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친구들은 저에게 이런 느낌이었어요.

2005년 전후로 중학교를 다녔던 저는 당시에 문/이과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어요. ‘나는 국어(수학)을 좋아해서 국어(수학)을 잘해’라고 하기보다는 ‘나는 국어(수학)을 잘하니까=점수가 잘 나오니까 국어(수학)을 좋아해’라고 생각하는 식이었고, 그러다보니 스스로가 문과 성향인지 이과 성향인지도 잘 몰랐었죠.
과학고/외국어고를 바라보는 방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과학을 좋아해서 과학고를 준비하는 게 아니었고 외국어를 좋아해서 외국어고를 준비하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그보다는 공부 어-엄청 잘 하는 애 = 과고 준비하는(해야하는…) 애, 공부 꽤나 잘 하는 애 = 외고 준비하는 애. 이런 분위기가 있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아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과고 준비하는 애’는 공부 잘 하는 애들 사이에서도 클래-스가 달랐어요. 매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애 or 외부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에서 상을 타오는, 오오-영재느님-오오 할 만 한 애들이었죠. 저한테 그 친구들은 뭐랄까, 오오라가 느껴지는 애들이었어요.

어맛...! 과학고느님!

어맛…! 과학고 느님!

제가 다니던 중학교에서도 과학고를 두세 명 쯤은 보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친구들은 내신이 엄청나게 좋았다기 보다는 학교 밖에서 타온 상이 몇 개 있었던 케이스였어요.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그 친구들을 만날 일이 없었는데 대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에서야 그 친구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되더라구요. 같은 대학에 입학했는데도 제게 그 친구들은 여전히 ‘신기한 애들’이었어요. 재수 1년까지 합쳐 이 대학에 오기위해 총 4년을 바친 저와는 달리 그 친구들은 단 2년 만에 고등과정을 이수하고 ‘조기졸업’으로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만나봤습니다.

오늘 인터뷰한 A씨는 지방에 있는 과학고 출신의 한 여대생입니다. 지난 9월 24일 밤, 그녀와의 한 시간 반 가량 인터뷰를 통해 과학고_출신_1인의 이야기를 촤르르- 들어보았습니다.

어떻게 해서 과학고를 준비하게 된 거예요? (A씨도 그렇고 그런 영재였던 건지?…)

지방 모 과학고등학교 출신 A양(이하 A) :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긴한데, 저는 초등학교-중학교 때부터 제가 사는 지역에서 꽤 유명한 편이었어요. 동네에서 유명한 학원 몇 군데에서 시험을 봤는데, 볼 때마다 매번 그 학원의 신기록을 갱신했었으니까요(…) 딱히 공부를 해서 시험을 본 건 아니었는데 점수가 잘 나왔어요. 아, 뉴턴의 법칙을 6살 때 이해하기도 했어요.

그녀의 과거는 마치… 도장을 깨러다니는 소년물의 주인공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A : 저는 수학보다는 과학을 좋아하고+잘하는 편이었어요. (지금은 사라진) 올림피아드가 과학고나 영재고를 준비할 때 있으면 좋은 스펙이었는데 수학/과학 부문 중 저는 과학-생물-올림피아드에서 중등부 금상을 따기도 했었어요.
사실 처음부터 과학고를 가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영재학교를 가려고 준비했던 건데 영재학교 시험 3차에서 떨어져서 어쩔 수없이 과학고를 가게 됐죠.

이 영재학교 시험이라는 게 지금의 행정고시와 비슷해요. 1차까지는 꽤 쉬운데 2차가 엄청나게 어렵고+경쟁률도 높은 시험이거든요. 저는 2차까지 붙은 상태였어서 당연-히 영재학교에 합격할 수 있을 줄 알았었어요. 여튼 영재학교에는 떨어졌고 (그 때 굉장히 상심했었는데) 제가 사는 지역에 있는 (지방)과학고등학교에 지원하게 됐죠.

