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목요일에 부엉이’ 노션에 올라온 글을 미스핏츠에 맞게 편집한 것입니다.

거창하다, 연구자의 검이라니!

그러나 모두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키보드는 연구자들의 강력한 무기입니다. 아, 물론 연구자들에게만 국한되는 말은 아니죠. ‘키보드 워리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어요? 단어의 의미와 용도가 제가 쓰려는 글과 크게 연관은 없어 보이지만 키보드를 통해 언어라는 무기를 휘두르는 것을 언급하는 단어에서도 현재의 키보드가 가지는 상징성을 읽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껄껄.

랩탑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 굳이 별도의 키보드를 구비하지 않는 분들도 많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데스크탑이야 입력도구를 다 따로 갖춰야 하지만 랩탑에는 키보드 장착은 물론 마우스를 대신할 트랙패드도 있으니까요. 키보드는 대강 3가지로 나누는대요.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보통의 키보드에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멤브레인 키보드가 있습니다. 키 하단에 전기가 통하는 고무패드에 눌러지는 미미한 압력으로 신호가 전송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랩탑에 들어가는 얇은 두께의 키보드는 펜타그라프 방식이라고 한대요. 애플의 맥북 키보드가 가위식으로 만들어졌다더라, 나비식으로 바꼈다더라 하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으실까요? 이 가위형태, 혹은 나비형태의 구조물을 팬타그래프라고 하고 키의 높이를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계식 키보드가 있죠. 스프링을 사용한 축이 특징이에요. 참 복잡하죠?

저는 어릴 때 버튼이 달린 전화기를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습니다. 버튼을 누르는 행위와 느낌을 너무 사랑했어요. 동일하게 계산기 누르는 것도 좋아하고, 눌렀을 때 바로 튀어 올라오는 모든 버튼을 누르는 것을 즐겼습니다(물론 초인종 누르고 도망가는 그런 일은 하지 않았고요?). 그런 부리부리박사가 크고 나니, 아니 모두가 지겹게 키보드를 눌러야 하는 사회가 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뜻밖의 덕업일치랄까요. 그러니 키보드에 대한 관심은 저에게 있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포터블 기기가 늘어나니 키보드도 덩달아 늘어납니다.

특히 태블릿을 활용하자니 키보드가 필요했습니다. 수업이 있을 때, 간단히 메모하고 글을 작성해야 할 때 아이패드 키패드로는 글을 쓰다가 다 까먹게 생겼더라 말입니다. 그러니 필요한 것은 바로 블루투스 키보드!

블루투스 키보드를 검색해보면 가격, 종류가 너무나도 많아서 본인이 확고하게 세운 예산과 기준이 없다면 시장바닥에서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가격이 싼 키보드, 특정 태블릿에 맞춰서 나온 키보드, 유명한 회사가 만드는 비싼 키보드, 휴대성을 극대화시켜 돌돌 말거나 접는 키보드 등 선택지가 많고 여러가지를 써 본 결과, 제 기억에 남는 건 두 가지에요. 바로 로지텍에서 나온 K810과 keys to go 모델입니다.

K810은 출시 당시부터 수려한 디자인과 크기, 키감 등등 여러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으로 꽤나 고가의 상품에도 불구하고 단종된 지금까지 인기를 얻고 있는 키보드입니다. 윈도우 사용자를 위한 K810과 맥 사용자를 위한 K811 모델이 있습니다. 저는 맥북 사용 전에 구매한터라 윈도우용을 소지하고 있어요. 오래 전 생일에 오래비 찬스로 손에 넣은 후 현재까지 잘 사용하고 있어요. 스마트TV 입력기로도 활용하고 있고, 들고 다니기에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 가끔 아이패드만 들고 나갈 때 동행하는 아이입니다.

아이패드 미니5를 구매한 이후, K810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해도 기술이 발전하는데 더 작고 더 가벼운 키보드를 또 찾게되더라고요. 그래서 미국 아마존을 통해 로지텍의 keys to go 키보드를 구매하였습니다. 크기는 딱 아이패드만하고 두께도 얇아서 들고 다니기에 정말 이만한 것이 없었어요. 그러나 얼마 쓰지 못하고 중고거래를 해버렸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키감이었어요. 키보드 자체가 얇다 보니 타이핑을 할 때 제대로 치고 있는건지 아닌지 촉각으로 알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또한 폭도 좁아 손이 큰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오타가 났고 수정하기 위해 백스페이스를 찾다가 또 다른 오타로 이어지곤 했죠.😤

로지텍 keys to go. 현재는 애플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오픈마켓에서도 구매가 가능합니다.

