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 上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다시, 2007년 여름.

그래서 다시 여름부터 시작합니다. 굳이 이전 편에서 여름을 마저 끝내지 않은 이유는, 지금 소개할 드라마가 앞서 소개했던 <커피프린스 1호점>처럼 초흥행을 한 것도, <경성스캔들>, <개와 늑대의 시간> 그리고 <한성별곡-正>처럼 마니아 드라마 3대장에 끼기도 애매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에겐 소중한 드라마, 바로 <9회말 2아웃>입니다.

92_poster_02

이 드라마는 제목 때문에 흔히 ‘야구 드라마’ 아니냐는 오해를 받습니다. 그러나 <9회말 2아웃>은 야구 드라마가 절대 아닙니다. 물론 비중 있는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야구선수이긴 합니다만. 이 드라마는 ‘9회말 2아웃’ 상황을 인생에 빗댄 청춘들의 이야기입니다.

301stinning

주인공 홍난희(수애)와 변형태(이정진)은 서른살 동갑내기 친구입니다. 그들 앞에는 난희의 현재 애인이, 형태의 옛 애인도, 난희를 짝사랑했던 동창도, 형태를 현재 짝사랑 중인 직장 동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진한 우정을 함께하는 친구들도 있지요.

하지만 현실에는 정주 같은 연하 남친도, 형태 같은 허물 없는 남자사람친구도 없잖아요…

하지만 현실에는 정주 같은 연하 남친도, 형태 같은 허물 없는 남자사람친구도 없잖아요…

그러나 이 드라마에는 멍청하게 착해빠진 캔디형 여주인공이나 재벌그룹의 후계자, 이해 못할 악행을 저지르는 캐릭터나 서른에 도저히 구할 수 없을 삐까번쩍한 집은 없습니다. 그게 <9회말 2아웃>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큰 줄거리는 예측 가능하신대로 난희와 형태의 우정이 사랑으로 변하는 과정입니다만… 그 과정에서 풀어내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끝없는 공감을 불러오는 드라마가 <9회말 2아웃>입니다.
매번 실패하지만 오늘도 신춘문예 등단을 위해 글을 쓰는 난희나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공을 던지는 정주의 이야기 그리고 각자의 꿈과 뜻을 품고 사는 <9회말 2아웃>의 인물들은 우리 청춘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꿈-희망과 겹쳐오는 슬픔-좌절, 그러나 우리는 꿋꿋하게 나아간다…!

14th

누군가의 ‘청춘’을 엿보고 싶다면 <9회말 2아웃>을 추천합니다

그래서 완성된 2007년 여름 드라마 타임라인

경성스캔들 2007.06.06~2007.08.01
커피프린스 1호점 2007.07.02~2007.08.27
한성별곡 2007.07.09~2007.07.31
9회말 2아웃 2007.07.14~2007.09.09
개와 늑대의 시간 2007.07.18~2007.09.06

2007년의 가을은 풍요로웠습니다.

그 해의 가을은 유독 풍요로웠습니다. 미니시리즈뿐만이 아니라 주말장편드라마까지 다양한 시간대,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흥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소소한 대박(?)’부터 꼽고 가자면 KBS의 <얼렁뚱땅 흥신소>가 있습니다. 2007년 초 <달자의 봄>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이민기가 같은 방송사의 미니시리즈에 다시 등장했는데요. 특이한 캐릭터로는 소문난 예지원, 류승수 그리고 서태지의 연인(!)도 아니고 부인(!) 이은성이 함께 극을 이끌어나갑니다.

heung

한 건물의 망한 흥신소 사무실에서 짜장면을 먹던 그들은 얼떨결에 진짜 탐정이 되어 일제시대 고종이 숨겨뒀다는 열 두 개의 황금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제작진은 기획의도에서 ‘사랑 이야기가 아닌 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는데 ‘사랑’ 없이 못 사는 이 나라라 그런지 시청률은 역대 최악 수준… 3-4%대를 기록합니다.
그러나 시청률과는 또 다르게 덕후들의 이목을 끌었던 <얼렁뚱땅 흥신소>. 덕후들은 시즌2를 원했고, 작가님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밝히셨으나 방송사는 이 낮은 시청률의 드라마를 다시 편성해줄 리가 엄써(ㅠㅠ) 그리고 이 작가님, 덕후들은 다 아는 드라마 <연애시대>와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작가님이기도 하십니다요.

