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스덕의 일기 1편에서는 2002 스카이 스타리그부터 파나소닉을 알아보았다. ‘영웅’ 박정석부터 ‘천재’ 이윤열의 스타리그 우승까지를 그렸다. 오늘 2편에서는 ‘엄마 사랑해요’의 올림푸스 스타리그부터 ‘몽상가의 예고 우승’ 한게임 스타리그까지 알아보겠다.

‘엄마 사랑해요’

‘천재’ 이윤열 역시 스타리그의 우승자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했다. 이윤열-임요환-박경락-이재훈으로 구성된 죽음의 조에서 이윤열은 생존하지 못했고 ‘황제’ 임요환과 ‘3대 저그’ 박경락만이 생존했다. 임요환과 이재훈의 경기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MC 용준’ 영상을 만들어냈다. 여전히 ‘토막(토스전 막장)’이던 임요환과 테란 잡는 귀신이던 이재훈의 경기는 임요환의 ‘바카닉(바이오닉+메카닉)’으로 승부가 났다.

일부는 시즈모드 일부는 퉁퉁퉁퉁

 이 때 다른 조에서는 임요환-이윤열과 같이 3대 테란으로 거론되는 ‘퍼펙트 테란’ 서지훈이 전승으로 8강에 진출했다. 사실 완벽한 운영으로 ‘퍼펙트 테란’ 이란 별명을 얻은 것 같지만, 서지훈의 완벽한 운영은 ‘네오 비프로스트’ 한정이었다. 이전 리그인 파나소닉 스타리그에서도 비프로스트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며 3대 테란의 씨앗다운 면모를 보였다.

사실 파나소닉 스타리그부터 ‘서지훈이 3대 테란이냐 아니냐’라는 논쟁은 많았지만, 그건 그야말로 논쟁이었고 본격적인 즉위식은 올림푸스 스타리그에서 있었다. 더군다나 그 즉위식이 기존의 최강 임요환과 홍진호를 꺾었기에 그야말로 ‘노다웃’이었다.

서지훈 하면 여장부터 떠오른다(…)

4강에서 한 쪽은 임요환과 서지훈이, 반대쪽에선 홍진호와 박경락이 맞붙었다. 많은 팬들의 기대는 결승전 ‘임진록(임요환과 홍진호의 라이벌대전)’에 맞춰줬다. 그런 기대와 다르게 이 스타리그는 박경락 3연 4강의 시작, 서지훈의 왕좌 등극으로 끝났지만 말이다.

물론 그 후폭풍은 비교할 게 못되지만 올림푸스 스타리그는 김택용의 2007년 3.3 혁명이 있었던 곰TV MSL 시즌 1과 닮았다고 본다. 당대 최고의 테란으로 불리던 임요환을 가차없이 3: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한 서지훈과 당대 최고의 토스던 강민을 3:0으로 꺾은 김택용은 닮았고, 당대 최고의 저그던 홍진호와 마주작 역시 닮았다.

어쨌거나 임요환을 3:0으로 셧아웃한 서지훈은 이후로도 유독 티원테란(임요환-최연성)에게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윤열에게는 빌빌댔지만 임요환과 최연성만 만나면 진짜 ‘가두고 팼다’.

자제했나보다

그렇게 많은 팬들을 놀래킨 서지훈은 결승전에서 홍진호와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승부를 만들었다. 역대 스타리그 결승전 중 최장시간을 자랑하며 3:2 명승부를 자랑한다.

