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필두로 SNS에 ‘몇 명을 지목하시오’류의 캠페인이 참 많다. 나도 지목당해서 10권의 책을 골랐으나 그 중의 반이 만화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부터 영어비디오, 위인전전집에 둘러싸였지만 난 그놈들의 풍파를 뚫어내고 만화책’만’ 봤기 때문에(…). 만화책이라고 해서 ‘그리스로마신화’류의 조잡한 학습만화가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베르세르크, 에반게리온, 요괴소년 호야 등 온갖 만화를 섭렵했단 말이다!! 그래서 쓰기로 했다. 내 인생의 만화책!!

1. 베르세르크

사나이의 맛!!!!!!!!

거대한 검으로 적을 일도양단해버리는 게 남자의 쾌감! 그 쾌감의 절정에 베르세르크의 ‘가츠’가 있었다. 주된 내용은 이렇다. 거칠게 태어나 거칠게 자라고 있던 우리의 가츠는 영혼의 봇듀오 ‘그리피스’를 만나 용병이 되지만, 가츠는 그리피스와 헤어지고 그리피스는 그에 좌절하고 왕이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악마와 영혼을 거래했고 가츠는 신이 된 그리피스를 때려부수려는 내용이다. 혹자는 가츠와 그리피스의 관계가 너무나 호모스럽다고 ‘호모세르크’라고 부른다. 다른 예시로는 형제의 뜨거운 등짝을 그린 미국드라마 ‘호모내츄럴’ Supernatural 이 있다.

그래!등짝을 보자!

그리고 이거슨 정석찡의 등ㅉ…

이 만화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설정과 그림체다. 작가 미우라 켄타로가 영혼을 담아 한올한올 그린 화풍은 다른 작가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무서운 건 저 그림체가 1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발전’했고 그 수준이 ‘유지’됐다는 점이다. 내용 자체가 ‘인간 중에 최강 VS 신’이기에 주인공 가츠가 악마, 요정, 천사, 사이비종교, 괴물 등등 온갖 것에게 쳐맞고 터지는 것이기에 그릴 게 정말 많은데, 퀄리티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작가의 장인정신을 알 수 있다.

이쯤되면 흔하디 흔한 배경이나 안 쓰이는 장면은 대충 그려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 작가가 에이리언의 아버지 H.R.기거와 헬레이져, 심지어 중세화가에게 영향을 받아서인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더불어 작품 내부적 요소도 프랑스와 영국의 100년 전쟁, 중세의 마녀사냥 등 역사적 사실에 모티브를 받은 게 많다. 작가의 해박한 덕력에 찬사를 보낸다.

공포 영화 헬레이저의 악역들

과 베르세르크의 고드핸드들.

극 중 베르세르크의 작화

설정엔 여러 요소가 짬뽕되어 있다. ‘그리스도’, ‘적그리스도’, ‘운명’, ‘인과율’ 등등 온갖 그럴 듯한 개념이 다 들어가있다. 구세주처럼 보이는 그리피스가 사실은 사탄이고, 사탄같아 보이는 가츠가 사실 구세주라는 설정도 재미있고, 신에게 대항하는 인간이라는 설정도 재밌다. 다만, 한국 기준으로 1권이 2000년도에 발매했는데 14년이 지난 지금 37권까지만 나왔다. 심지어 내용적으로는 아직 반의 반도 안 온 거 같다. 망했다(…). 이러다 내 자식이랑 같이 보는 거 아닐까 싶다.

2.지옥선생 누베

아는 사람만 아는 책 ‘지옥선생 누베’다. 최근에는 카라의 전멤버 강지영이 일본에서 드라마화되는 지옥선생 누베에서 누베의 히로인 역할을 맡아서 화제가 됐다. 내가 누베를 접한 건 2002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사 온 다음에 아파트 상가의 만화책방에 갔다. 초등학교 5학년 주제에 ‘오컬트’류를 좋아해서 뒤져보니 나온 게 지옥선생 누베였다. 그렇게 난 덕후가 되었…….

일본 만화 특유의 성인 코드가 있긴 하지만, 주된 내용은 여타 소년물과 다르지 않았다. 손에 귀신을 봉인한 누베가 선생이 되어 제자들과 함께 귀신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인데, 이게 지금 봐서는 되게 유치한데 초등학교 5학년이 보면 꽤나 으스스했다.

꽤 무섭다.

중간중간 코믹에피소드가 있긴 하지만, 주된 내용이 진행되는 에피소드는 분명히 공포류였다. 문제는 제자들이 초등학생인데 C컵(…)

5학년과 6학년의 괴리.jpg

이게 초등학생이랍니다(…)

이건 중학생요(…)

정말 전형적인 스토리류이긴한데, 예나 지금이나 오컬트만화책은 귀했고 심지어 30권이 넘는 분량은 더더욱 없었다. 누베가 실사화된다기에 설레지만, 원작을 망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3. 타이의 대모험(이라고 쓰고 포프의 대모험이라고 읽는다)

내 자아가 생긴 이후 처음으로 ‘감동’먹은 만화책이다. 예전 SBS에서 일요일 오전에 방영해줬던 거로 기억하는데, 만화책의 완결까진 보여주지 않았다. 일본 드래곤 퀘스트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과거 소년만화의 본좌로 칭송받았다. 내용은 ‘용의 아이’ 타이가 모든 악당을 때려부순다는 이야기다.

