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으로, 내킬때마다, 술이 매우 땡길 때마다 돌아오는 음.주.가.무! 이번 주는 필진들의 어느 날 뒷풀이 풍경과 함께 한 고진감래.ssul입니다.

고진감래, 그 이름도 얼마나 달콤한가

때는 랫사팬더가 처음 한국의 어메이징한 음주문화를 접하던 신입생 OT시절. 선진문물에 눈을 떴던 친한 친구의 생일이었다. 오, 생일. 안양을 주름잡고 놀았기에 안양이 너무나 가고 싶다는 강력한 생일자의 의지에 따라, 쩌리들 네 명은 모여서 무려 광역버스를 타고 안양에 가서 곱창 골목에 기어들어가서 2층에 자리를 잡았다. 구리구리하고 지저분하지만 뜨끈-한 바닥에 누룽지 눌러붙듯이 자리를 잡은 우리는 곱창을 안주 삼아 술을 부어라, 마셔라 마시기 시작했다.

어 이거…존나좋군!

이 친한 친구라는 아이는 고등학교 때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그 때 고진감래와 삼배주 등 다양한 종류의 폭탄주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생일에 나머지 쩌리 세 명이 폭탄주 하나 말아줄 줄 모르자 혼자 폭발해서 우리에게 폭탄주를 강의하기 시작했다. 오오, 오오, 오오. 그 때 나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이거… 너무 재밌잖아?

그 때 처음, 그 뜨끈하고 발냄새나는 장판바닥에서 배운 고진감래의 맛을 나는 오랫동안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소맥 정도의 이-지한 폭탄주에 지친 나는 고진감래 전도사가 되었다.

뒤풀이는 (폭탄)주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창 미스핏츠가 어떻게 되어야 할지를 고민하며 꽁냥질을 하던 나의 여름은 회의와 회의보다 더 긴 뒷풀이로 화려하게 장식됐다. 일부러 그런 걸 보고 뽑은 것도 아닌데 – 정말로 글만 보고 뽑았는데 – 우연히도 모인 7명의 필진들은 모두 꽤나 진지한 애주가였다. (물론 ‘지켜본다’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를 제외한 여섯 명의 필진은 다른 데에서는 발휘하지 않는 폭력성을 음주 강권에 쏟고는 한다. 그러니까 너도 강제 애주가 ㅋ)

왜 잔에 부어? 3천에 한 병 하면 딱이더만

뒤풀이에 가서 한 명이 씨익-웃으며 맥주 3천을 시키면 다른 한 명이 씨-익 웃으면서 소주 한 병을 시켜서 거기에 들이붓는 느낌? 그야말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다. 그리고 그렇게 매주 이어지던 뒷풀이의 행진 중, 랫사팬더는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아. 내 집에 들어앉아있는 그 조그만한 데킬라, 한번 부어버려? 하고 말이다.

틀에 박힌 생각을 거부한다

‘고진감래  = 콜라 + 소주 + 맥주’라는 클래시컬한 공식을 데킬라를 가지고 비틀어보자는 나의 야망은 곧 으스으를 비롯한 다수의 필진들에게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촤하하. 그냥 데킬라 말고, 요 미니미니하고 귀여운 공항에서 사온 미니어처 데킬라를 가지고 말이다. 아직 맛본 적 없는 데킬라 브랜드이길래 신선한 기분으로 기꺼이 구매를 했던 이 4종 미니어처 세트는 꽤 제대로 된 세트였다. 그말인즉슨, 데킬라의 숙성 연도별로 다양한 주종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잠깐 상식: 데킬라란 술은

얘가 용설란입니다,

데킬라라는 술은 용설란이라고 부르는 희귀해 보이는 것을 원료로 한다.하지만 막상 보면 별거 아니다. 이 용설란을 남미의 꼬부랑말로는 메즈칼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데킬라 아가베’라고 이름도 ㅈㄴ 데킬라스러운 놈을 가지고 만든 술이 데킬라. 그런데 위스키나 꼬냑 같은 과실주 기반의 술 뿐만 아니라 데킬라와 같은 증류주도 숙성을 거치면 거칠 수록 또 맛이 달라진다.

우리가 흔히 아는 무색무취에 가까운 투명한 데킬라는 갓 만들어진 애긔애긔다.  여기서 조금 더 묵은 2개월~1년산 정도의 데킬라는 황금색으로 변한다(꼬부랑말 정식 이름: 레포사도). 그것이 1년 이상 묵으면 진한 갈색으로 변한다(아네호). 3년 이상 묵으면 엑스트라 아네호! 여기에 다양한 향취와 맛을 첨가해서 커피맛 데킬라나 다양한 과일맛 데킬라도 변종으로 탄생한다.


