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예술가’라는 단어는 언제부턴가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심지어 예술가 당사자조차도, ‘예술을 하면서 돈벌이를 바랄 순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집니다. 때로는 그렇게 돈을 추구하지 않는 예술을 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생의 대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예술이라고 할지라도, 예술가 역시 인간이며 인간이기에 ‘먹고 살아야’ 합니다. 사람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는 돈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수많은 예술가들이 본업인 예술 대신, 부업으로 다른 일에 종사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한 2015 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이 예술활동으로 얻는 연 수입은 평균 1,255만 원이었습니다. 예술활동 수입이 ‘없다’는 응답도 36.1%나 되었습니다. 4인 가구 기준 2016년도 최저생계비는 약 176만 원, 예술인이 예술활동만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 조사 대상 중 50%는 자신이 전업 예술인이 아니라고 답했으며, 이렇게 겸업을 하는 예술인 중 51.6%는 소득이 모자라서 부업을 한다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지난 1년간 예술 활동으로 수입이 없다고 답한 예술인도 34.5%에 달했습니다.1)박기묵. (2016. 06. 14). 예술활동 아닌 ‘부업’으로 더 벌었다. 노컷뉴스. https://www.nocutnews.co.kr/news/4607716

때로는 이렇게 부업과 예술을 병행하다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 예술을 그만두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예술을 그만두지 못한 사람들은 극단적인 처지에 내몰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2011년 시나리오 작가인 최고은 씨는 췌장염과 갑상선기능항진증 등 지병을 앓던 중 빈곤으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수일 간 식사도 거르다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여러 시나리오 공모전에 참가하고, 부업으로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도 하던 최고은 씨였지만 건강 악화에 따라 더 이상 그러한 생활을 이어가기가 힘들었고, 결과적으로 극단적인 빈곤 상태에 놓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의 충격으로 2012년부터 소위 ‘최고은법’이라 불리는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되기 시작하였으나, 연극배우 김운하 씨가 간질환, 신부전, 고혈압 등의 지병을 앓던 중 궁핍한 처지에서 사망하거나, 무명배우 판영진 씨가 생활고를 비관하고 우울증을 앓던 중 자살하는 등 빈곤에 내몰린 예술인이 죽음을 맞는 사건은 해당 법의 시행 이후에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2)홍국기. (2015. 06. 13). 무명배우들 생활고로 잇단 사망…예술인복지법은 유명무실.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150623153600005

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해 예술인 복지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부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건강 문제 등으로 부업에 종사하지 못하게 되면 심각한 빈곤에 처하게 됩니다.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예술인들에게 좀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까요? 현재도 제도를 바꿔보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직후 4.15 총선 공약으로 ‘한국형 엥떼르미땅’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대해 많은 예술인 단체는 비판 성명을 내놓으면서 ‘예술인 고용보험제도’와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을 위한 법률(예술인권리보장법)‘이 국회에서 오래 계류 중임을 지적하였습니다.

(출처: 경향신문)

엥떼르미땅’이란 프랑스에서 시행 중인 ‘예술인 실업보험제도’입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으나, 자격이 너무 까다롭다는 이유로 이 제도의 일부분만 반영한 ‘예술인 고용보험제도’가 채택이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오랜 기간 예술인이 직업으로 여겨져 왔기에 이러한 제도의 실효성이 있지만, 예술인을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수입이 일정치 않은 프리랜서 예술인들이 많은 한국에서는 예술인 또한 고용보험료 부담을 져야 하는 엥떼르미땅 모델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2018년 11월 이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이 발의되었고 2019년 4월에는 예술인의 노동자성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을 위한 법률(예술인권리보장법)’이 발의되었습니다. 다행히 5월 고용보험법의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예술인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으나, 예술인권리보장법은 결국 폐기되었습니다. 3)임동현. (2020. 02. 19). 민주당 ‘한국형 엥떼르미땅’, 예술인에게 비판받는 이유. 시사주간. sisaweekly.com/news/articleView.html?idxno=30819