그러나 이런 기사 제목들이 덕후의 상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더라… (사진=네이버 캡쳐)

그러나 이런 기사 제목들이 덕후의 상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더라… (사진=네이버 검색창 캡쳐)

한편 MBC는 일주일에 사극 두 편으로 쌍끌이 대박을 이뤄냈습니다. 이병훈 감독의 <이산>과 김종학-송지나 크로스!의 <태왕사신기>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sansagi

<이산>의 이병훈 감독님은 일찍이 <대장금>, <허준>을 연출하신 것으로 유명하시지요. 워낙에 시청률 좋은 감독님이라, SBS 건너가서 연출한 <서동요>가 시청률 20%대밖에 미치지 못하자 (딱히 낮은 것도 아닌데) 실패했다 여기셨다는…
그 <서동요> 이후 만든 <이산>은 4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이병훈식 사극 스토리텔링에 지친 저는 딱히 즐겨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기는 많았다능. 대신 저를 3개월간 미치게 한 드라마! 수업을 들어도, 밥을 먹어도, 친구들과 대화를 해도, 눈을 감으면 꿈에 나오고 눈 뜨면 눈앞에 언제고 아른거렸던 그 드라마! 바로 <태왕사신기>입니다.

그 시절 저는 수지니(이지아)의 짱짱빠수니였습니다…

그 시절 저는 수지니(이지아)의 짱짱빠수니였습니다…

<태왕사신기>는 여러모로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되었습니다.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로 이름을 날린 환상의 콤비 김종학-송지나가 연출과 극본을 맡았기에 그랬고, 배용준-문소리-최민수 등의 배우들이 캐스팅됐기에 더욱 그랬고, 300억여원이 들어간 퓨젼사극이라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그 밖에 지브리 애니매이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히사이시 조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는 소식과 김진 만화 <바람의 나라>와 표절시비가 전해지며 좋든 안 좋든 주목을 받았지요.

또다시 태어나는 그날에~ 하는 아련한 노래, 기억하시남요. (태왕사신기 OST 준서-  허락)

또다시 태어나는 그날에~ 하는 아련한 노래, 기억하시남요. (태왕사신기 OST 준서- 허락)

3년이라는 사전제작기간 이후 방영된 <태왕사신기>는 MBC뉴스 시간을 연장시킨 특별한(?) 기록으로도 유명합니다. 드라마 편집이 끝나지 않았다고 20분이나 뉴스 방영시간을 늘어뜨린 것. 드라마가 인기 있어 다행이었지 인기도 없었다면 그냥 개싸가지 드라마일 뻔 했습니다…
여튼 에이, 그 드라마 재미있겠어 코웃음 치던 저는 우연히 첫 회를 보고 환웅과 사신들의 전투에 홀려 이 드라마를 시작하고 말았습지요.

새오야…하던 환웅(a.k.a 욘달프)의 슬픈 눈빛(ㅠㅠ)

새오야…하던 환웅(a.k.a 욘달프)의 슬픈 눈빛(ㅠㅠ)

<태왕사신기>의 매력은 선사시대부터 고구려 시대까지 얽히고설킨 운명의 굴레입니다. 그래서 그 당시 저는 자나 깨나 <태왕사신기> 생각뿐이었더랬지요. 이렇게 돼도 가슴 아프고, 저렇게 되어도 마음 편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 때문에…
그러나 <태왕사신기>는 역대 최악의 드라마 엔딩 top5에 꼽히는, 그런 드라마였으니… 제가 복습을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소설 <태왕사신기>나 가끔 읽으며 다른 엔딩을 상상할 뿐.

그렇게 있는 대로 운명을 꼬아놓고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는, 보던 시청자 호구 만드는 그런 엔딩이랄까… 핫핫핫

그렇게 있는 대로 운명을 꼬아놓고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는, 보던 시청자 호구 만드는 엔딩이랄까… 하하하하하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그리고 또 2007년 가을의 풍요에 한몫한 것은 주말드라마들이었습니다. MBC의 <겨울새>를 아실런지요. 최고시청률 16%대로 시청률이 높진 않았지만 호평을 받은 드라마였습니다.

winterbird

드라마 작가 김수현의 소설이 원작으로, 원작부터가 ‘막장력’이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1992년에도 아침드라마로 제작된 적이 있다고.
사실 저에게 <겨울새>는 배우 윤상현의 발견이라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드라마의 주연은 이태곤, 박선영이었으나 정작 뜬 것은 찌질한 마마보이 역할의 윤상현이었지요. 워낙 연기를 잘해 강한 인상을 남긴 탓에 MBC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까지 캐스팅이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

쪼다새 혼신의 눈물 연기 발사!

