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19년 9월에 작성된 글입니다.)

의문의 예쁜 섬

험악한 한일관계를 뚫고 강행한 야에야마 제도(Yaeyama Islands, 八重山諸島) 여행. 이미 예약한 것에 대한 신의를 지키기 위해 강행했건만, 이걸 태풍이 막습니다. 태풍의 영향권 안에 들어버리는 바람에 높은 파도가 생겨 진짜 목적지인 하테루마 섬(Hateruma Island, 波照間島)으로 향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배는 전편 결항.

허탈해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머무를 숙소를 잡지 못 하면 노숙 말곤 답이 없었으니까요. 그 때, 안 그래도 제 마음 속 로망이었던 섬을 가보고자 친구들에게 사심섞인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얘들아, 타케토미 섬(Taketomi Island, 竹富島)에 있는 민박 갈래?”

우수한 구글 평점, 1인당1)일본의 숙소들은 비일본계 호텔 중개 사이트를 통해 예약하는 게 아니라면 보통은 1인당 가격을 고지합니다.아침·저녁식사 포함 7000엔이 안 되는 혜자로운 가격, 페리도 정상 운항, 완벽했습니다. 그렇게 즉석에서 전화로 예약하여 의문의 숙박을 하게 된 타케토미 섬. 원래는 남들처럼 당일치기 투어를 할 예정이었습니다.

상당히 투박했지만, 깨끗하게 정비된 야에야마식 가정집에서 가정식을 먹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이 섬의 네임드 해수욕장인 콘도이 비치(Kondoi Beach, コンドイビーチ)는 예쁘기도 예뻤지만, 물안경만 끼고 들어가도 물고기가 보였습니다. 저녁에는 까마귀와 고양이의 세력싸움을 보는 꿀잼이 있었습니다. 무슨 이상한 현수막을 보긴 했지만요.

무엇보다 야에야마 풍으로 잘 정비된 마을의 풍경은 테마파크가 아닌 다음에야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살아있는 민속촌이었습니다. 관광책자나 홍보물에서 많이 보긴 했지만 사진보다 더 예쁘기 쉽지 않은 것을 해냅니다. 평평한 우도2)제주도 성산일출봉 근처에서 배 타고 가는 거기 맞습니다를 생각하면 딱 와닿습니다.

가이드북이 말해주지 않는 것

단점은 어마어마한 햇볕과 더위. 땀을 뻘뻘 흘렸건만 아무튼 예쁘다며 열심히 셀카찍다가 기다리던 카페가 열었길래 들어가서 몸을 충전시킨 후에, 카페 내의 기념품 매대를 쓰윽 둘러보았습니다. 그 때 눈에 들어왔던 A4 사이즈의 코팅된 종이 한 장.

어제 콘도이 비치에서 놀다가 지나쳤던 그 이상한 현수막(그래서 사진조차 안 찍은3)그래서 안타깝게도 현수막 사진은 없습니다)은 이상한 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섬 주민의 79%나 반대한다는 이 이슈에 대해서는 한국어로 된, 아니 일본어나 영어로 된 타케토미 섬에 대한 여행기나 가이드북 어디에서도 읽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콘도이 비치 리조트 호텔 건설 단호 반대

2014년에 오키나와 본섬의 부동산 및 건설 회사인 (주)RJ이스테이트(RJ Estate, アールジェイエステート, 이하 RJ)는 콘도이 비치 바로 뒤에 자리한 21,000㎡의 부지 위에 총 47실 규모의 리조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4)琉球新報, 2014.11.09, RJエステート、竹富島にコテージ型ホテル 16年夏開業へ(RJ이스테이트, 타케토미 섬에 별장형 호텔 16년 여름 개업에), https://ryukyushimpo.jp/news/prentry-234291.html 건물은 타케토미 마을의 집들처럼 붉은기와 단층집으로 지어질 것이며, 타케토미 섬 주민을 중심으로 50여명 정도를 종업원으로 고용하겠다고 합니다. 이미 토지 매수 및 권리 이전은 끝났고, 공사만 들어가면 되는 단계입니다.