아직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이렇게 조금씩 예술인 복지 제도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예술인들이 직접 나서서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어떠한 대안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예술인 소통 간담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목소리를 내 온 현직 연극인인 강훈구 씨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복지 제도의 어떠한 부분에서 예술인들이 아쉬움을 느끼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어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예술이라는 게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걸까

린 :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직 극작가이자 연출가입니다. 현재 ‘공놀이클럽’이라는 극단에 소속되어 있으며, 주로 희곡을 쓰거나, 전시, 공연 기획을 하는 등 무대 예술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연극원 연출과 전문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린 : 2011년 11월을 기점으로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되었고, 1년 후에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하 재단)이 설립되어 예술인지원사업, 긴급융자 등 여러 사업을 시행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의 혜택을 받는 것은 어려운 편인가요?

말씀하신 예술인 복지 프로그램에 지원하려면 예술인활동증명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증명을 받는 경우에, 제가 알고 있는 연극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자격 기준이 낮습니다. 무대에 올린 작품이 한 작품만 되어도 괜찮고, 오퍼레이터4)흔히 ‘무대 스탭’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조명이나 무대 장치 등을 조정하는 예술인들을 말합니다. 같은 경우에도 공연에 3번 정도만 참여해 봤다고 해도 금방 증명이 됩니다. 미술계 같은 경우에는 그 기준이 좀 까다로운 편이라서,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5)가. 최근 5년 동안 5회 이상 미술ㆍ사진ㆍ건축 작품을 관련 매체에 발표하거나 미술ㆍ사진ㆍ건축 전시회에 작품을 전시한 실적이 있는 사람
나. 최근 5년 동안 1회 이상 미술ㆍ사진ㆍ건축 작품 개인전을 열거나 1권 이상의 미술ㆍ사진ㆍ건축 작품집을 출간한 실적이 있는 사람
다. 최근 5년 동안 5편 이상의 미술ㆍ사진ㆍ건축 비평을 관련 잡지 등에 발표하거나 1권 이상의 미술ㆍ사진ㆍ건축 비평집을 출간한 실적이 있는 사람
라. 최근 3년 동안 3회(예술감독 등 기획자의 경우는 1회) 이상의 미술ㆍ사진ㆍ건축 전시회에 기술지원 인력 또는 기획 인력으로 참여한 실적이 있는 사람
인터뷰이가 언급한 미술 같은 경우에 위와 같은 기준을 충족하여야 합니다.

이렇게 분야마다 증명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 다 다른데 거기에 따라서 증명을 받는 난이도도 차이가 납니다.

린 : 직접 예술인 복지 사업에 지원해 보신 적이 있나요?

예술인 복지 사업으로는 창작준비금 지원 제도, 예술인파견지원사업, 예술인심리상담, 긴급융자와 같은 게 대표적인데요, 저는 다 한 번씩 수혜를 받아보았습니다. 이중에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창작준비금 지원입니다. 근데 이건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지원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에는 개인사업자로 등록을 했습니다.

출처: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홈페이지

6)※창작준비금지원사업 재단 홈페이지 설명을 참고하여 정리하였습니다.

상반기, 하반기에 한번씩 진행되는 사업으로, 예술창작활동을 준비 중인 현업 예술인을 대상으로 1회 300만원씩 창작지원금을 지급한다. 다만 2년에 한번씩만 수혜자로 선정될 수 있으며, 몇 가지 제한 자격이 있다.

린 : 지원 자격과 관련해서 재단에 문제제기를 하셨던 적이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서울시에 청년예술단이라는 제도가 작년까지 있었어요. 올해는 없어졌고요. 이 제도는 단체로 활동하는 예술가들한테 활동비를 매달 70만원씩 지급하는 거였어요, 기본소득과 결합된 지원제도를 이제 처음으로 창작을 시작하려는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한 거였죠. 그런데 이게 예술인자격증명이 있는 예술인들은 지원이 불가했어요. 제가 이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재단에서 예술을 하거나 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예술인자격증명을 받도록 독려해요. 그리고 예술인자격증명을 받으면 예술 관람료 할인과 같은 사소한 혜택도 있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공연계 같은 경우에 이 증명을 받는 게 어렵지도 않으니까 정말 많은 예술인이 이 자격 증명을 받은 상태예요. 그런데 고작 이 증명 하나 때문에 수많은 예술인들이 지원 자격을 박탈당한 거죠. 이런 생각에 공론화도 시도하고 항의도 했더니 다행히 며칠 후에 제한 자격에서 예술인자격증명을 뺐더라고요.