※ 영재학교, 말 그대로 영재를 위한 학교입니다. 2014년 현재 현재학교는 한국과학영재학교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총 6개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무학년제 학점제인 영재학교는 대학에 비해 듣는 학점수가 많으며(3년 140~150학점 정도) 1학년 위주로 고등학교 수준의 수업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대학교 수준의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수업 이외에도 1~2인으로 구성된 연구활동, 팀을 이뤄 대학교나 연구소를 방문하는 R&E활동, 졸업논문연구(!)등을 하고 있죠.
대체로 이과를 희망하는 중학생(엘리트 친구)들은 이 영재학교를 준비하다가 영재학교에 떨어지면 과학고 준비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재학교는 4월에 원서를 넣고 7~8월에 모든 입시가 끝나는 등 모집기간이 꽤나 이릅니다. 적어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준비를 해야 승산이 있다는 영재학교 입시를 위해 요즘에는 초6 때부터 준비를 시작하기도 한답니다.)

과학고 입시를 준비할 때 사교육을 받거나 하진 않았어요?

A : 음, 과학고 입시 직전이던 중3 때에는 서울로 상경해서 고시원에서 살면서 강남쪽 학원을 다니긴 했었어요. 한 달 정도를 다녔는데 숙식비까지 합쳐서 총 300만원은 들었던 것 같아요.

※ A양이 과학고 입시를 준비할 당시와 요즘의 과학고 입시 분위기는, 사실 크게 다릅니다. (A양은 2008년에 중3이었습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초등/중학교의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인 ‘특목고 입시’를 개선하기 특목고 입시와 관련된 새로운 학습전형-자기주도 학습전형-을 발표했습니다.
이 전형에 따라 과학고의 경우 학교 자체의 별도 평가를 허용하는 선발 캠프(이른바 ‘과학창의성’ 전형)를 잠정적으로 2년 동안 운영하다가, 2013학년도 입학전형부터는 이마저 폐지하고 외고와 같이 100% 자기주도 학습전형으로만 선발하는 방식으로 변경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교육계에서 흘러나오는 몇몇 의견에 따르면, 과학고 입시에서 이 전형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2013학년도 모 과학고의 소집 면접 기출문제 중 수학, 과학 문제의 일부입니다. 중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난이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주된 평이죠.

대치동의 새본아카데미가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하는 과학고 대비반 프로그램입니다. 3학년 수업 내용을 보면, 수학은 3월부터 12월까지 ‘과고 시험대비 실전Ⅰ/ Ⅱ’, ‘과고기출 문제풀이’, ‘과고 구술 면접대비 모의고사’를 대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과학도 마찬가지로 1, 2학년부터 3학년 8월까지 ‘과학고 대비 이론 집중반’을 운영하고 있다고 표시하고 있죠.

지난 2013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전국 중학교 3학년 학생 2,27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교 유형별 중/고교 사교육 실태’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굳이 일반고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과학고/영재고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한 달에 지출하는 사교육비가 상당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죠.

A : 고등학교 입학 이후에도 사교육이 있긴 했었어요. 과학고 학생들 중에는 올림피아드에 도전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근데 (시험)범위가 너무 넓어서 예상문제를 완벽하게 뽑아낼 수가 없는 문제들이었어요. 그나마 대치동에 있는 학원이라는 데서 예상문제를 뽑아준다 하는 정도였죠. 저도 고등학교 1학년 때 올림피아드 준비 때문에 서울에 갔었어요.
그렇게 방학 때 서울에 올라가서 학원을 다니는 경우 빼고는 과학고를 다니는 중에 사교육을 받는 애들은 별로 없었어요.

아, 올림피아드 얘기 해주세요!! (할머니한테 옛날얘기해달라는 심정으로 칭얼댄다.)

A : 지금은 올림피아드가 되게 이상하게 바꼈어요. 아, 없어졌던가? 여튼 저 때는 올림피아드에는 국가 단위 올림피아드도 있고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세계 단위 올림피아드도 있는데 국가대표로 세계 단위 올림피아드에 출전하면 그것만으로도 (대학 입시 때) 프리패스였어요. 올림피아드가 여름이 끝나갈 쯤에 1년에 한 번 있기 때문에 보통 여름이 시작할 때 쯤에 공부를 시작했었어요.