건설 예정 부지는 옛날에는 호텔이 있었던 자리인데, 영업이 잘 되지 않아 버려져 있었습니다. 이 부지는 현재 RJ에 인수된 상태이고, 폐건물 철거 및 관련 채무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리조트 건설이 추진됩니다. 이를 위해 RJ는 섬을 두 번 방문하여 설명회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섬 주민들의 반응은 설명회라기 보다는 통보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이에 타케토미 공민관(Taketomi Kouminkan, 竹富公民館, 타케토미 섬 주민들의 자치기구)은 리조트 건설에 반대하는 결의를 냈고, 반대파 주민들의 투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 8월 현재까지 이 갈등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대파 주민들의 주요 사유5)https://www.change.org/p/%E7%AB%B9%E5%AF%8C%E5%B3%B6%E3%81%AE%E7%BE%8E%E3%81%97%E3%81%84%E3%82%B3%E3%83%B3%E3%83%89%E3%82%A4%E3%83%93%E3%83%BC%E3%83%81%E3%81%AB%E3%83%AA%E3%82%BE%E3%83%BC%E3%83%88%E3%83%9B%E3%83%86%E3%83%AB%E3%82%92%E9%80%A0%E3%82%89%E3%81%AA%E3%81%84%E3%81%A7%E3%81%8F%E3%81%A0%E3%81%95%E3%81%84?utm_content=cl_sharecopy_16283628_ja-JP%3Av5&recruiter=false&utm_source=share_petition&utm_medium=copylink&utm_campaign=share_petition&utm_term=share_petition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계획이라는 것입니다. 상술했듯 타케토미 섬에는 공민관이라는 섬 주민들만의 자치조직이 있습니다. 이 조직은 행정구역이자 행정조직인 ‘타케토미 정(Taketomi chou, 竹富町)’6)관할구역이 타케토미뿐만 아니라, 이리오모테 섬을 포함한 주변 유인도와 무인도를 포함합니다.과는 다른 조직입니다. 타케토미 정이야 행정기관이니 법대로밖에 못한다 할지라도, 자치기구인 타케토미 공민관의 투표에서 주민들의 절대 다수가 반대했으니 공사는 진행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2012년에 오픈한 호시노야 타케토미지마(Hoshinoya Taketomijima, 星のや竹富島) 리조트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호시노야 타케토미지마 리조트도 건설계획 발표 당시에는 반대가 상당했지만, 호시노야 리조트7)일본의 고급 리조트 체인(https://www.hoshinoresorts.com/aboutus/는 결국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고, 그 이후에 공사에 착수했기 때문입니다. RJ는 이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들이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환경 파괴입니다. 이는 자연환경의 파괴를 넘어 인문환경의 파괴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자연환경의 파괴라는 측면에서는, 오폐수와 쓰레기 처리에 대한 고려가 전혀 이루어져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폐수 배수로 인해 주변의 산호초가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요. 광공해로 인해 생태계 교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우려 사항 중 하나입니다.

인문환경의 파괴라는 측면에서는, 콘도이 비치에서 이루어지는 제사8)https://www.taketomijima.jp/motto/maturi/maturi.html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타케토미 섬이 관광지로 주목받은 것은 단지 해변이 예뻐서가 아닙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전통문화를 잘 계승해왔고 이것이 경관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콘도이 비치에 리조트를 짓는 것은 타케토미 섬의 정체성과 관광지로서의 매력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셋째, 안 그래도 부족한 섬의 인프라 문제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자원 부족에 대한 우려입니다. 타케토미 섬에 공급되는 상수도는 1일 최대 500톤입니다.9)八重山毎日新聞, 2009.06.20, 竹富リゾートで住民監査請求 水道給水協定の無効求め(타케토미 리조트에 대해 주민감사청구, 수도급수협정의 무효화 요구), http://www.y-mainichi.co.jp/news/13863/ 그런데 이미 섬의 상수도 수요는 최대 407톤을 찍은 상태이고, 대부분이 영업용 수요에서 비롯됩니다. 이미 자리잡은 호시노야 타케토미지마 리조트의 경우 1일 69톤 가량의 상수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10)沖縄県八重山郡竹富町, 竹富町特定環境保全公共下水道 変更事業計画書 平成30年度 48실 규모의 호시노야 타케토미지마 리조트가 이 정도이니, 47실 규모의 새 리조트도 이 정도는 사용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고, 이것이 섬의 수자원 부족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것입니다.