린 : 말씀하신 것처럼, 청년예술단이라는 제도는 언뜻 기본소득과 비슷하게 들리는데요. 이러한 제도는 청년 예술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예술계에서는 항상 기본소득이라는 게 필요하지 않은지 이야기가 나와요. 복지 제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선별을 하게 되는데, 예술이라는 게 선별 기준을 매기기가 정말 어렵거든요. 예술적 성취의 정도, 기여도, 이런 걸 판별하는 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어요. 더 많은 관객이 와야 하는지? 더 티켓을 많이 팔아야 하는지? 그런 걸 수치화할 수가 없으니까요. 만약 일정한 수치를 매겨서 그걸 기준으로 만든다고 해도, 이러한 기준이 예술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예술의 성과라는 건 어떤 식으로 측정할 수 있는 걸까요? 결과적으로 기본소득과 같은 제도가 있지 않다면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게, 창작준비금 같은 경우에 제가 2016년, 2018년, 2020년에 지원을 했었거든요. 이때마다 활동 계획을 써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활동 계획서의 양식이 점점 간소해졌어요. 이제는 그냥 따로 증명 서류 없이 계획서 하나만 제출해도 될 정도로? 창작을 하겠다는 예술인에게 주는 것이니 예술인 자격 증명의 진정한 혜택이라고 할 수 있죠.

(출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린 : 다른 사업은 어떠셨나요? 예술을 이어 나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되셨나요?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이라는 게 있어요. 어떤 회사든 상관없이 다른 회사들과 연계를 해서 예술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싶으면 예술인을 파견하는 거예요. 롯데리조트, 보육원, 사회복지재단 등 여러 가지 단체로 파견이 돼요. 직원들과 같이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부탁을 받는 거죠. 이러면 회사별로 대여섯명의 예술인들을 파견해서, 월 30시간씩 일하게 하고 6개월에 720만원의 돈을 줘요. 창작준비금이랑 중복 지원은 안 되고요. 여기에 지원하려면 서류나 포트폴리오, 즉, 어떤 작품을 했었는지, 사회적 활동은 어떻게 진행할 건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고, 2차로 면접 심사까지 거쳐요. 저는 구하라담비라고 담비라는 멸종위기동물을 보호하는 단체에서 일을 했었어요.

심리상담도 있는데요, 1년에 10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거고요. 융자 같은 경우에는 저리로 대출을 해 줘요. 저는 300만원을 받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로 많은 공연이 취소되고 형편이 어려운 예술인들이 많아서 대출 한도가 900만원으로 늘어났다고 들었어요.

근데 창작지원금이나 파견지원사업 같은 경우에는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다 혜택을 못 받는 거라서, 그 점은 아쉽게 생각해요.

린 : 그러한 사업에 지원할 때, 예술인 자격 증명을 요구받는 것 외에 다른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서울시뿐만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하는 여러 예술 관련 공모, 지원 사업 등이 있어요. 그런데 이런 사업들은 항상 예술의 사회적 의미를 요구해요. 어떤 게 사회적 예술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구분하는 건 굉장히 애매해요. 사회적 예술에만 예술을 한정지으면, 예술은 굉장히 좁은 개념이 될 수 있어요. 국가가 하는 사업이니 수치화를 해야 한다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사회에 기여를 해야 복지 혜택을 준다, 라는 건, 예술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때 너무 협소한 조건이고 문제가 있어요.

