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에 진출한 우리나라 세 팀을 살펴보는 시간, 오늘은 그 두 번째 팀인 삼성 갤럭시 블루다.

혹자는 SKT T1 S를 도깨비같은 팀이라고 하지만…

이번에 쓰는 세 팀들 중에서 가장 – 가장 애정하는 팀인 삼성블루(줄여서 삼블!)는 사실 ‘도깨비 같은’ 팀이라는 호칭이 가장 잘 어울리는 팀이 아닐까 싶다. 만나는 팀이 얼마나 강한 팀인지, 유명한 팀인지, 못하는 팀인지, 신생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날그날의 자신들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여튼 어떻게든 이기고는 보지만,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경우가 많다. 통계로만 놓고 보면 최근 시즌의 명실상부한 최강팀 중 하나지만 경기 내용을 하나하나 보면 이처럼 맘 졸였던 경우가 없다.

바로 이 팀입죠!

시작은 미약했다

심지어 이 팀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지금의 이 멤버 그대로 월드 챔피언십을 전망했던 전문가 및 팬들은 거의 없을 정도였다. 형제팀인 삼성 화이트와 마찬가지로 MVP 블루가 팀의 전신이긴 하다. 하지만 GSG라는 아마추어 팀 – 지금은 1류급 프로로 취급받(혹은 받았었던)는 원석들이 포진해 있던 팀이었다 – 중 세 명을 흡수하고, 후에도 다데와 데프트를 영입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팀이 완성됐다.

마치 컴퓨터에서 디스크 조각모음을 하듯이 삼성 블루의 선수들은 한 명, 한 명 천천히 모아졌다. MVP 시절 멤버 거의 그대로 롤챔스 우승을 달성하고 나서 미드만 팀원이 바뀐 삼성 화이트와는 그 과정부터 대조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주욱 따라간 사람의 입장에서 삼블은 애정하지 않을 수 없는 팀이랄까, 여튼 그렇다. 이만큼 현 멤버를 모으기까지의 우여곡절이 많은 팀은 별로 없다.

그 이름도 로망스러운 로-망(Romg) GSG

추억의 사진 하나 보고 가시져! 사진/포모스

MVP 블루가 리빌딩을 단행하며 리빌딩 전 시절의 MVP 블루는 헤르메스 선수의 우연한 트위치 펜타킬과 강퀴밖에 기억나는 것이 없으니 길게 적지 않도록 한다 선수 무려 네 명을 끌고 온 로망은 아마팀으로는 지금까지 유일하게 프로팀을 꺾고 NLB에서 우승을 거둔 팀이다. 물론 로망이 우승했던 그 당시의 NLB는 지금처럼 1류 프로팀들이 불운을 겪고 내려와 복수를 단행하는 2부리그 라기보단 약간 ㅈ밥 2군에 해당하는 팀들과 몇몇 아마팀들만이 가던, 진지보다는 드립에 치우친 감이 없잖아 있는 프로리그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후에 나진소드가 NLB의 왕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절부터 NLB를 우습게 보지 말라는 명언이 등장했다)

매 시즌마다 붙는 스폰서를 보면 이게 아직은 2부리그인 게 확실히 보인다. 스폰서의 대표적인 사례: 아이티엔조이, 빅파일(…)

그렇다고 해도 당시 인섹이 속해있던 CJ를 깜짝 전략으로 이기고 우승한 전적은 대단하게 평가할 만 하다. 나도 우연히…절대로 그 시절의 개그같던 NLB도 4강부터 챙겨봤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 못하리 CJ와 GSG의 결승을 라이브로 관전했기에 그 당시가 생생하게 기억나던 편이다.

때는 2013년 2월.