나야 쪼다새. 나를 잊었어? 뀨ㅠㅠ

또 다른 주말극으로는 문영남 작가의 <조강지처 클럽>이 있었습니다. 제가 즐겨 보지는 않았지만 온국민이 즐겨봤던 것 같은 드라마 중 하나이지요. 1999년 연예계를 떠났던 오현경의 성공적인 컴백을 알린 드라마이기도 하고 배우 안내상을 국민 깐죽이로 만들었던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jogang

후. 길었던 가을드라마 목록이 끝났습니다. 이중 <이산>, <겨울새> 그리고 <조강지처 클럽>은 2008년까지 이어져 시청자들의 안방극장을 책임졌더랬지요.

2007년 가을 드라마 타임라인

태왕사신기 2007.09.11~2007.12.05
겨울새 2007.09.15~2008.03.02
이산 2007.09.17~2008.06.16
조강지처클럽 2007.09.29~2008.10.05
얼렁뚱땅 흥신소 2007.10.08~2007.11.27

2007년은 이 드라마들과 함께 졌다.

마지막으로 겨울입니다. 지난 편에 언급했다시피, 2007년의 겨울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다소 쓸쓸했습니다. 다른 계절만큼 흥한 작품을 쏟아내진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선전한 작품이 둘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KBS에서는 <인순이는 예쁘다>가 있었습니다. 표민수 감독과 배우 김현주가 시청자들의 눈물 한 방울씩을 훔쳤지요.

pretty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인순이는 예쁘다>는 살인 전과자 박인순(김현주)이 ‘세상에 맞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랍니다. 그런 훈훈한 느낌 물씬 풍기는 드라마가 맞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가물가물 합니다. 그래도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해준 휴먼 드라마로 인기가 있었지요.
그리고 또, 그 겨울 최고의 히트작 <뉴하트>가 있었습니다. 뉴하트는 <하얀 거탑> 이후 또 한 번 MBC에서 방영한 의학 드라마로, 자체 최고 시청률 33.6%를 기록했습니다.

newheart

사실 제가 의학드라마는 이상하게 잘 못보는 터라, <뉴하트>도 중도포기 해서 여기 적을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습니다. 나혜석 역할의 김민정이 예뻤고, 지성이랑 잘 어울렸고… 근데 지성은 박보영이랑 결혼했고… (읭) 흉부외과… 리얼한 수술 장면… 그리고 어리버리한 수련의들이 여러모로 힘든 흉부외과에 지원해 사랑하고 성장하는 이야기였다고밖엔.
그래도 기억나는 건 오프닝 타이틀을 잘 만들어서 이후 수많은 ‘***드라마 뉴하트ver.’ 패러디 영상들을 낳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패러디는 요즘도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

지금 보면 매우 세련된 영상은 아니지만 특유의 bgm과 화려한 기술이 긴장감을 더합니다.

2007년 겨울 드라마 라인업

인순이는 예쁘다 2007.11.07~2007.12.27
뉴하트 2007.12.12~2008.02.28

2007년 같은 황금기, 다시 올까요.

2007년 시작부터 끝까지 길게 달려왔습니다. 마무리까지 길어지지 않도록, 간략하게 2007년 드라마 총평을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 전반적으로 다양한 군상의 드라마가 흥했다.
  •  방송사로는 MBC가 가장 흥했다. (소개된 23개 드라마 중 13개가 MBC)
  • 장르물로는 사극과 의학드라마가 두드러졌다.
  •  덕후몰이 강하게 한 드라마가 여럿 나왔다.
  • 그냥 괜찮은 드라마가 ㅈㄴ 많았다.

돌아보니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가 한둘이 아닙니다. 그러나 드라마는 복습하려면 최소 16시간 걸리기에 무작정 달려들 수 없는 슬픈 현실. 저는 우선 여러분과 추억여행 한 번 같이 한 것으로 마음을 달래보려 합니다. 그러니까 2007년 같은 황금기, 다시 있을까요.

나가는 길. 으스으 선정 2007 드라마 Top5

  1. 경성스캔들
    특징: 암울한 시대, 밝은 청춘, 그들의 희-비극.
    주의사항: 여운이 길다. 보다가 하룻밤 샌다. 그리고 눈이 붓는다.
  2.  9회말 2아웃
    특징: 서른의 서글프지만 웃음 나는 청춘이 궁금해? 궁금하면 재생!
    주의사항: 2007년답게 촌스러운 등장인물들의 차림새…
  3. 거침없이 하이킥
    특징: 통통 튀는 캐릭터와 에피소드. 하이킥은 역시 원조가 진리!
    주의사항: 167부작의 압박
  4. 태왕사신기
    특징: 퓨전+멜로+사극+판타지가 끌린다면.
    주의사항: 개똥엔딩. 허무엔딩계의 거성.
  5. 하얀거탑
    특징: 의학드라마인 듯 정치드라마인 듯 휴먼드라마
    주의사항: 끝나고 그 사람 한 명 잃은 슬픔에 오래 잠길 가능성이 농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