솔직히 이 경기를 모두 본 나로서는 홍진호가 좀 억울한 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1경기 노스텔지아에서 서지훈 측의 에러로 재경기가 났는데, 5경기에 쓸 전략을 이 재경기에서 써서 이기긴 했으나 결국 5경기에는 그 전략을 쓰지 못해서 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당시엔 꽤나 논란이 있었다. 콩이 썼던 전략은 9드론 앞마당이었는데 이게 벙커링과 달리 한 번 당하면 두 번은 당할 수 없는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지훈의 일방적인 잘못이 아니라 주최측과 서지훈측의 엄대엄 잘못이었고, 그때는 지금과 달리 장비와 관련된 규정이 없었다. 이로 인해 ‘정전록’과 대비되게 재경기가 선언됐고 대인보 콩은 이를 승낙했다. 이 모습은 지니어스 2 : 룰브레이커 4회에서 ‘이은결 토사구팽’ 사건에서도 다시 나타난다.

은결찡… 은결찡!

실제로 홍진호 역시 올림푸스 스타리그를 가장 아쉬워 했다(3연벙은 가장 충격 가장 아쉬운 건 올림푸스). 물론 5경기만 아쉬운 건 아니다. 개인적으론 2경기가 제일 아쉬웠는데, 본진플레이를 하는 테란한테 잠깐의 빌미를 줘서 저그의 멀티가 다 털린다. 결국 쥐쥐까지..

요놈들이…

이렇게 만들어 버린답니다

서지훈이라는 신성을 확인하게 된 올림푸스 스타리그. 2002 네이트 스타리그부터 2003 올림푸스 스타리그까지 프로토스는 그저 거들뿐, 결승은 테란과 저그가 다 해먹었다. 전국의 100만 토스들이여 서러워 말라. 이제 토스의 시대가 열리니…..

1위 서지훈, 2위 홍진호, 3위 임요환. 결국 콩은 시상식 이후에 울었다.

 올드보이의 귀환 마이큐브 스타리그

2003년에 스타리그는 꽤나 큰 변화를 겪었다. 일단 임요환이라는 거물을 주축으로 동양 오리온이란 프로게임단이 결성됐고, 이에 힘입어 지금의 프로리그가 시작됐다. 번외로 말하겠지만 프로리그의 원년리그인 2003년 프로리그에서 임요환의 오리온이 우승했다.

임요환말고 큰 공을 세운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박용욱이었다. 주훈 감독이 마티즈에 임요환을 태워서 왔다갔다하는 사이에 수능을 치고 돌아온 녹뚜기(박용욱의 별명)가 제철을 맞아 큰 도움을 줬다는 훈훈한 이야기(…).

박용욱은 2001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에서 임요환과 4강에서 만나 그에게 1패를 안겼다. 그리고 대입을 끝내고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그가 돌아온 리그가 마이큐브 스타리그였다.

박용욱은 ‘악마의 프로브’로 유명했는데, 그 일화는 듀얼토너먼트(스타리그의 하부리그격)에서 시작된다. 가뜩이나 토스가 유리했던 맵 ‘기요틴’에서 박용욱은 이운재를 프로브 1기의 견제로 발랐다(…).

마이큐브 스타리그에서 쓰인 맵은 패러독스, 기요틴, 신개마고원, 노스텔지아로 전반적으로 프로토스가 유리했다. 그래서 그런지 16강 시작은 5테란 6저그 5토스였지만 8강은 4토스 2테란 2저그, 4강은 3토스 1저그였다. 물론 이런 요소가 드라마를 쓰니, 그게 바로 임요환 대 도진광의 경기였다.

패러독스는 본진에 미네랄이 많고, 2가스에다가 완전 섬맵이라 테란의 장점인 마인, 조이기가 묻히고 토스의 장점인 견제와 캐리어 활용이 극대화되는 맵이었다. 심지어 임요환은 여전히 토막이니 이름값의 차이가 있더라도 도진광의 우세가 점쳐지는 경기였다. 예상처럼 도진광은 임요환을 압박했고, 캐리어까지 무난히 뽑았다.

이걸 테란이…?