오지게 춥고 거지같은 날씨에 똥같은 직관 환경으로 그때도 NLB는 평화로운 결승을 셋팅했는데. 1,2,3,4경기를 기우뚱, 기우뚱하며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비등비등한) CJ와 GSG의 명경기 제조는 5경기에서 그 포텐을 터트린다. 케이틀린, 트페, 올라프… 그리고 블리츠크랭크와 … 하이머딩거!!! 뙇!!!! GSG가 이른바 5미드 전략(에서 약간 변형된 4미드 1로밍 전략)을 꺼내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본 CJ는 당황당황하면서도 최대한 맞받아칠 수 있는 픽을 남은 범위 내에서 구성했고, 그 결과 시즌 2의 정석적인 조합과 5미드 변형 조합이 맞붙게 된다. 그리고 아마도 스크림에서 한 번도 그 5미드를 마주친 적이 없었을 터인 CJ는 피지컬 및 멘탈의 붕괴를 겪으며 GSG의 포탑 철거 전략에 또르르 똘똘 말려들었다. 히-야. 하이머딩거를 골랐을 때, 당시 터져나오던 해설진(이랍시고 있는 BJ들)과 (몇 없는) 현장 관중들의 흥분은 극에 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5경기 영상. 다음 Tv팟)

말이 필요없는 명-경기. 그날 GSG 캐리 제 6의 공신이었던 다데(…)와 영고 인섹의 표정은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삼블의 멤버 모으기 1단계: 아마추어팀 줍줍

그리고 이 GSG는 그 당시 리빌딩을 진행하던 각종 프로팀 코치진에게 알듯 말듯 소리소문없이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MVP 코치진이 이들에게 단단히 반한 게 틀림없었다. 무려 GSG의 미드, 탑, 정글러, 그리고 코치 네 명을 한 번에 MVP 블루에 영입한 것이다. 참고로 원래는 푸만두(이정현)을 서폿으로 영입하려고 했지만 이미 그 때 스크로의 이적 제의를 받아서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푸만두 대신 꿩 대신 닭도 아니고 GSG팀의 코치였던 FLahm을 서포터로 데려가게 된다. 그게 지금 SKT T1 S의 (극한직업) 미드라이너 Easyhoon(이지훈), 그리고 삼성 블루의 탑 Acorn(최천주, 당시 닉네임 Cheonju), 서폿 Heart(이관형, 당시 닉네임 ChuNyang), 전 서폿 FLahm(김주호, 지금은 은퇴하고 상근감)다.

1단계+ 2단계 완료 후 MVP 블루.jpg 지금보다 훨씬 알파카를 닮은 데프트(좌)와, 로망 팀원 네 명을 볼 수 있다.

삼블의 멤버 모으기 2단계: 솔랭 최강 줍줍

그리고 삼블은 트위치의 우발적 펜타킬 말고는 좋은 모습을 그닥 보여주지 못하던 원딜러 헤르메스를 대신해 데프트(김혁규)를 뽑게 되는데, 이는 롤판에서 길이 남을 아마추어 픽업 중 하나로 평가된다. (정말로 그렇지. 꼬치의 페이커 줍줍 이후로 가장 압도적인 픽업 중 하나라고!) 페이커를 필두로 시작된 미친고딩 바람에 합류한 데프트의 당시 닉네임은 Zebec poop(무슨 뜻인지 겁나 궁금하다). 뜬금없이 비정기 대회 중 하나인 배틀로얄2에 출전해 데뷔한 데프트는 우주에서 온 것 같은 이즈리얼을 선보이며 당시 꽤 잘 나가던 KTB를 퐈퐈퐝 꺾고 만다.

대략 이렇게 생긴 비정기 대회다. 나이스게임TV에서 주관한다. 꽤 꿀잼이다. 선수들이 비교적 대충(…) 해서 웃긴 경기가 많이 나와서 (…)

그 당시 경기를 생중계로 보던(…) 나를 포함한 여러 팬들은 저 ‘제벡 풉이란 놈이 대체 누구냐’라는 궁금증과 함께 그의 이즈리얼에 대한 무한 존경과 사랑을 바치게 된다. (당시 경기 영상은 여기로) 그리고 드디어 MVP Blue에게도 볕들 날이 오는 것인가! 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더불어 이 때 당시 리빌딩을 단행하며 지금 정글러로 뛰고 있는 스피릿(이다윤) 선수를 연습생으로 영입한다. 하지만 다윤찡의 시기는 한참 후에 오는데… 뒤에 나오니 다시 얘기하도록 하자.