분명히 초반까지는 그저 그런 소년만화와 다르지 않지만, 후반부 대마왕과의 결전에서 포프의 각성이 특별함을 더해준다. ‘먼치킨’ 타이와 다르게 찌질남에서 대인배로 성장하는 포프의 모습이 진짜 감동이다. 그니깐 어떤 느낌이냐면 이건희 아들 이재용이 일반 회사원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데, 이재용 친구인 ‘지켜본다’ 역시 옆에서 성장하는 그런 이야기랄까. 사기캐말고 망캐가 성공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이다. 참고로 주인공 친구 포프말고도 ‘마왕’ 해들러 역시 간지를 내준다.

극중 악당인 ‘해들러’의 대사. 그래, 소년만화엔 악당도 간지가 나야 제맛이지.

게임의 세계관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꽤나 탄탄하고, 플롯도 나루토, 블리치와 다르게 산으로 가지 않는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그 맛이 살아있다. 그나마 쩌리되는 건 ‘크로코다일’이랄까.

초등학생인 나에게 가장 감동을 준 부분은 특히나 포프의 독백부분이었다. 시작에선 그렇게 찌질하던 민폐덩어리 포프가 점점 성장하더니 대마왕과의 전투에선 이런 명언까지 남긴다.

이렇게 찌질하던 놈이!

지금 보면 오그라들 수도 있는데, 초딩 3학년이던 나는 아래의 포프처럼 죽는 게 무서웠고, 꽤나 울었다. 물론 우리 부모님은 그럴 때마다 ‘괜찮아’식으로 달래줬지만 내 무서움은 해결되지 않았다. 잊고 살다가 아래 장면을 보고 옛날의 기억이 나서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아까 롱베르크의 얘길 듣는데… 퍼뜩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르더군. 내가 한 5살인가 6살 때 어느 날 밤, 난 죽음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었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어디로 가게 될까? 생각하면 할수록 무서워져서… 한밤중에 난 왈칵 울음보를 터뜨렸지. 부모님이 깜짝 놀라 뛰쳐 들어올 정도로. 사람은 언젠가는 꼭 죽어야 돼? 왜 계속 살 순 없는 거야? 뭐가 무너지 알 수 없어진 난 계속 울며불며 난리를 쳤어. 그러자 엄마는 날 꼭 안아주면서 이렇게 말해줬지. ‘인간은 누구든 언젠가는 죽게 되어 있단다.’ ‘ 그래서… 다들 열심히 살아가는 거야.’”

이렇게 변합니다! 섬광처럼!!!! ㅎ콰!!!!!

아래는 또 다른 명장면.

취준생 동지들이여 같이 바둥거립시다! ^_^!

4. 꼭두각시 서커스

위의 세 가지 만화보다 복잡한 구성을 갖고 있지만 가장 좋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만화 ‘꼭두각시 서커스’다. 내용은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벌이는 ‘인형싸움’정도? 자동인형이라 불리는 소재를 통해서 이야기가 풀린다.

난 24년

내용 자체도 꽤나 복잡하게 풀어가는데, 그림체는 더욱 복잡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즐겁게 읽긴 했지만 거친 그림체때문에 같은 장면을 2번, 3번 읽는 수고를 들일 수밖에 없었다. 역설적으로, 이 만화에서 그림체가 거칠수록 감정은 서정적이다.

여러분 이게 주인공입니다 주인공 허허허허

이건 여주인공. 남녀차별(…) 참고로 저 장면은 상당히 슬프고 눈물나는 장면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구성은 꽤나 복잡하다. 꼭두각시편과 서커스편이 있고, 그 두 편이 하나로 합쳐지는데 총 스토리가 40권이 넘는 분량이기에 중간에 읽다가 앞에 꺼 읽는 그런 해프닝이 빈번했다. 그래도 다 읽으면 ‘이 작가 미친 거 같다’란 소감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믿을 만하니 통수치고, 통수쳐서 욕하려니 불쌍하고… 캐릭터들의 결이 살아있다. 특히나 각 주요 캐릭터의 과거 이야기를 빠지지 않고 그리기에 이런 ‘소름’이 빈번하다.

타이의 대모험류와 같은 감동은 없지만, 읽다가 보면 진짜 캐릭터에 200% 몰입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는 여타 만화책들이 넘볼 수가 없다. 불쌍한 캐릭터는 너무 불쌍하고, 짜증나는 캐릭터도 슬프고 엉엉… 네이버 지식인란에는 이런 질문들도 있을 정도.

이거-시 너와 나의 눈높이여.

 

부디 초반의 지루함에 GG치지 말고 끝까지 읽자. 환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