예술을 전업으로 한다는 것

린 : 이러한 복지 제도들의 도움을 받아, 예술을 전업으로 하는 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예술을 전업으로 하려면 돈 많은 집에 태어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예술인에는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대학로에 신인 배우가 500명 유입된다고 하면, 다음 해에는 50명이 남고, 그 다음 해에는 5명이 남는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연극영화과, 예술관련 학과들이 많고, 이런 데서 사람들이 많이 배출되고, 예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산업의 규모가 크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돈이 잘 안되고, 돈이 너무 안 되니까 사람들이 이탈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예술계에서 10년만 버티면 지원 사업을 받기가 수월한 부분이 있어요. 가장 큰 거는, 10년을 버티면 강사로 나갈 수 있어요. 대학교 입시가 없으면 예술가가 살아남을 수 없는 이상한 공생이 생긴 거죠. 서로를 좀 먹는 관계요. 7)예술가들이 입시에 도움을 주면 예술 관련 학과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획일화되고, 그러면서 또 예술 산업의 규모가 작아지고, 다시 예술가들은 입시 시장으로 많이 유입되는 관계 – 편집자 주 많은 예술가들이 부족한 수입을 이런 식으로 보충하고 있어요. 한편 이런 상황도 있어요. 서울문화재단이란 곳에서 해주는 예술창작지원 프로그램이 있는데, 저희 팀이 5년만에 사업에 선정이 돼서 2,500만 원을 받았어요. 이걸로 작품을 하나 만들어야 하는데, 공연 하나를 만들려면 20명이 뭉쳐야 해요. 이러면 결국 한 사람에게 100만 원 정도 밖에 돌아가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규모가 더 작아져요.

같이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은 빚을 지기도 하고요. 스탭들이나, 이런저런 기술자들은 조합이 있거나, 임금 단가가 책정되어 있고, 배우의 임금도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는데, 지원 액수는 너무 안 오르고 계속 동결되어 있어요. 아까 강사로 일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사실 강사도 한 달에 40만 원 정도밖에 못 받아요.

이런 사업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정보를 접하셨나요?

저는 연극을 시작하면서 과외 같은 부업으로 돈을 벌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었어요.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게 되니 연극을 열심히 안 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직접 열심히 찾아보면서 지원한 거예요. 주변에서 알음알음으로 들은 것도 있고요.

코로나 관련해서 예술인들도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원 사업도 따로 있나요?

메르스 때도 공연 대관비 지원사업, 1+1 티켓사업 티켓 한 장을 사면 티켓 한 장 값은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사업, 이런 것들이 있었어요. 근데 이런 사업들의 맹점이, 예술가에게 직접 지원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관객이 두 명이 된다고 해도 애초에 티켓 가격이 낮기 때문에 예술가의 수입에는 변함이 없어요.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이때와 다를 것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예술인복지재단에서 꺼낸 대책이 융자 한도를 확대하고, 창작지원금은 코로나 때문에 피해를 본 예술인들이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 이런 거예요. 근데 별로 의미가 없어요. 공연장의 대관 지원 사업 같은 경우에도, 예를 들어 300만원이 나왔다고, 이걸 지원을 해준다고 하면, 공연장은 그럼 대관비를 더 올려서 받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되면서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8)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두산백과). 여기서는 대학로나 홍대 등 관객이 많이 유입되는 지역에 있는 공연장들은 점점 대관비가 올라가 극단들이 더 낙후된 지역에서 공연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이 심해지고, 대관을 하는 단체가 아니라 극장이 돈을 버는 구조가 되어 버렸죠. 실제 예술가들의 소득 손실을 보충해 줄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라, 자꾸만 공연장 대관비라든지 이런 부분만 지원하니까, 저희끼리 대관해서 공연을 하려고 해도 견딜 수가 없어요. 지원 제도가 있어서 혜택을 보는 부분이 있지만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 혹시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예술인 복지 관련 제도가 있으신가요?

제가 긍정적으로 보는 제도는 ‘공연장상주단체 지원사업’이에요. 예를 들어 마포구 아트홀 이란 게 있으면 마포구에 상주하는 단체가 2년 동안 쓸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제도예요. 그런 게 훨씬 더 도움이 되죠.