그 당시 ‘Zebec Poop’씨의 영상. 데프트의 임팩트는 정말로 강려크했다. 이미지를 누르면 데프트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렇게 산뜻한 새출발을 하는가 싶었는데

비록 비정규 대회였다고는 해도 데프트가 보여준 압도적인 실력과 GSG의 참신참신 후광을 덧입은 ‘새로운’ MVP Blue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이름이 블루라서 블루에서만 이기냐’는 속설 아닌 속설을 탄생시키며 2013년 스프링 시즌 조별 예선에서 광-탈을 하고 만다. 2연속으로 썸머에서도 광-탈. 하지만 이상하게도 MVP Blue는 정규 리그가 아닌 비정규 리그에서는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비시즌 최강자라는 웃지 못할 별명을 달게 된다.

삼블의 멤버 모으기 3단계: 서폿 정글 교-체!

나 불렀쪙?

이후 우리의 쁘띠거늬가 롤판에도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꽤 미래가 보이는 데다가 당시 핫했던 MVP 형제팀을 통째로 사들이면서 MVP 형제팀은 삼성 오존(당시 남아 있던 오존 측의 스폰 문제로 두어 시즌까지는 오존 이름을 유지했다. 지금은 그냥 삼성 갤럭씌 화이-트), 삼성 블루가 되었다. 물론 혹자는 이 때 블루의 처지를 1+1에 덧대며 자-알 얹혀갔다고 하기도 하지만 삼화가 작년 롤드컵에서 탈탈 털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을 때 나름 비정규 리그와 윈터시즌에서 블루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으니 쁘띠거늬는 확실히 사업적 안목이 있으셨던 것 같다.

이 멤버로 바뀌게 됩니다.

삼성으로 인수당하는 과정에서 원래 블루에서 영고를 담당하던 이지훈 선수가 팀을 나가서 SKT에 합류하게 되고 하지만 이지훈의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 흑흑 SKT에 가서 신 극한직업의 세계를 열고 있는 이지훈이 영고를 자신의 연관검색어에서 뗄 날은 과연 올 것인가, 그 자리를 파릇파릇 새싹 고딩 폰으로 대신한다. 그렇다. 삼화편에서 등장했던 그 폰이다. 삼블 폰이 왜 삼화 폰이 되는지는 조금 뒤에 다데와 함께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이와 동시에, 아슬아슬한 기량을 보여주던 서포터 에프람의 은퇴로 빈 서포터의 자리는 정글러 츄냥이 채우게 된다. 물론, 츄냥이가 정글을 조금 못(…)하긴 했어도 알리스타 정글 등의 한 때의 반짝 트렌드를 이끌기도 했는데, 서폿은 한 번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팬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여튼 어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는 서폿이 되어 있었더란 말이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2단계에서 등장했던 스피릿이 매꾼다.

삼블의 멤버 모으기 4단계: 다-데!

아아, 하지만 롤드컵에서 글로벌 쾌변을 담당한 다데는 2014 스프링 시즌에 삼성블루로 팀내 이동을 당하는데, 이 때 정말 대부분의 팬들은 이것이 좌천 조치이며 그나마 조금 기량을 낼 만한 신예 미친고딩 폰(삼화편에 나오는 그 폰이다. 링크 삽입)을 삼화에 보내 삼화를 1팀, 삼블을 2팀으로 나누려는 시도라고 쑥덕거렸다. 그리고 심지어 2014년 9월 26일 롤드컵 예선에서 나왔던 인터뷰에 의하면 다데 본인도 그것이 “좌천이라고” 믿었다. 다데는 그렇게 삼블의 새 장군님이 되었다. 그렇게 다데를 마지막으로 현재 롤드컵에 나가 있는 엔트리의, 이른바 ‘완전체’ 삼성 블루가 만들어졌다.

완성! 참고로 뒷줄의 양 옆에 붙어 있는 선수들은 식스맨으로 엔트리에 들어가 있는 선수들임.