수자원 문제는 결코 기우가 아닙니다. 이미 타케토미 섬을 비롯한 야에야마 제도 일대는 가뭄 등으로 여러 차례 제한급수를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11)八重山毎日新聞, 2014.10.17, 週明けから時間断水か 水不足が深刻化(돌아오는 주부터 시간단수인가, 물부족이 심각화), http://www.y-mainichi.co.jp/news/26030 가뭄이 닥쳐서 물이 부족해지면 물 공급량이 적은 타케토미 섬은 크게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에 RJ는 변호사를 통해서만 이야기하겠다며, 외부의 인터뷰 등은 거절하고 있습니다.12)浩二圓田, 沖縄県竹富島におけるリゾート開発と環境保全に関する社会学的研究, Okinawa University JOURNAL OF LAW & ECONOMICS(26): 1-10 양 쪽의 목소리를 골고루 듣지 못해 아쉬운 부분입니다.

타케토미 그 수난의 역사

콘도이 비치 리조트 건설은 단순히 환경보전이냐 개발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이슈는 아주 길고 복잡한 역사의 모순이 얽히고 얽히다 못해 터져나온 비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가뭄과 태풍, 그리고 오키나와 반환

1970년부터 1972년까지의 3년, 특히 1971년은 야에야마 제도의 농민들에게 지옥같은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농사로 먹고 살던 그 시절, 가뭄과 태풍의 습격으로 생계는 파탄났습니다.13)https://www.data.jma.go.jp/obd/stats/data/bosai/report/kanman/1971/1971.html 거기에 1972년에는 오키나와가 일본에 ‘복귀’합니다.14)일본에서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이 사건 전부터 타케토미 섬의 황무지를 야금야금 헐값에 매수하던 일본 본토 자본은 이제 대놓고 야에야마 제도의 관광 산업에 투자하기 시작하였고 타케토미 섬의 주민들은 본토 자본에 자신의 땅을 팔고 섬 밖으로 이주합니다.15)日本経済新聞, 2012.04.07, 原風景と文化守る「竹富島憲章」 沖縄復帰40年(원풍경과 문화를 지키는 ‘타케토미 헌장’, 오키나와 복귀 40주년을 즈음하여), https://www.nikkei.com/article/DGXNASJC2300I_S2A400C1ACY000/

타케토미지마 헌장

예쁘지만 험한 자연환경과 중앙 권력의 수탈에도 꿋꿋이 자신들의 전통을 지켜오던 근성의 타케토미 주민들. 이 섬의 원로들과 전통 공예가들에게 이 상황은 전혀 달갑지 않았습니다. 난개발이 일어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죠. 이를 우려했던 그들은 1986년에 ‘타케토미지마 헌장(竹富島憲章)’을 발표합니다. 5줄요약하면 다음과 같겠습니다.16)https://www.taketomijima.jp/topics/%E3%80%8C%E7%AB%B9%E5%AF%8C%E5%B3%B6%E6%86%B2%E7%AB%A0%E3%80%8D/ 17)5줄요약 말고도 이런저런 규제가 더 붙어있습니다.

  • 팔지 않는다(売らない):
    섬의 땅이나 집은 섬 외부 사람에게 팔지도, 함부로 빌려주지도 마라.
  • 더럽히지 않는다(汚さない):
    바다, 해변, 마을 등 섬 전체를 더럽히지도, 더럽히게 하지도 마라.
  • 어지럽히지 않는다(乱さない):
    광고나 간판 같은 걸로 미관을 어지럽히지 마라.
  • 부수지 않는다(壊さない):
    유서깊은 집이나 마을 경관, 아름다운 자연을 부수지도, 부수게 하지도 마라.
  • 살린다(生かす):
    전통제사를 섬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로 삼아 민속예능과 지방산업을 살리고, 섬의 진흥을 도모한다.

폐쇄적인 것을 넘어서, 이 헌장은 대놓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헌장 덕분에 섬 주민들은 타케토미 섬의 경관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었고, 이는 현재 섬의 귀중한 관광자원이 되었습니다.

오키나와 붐, 그리고 버블 경제

오키나와의 관광 산업은 계속 발전했습니다. 관광객은 계속 유입되었고, 이를 수용할 리조트는 계속 지어지고 있었습니다. 타케토미 섬 역시 리조트까지는 아니었지만 호텔은 지어지고 있었고, 본토 자본에 의해 토지는 계속 헐값에 매점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일본은 최대 호황기인 버블 경제기를 맞이합니다.