다년간의 키보드 메뚜기 생활을 통해 역시 키보드의 가장 큰 미덕은 키감이라 강력히 주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격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로지텍 사의 키보드를 선호하나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키감에 집중하다보면 결국 도착하는 곳은 정해져 있답니다 여러분.

전문가도, 게이머도 아닌데 기계식 키보드라…

기계식 키보드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된 것은 2013년이었습니다. 맥북프로를 구입한 시점이었죠. 맥북 유저 커뮤니티를 서칭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보통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키보드겠거니 했는데 계속 보다 보니 한 번 사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입문용으로 당시 많이들 추천하던 한성컴퓨터의 go184 모델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84키 미니 레이아웃에 체리믹스 흑축 키보드였어요(현재는 단종).

여기서 잠깐! 기계식 키보드의 축에 대해서 잠시 언급하고 넘어가야겠죠? 키를 고정하는 스위치를 축이라고 하는데 스위치의 제조사와 색에 따라 그 특징이 달라진답니다. 가장 유명한 스위치를 만드는 회사는 독일의 체리 사로, 이 회사에서 개발한 체리축의 특허 기간이 종료되면서 비슷한 류의 상품들이 개발되고 있어서라고 해요.

체리축은 흑축, 적축, 청축, 갈축 등으로 스위치를 명명합니다. 기계식 키보드라 할 때 기대할 수 있는 경쾌한 타건감이 자랑인 청축의 공식 이름은 클립 방식입니다. 주로 게이머들이 많이 사용하는 키보드가 청축이라고 해요. 키감이 경쾌한 대신 소음이 강하기 때문에 혼자 있는 공간에서 추천하는 키보드입니다. 갈축은 넌클립 방식이에요. 청축과 반대되는 개념이겠죠. 키보드를 누를 때 약간 무겁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합니다. 다음으로 적축은 리니어 방식으로 소음이 적고 조금 심심한 느낌의 키감을 가지고 있대요. 흑축은 적축보다 묵직한 키감을 가지고 있어서 키압이 어느정도 있지만 장시간 사용할 때 손의 피로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여기서 더 세분화된 스위치들도 제품으로 나오고 있어요.

한성의 go184 모델은 제가 1-2년 쓰다가 다른 연구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후 현재는 사무실 한 켠 노는 데스크탑에 물려져 있어요. 키보드가 돌고 도는 이유라 하면 제가 새 키보드를 샀기 때문이겠죠?

레오폴드 fc750r. 키캡놀이는 기계식 키보드 사용의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입문용을 사용하다보니 슬슬 또 다른 키보드를 찾게 되었어요. 뭔가 입문용보다 한 급 위를 사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랄까요(사실 키보드를 바꾸면 논문이 잘 써질 것 같은 기분에 충동구매를 했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로 구매한 기계식 키보드는 레오폴드의 fc750r 갈축 영문 측각 모델입니다. 검은 키보드 윗판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고요. 키 측면에 알파벳만 새겨져 있는 모델이에요. 한글 표식은 굳이 없어도 IT 강국의 국민이라면 그 정도는 다 외우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레오폴드는 국내 제조사라 만듦새 등에 비해 가격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었어요. 가성비가 좋다는 것이죠! 그리고 굳이 고급 브랜드의 키보드가 아니더라도 중저가 키보드 역시 나에게 맞는 키감을 선사한다는 경험을 이미 해보았기 때문에 고급 키보드에 대한 동경이 크지도 않았어요. 이 키보드로 학위논문도 써냈고, 구매한지 4-5년이 되어 가지만 현재도 저의 주력 키보드로 맹활약중입니다.

레트로 감성에 끌려 타자기 모양의 키보드에 펀딩했다가 되팔기도 하고, 맥북 전용 기계식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고 여전히 저의 키보드 사랑은 지속중입니다. 그만큼 눈에 띄는 새로운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말이겠죠.

두드릴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키보드라면 왠지 풀리지 않던 글도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꼭 기계식 키보드처럼 비싼 제품이 아니더라도 자기에게 맞는 키보드를 찾을 때의 그 쾌감, 모두 느끼게 되길 바라며 오늘도 이만 총총.

편집/ 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