이런 제도가 훨씬 촉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자체에서 강당을 많이 짓는데, 이런 공간을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극장 공간, 다용도 공간으로 제대로 설계해서 거기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연을 보려면 대학로에 가야 한다’ 이런 게 아니라, 집 주변에서도 공연을 하고 볼 수 있도록,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현재 예술인 복지 제도가 좀 더 예술인에게 실효성 있는 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부분이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까요?

예술인 복지법을 설계하거나, 제도를 만드는 분들은 대부분 예술인이었던 적이 없어요. 어느 간담회에 가거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가든 그렇죠, 그런 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그분들이 젊다고 해도 현실과 맞지 않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보통 그런 데서 일하시는 분들은 대학교에 나와서 문화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이유로 입사하는 경우가 많죠. 이런 사람들은 실제로 예술을 해 본 사람들과 처지가 많이 달라요. 이런 식으로 해서, 예술의 현실에 대해 진지한 고려를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장관이 되죠. 이렇게 되면 무명 예술가와 유명 예술가는 같은 카테고리로 묶일 수 없는데, 같은 예술을 한다는 이유로 같이 묶이기도 하는 문제점이 생겨요. 저는 지역의 생활문화 같은 것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거기에 예술가들이 기여하기도 하고, 지역에 정착하여 생활도 안정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어요.

‘복지’라는 이름의 타자화를 경계하려면

인터뷰에서 강 씨는 간담회에 가거나 문화예술위원회 담당자와 만나는 등 예술인 복지에 대해 이야기할 자리는 자주 조성되었지만, 정작 그런 곳에서 말한 내용이 제도에 반영된 경우는 거의 없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강 씨가 말한 것처럼 단순히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만든 제도는 예술인들의 실제 수요와 가장 절박한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부담을 덜어주기는 하겠지만, 아직까지도 ‘예술은 돈 많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통용될 만큼, 생활에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예술인은 소수의 유명인뿐입니다. 예술인자격증명을 받기는 쉽다 할지라도, 이는 창작에 대한 (일부분의) 지원과 약간의 소득 보전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만든 예술 작품이 흥행에 실패했을 때까지 예술인의 생계를 책임져 주지는 못합니다. 특히 문학, 공연예술, 전통예술 등은 그 소비자가 많지 않아 날이 갈수록 해당 분야의 종사자들은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4호선 혜화역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내걸었던 광고

여러 요구가 있어왔음에도 예술인 복지 제도의 발전이 더딘 까닭은 무엇일까요? 한국에서 예술은 오랫동안 직업 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예술을 취미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거나, 예술을 통해 돈을 벌 것을 기대하는 것은 ‘예술의 본래 가치에 어긋난다’고 여깁니다. 그래서일까요, 많은 예술인들은 부업에 종사하며,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더 오래 일하고 더 적게 법니다. 이렇게 모든 시간과 열정을 예술에 쏟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예술을 향유하는 비예술인들 역시 손해를 봅니다. 예술이 지나치게 합리성과 자본 중심적으로 흘러가는 이 사회에 대안적 가치를 제시한다고 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예술인이 돈을 멀리해야 한다면, 결국 예술은 대안적 가치를 제시할 수 없게 됩니다. 오히려 예술이 현대 사회에서 ‘다른 가치’를 제시할 수 있도록 예술인은 생계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9)한스 애빙 (2009). 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 (박세연 역, 1판). 서울: 21세기북스. (원서출판 2002).

