수명은, 현재 모든 사람이 81살까지 살 것이라는 뜻이 아니다. 평균수명은 지금 막 태어난 아기가 살 수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나이다. 기대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점에 비춰볼 때, 신생아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연금을 탈 수 있는’ 노년층의 기대수명은 당연히 82살보다 적다. 남성이 평균적으로 여성보다 5-10년 일찍 죽으니, 따로 계산해야 한다.

게다가 평균수명에는 교통사고나 자살 같은 것은 포함되지도 않는다. 온전히 생명을 다해 살다가 죽는 경우만 포함된다. 그러니까, 애초에 평균수명은 과장되어 있다.

2) 현실적인 수명으로 계산해보면, 미루면 덜 받는다.

현재 국민연금을 타는 61세는 1954년생이다. 참고로 1970년 기대수명은 남자 58.67세, 여자 65.57세였다. 현재 여건이 달라졌으니 그보다 많이 살 것이 분명하니, 남자의 경우 72세, 여자의 경우 77세라고 가정해보겠다.
그러면 계산은 이렇게 된다.

남자의 경우, 국민연금을 61세부터 받으면 72세까지 11년을 조금 더 받는다. (11년으로 가정)
그렇다면 매년 1521.6만원을 받으니, 다 합치면 1521.6 X 11(년) = 1억 6737만 6천원을 받는다.
5년 뒤에 받을 경우 매년 2068.8만원을 받으니, 다 합치면 2068.8 X 6(년) = 1억 2412만 8천원을 받는다.
무려 4천만 원 이상을 덜 받는 것이다.

여자의 경우, 국민연금을 61세부터 받으면 77세까지 16년을 받는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총 2억 4345만 6천원을 받는다.
5년 뒤에 받으면 2억 2756만 8천원을 받는다.
1천 500만 원 이상을 덜 받는다.

요약하자면 그렇다. 평균보다 훨씬 오래 살 자신이 있다면, 더 받을 수 있다. 아닌 대다수의 사람은, 덜 받는다. 연금을 많이 받는 방안이 아니다. 저건.

2. 조삼모사의 원숭이는 멍청하지 않다.

안 멍청해요

안 멍청해요

조삼모사에 등장하는 원숭이가 아침에 사과를 3개 받고 저녁에 사과 4개를 받는 것보다 저녁에 3개를 받더라도 아침에 4개를 받고자 한 것은 멍청한 게 아니다. 어차피 받을 것이라면 빨리 받는 것이 유리하니까. 아니 사과 하나 더 받으면 그걸로 투자할 수도 있고, 저녁때까지 예술을 할 수도 있잖아. 트레이딩을 할 수도 있고. 하다못해 예금해서 이자라도 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저녁이 되기 전에 혹시 죽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과를 주는 주인이 약속을 안 지킬 수도 있다. 받을 게 있다면 먼저 받는 게 확실히 유리하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5년의 갭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조삼모사의 원숭이처럼 아침-저녁의 차이가 아니라 말이다. 그 정도의 갭을 보상하려면 돈을 얹어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건 ‘당연함’의 영역이지, ‘오-대박’의 영역이 전혀 아닌 것이다.

3. 물가상승률 모릅니까.

당신의 건강을 낙관해 82세까지 산다고 치자. 그렇다손 치더라도 매우 과장되어 있다. 저 45만원이라는 계산은 틀렸다. 물가상승률이 계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물가상승률이 2.2%였다. 2.2%면, 지난 10년간 최고로 낮은 수준이다.

그래, 건강 상태를 낙관한 김에 물가상승률도 낙관해보자. 낙관해서 계속 2.2% 정도만 물가가 상승한다고 치자. 물가가 2.2% 상승한다는 것은 화폐의 가치가 (원래 가치 X 1/1.022) 만큼 하락했다는 의미다. 즉, 1/1.022 = 0.978473…, 반올림하면 0.98만큼 하락했다는 의미다.

그러면 5년 뒤에 화폐 가치는 얼마나 하락할까? 0.98을 5제곱한 만큼 하락할 것이다. 즉, 0.98 X 0.98 X 0.98 X 0.98 X 0.98 = 0.9039 현재 가치의 90%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45만원은 다시 계산되어야 한다. 즉, 45만원이 아니라 45X0.9만원, 즉 40.5만원이다. 자, 첫 해에 이렇고 45만원의 가치는 점점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연금을 받는 82세 때는 얼마를 받을까. 0.98을 22제곱 하면 된다. 약 64% 정도다. 즉, 45만원을 더 받는 게 아니라 29만원을 더 받는 거다.

독일의 연금제도, 부럽나요. (저는 독일의 모든 것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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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사는 크게 ‘고깝지’는 않고 다만 씁쓸하다. 연금의 문제는 명확하다. 줄 돈이 모자란다는 거다. 이런 사례가 한국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본 기사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고령화와 노동인구 감소, 정부재정 악화는 거의 모든 나라들이 떠안고 있는 문제다.”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어떻게 연금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궁금해질 법하다. 이 기사에서 제시한 건 독일의 사례다. 기사는 말한다.

재정부담이 큰 공적연금을 줄이고 사적연금 가입을 유도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그런 점에서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춰 노후자금 준비를 지원하는 독일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외국의 사례는 항상 부럽다. 특히 독일이 난 그렇게 부럽다. 유럽에서 살아남은 것이 독일뿐이라 하지 않던가. 모르긴 몰라도, 해당 기사에 나온 ‘사적연금 지원’ 금액 역시 탄탄한 재정에서 나온 것일 듯하다.즉, 독일과 한국은 애초에 다른 출발선상에 있다는 거다. 따라서 독일과 한국의 연금지원 역시 다를 것이다.

이 기사를 보고 씁쓸했던 것은, 현재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연금제도를 가지고 있는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우리의 해답은 독일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신청하는 것과 신청되는 것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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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연금 개혁의 조짐을 보이자, 많은 공무원들은 일을 그만두고 퇴직을 신청했다. 당연한 얘기다. 당연히 받을 줄 알았던 돈을 적게 주겠다는데, 손 놓고 일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퇴직신청은 늘었고, 그게 연금개혁에 대한 반응을 보여주는 지표니까 알리는 게 유의미하긴 하다.

하지만 그러려면 같이 알려야 하는 게 있다. 실제 퇴직신청이 진짜 퇴직으로 이뤄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돈을 줄 수 있는 예산 안에서만 퇴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퇴직인원은 정해져 있는데, 그것은 고려하지 않고, 신청건수만 보여주는 것은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하겠다. ‘뭐야 쟤네만 돈 많이 받는 거야?’ – 같은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이런 눈초리를 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고, 공무원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지만, 어쨌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