올림피아드를 치르러 가면 서울과학고등학교 등 다른 지방의 과학고 애들을 다 만나게 되는데 딱히 그 친구들을 견제했던 건 아니고… ‘얘네는 어떤 커리큘럼을 밟고 있지?’하면서 서로 쭉 스캔하듯 쳐다보곤 했어요. 평소에 다른 과학고 애들을 보거나 얘기를 들을 일이 없었으니까요.

과학고 교육과정은 어떻게 돼요?

A : 수학은 엄청나게 빠르게 진도를 뺐죠. 보통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 10-가를 끝내고 기말고사 때 10-나를 끝내요. 그렇게 공통수학을 한 학기에 마치고 난 뒤, 2학기에는 수1을 끝내구요, 2학년 1학기에는 수2와 미적분을 나갔어요.

※ 서울과학고의 경우 영재고로 바뀌기 전의 별칭은 서울 수학고. 이유인즉슨 1학년 때 이산수학을 배우기 때문이라 합니다. 경기과학고의 경우는 물화생지의 II 영역도 배우지 않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대학 교양계열부터 교육한다고 전해지고 있죠(…) 경기과학고는 과고시절 경기화학고라는 별명을 가지던 때가 있었는데, 역시 이유인 즉슨… 일반화학을 3주만에, 유기화학을 한 학기만에 끝내는 말도 안되는 교육 과정 때문입니다.

크…그럼 애들이 잘 따라가긴 했나요?

A : 자습을 11시 40분까지 하는데 시험기간이 되면 여기가 사람 사는 데인지 좀비 사는 데인지 모르겠을 정도예요. 그럴 수밖에 없는게, 과학고의 경우 2학년 1학기까지의 내신이 전부기 때문에 한 번 보는 시험의 비중이 일반고의 시험 비중을 훨씬 넘어요. 대입에 반영되는 게 주로 내신이고 + 내신이 반영되는 기간이 세 학기 밖에 없으니까요. 시험기간이면 공부를 못하게 하는 취침시간에도 애들이 옷에 전등을 숨겨서 기숙사에 들어가 몰래 공부를 하기도 했었어요.

수학의 정석이 마르고 닳도록…☆

A : 교재는 수학의 정석 <실력>편을 사용했어요. ‘교재를 4바퀴 이상 돌리지 못했다면 (내신) 시험장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죠. 연습문제 3번은 기본적으로 다 풀었고 5번까지도 돌리니까. 누가 많이 돌리느냐가 중요한 문제였죠. 실제로 많이 돌릴 수록 도움이 됐거든요.

근데 여기서도 부익부빈익빈…같은 게 발생하는 게, 머리 좋은 애들이 더 빨리 한 번을 돌리고 머리 좀 ‘덜 좋은’ (결코 ‘나쁜’은 아닙니다…-필자 주) 애들이 느리게 돌리고 이런 식이었어요. 그냥, 하루종일 실력 정석만 잡고있는거예요. 그러니까 사실 시험기간이 되도 변하는 건 없었고 365일 시험이었어요.

시부엉...365일 시험이라니...

시부엉…365일 시험이라니…

A : 저는 과학고를 다니면서 이공계 사람들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생겼어요. 학교에서는 문제 푸는 기계밖에 안 길러냈고, 선생님들도 그런 식의 공부만 해왔던 사람들이 오다 보니까 공동체 전체가 약간 ‘공동체성, 인권, 인간에 대한 배려, 언어의 중요성, 주체/객체에 대한 문제’ 이런 것들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어요.

※ A씨… 당신이 고등학생의 나이에 그런 개념이 있었다는 게 참 대박이라고도 생각해요…(엄지를 치켜든다.)

A씨가 특히 올해 관심을 많이 두고 있는 분야인 인문학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때 배운 적이 있나요?

A : 인문학 공부…거의 불가능 했어요. 이탈리아 어딨는지 찾아보라고 해도 모르는 애들도 많을 걸요? 교육과정에 국어 과목이나 사회 과목이 있긴 했는데 제대로 된 수업을 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국어는 내신시험을 치르긴 하는데 거의 성적에 안 들어가니까 애들도 잘 안 듣었어요. 사회는 고등사회?가 있긴 했는데 저희는 교과서를 보지도 못했어요. 결국 자습을 하거나 선생님이 썰 푸는 시간 정도로 쓰였어요.

