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권에 대항해서 국민의 대표를 지키려고 만든 불체포 특권이 한국에 와서 국민에 대항해 자기들 신병을 지키는 용도로 변질됐습니다.

잠깐 욕먹을 각오로 국회의원 전체의 이익을 지키자는 계산이 얄밉습니다.

그래서 잠깐 욕하고 말면 안 됩니다.

뉴스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9월 3일 SBS뉴스에서 김성준 앵커는 이렇게 클로징멘트를 날렸다.

잠깐 욕하고 말면 안 되는 주체는 국회의원들이고, 계속 욕해야 할 이유는 방탄국회를 버젓이 실현하시고 마는 철면피 때문이다.

사람들도 분노했는지, 이 멘트를 담은 영상은 꽤 많이 공유됐다. (페이스북 기준 ‘좋아요’ 9300건 이상, 공유 900회 이상)

(영상으로 보시겠다면 아래를 클릭)

“그래서 잠깐 욕하고 말면 안 되는” 건 사실 엄청 어려운 일이다.

그 중 나의 마음 어딘가를 건드린 건 마지막 말이었다.

“그래서 잠깐 욕하고 말면 안 됩니다.”라는 그 말.

그래서 “그래 잊지 않겠어”라고 다짐을 해보려는데…

이 익숙한 느낌… 안 될 거야 아마…

잠깐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거 엄청 어려운 거다.

왜냐하면, 우리는 망각하니까.

망각하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기억은 왜곡되니까.

 

기억은 왜곡된다.

사안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은 사안을 접한 바로 그 순간뿐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이미 뇌에 주입된 기억은 ‘망각’과 ‘왜곡’을 활발히 시작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제대로, 합리적으로, 지속적으로 ‘방탄국회 사수한 국회의원 놈들’을 욕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떤 사안은 우리가 받아들이는 그 첫 순간부터 왜곡된 채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제대로 받아들여도 기억하기 어려운데, 처음부터 잘못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건, 음…… 답이 안 나오는 거다.

답이 없습니다, 답이 없어요.

그래서 찾아봤다.

각각 신문들은 어떻게 ‘방탄국회 국회의원 놈들’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러면 독자들은 이 사안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 것인지 예상할 수 있다.

‘어이없는’ 순으로 정리해봤다.

 

방탄국회 책임, 여나 야나 또이또이?

동아일보는 참신한 헤드라인을 뽑았다.

“새누리 최소 49명, – 새정치연합 최소 23명, ‘방탄 동참’”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에 반대를 던진 인원이 새누리당은 최소 49명 새정치연합은 최소 23명이라는 건데, 새누리당 의원이 애초에 더 많으니까, 이 헤드라인만 보면 저 ‘새’나 이 ‘새’나 그 놈이 그 놈 같은 뉘앙스를 아주아쥬아쥬 강하게 풍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이건 아니다.

송광호 의원은 새누리당이고, 상식적으로 ‘반대표 중 절대다수는 새누리당에서 나왔을 것인데, 새누리당 의원 수를 모두 합쳐도 반대표보다 적기 때문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 중에는 야당도 포함된다.’는 해석이 맞다.

이런 식으로 표현한 신문은 동아일보를 제외하고는 한 곳도 없었다.

경향신문처럼 이렇게 표현하는 게 진실에 가깝다.

 

이 와중에 숫자 제대로 못 읽은 중앙일보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데 중앙일보(野 14명 이상 반대)와 경향신문(野 28명 이상 반대)의 수치가 다르다. 2배나 차이난다. 중앙일보가 표결에 참여한 새누리당 의원 수를 잘못 계산한 것에 따른 계산 착오다.

그냥 한숨만

(방탄)국회를 표현하는 법

각각 신문이 국회를 어떤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는지 보여준다.

메인이슈인 ‘방탄국회’ 이외의 어떤 수식어를 끌어왔다는 것은 어떻게 독자들이 국회를 기억하게 할 것인가와 큰 관련이 있다.

동아일보는 ‘일 안 하는 국회’로, 경향신문은 ‘세월호법 사안에서 무능함을 보여주고 있는 국회’로 독자들이 국회를 바라보도록 의도했다.

사실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찾아본 기사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사진에 붙은 캡션이었다.

“본인도 깜짝”이라니, 짜증나게 깜찍한 캡션이라 나도 깜짝 놀랐다. ㅋㅋ

다시는 깜짝 놀랄 일이 없기를 소박하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