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외치던 JTBC 뉴스 9이 바뀌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진실에 접근하겠다며 JTBC 뉴스룸으로 바뀌었다. 기존 9시에 시작하던 프로그램시각을 8시로 앞당기고, 1부와 2부로 나누어 2부는 탐사보도 등 심층보도 위주로 꾸려갔다. 첫 방송은 어땠을까?

나는 믿을거야 석희찡 믿을거야

우릴 맞이하는 꽃중년 손석희 아저씨는 그대로였다. 아니 그대로는 아니고, 오프닝부터 실수하셨다. 약간 말더듬으신 손석희 앵커는 뉴스룸의 소감을 말하고 바로 첫기사인 여론조사로 넘어갔다. 오? 참신하다. 기존 뉴스9은 여론조사를 마지막에 넣어뒀는데 뉴스룸은 여론조사를 앞에 두었다. 여론조사도 세다. 며칠 전부터 ‘담뱃값 인상’ 등의 이슈의 기저에 깔린 ‘증세 없는 복지’와 관련되어 여론조사를 했다. 남기자와 여기자가 서로 바톤터치하듯 기사를 넘기는 구도도 새로웠다.

믿고보는 갓석희

다음 꼭지는 세월호 관련이다. 기자가 서서 직접 발표하는 모습, 그걸 바라보고 있는 손석희 앵커는 마치 기말고사 팀플발표하는 학생과 교수사이같다. 일단 기자가 서서 뉴스를 진행하니 무언가 보는 맛이 난다. 기존 프라임 타임 뉴스에서는 앵커가 서서 진행하면 했지, 기자가 직접 나와서 서서하는 진행은 흔치 않았다.

한번 해 봐 이 간나ㅅ…

약빨이 다 떨어진 듯한 에볼라 바이러스 이슈도 무려 ‘단독보도’로 끌고 왔다. 한국 개발진이 치료약을 만들고 있다는 뉴스였는데, 직접 개발진을 뉴스룸 2부에 초대한다고 전한다. 이 아저씨 밀당하는 아저씨다. 뉴스9이었다면 바로 개발진을 데려왔을텐데, 그랬다면 시간부족으로 문희상 비대위원장과의 인터뷰가 날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확실히 추가편성을 하니 인터뷰 보는 맛은 좀 있다. 여유 있으니까. 8시 15분 즈음 같은 시각 다른 방송은 뭘 하나 싶었는데, MBN은 한-캐나다 FTA를 추진하는 박대통령 보도를 하고 있더라. 박대통령의 순방 2일째가 시작되었다며 박대통령의 발언 위주로 보도했다. 1인칭 시점에 가까운 절묘한 어용 뉴스보도의 전형이다(…). MBC도 찾아봤는데 여기서 기승전박대통령이다.  눈이 썩을 거 같아서 다시 돌아온다.

Oh My Eyes

군대 영현비 지급관련 문제를 보도했는데, 2001년 이후 군사망장병 유족 약 50명에게 직접 물어보는 성의있는 보도를 보여줬다. 좋다. 단순 통계치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통계치 뒤에 있는 사람을 보여주는 보도. 뉴스9에서도 보여줬는데 뉴스룸에서 보여주니깐 괜히 멋져보인다(…)

이거시 뉴스룸의 클라스

뉴스룸 출범과 동시에 시청자와 나눌 어젠다로 ‘폭력의 추방’을 선택했다는 손석희 앵커의 멘트에선 간지와 참신이 철철 넘친다. MBN 8시 뉴스도 오늘부터 안전 대한민국 GO!GO!라는 꼭지로 안전 불감증 실태를 꼬집는 캠페인을 벌이는데, 이 캠페인 알고보니까 ‘안전 대한민국 GO!GO! 마라톤대회!’ 랑도 연결되어 있다. 뻔할 뻔자다. SBS 8시 뉴스도 유독 물과 관련된 캠페인을 많이 벌였는데, 모기업인 태영그룹이 알고보니 대운하 수혜주였고 하수처리시설 관련하여 공사를 하는 기업이었다. 여기서도 그렇고 그런 캠페인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그와 달리 뉴스룸은 앵커가 대놓고 ‘아젠다’라는 표현을 하고 이를 탐사보도로 승화시켰다. 언론 본연의 기능인 공론 생성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아젠다도 ‘폭력’으로 사회의 언어 폭력, 성폭력, 조직 내의 폭력을 모두 다룬다 한다. 확실히 심층취재에 초점을 맞춘 2부가 있어서 그런지 1부 꼭지들의 깊이도 깊다.