※ 2012년도 대전과학고등학교의 경우, 전체에서 국어 수업시수는 9%를, 사회국사는 6%를 차지했습니다. 수학과 과학은 각각 20%, 38%였다. 배정된 교사 수에서도 차이가 큽니다. 국어와 사회국사는 9%, 6%인 데 반해 수학과 과학은 23%, 46%였죠.

A : 물론 소수의 친구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공부하긴 하는데, 대부분의 친구들은 극히 Nerd 하기 때문에 인문학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저만 해도 당시에는 제 공부에 바빠서 못했구요. (뭐 대한민국 고등학생 중에 자기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얼마나 되겠냐만요.)

A양은 이런 Nerd를 말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A :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이과쪽 친구들이 모인 학교인데다 + 인문학적 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학교다 보니, 학교 분위기 자체가 사회나 인간에 대한 이해가 대체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성적인 범죄가 매년 발생하는데 그런 범죄를 다루는 학교의 방식이라던가, 그 범죄의 가해자의 태도 같은 걸 보면서 그런 걸 많이 느꼈죠. 그런 경험들 때문에 ‘이공계 출신이 이래서 인간이나 사회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 흔한 편견으로 과학고 학생들은 국어, 영어 등 문과 과목에 심각하게 약하다고 하는데, 심각하게를 빼면 맞답니다(…) 일단 과고 입시까지는 다들 외고, 자사고 등 다른 학교들도 고려를 하고 준비하기 때문에 못해도 상위권에는 들지만, 일단 입학을 하고 나면 그때부터 실력이 정체 내지는 오히려 퇴보한다고 하죠. 이는 일단 과학고 커리큘럼 상 국어, 영어 비중이 낮고, 거기다 카이스트에서 영어 면접을 폐지한 이후 입시에서 국어, 영어의 비중이 미친듯이 떨어져서 아예 이 과목을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리그베다 위키 – 과학고등학교)

A : 그런 애들이 대학에 와서도 (인문학)에 관심을 잘 주지 않는 것 같아요. 이공계쪽 대학 교육과정이 워낙에 빡세다보니, 대학에 와서도 (인문학에 대한) 접근이 어렵거든요. 때문에 작정하지 않는 이상 인문학에 관심을 두기가 어려운 게 현실인데, 공대가 워낙에 취직이 잘 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애들 스스로도 그렇게 작정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 찾아보니 과학고 내  남녀비율이 어마어마하다던데요. 공부 환경이나 생활에 영향이 있었나요?

A : 진짜 빡쳐요 남녀비율. 우리 기수는 전체 61명 중에 여학생이 7명이었어요. 남자애들이 여자애들 있건 말건 별의 별 얘기들을 눈 앞에서 다 하는데 지금 생각으로도 상상초월인 내용들이었어요.

여자애들이 적다보니 연애 문제도 있었어요. 여자애들 7명 중에 (학교 안에 남자친구가 있던 애가) 3명이 있었어요. 돌려사귄 애도 있었고 이미지가 굉장히 안 좋은 여자애도 있었죠. 양다리를 걸치거나 남자친구들의 실적을 가로치던 여자애도 있었는데 남자애들이 그 여자애한테 복수행각…을 시전하기도 했어요. 여튼 이런 스케일이 일상이고 더 큰 스케일도 많았어요.

또 성적에서도 차이가 좀 있었어요. 저희 때가 여자애들이 유난히 약했어요. 제가 여학생 중에서는 1등이었는데 전체에서는 20~25등 정도 했죠. 그치만 저희 윗기에서는 여자 1등이 전체 10등, 그 윗기에서는 전체 2등을 하기도 했었으니 그때 그때 다르긴 해요.

※ 과고의 성비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유명한 과학고일수록 여학생의 비율은 보통 30%를 넘지 못하고 반 정원 20여 명당 3~5명 꼴로 존재한답니다. 영재학교 전환된 과학고(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들은 정원 120~130명 중 여학생 수가 10명 내외인 게 몇 년째 이어지고 있죠.

이제 대입 얘기를 해보기로 하죠. 전 대학에 와서 조기졸업 출신 친구들을 처음 만났는데 그 때 느낌으로는 조기졸업이라는 게 당연하지 않은 건 줄 알았어요. ‘심지어 과-고에서 조-기졸업을?!’하는 생각을 했으면 했었죠.