그래서 내가 사온 그 미니어처 박스에는 블랑코, 레포사도, 아네호가 있었고, 마지막으로 커피맛 데킬라가 들어 있었다. 이 중 데킬라 베리에이션 고!진감래를 위해서는 달달하고 강렬한 커피맛 데킬라와 산뜻하고 애긔애긔한 블랑코찡이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양 극단의 두 데킬라를 들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날이 밝았다 … 라기보단 그 날이 졌다

해가 지고 만나는 음습한 덕후들의 특성상, 보통 필진들은 저녁 7시 정도에 회의를 시작해서 1~2시간 회의 후 무한한 뒤풀이의 세계로 몸을 날리는데, 그 날은 무슨 이유에서인진 몰라도 생각보다 회의가 일찍 끝났다. 밖에 나와보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이정도 비따위는 우리의 뒤풀이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비내리는 날엔 오꼬노미야끼야!라고 외치며 일곱 사람이 자리 잡은 곳은 강남 뒷골목의 모 이자카야. 보통 이자카야에 오는 인원보다는 약간 많은 7명이라는 특징 아닌 특징 덕에 가장 안쪽의 가장 큰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여지없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맥주와 소주 약간 병을 시키고, 잔을 몇 개 더 달라고 했다. 응컁컁컁. 랫사 주모 모드로 돌변한 나는 신이 나서 데킬라로 고진감래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시도. 여느 고진감래처럼 말아본 데진감래. 신변보호를 위해 본의아니게 필진 중 한 명의 얼굴을 용의자 모자이크(...) 처리

첫 번째 시도. 여느 고진감래처럼 말아본 데진감래. 신변보호를 위해 본의아니게 필진 중 한 명의 얼굴을 용의자 모자이크(…) 처리

그렇지만 결과는 fail. 커피 데킬라와 콜라를 동급 취급하는 것에 화라도 난 것일까? 커피 데킬라는 아랫잔에서 잘 빠져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했다. 콜라가 그래도 ‘물’에 가까운 액체임에 반해 커피 데킬라님은 농도가 짙어서 조금 끈적끈적한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소주잔과 잔 사이의 미묘한 간격을 뚫지 못하고 아랫잔에 그냥 머무르셨던 것이다. 감히 대접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양주님. (물론 그렇게 말아놓은 양주도 직접 잔을 분리해가면서 열심히 먹어준 필진들은 정말… 짱이다. )

플로팅 시켜봤습니다. 저기 저 동그라미 친 부분이 맥주 위에 플로팅 된 애기 데킬라. 그리고 잔 아래에 짙어지는 부분의 색이 커피 데킬라이옵니다.

플로팅 시켜봤습니다. 저기 저 동그라미 친 부분이 맥주 위에 플로팅 된 애기 데킬라. 그리고 잔 아래에 짙어지는 부분의 색이 커피 데킬라이옵니다.

그래서 나는 근본없는 칵테일 기초 테크닉 중 하나인 플로팅을 응용해보기로 했다. 일단 맥주를 붓는다. 그리고 도수가 높아 가벼운 물질인 1년산 데킬라를 위에 ‘플로팅’ 시킨다. 점성이 높고 농도가 짙은 액체인 커피맛 데킬라는 가장 나중에 넣으면 데킬라 선라이즈(사진)처럼 아래로 그라데이션을 내며 이쁘게 가라앉는다. 그래서 나온 이 비주얼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리고 맛도 원래 의도한 고진감래의 맛과 비슷했다. 처음엔 불타는 1년산 데킬라(소주 대체), 그리고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면 마지막엔 달달하고 코가 찡-한 커피맛 데킬라(콜라 대체)가 나오는 것이다. 고진감래 맞잖아. 이것은 훌륭한 한국 문화의 글로벌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맛에 대한 필진들의 코멘트:

비가오려나: 음 그것은 마치 이베리아 반도의 술을 한 잔 한 여인이 연상되는 맛이었어요. 처음 보는 맛이지만 어딘가 낯설지 않은….. 다음엔 저도 플로팅 해서 주세여 ㅠㅠㅠ

으스으: 저는 고진감래도 랫사가 타줘서 처음 제대로 먹어봤어여. 그것도 사실 충분히 환상의 맛이었는데… 데진감래는 솔직히 그냥 나가서 팔아도 됨. 고진감래보다 알콜이 쎄서 더 좋음. 맛도 더 고급져. 진짜 짱맛ㅋ 커피맛 데킬라 집에 모셔두고 싶음ㅋ 브랜드 이름 메모해둠ㅋ 외국 나갈 일 있으면 한 병으로 쟁여올테니 말아주시옵소서 랫사님이시여.

왕년이: 나는 그를 사랑했다. 그는 뜨겁고 따끔하게 내 안으로 들어왔지만 이윽고 따뜻하고 달콤한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는 내 정신을 뒤흔들어 놓았다. 나는 그로 인해 아침까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의 반전을 밤새도록 사랑했다. – 커피향 데킬라의 고진감래를 마시고.

썸머: 좋군요. 더러운 펍에서 수염 기른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저씨와 썸 타는 느낌. 이런 맛은 처음이었습니다. 이래서 랫사랫사 하나 봅니다.

지켜본다: 먹자마자 집에 갈 걱정이 드는 그런 맛이었음. 나 술 못먹는데 분명히 이거 맛있어서 계속 먹을텐데 그럼 집에 제정신으로 못갈텐데…택시는 안되는데….렛사님…살려주세여….<진짜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