이와 같은 기본적 생활 수준의 보장을 위해서는 금전적인 지원이 가장 시급합니다. 앞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결국 지원을 위해 조건을 달고 자격을 선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가집니다. 예술 작품이 언제나 일정한 수입을 보장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작품을 올렸는지, 신인인지, 얼마나 훌륭한 성과를 냈는지 등에 따라 복지 수급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초에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걱정 없이 예술을 할 수 있는 사람만 계속 예술가로 활동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결국 예술인 모두에게 일정 수준의 소득이 보장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격을 따지지 않는 일정한 수준의 소득 보전이 필요합니다. 사실 이는 예술인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직종에 종사하며 살고 싶은’ 모든 국민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본 기본소득 논의는 ‘근로집단의 탈상품화’를 그 핵심 가치로 합니다. 10) 석재은 (2018). 기본소득에 관한 다양한 제안의 평가와 과도기적 기본소득의 제안. 보건사회연구, 38(2), 103-132. 즉, 전통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으로 여겨지지 않는 활동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굳이 ‘팔리게’ 하려고 애쓸 필요 없이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점점 노동의 방식, 장소, 시간 등이 달라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현재 전통적으로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직업’의 종사자만 충분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보장법의 원리 아래, 기본소득과 같은 복지제도는 특히 예술인과 같이 ‘노동자’라는 범위에서 타자화되기 쉬운 이들에게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기존의 예술인 복지가 서울을 중심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부분도 문제점입니다. 최근 국정조사에서 최경환 의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화예술 분야 공모사업의 경우 71%가 서울·경기에 집중되었고, 공연 및 전시 행사의 경우 2017년 기운 1/3이 서울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예술인 내에서도 지역 격차를 만들어냅니다. 서울에 사는 것 역시도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데, 서울에 살아야만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고, 지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아이러니를 마주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인터뷰이가 언급하고 있듯이, 꼭 서울에 가지 않아도 자기 지역에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고, 비예술인들 역시 예술을 자기 동네에서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글, 편집 /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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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기묵. (2016. 06. 14). 예술활동 아닌 ‘부업’으로 더 벌었다. 노컷뉴스. https://www.nocutnews.co.kr/news/4607716
2. 홍국기. (2015. 06. 13). 무명배우들 생활고로 잇단 사망…예술인복지법은 유명무실.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150623153600005
3. 임동현. (2020. 02. 19). 민주당 ‘한국형 엥떼르미땅’, 예술인에게 비판받는 이유. 시사주간. sisaweekly.com/news/articleView.html?idxno=30819
4. 흔히 ‘무대 스탭’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조명이나 무대 장치 등을 조정하는 예술인들을 말합니다.
5. 가. 최근 5년 동안 5회 이상 미술ㆍ사진ㆍ건축 작품을 관련 매체에 발표하거나 미술ㆍ사진ㆍ건축 전시회에 작품을 전시한 실적이 있는 사람
나. 최근 5년 동안 1회 이상 미술ㆍ사진ㆍ건축 작품 개인전을 열거나 1권 이상의 미술ㆍ사진ㆍ건축 작품집을 출간한 실적이 있는 사람
다. 최근 5년 동안 5편 이상의 미술ㆍ사진ㆍ건축 비평을 관련 잡지 등에 발표하거나 1권 이상의 미술ㆍ사진ㆍ건축 비평집을 출간한 실적이 있는 사람
라. 최근 3년 동안 3회(예술감독 등 기획자의 경우는 1회) 이상의 미술ㆍ사진ㆍ건축 전시회에 기술지원 인력 또는 기획 인력으로 참여한 실적이 있는 사람
인터뷰이가 언급한 미술 같은 경우에 위와 같은 기준을 충족하여야 합니다.
6. ※창작준비금지원사업 재단 홈페이지 설명을 참고하여 정리하였습니다.

상반기, 하반기에 한번씩 진행되는 사업으로, 예술창작활동을 준비 중인 현업 예술인을 대상으로 1회 300만원씩 창작지원금을 지급한다. 다만 2년에 한번씩만 수혜자로 선정될 수 있으며, 몇 가지 제한 자격이 있다.

7. 예술가들이 입시에 도움을 주면 예술 관련 학과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획일화되고, 그러면서 또 예술 산업의 규모가 작아지고, 다시 예술가들은 입시 시장으로 많이 유입되는 관계 – 편집자 주
8.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두산백과). 여기서는 대학로나 홍대 등 관객이 많이 유입되는 지역에 있는 공연장들은 점점 대관비가 올라가 극단들이 더 낙후된 지역에서 공연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
9. 한스 애빙 (2009). 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 (박세연 역, 1판). 서울: 21세기북스. (원서출판 2002
10. 석재은 (2018). 기본소득에 관한 다양한 제안의 평가와 과도기적 기본소득의 제안. 보건사회연구, 38(2), 103-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