A : 대입 전형 중 대학에서 조기졸업을 하는 애들 뽑으려고 만들어 놓은 전형들의 특징이 있는데요, 그게 뭐냐면 단위수를 일정 정도 이상 들었으면 대학에 지원할 수 있게끔 만들어놓은 거예요.

※ 현재 대부분의 학생들은 조기 졸업 제도를 통해 고등학교 과정을 2년에 마치고 대학교로 진학하고 있습니다. 일반 일반계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조기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조기 졸업에 별도의 추가적인 조기 이수반 수강이 요구되는 것과 달리 과학 고등학교에서는 기본적인 교육과정의 이수만으로도 조기 졸업 인가를 받을 수 있죠.

A : 그걸로 대학들이 일단 문을 열어놓고. 내신으로 1차를 거르고 2차에서 면접을 봐요. 면접은 심층면접인데, 고등학교에서 배운 수학 전 범위를 심화시켜서 多:1로 면접을 보는 거였어요.
8월-9월 중에 다 접수를 하고 9월 말 쯤에 시험을 준비하고 10월 초까지 시험을 보고. 이 시험이 직접 찾아가야 하는 시험이었어서 저는 KTX로 왔다갔다 하면서 시험을 봤었어요. 하루에 대학을 몇 군데씩 들려서 시험을 보기도 했었구요.

뛰어다니느라 체력이 걸레예요 지금

A : 조기졸업 전형 결과 발표는 10월 달 안에 공식적으로 발표가 다 나는데요, 저희가 넣었던 전형은 추가합격이 다 있었어요. 추가합격이 보통 12월 정도에 있거든요? 보통 대부분의 애들이 다 추합으로 가요. 그래서 그 사이 기간에 똥줄이 타는 거예요. 추합은 전화가 와요. 그래서 진짜 몰라요. 애들이 핸드폰 부여잡고 다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2학년 말에 풍경이 이래요. 떨어진 애들끼리 ‘이야! 우리 3학년 간다! 다같이 3학년 간다!’ 해놓고 갑자기 누가 전화를 받으면서 나가면, 그 친구는 그렇게 대학으로 빠지는 거예요.

‘너 진짜 갈거냐’
‘미안하다, 진짜 간다…ㅎㅎ’

잘…ㄱㅏ…….또르르…

A씨는 어디에 지원했었어요? 과학고 학생으로서 ‘여기까지는 지원할 수 있겠다’ 싶은 마지노선 같은 게 있었나요?

A : 제가 2학년 때 조졸 전형 때는 서울대, 고려대, 카이스트를 지원했었고 3학년 돼가지고는 ‘난 종합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서 카이스트나 포스텍은 아예 접어두고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이화여대를 지원했어요.

2학년 때 연세대는 안 썼던 이유가 뭐여요…?ㅎㅎ

2학년 때 연세대는 안 썼던 이유가 뭐여요…?ㅎㅎ

A : 제가 고려대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고려대에 특이한 과가 있어서-환경생태공학부인가?- 연세대는 없었구요. 그래서 연세대는 안 쓰고 고대만 썼죠. 좀 소신지원이었죠. 애들이 전부 저 같았던 건 아니었죠. 30등 안에 들면 서성한까지 내려가는 게 정상이었어요. (참고로 전 전체에서 딱 중간 정도 했었어요.)

※ 과학고 학생들의 대학 마지노선을 따질 때는, 사실 각 대학이 그 해에 적용하는 입시제도가 큰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연세대는 ‘과학고를 위한 맞춤 전형이 요기 잉네. 과학고 출신 드루와’라고 속삭이는 듯한 본격과학고맞춤형 전형이 있어, 과학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크게 쳐주지 않는 대학으로 분류되기도 했죠. 

하지만 2009, 2010년정도부터 연고대의 커트라인이 미친듯이 상승한 탓에 모 과학고에서는 2011년 입시에서 카이스트 커트가 60%였던 반면 연세대 커트가 25%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과거 연고대 커트에 비하면 천인공노할 일입죠.