스타리그 역사상 최고의 명경기로 뽑히는 이 경기에서 임요환은 서로 간 먹는 자원이 없어도 골리앗을 뽑는 진기를 보이며 이겼다. 사실 이 승리는 임요환의 신기에 가까운 수비와 평소 저축-컨트롤하느라 유닛을 뽑지 않아서 돈이 남는-습관에 도진광의 무모한 꼬라박으로 인해 나온 경기다.

물론 지금 봐야 OME(OH MY EYES)를 외치는 안타까운 경기지만, 라이브로 본 입장에서 숨넘어가는 경기였다. 학원 끝나고 티비 앞에서 무릎꿇고 본 경기는 이 경기와 2013 LOL 챔피언스섬머에서 CJ BLAZE와 KT BULLETS의 8강이 유일했다. 안타깝게도 임요환은 이 경기 이후 이뤄진 8강에서 3토스를 만나며 1승 2패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필자는 무릎을 꿇었다. 그분이시여!

4강에서는 박경락과 박용욱의, 강민과 박정석의 경기가 열렸다. 강민과 박정석은 당대 최고의 토스들이었는데 박정석은 다시 돌아온 영웅, 강민은 겜비씨 스타리그에서 천재 이윤열을 3:0셧아웃 시킨 새로운 토스의 아이콘이었다. 반대쪽의 박용욱은 그야말로 올드보이의 귀환(수능 보고 온 거니 올드보이라고 할 수는 없다만)으로 그려지고 박경략은 2연속 4강으로 우승을 도전하는 3대 저그였다.

강민과 박정석의 프프전은 정말 피말리는 싸움이었는데, 3:2로 강민이 이겼다. 박정석은 정파(힘싸움과 게이트유닛 위주), 강민은 사파(전략과 고테크유닛 위주)로 분류되는데 태극문양처럼 그 둘의 싸움이 꽤나 조화를 이뤄서 명경기가 나온 거 같다. 반대쪽 박용욱과 박경락은 3:0으로 원사이드 한 경기가 나왔다. 박용욱 자체가 저그전이 꽤나 준수했지만 맵 자체가 토스에게 손을 들어주었기에 스윕이 나왔다.

아, 박정석이 정파, 강민이 사파면 박용욱은 쩜오였다. 소수유닛교전, 고테크유닛활용 등 정파와 사파의 모습을 모두 잘 썼기에 뭐라 분류할 수가 없었다. 좋게 말하면 혼합이고 나쁘게 말하면 어정쩡한 건데, 이때문인지 개인리그 성적도 3대 토스(강민-박용욱-박정석)에서 가장 떨어진다.

3대토스.jpg

그렇게 올라간 결승전에서 박용욱과 강민의 결승전은 3:1 박용욱의 승리로 끝났다. 반대쪽 스타리그에서 우승을 한 강민을 꽤나 손쉽게 박용욱이 제압했다. 이때부터 박용욱과 강민의 천적관계는 이어지는데, ‘몽상가’, ‘최후의 성전’ 등 최고의 수식어가 붙는 강민이 유난히 박용욱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내 기억에 당시 강민은 준우승 이후 인터뷰에서 ‘다시 올라와서 우승하겠다’라고 한 거 같은데, 뭐 자료가 없다.

메뚜기는 역시 가을이죠. 참고로 21살의 비주얼임.

강민의 예고우승

준우승이 우승이 되는 시간 3개월

사실 NHN 한게임배 스타리그는 나에게 듣보잡 중 듣보잡이었다. 왠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임요환이 16강에서 탈락해서 그런지 제대로 보질 않았던 거 같다. 한게임 스타리그는 전시즌 준우승자였던 강민의 우승자등극, 엠비시게임 스타리그 3위이던 전태규의 준우승으로 마무리된다. 전태규는 테란과 저그는 진짜 패고 다녔고, 유난히 프프전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 약한 모습은 전성기에도 그대로였고, 결국 강민이 손쉽게 우승해버린다.

한게임배 스타리그를 잇는 스타리그는 질레트배 스타리그인데, 이를 기점으로 스타리그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질레트 세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