버블 경제 때 일본의 부동산이 얼마나 비쌌는지는 이미 언급할 필요가 없는 전설입니다. 그 비참한 결말 역시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타케토미 섬의 주민들 역시 이 거시적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주민 하나가 좋은 취지로 섬의 땅을 본토 자본으로부터 회수하고 있었는데, 오키나와 본섬의 자본을 끼고 일을 추진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버블이 터져버리는 바람에 이 회사가 발을 빼버렸고, 일을 추진하던 주민 혼자서 12억엔 가량의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18)浩二圓田, 沖縄県竹富島におけるリゾート開発と環境保全に関する社会学的研究, Okinawa University JOURNAL OF LAW & ECONOMICS(26): 1-10

호시노야 리조트의 등장

이 빚을 해결해보고자 이 주민은 호시노야 리조트에 접근했습니다. 호시노야 리조트는 이를 기회로 새 리조트 건설 계획을 세웁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섬 주민들 중 일부가 리조트 건설이 타케토미지마 헌장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크게 반대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섬의 여론은 리조트 건설 동의로 기울어집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부지에 걸려 있는 채무를 전부 인수한다는 조건이 내걸렸습니다. 12억 엔이라는 엄청난 채무를 전부 인수하겠다는데, 섬 주민들로서는 엄청난 조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 채무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땅이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게 생겼는데, 외국보다는 본토자본이 낫다는 논리도 작용했습니다. 둘째, 호시노야 리조트 사장의 주민들에 대한 태도였습니다. 사장은 타케토미 섬까지 2번이나 직접 와서 설명회를 가졌다고 합니다.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게 하겠다, 장기적으로는 리조트를 섬에 환원하겠다, 이렇게 설득하는데 섬 주민들로는 마냥 반대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거기에 해당 부지의 소유권을 호시노야 리조트의 자회사에 두되, 그 주주 중 하나를 섬의 주민으로 함으로써 타케토미지마 헌장의 위배를 교묘하게 피해갑니다. 그렇게 2012년, 호시노야 타케토미지마는 주민들 사이에 큰 앙금을 남기며 개업합니다.

결국, 타케토미 섬은 헌장까지 세워가며 그토록 막고 싶어했던 리조트를 용인해버리면서 갈등의 씨앗을 남겨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씨앗은 콘도이 비치 리조트 건설 계획이라는 싹으로 피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슈 속 이슈 – 환경과 개발

이 이슈가 단순히 환경과 개발 사이에서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닌 것은 자명합니다. 섬 주민들 역시 자연의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왔으며, 그 수혜를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섬 주민들의 민박은 착한 개발이고, 외부인들의 리조트는 나쁜 개발이라는 건 너무 유치한 이분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리조트 개발이 타케토미 섬의 자연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해보입니다.

장소성의 인식 차이

그 다음으로 생각해볼 지점은 장소성에 대한 인식입니다. 리조트를 개발하고자 하는 업체에게 콘도이 해변, 더 나아가 타케토미 섬은 그저 돈 되는 예쁜 관광지에 불과한 것같습니다. 이는 주민들과의 의사소통에 임하는 태도, 인프라에 대한 고려를 전혀 발표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케토미 마을의 가옥들처럼 리조트를 건설하고 구성하겠다는 것도 돈벌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것일 뿐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타케토미 주민들에게 콘도이 해변은 그저 예쁜 해변만은 아닙니다. 종교적인 의미가 깃들어있는, 나름대로의 성지인 것이죠. 만일 리조트 개발 회사가 가진 장소성에 대한 인식이 그 정도 수준이라면, 리조트는 결국 ‘테마파크를 베낀 테마파크’, ‘죽은 경관’이 될 뿐입니다. 타케토미 섬 마을만의 풍경 역시 1986년 이후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이는 전통을 계승한다는 것, 생활 공간이라는 것, 그리고 지역민들의 주도 하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테마파크와는 다릅니다. 새 리조트는 타케토미 섬 주민들이 헌장까지 만들어가며 지켜내고 구성해낸 마을 풍경을 그저 손쉽게 베낀 것일 뿐이라는 거죠.

