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는 누구일까? 연구자는 무엇을 궁금해하고, 무엇을 위해 일하며, 무엇 때문에 기뻐할까?

꽤 많은 시간을 이 고민에 할애했습니다. 물론 “세상에 호기심을 갖고 문제의식을 던지며 어둠 속에도 눈을 밝힌다면, 당신이 바로 연구자입니다.”라며 호방하게 캐치프라이즈 내걸었지만, 은연중에 저는 연구자를 대학원을 다니는 사람, 대학원을 나온 사람이라고 상상했나 봅니다. 그러다가 이번을 계기로 여러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직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까운 연구자의 글과 말로부터, 연구를 키워드로 알게 된 글을 읽으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조금씩 혼자 상상하던 ‘연구자’가 실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연구자잖아!”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누군가 제게 ‘연구자는 뭐하는 사람인가요?’라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려 합니다. 연구자란, 특정 질문을 어떤 방법으로든 풀어내고 나누는 사람이다. 목붱이 제게 준 가장 큰 영감은 바로 이 정의입니다. 이 정의에 따라 저는 스스로를 연구자라 여기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몇 년 전의 일화가 떠올랐습니다.

몇 년 전 몽골을 여행했을 때입니다. 오랜 기간 여행을 계획했던 지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도 가장 저렴한 도미토리 호스텔을 숙소로 정했습니다. 그곳엔 오랫동안 숙박하는 손님들이 꽤 있는 편이었는데, 마침 제 침대 아래 칸에는 좀 특별한 손님이 있었습니다.

침대를 오르내리며 보이는 1층 커튼 너머에는 침대에 앉아서 컴퓨터를 바라보며 무언가 집중하는 나이 든 여성이 있었습니다. 젊은 사람이 주로 오는 호스텔에 나이 든 여성이 있는 것은 드문 일이어서 단박에 호기심이 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부엌에 커피를 마시러 온 그 분과 처음 얼굴을 마주했는데, 놀랍게도 그의 첫 인사는 한국에 대통령이 물러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을 축하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 대해 관심이 있으가보다며 반가운 마음에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의 의외의 이력을 듣고는 더 깜짝 놀랐습니다.

벨기에서 온 그는 이전에 대학에서 언어학을 가르쳤고, 지금은 인터넷으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다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나라의 정치를 ‘취미’(?!)로 공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몽골에서의 한 달이 곧 끝나면, 다음 목적지는 타지키스탄이라고 덧붙이더군요.

“아니, 그럼 침대에서 그렇게 골똘히 바라보고 있던 것이, 연구였던 거였어?!” 광활한 초원 밖에 떠오르지 않는 이 나라 몽골에 ‘정치’를 연구하러 온 사람이라니. 그 분의 존재와 궤적이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노후(?)를 이렇게 보낼수도 있는 거구나, 하며 감탄이 절로 나왔죠.

몽골에서 만난 특별한 손님은, 호기심을 자신의 업과 삶의 양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카데믹한 영역을 오래 전에 떠났고, 어떤 생산물을 의도적으로 만들려고 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연구자’였습니다. 사실 제 눈에는 그 누구보다도 가장 성실하고 열성적인 연구자로 보였죠.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가 보여준 모습에서 저는 연구자란 곧 하나의 생활 양식이면서, 태도에서 오는 것이란 걸 느꼈습니다.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다양한 범위와 정도의 질문을 가지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또 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서로 조금은 다른 방안들을 모색합니다. 비록 질문을 풀어내는 방식이 언어적인가 아닌가에 따라 나눌 순 있겠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는 한 번쯤은 ‘연구자’일 때가 있습니다.

연구자가 더 연구자다워지는 것은 그가 어떤 역할 수행해서나 재능, 학위가 있어서가 아니라, 질문을 대하는 태도에서 결정됩니다. 내가 가진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이를 풀어내고 나누고 싶어하는 태도. 그리고 이 태도는 곧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호기심과 꿈, 나눔과 보람을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가 연구자일 수 있고, 또 언젠가는 연구자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업으로 삼을지 말지는 개인의 마음 가짐에 달린 것이겠죠.

호기심과 질문을 자기 삶의 양식으로 만들어가고픈 모든 연구자 동지 여러분들에게 진심어린 공감과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당신이 당신의 질문을 놓지 않는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당신은 저에게는 누구 못지 않은 연구자입니다. 당신의 삶을 지탱하는 그 무엇가를 꼭 잊지말고 이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질문과 함께하는 영감찬 하루를 보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