최근에는 하이엔드가 아닌 지방 과학고들의 마지노선은 UNIST/GIST성균관대학교, 한양대학교인 경우가 대부분인게 현실입니다. 뜬금없이 왜 성균관대가 튀어나오느냐 하면…우리 성균관대가 지난 연세대의 전차를 밟고있기 때문입죠. 보통 내신을 위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다른 학교와 달리 성균관대는 내신을 본다 하더라도 매우 관대한 태도로 과학고 학생들을 평가하는 탓에, 최근 과학고 학생들은 성균관대를 ‘갈만 한 대학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합니다. (출처 : 리그베다 위키 – 과학고등학교)

이렇게 과학고 출신들을 위한 전형을 확대하는 데는 ‘일단 과학고 학생=인재들을 뽑고 보자’는 대학의 의지가 슬며시 투영돼있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당장에는 과학고 학생 사이에서 비교적(!) 낮은 대학 축에 속하지만, 이후 과학고 학생들을 졸업생으로 배출한 뒤의 발전 가능성이 있으니깐요…(?)

과학고에서 서울대나 의대는 많이 안 보내나요?

A : 감히 말하건대 지방과고에서 서울대 가기는 정말 어려워요. 확실히 힘들어요 그건. 서울에 있는 과고-특히 영재학교-의 경우 서울대로 80%가 가요. 어디 과고냐에 따라 내신을 달리 반영하는 것 같아요. 같은 전형으로 지원한 건데 같은 3-4등급이라도 서울에 있는 과고가 훨씬 잘 가거든요. 확실히 학교명을 보는 것 같아요. 내부가중치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 정원대비 합격자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는 단연 서울과고였습니다. 2학년과 3학년 학생 122명 중 90명이 서울대에 합격해 73.77%라는 압도적인 비율을 보였죠. 4명가운데 3명정도가 서울대를 진학했다는 의미입니다. 2위는 134명 중 74명(55.22%)이 서울대로 진학한 경기과고였습니다. 졸업생 2명 중 1명은 서울대로 진학했다는 뜻이죠. 3위는 96명 중 35명을 서울대로 보낸 대구과고(36.46%)였습니다. 결국, 영재학교 4개교 중 3개교가 1~3위를 차지했다는 겁니다. 

재미없어…맨날 가는 사람만 가니까

A : 과학고에서 의대가기도 정말 어려웠어요. 일단 의대에서 과학고 학생들을 별로 뽑으려고 하질 않아서요. 내신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거의 정시로 빠져야되서 1년만에 테크를 다 바꿔서 수능 준비를 해야하거든요.

A씨처럼 조기졸업을 못 한 친구들은 몇 명이었어요?

A : 13명 정도 남아있었어요…ㅎㅎ저처럼 조기졸업을 못하고 3학년으로 진학하는 애들은 다 떨어졌거나 + 진-짜 간혹 의대를 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이었어요. 이 친구들은 보통 2학년 때 지원했던 전형과 똑같은 전형으로 다시 지원을 했어요. 간혹 수능을 보는 정시로 전략을 바꿔서 공부하는 애들도 있었죠.

※ 하지만 이 같은 조기졸업 제도는 2014학년도 입시부터 크게 제한됐습니다. 지난 2012년 12월 20일, 교육과학기술부는 현재 80%에 달하는 과학고등학교 조기졸업자의 비율을 20%까지 낮추고 과학고의 교육과정 편성에 자율권을 확대하는 내용의 발전방안을 20일 발표했기때문입죠.

오…근데 정시 공부를 1년만 해서 잘 할 수가 있었어요??(라고 4년 정시공부생이 말한다.)

A : 그렇게 해서 잘 하는 애들도 있긴해요. 반전으로 애들이 언어랑 외국어를 빨리 배워요. 오히려 수리랑 과탐에서, 특히 수리에서 애들이 힘들어해요. 지금껏 배워오고 풀어왔던 유형과 너무 다르기도 하고…언어는 막히는 경우를 별로 본 적이 없어요.
저도 3학년 때 한 두 번 정도 언어를 풀어봤었는데 결과적으로 언어는 되게 잘 나왔어요…그 때 속으로 ‘언어가 어떻게 50문제나 되지?!’ ‘어떻게 탐구문제가 30분 밖에 안 주는거야ㅋㅋㅋㅋ’하고 생각하기도 했죠.