피케티 열풍에도 3꼭지를 할애했다. 물론 각 꼭지들이 탐사보도만큼 심도 깊은 건 아니었는데, 이 정도로 할애할 줄은 몰랐다. MBC 뉴스데스크는 화재와 음주운전에 각 1꼭지씩 총 2꼭지를 할애한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그런 사고 뉴스 역시 가치가 있을 순 있지만, 자극적이기만 한 뉴스가 프라임타임에 올라갈 필요가 있을까?

2부로 넘어간다. 아까 말한 폭력의 추방 뉴스가 심층보도된다. 아, 참고로 심층보도는 2일에 1번 꼴로 나온다는데, 심층보도인만큼 기사의 퀄리티가 중요해서 그런 거 같다. 개인적으론 3일에 1번 꼴로 나와도 될 거 같은데 아마 주말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 눈에 가장 띄었던 건 ‘팩트체킹’이었다. 유명인의 발언에 담겨진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한다는 코너다. 오늘은 담뱃값 인상과 관련하여 여당의원의 의견을 가차없이 반박했다. 가장 객관적이어야만 할 ‘사실관계’를 통해 의견을 이렇게 세련되게 주장할 수 있다니! 흥미로웠다. 아 시작 전에, 손석희 앵커의 ‘앵커브리핑’이 있었다. 아마 2부에 나올 보도들과 관련하여 손석희 앵커가 축약 후 제시하는 코너 같다.

아~아쉬워라

솔직히 아쉬운 게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100분 뉴스를 처음 봐서 그런지 좀 지루한 감이 있었다. 뉴스가 100분 동안 계속 나오는데, 1부의 꼭지와 2부의 꼭지가 겹쳐지는 지점이 몇 개 있었다. 동어반복 같은 느낌이 나서 재미가 없었다. 오늘 오전에 손석희 앵커가 뉴스룸과 관련된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일보와 협력해서 인력난을 해소하고 있다고 했는데, 많이 중요해보인다.

아쉬워 ~

탐사보도 역시 아쉬웠다.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탐사보도가 생각보다 깊지 못했다. 물론, 2일에 1번 방송되는 탐사보도 꼭지에서 뭘 더 바라겠냐만은, 아쉬운 건 아쉽다. 총리실과 관련되어서는 과거 민간인 사찰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외국에선 이런 이슈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도 있었을텐데 생각보다 얕다는 느낌? 기존 프라임 타임 뉴스들에서 하는 ‘심층취재’코너와 어마무시하게 차이가 나는지는 모르겠다.

또 1부에 나온 공무원 연금 이슈와 관련해서 공무원 연금 개혁의 방향은 어떤지, 이걸 연구했던 한국연금학회는 어떤 곳인지를 더 심층취재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공무원 연금 이슈와 전교조 이슈를 연달아 내보냈는데,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없어서 아쉬웠다. 오늘말고 내일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기대보다는 아쉽고, 우려보다는 참신했다. 손석희 앵커와 대면하는 기자들의 긴장을 느낄 수 있었고, 손석희 앵커의 결의가 느껴지기도 했다. 지면 기사도 아니고 방송 기사에서 저널리즘의 본질을 얼마나 찾을 수 있을진 모르지만, 우리의 갓석희께서는 그 본질에 두세 수 정도 다른 언론사보다 나아가있다. 바야흐로 언론 야만의 시대인 지금, 손석희 뉴스룸이 신기원이 될지, 그저 그랬던 시도 중에 하나가 될지 지켜보고자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