관광자원의 이익배분 문제

이게 제일 큰 이슈가 아닐까 싶습니다. 타케토미 섬의 경관은 헌장을 세운 타케토미 섬 주민들에 의해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러한 상황에 섬 외부인이 와서 자기들의 마을을 베낀 리조트를 세워 장사하겠다고 하면 무임승차라고 생각하기 딱 좋습니다. 사람 없는 아름다운 해변에 리조트를 세우는 것이야 환경 문제 말고는 뭐라 할 말이 없겠지만, 그런 예쁜 해수욕장이라면 야에야마 제도에 이미 널렸습니다. 마을 경관이 아름다워 매력적인 곳이기에 더 갈등이 깊은 곳입니다. 이미 주민들은 호시노야의 선례에서 리조트 건설이 자신들의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나마 호시노야는 주민의 빚 문제를 해결해줬고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구비라도 했지, 이 리조트는 그러한 계획같은 걸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이익 배분에 있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익배분의 문제는 섬의 관광 패턴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타케토미 섬은 ‘당일치기 하는 곳’으로 인식됩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2017년 타케토미 섬을 방문한 관광객은 약 51만 명.19)沖縄県, 2018, 平成29年(2017年)八重山入域観光客数統計概況 20)같은 해 이시가키를 찾은 관광객은 약 137만 명. 타케토미 섬으로 들어가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이시가키항에서 페리를 타는 것이기 때문에, 이시가키 방문객의 약 37% 정도는 타케토미 섬을 방문하는 셈입니다. 그 중 숙박객은 불과 5만4천명 정도로 추정됩니다.21)沖縄県, 2018, 平成29年度観光統計実態調査 숙박 기간도 평균 1.6일로22)沖縄県, 2018, 平成29年度観光統計実態調査, 야에야마 제도의 나머지 섬들과 비교하면 꼴찌입니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객실 가동률23)전체 객실 수 대비 숙박객이 숙박하는 객실 수의 비율은 50~60%, 실제로는 40%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24)2017년도의 추정 숙박객에서 호시노야 타케토미지마의 추정 숙박객을 제외한 값과, 호시노야를 제외하고 2019년 현재 수집 가능한 타케토미 섬의 모든 숙박업소들의 객실 수를 바탕으로 추정하였기 때문에 오차가 크지만, 1팀당 평균 2명을 적용했을 때 약 40%의 수치가 계산되었습니다.

반면에 호시노야 리조트의 2016년 11월~2017년 10월의 객실 가동률은 72%입니다.25)https://www.hoshinoresorts-reit.com/ja/portfolio/review.html 저조한 민박 투숙률에 대비되는 고급 리조트의 상대적으로 높은 투숙률은 민박의 취약한 경쟁력, 그리고 고급 숙박시설에 대한 관광객들의 수요를 잘 보여줍니다. RJ는 이런 점을 파고든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리조트 건설을 둔 갈등은 구조적이며, 이런 갈등은 또 생길 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삶에 도움도 안 되는 리조트를 막고자 하는 주민들과, 어떻게든 리조트를 세우려는 섬 외부의 자본 간 대결이 계속 진행되어 리조트가 세워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당일치기 위주의 관광과 리조트 숙박의 이중 구조로 바뀔 지 모릅니다.

일본 시골의 일을 왜

타케토미 섬은 일본에서도 외진 곳입니다. 도쿄에서 출발한다면, 신이시가키 공항까지 3시간을 비행한 후에, 이시가키 여객선 터미널까지 30분간 버스를 타고, 다시 쾌속선을 타고 10분을 더 가야 합니다. 차라리 서울이 더 가깝습니다.

이 낙도의 이야기를 왜 이리 길게 적었느냐 하면, 이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숨겨진 아름다운 관광지들이 많습니다. 이 관광지들이 언젠가는 겪을 지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겪은 곳도 있습니다. 비단 관광지뿐일까요. 이 문제의 본질이 도심의 젠트리피케이션을 겪는 많은 X리단길, Y로수길과 다른 게 뭘까요. 대형 자본이 지역색을 손쉽게 활용해서 돈을 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아보입니다.

저 역시 예쁜 동네를 찾아다님으로써 현지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친 공범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반성문을 쓸 뿐입니다.