짤로 대신하는 나의 감정.jpg

친구들 다 대학으로 먼저 빠졌는데 A씨는 3학년 때 힘들지는 않았나요?

A : 3학년 때 공부하는 동안 되게 쫄리긴 쫄렸던 것 같은데 또 편안하기도 했어요. 고3 때 애들 막 자고…나가서 짜장면 먹고 들어오고 그런 적도 있었어요. (필자주 : 그 생활은 나의 일상생활…이었어.) 학교 안에서 애들끼리 경쟁하던 시즌은 지났으니까요. 그냥 ‘여기서 또 망하면 어떡하지’에 대한 고민이 정말 컸던 것 같아요. 고3 때의 내신은 기억도 안 나요. 4-5등급. 13명이 있었으니까 등급을 나눠가져간 셈이죠. 사실 제일 힘들었던 때는 조기졸업 전형에 떨어졌던 고2 때가 아니라 중3 때, 영재학교에 떨어졌을 때였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A씨와 인터뷰를 마치고, 이틀 쯤 지나 인터뷰 녹음 파일을 다시 듣다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뚜쒸…내가 인터뷰어인데 왜 이리 말이 많지…ㅎ’

과학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 눈에는 그저 신기하게만 보였던, 그래서 더 많이 알고 싶었던 A씨 자리에 앉혀놓고 저는 제 얘기를 풀어놓고 있더라구요. (눈물 훔침)

무튼, A씨가 과학고를 통해 겪어왔던 경험들이 저의 경험과 정말 많이 다르긴 했습니다. 과학고를 준비하기까지 A씨가 초등학교~중학교 동안 경험했던 일들이라던가 과학고 진학 이후, A씨가 배운 교육과정, A씨가 지원했던 입시 제도 같은 부분에서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온 저로서는 그저 신기하고 생소한 것들만 많아 보였으니까요.

아…! 소주였어!

아…! 신기해요….!

그치만 이렇게 다른 환경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우리가 또 어느 부분에서는 정말 크게 공감하고 있는 부분도 많다는 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영재학교에 떨어지고 난 뒤 A씨의 심정을 들을 때, 저는 한바탕 저의 재수생활 얘기를 했어요. (이 인터뷰를 할 즈음에서 전 열변을 토했습니다…) 아무 데도 소속되지 않은, 부유하고 있는 듯한 너무나도 스스로가 불행하게 느껴졌던 그 기분. (한 번은 학원 규율 때문에 짤릴 뻔한 적도 있었는데 심지어 그 때는 쓰러지기까지 했었어요.)

각각 겪어온 구체적인 경험은 달랐지만, 우리는 각자가 진학문제와 관련된 단계에서 한 번 미끄러질 뻔- 하면서 ‘내가 지금껏 지탱해온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을 한 번씩은 느껴봤던 거예요. 영재학교에 떨어지고 난 뒤에 A씨의 모습이라던가 재수학원에서 한 번 경고를 받았을 때의 제 모습이, 남들이 보기에는 ‘쟤는 이미 잘 하면서 왜 저렇게 절망을 하고 있을까’ 싶을 모습이었을지라도 당시에 우리에겐 그 감정이 전부였던 거죠.

참…그랬었찌…추억이다…☆

지난주에 들은 A씨의 이야기를 두고 ‘과학고 학생들의 이야기’라 일반화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보다는 ‘~~과학고를 나온 A씨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라 해두는 게 더 정확하겠죠. 요러코롬 제게는 ‘신기한 사람의 신기한 이야기’로만 느껴져왔던 과학고 학생의 이야기를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자신의 이야기’로 들려줘서 감사합니다. 인문계+재수학원 출신으로 대표되는(…) 제 얘기도 곧 한 보따리 들고 올 것게욥! (후다닥)

 

[너 어디 고등학교 나왔니?] 시리즈

1. 외고나왔다질문받는다.misfits

2. 검정고시로고졸땄다질문받는다.썸머

3. 이번엔_과학고다.interview

4. 자사고_나왔습니다.inter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