멤버를 모아서 감독의 구상대로 밸런스와 화합이 잘 되는 ‘팀’을 구성하기란 생각보다 얼마나 어려운지 삼블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 과정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한 번에 GSG 4명을 뽑아가는 지름길인 것만 같던 루트를 택했으나 그것이 돌고 돌아 지금의 삼블이 되기까지, 거의 1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우리 삼블이 달라졌어요

현재의 ‘완전체’로서 삼블이 처음 출격한 시즌은 2014 스프링 시즌이 처음이었다. 그 전의 최고 성적이라고는 데프트와 폰이 멱살잡고 하드캐리한 미친고딩빨 8강 진출의 성적이었으나, 2014 스프링에서 삼블은 스크2팀, 삼화 등을 줄줄이 잡아내며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무려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아무도 예상 못했던 깜-짝 우승이었다.

우리 삼블이 이겨써여 ㅇ어엉ㅇ엉ㄹ얾얼어ㅓㅇ어

지나치게 어린 팀, 그래서 남동생 같은 팀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우승뽕의 기쁨에 취해 춤추기 전에 2014 썸머에서는 왕좌를 카카오팀 kta에게 뺏기게 되는 등 (물론 준우승도 훌-륭한 성과임에 다름없으나 한창 물이 올랐다고 평가받는 그들에게는 아까운 결과임에는 틀림없다. 절대로 내가 아쉬워서 그런 건 아니다) 허술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무슨 드래곤볼 7개를 모으기 위한 과정도 아니고 (…) 지금의 이 팀원을 모으고 그들을 한 ‘팀’으로 만들기 위해 걸린 지난한 어드벤처는 지금의 ‘기묘한 한타력’을 가진 삼성블루를 낳았다. 그러나 아직 삼화처럼 팀으로서 손발을 맞춘 지 아주- 오래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끔 가다 팀내 소통에서 명백한 의사소통의 문제가 보이는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고 운영 면에서 의외의 일격을 맞기도 한다.

멘탈이 쿠크다ㅅ…

그렇다. 아직 삼블은 그 기묘한 한타력과 전투력에 비해 바삭바삭한 쿠크다스 멘탈과 약간 부족한 운영력을 보유하고 있어 삼화와 같은 완전한 특급 팀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살짝 부족한 부분으로 인해서 생기는 경기의 긴장감은 왕년의 쌍주부 경기를 보는 듯 하다. 그 때문에 선수들에게 자꾸만 인간적인 애착이 생기고, 팀을 더욱 응원하는 것 아닐까 (이 밀당남들 같으니).

게다가 미친고딩 라인의 큰 축을 담당하는 스피릿과 데프트가 매 시즌마다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왠지 <메이저>와 같은 본격 소년 스포츠 성장 만화(…)를 눈앞에서 지켜보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물론 (비슷하게 생긴) 에이콘과 하트의 소리없는 팀 서포팅이 이를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다. 거기에 오랜 프로 경험을 바탕으로 요즘 미드를 휘어잡고 있는 다데장군이 있어서, 샘숭 블루는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팀이라고 할 수 있다.

롤드컵은 ing

9월 26일 롤드컵 C조 예선에서 삼성 블루는 예선 전승을 달성한 삼성 화이트와 달리 유럽의 늙은이 맹주 프나틱에게 불의의 일격을 허용했다. (물논 그래도 5승 1패로 조1위 진출) 조별예선에서 1패 하는게 진짜 심각한 잘못은 아닌데, 삼화와 비교되며 이상하게도 국내에선 까임을 낳고 있(…)다(공부 잘하는 엄친아를 옆에 둔 우등생의 기분이 이러할진대). 이렇게 바삭거리는 멘탈을 가지고 어떻게 한국 정규리그를 견뎠나 싶을 정도로 삼블은 손쉽게 무너졌다.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소년같고 도깨비같은 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년의 얼주부를 응원하던 심정처럼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엄청 감동적으로 필요한 승리를 따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에 나는 오늘도 샘숭 블루의 덕질에 매진하고 있다.

*이 글은 “2014 롤드컵 시작 기념, 우리 팀을 소개합니다 (1) 삼성 갤럭시 블루(Samsung Galaxy Blue) 인물편”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아직 선수 개개인 덕질이 안나와서 실망하신 분들은 기대해 주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