[Lepto 프로필 사진 출처]
– 작가명/작품명: Shiota Chiharu / Collecting Small Memories
위 사진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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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의 숙소들은 비일본계 호텔 중개 사이트를 통해 예약하는 게 아니라면 보통은 1인당 가격을 고지합니다.
2. 제주도 성산일출봉 근처에서 배 타고 가는 거기 맞습니다
3. 그래서 안타깝게도 현수막 사진은 없습니다
4. 琉球新報, 2014.11.09, RJエステート、竹富島にコテージ型ホテル 16年夏開業へ(RJ이스테이트, 타케토미 섬에 별장형 호텔 16년 여름 개업에), https://ryukyushimpo.jp/news/prentry-234291.html
5. https://www.change.org/p/%E7%AB%B9%E5%AF%8C%E5%B3%B6%E3%81%AE%E7%BE%8E%E3%81%97%E3%81%84%E3%82%B3%E3%83%B3%E3%83%89%E3%82%A4%E3%83%93%E3%83%BC%E3%83%81%E3%81%AB%E3%83%AA%E3%82%BE%E3%83%BC%E3%83%88%E3%83%9B%E3%83%86%E3%83%AB%E3%82%92%E9%80%A0%E3%82%89%E3%81%AA%E3%81%84%E3%81%A7%E3%81%8F%E3%81%A0%E3%81%95%E3%81%84?utm_content=cl_sharecopy_16283628_ja-JP%3Av5&recruiter=false&utm_source=share_petition&utm_medium=copylink&utm_campaign=share_petition&utm_term=share_petition
6. 관할구역이 타케토미뿐만 아니라, 이리오모테 섬을 포함한 주변 유인도와 무인도를 포함합니다.
7. 일본의 고급 리조트 체인(https://www.hoshinoresorts.com/aboutus/
8. https://www.taketomijima.jp/motto/maturi/maturi.html
9. 八重山毎日新聞, 2009.06.20, 竹富リゾートで住民監査請求 水道給水協定の無効求め(타케토미 리조트에 대해 주민감사청구, 수도급수협정의 무효화 요구), http://www.y-mainichi.co.jp/news/13863/
10. 沖縄県八重山郡竹富町, 竹富町特定環境保全公共下水道 変更事業計画書 平成30年度
11. 八重山毎日新聞, 2014.10.17, 週明けから時間断水か 水不足が深刻化(돌아오는 주부터 시간단수인가, 물부족이 심각화), http://www.y-mainichi.co.jp/news/26030
12, 18. 浩二圓田, 沖縄県竹富島におけるリゾート開発と環境保全に関する社会学的研究, Okinawa University JOURNAL OF LAW & ECONOMICS(26): 1-10
13. https://www.data.jma.go.jp/obd/stats/data/bosai/report/kanman/1971/1971.html
14. 일본에서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15. 日本経済新聞, 2012.04.07, 原風景と文化守る「竹富島憲章」 沖縄復帰40年(원풍경과 문화를 지키는 ‘타케토미 헌장’, 오키나와 복귀 40주년을 즈음하여), https://www.nikkei.com/article/DGXNASJC2300I_S2A400C1ACY000/
16. https://www.taketomijima.jp/topics/%E3%80%8C%E7%AB%B9%E5%AF%8C%E5%B3%B6%E6%86%B2%E7%AB%A0%E3%80%8D/
17. 5줄요약 말고도 이런저런 규제가 더 붙어있습니다.
19. 沖縄県, 2018, 平成29年(2017年)八重山入域観光客数統計概況
20. 같은 해 이시가키를 찾은 관광객은 약 137만 명. 타케토미 섬으로 들어가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이시가키항에서 페리를 타는 것이기 때문에, 이시가키 방문객의 약 37% 정도는 타케토미 섬을 방문하는 셈입니다.
21, 22. 沖縄県, 2018, 平成29年度観光統計実態調査
23. 전체 객실 수 대비 숙박객이 숙박하는 객실 수의 비율
24. 2017년도의 추정 숙박객에서 호시노야 타케토미지마의 추정 숙박객을 제외한 값과, 호시노야를 제외하고 2019년 현재 수집 가능한 타케토미 섬의 모든 숙박업소들의 객실 수를 바탕으로 추정하였기 때문에 오차가 크지만, 1팀당 평균 2명을 적용했을 때 약 40%의 수치가 계산되었습니다.
25. https://www.hoshinoresorts-reit.com/ja/portfolio/review.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