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문에 통계, 특히 그래프가 나올 때면 한 번 미심쩍은 눈을 하고 한 번 더 살펴본다. 수치랑 그래프랑 미묘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서 그렇다. 그래서 발견할 때마다 가끔씩 그 기사를 수집해놓곤 했다. 아이템이 고갈됐을 때 [고깝다 신문]에 써먹으려고!

그리고 마침내 그 때가 왔다. 음, 사실 그 때가 좀 빨리 왔다. 한 주 동안 이렇다 할 아이템을 발견하지 못 했다. 이 아이템은 정말 잘 쓰고 싶었는데, 나의 기대만큼의 글은 나오지 않을 듯하여 인트로를 쓰는 지금, 안구에 습기가…. 뭐, 그래도 ‘고까운 통계’를 유형 별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먼저, 가장 얼탱이가 없는 경우!

1m짜리 유딩이랑 2m 거구 운동선수랑 몸무게 두 배 차이 나는 줄 아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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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기사 내용을 다 읽으실 필요 없이, 저 노랭이 파랭이만 보시면 된다. 독자님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한 눈에 알아차리셨을 거라 생각한다. 1m짜리 유딩이랑 2m 거구 운동선수랑 몸무게 두 배 차이 나는 줄 아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네, 그렇습니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것입니다. 3차원의 세계에서 모든 것이 두 배로 커진다는 것은 그것의 총 합이 2배가 아니라 2x2x2=8 즉 8배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신문사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 때는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orz

다음으로, 보고 싶은 것까지만 보고, 듣고 싶은 것까지만 듣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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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경우인데, 딱 보면 헤드라인과 그래프가 맞물려서 애플 주가가 진짜 엄청엄청엄청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과연 그럴까? 저 그래프만 보고는 알 수 없다. 단 5일 간의 주가 정보만 나와 있기 때문이다. 기사 본문에도 나와 있듯이, 애플의 주가는 떨어지기 전날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급락’이라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경향으로 봤을 때 애플의 주가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는 기사의 정보만을 가지고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헤드라인과 그래프가 서로 딴 소리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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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보는 사람들은 대개 휙휙 넘겨본다. 기사를 아무리 공 들여 쓰더라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는 건 헤드라인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기사 같은 경우에는 헤드라인이랑 그래프랑 완전히 다른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_-; 하… 이 기사를 설명하려고 하니까 한숨부터 나온다. 워낙 듣도 보도 못한 용어가 나온 덕분에 기사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었는데, 이걸 또 설명해드리자니, 독자님들이 또 얼마나 지겨워하실까… 하는 우려가 섞인 한숨이다.

그래도! 설명하겠다.

헤드라인에서는 ‘경제추격속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래프는 경제추격지수에 대해 말하고 있다. 글자가 매우 비슷하지만 경제추격속도랑 경제추격지수랑은 완전히 다르다. 경제추격지수는 타국에 비해 자국이 어느 정도로 경제를 점유하고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 경제추격속도는 그 변화의 속도가 타국에 비해 어느 정도로 빠르냐 하는 것이다.

내가 말하고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_^

어쨌든, 요는! 헤드라인과 그래프를 맞춰달라는 거다. 왜냐하면 독자들은 헤드라인이랑 그래프랑 똑같은 말 하는 걸로, 그렇게 알아들으니까.

통계를 활용한 ㅈㄴ 과장하기도 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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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헤드라인은 이렇다.

“주먹 세상 된 중국 농촌… 비리 촌장 30%가 조폭”

사실 이 경우는 굳이 뭘 잘못했냐고 항의한다면, 기사에 거짓을 쓴 건 아니긴 하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를 다분히도! 남겼다는 데서 괘씸죄에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일단 비리 촌장의 30%가 조폭인 건 맞는 것 같다. (수치상으로는) 그런데 전체 촌장 중 조폭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가 안 나왔다.

무슨 말이냐면,

비리 촌장이 적발된 경우는 146건이다. 그 중 조폭이 30%라고 하니 43명 정도 되나보다. 전체 촌장의 수는 68만이다. 680도 아니고 6800도 아니고 68000도 아니다. 680000명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68만 명 중 43명이 조폭으로 적발됐다는 거다. 68만 명 중 43명이라고. 이 정도로 ‘주먹 세상 된 중국 농촌’이라고 해야 하는지 참으로 의문이다.

이 경우, 통계를 활용한 거짓인 듯 거짓 아닌 거짓 같은 기사를 뽑아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통계는 칼과도 같다.

좋은 사람 손에 들어갔을 때와 나쁜 사람 손에 들어갔을 때의 결과가 180도 다르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니, 통계를 볼 때마다 조심하는 수밖에는 없다. 하지만 언론이라면 당연히 좋은 쪽으로, 바르게 통계를 활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