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에서는 트랜스젠더퀴어들이 ‘성별 불쾌감’으로 진단받은 뒤 받을 수 있는 ‘타고난 성을 다른 성으로 바꾸는 수술’을 일컫는 단어로 ‘성 전환 수술’이 아닌 ‘성별 정정 수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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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린딘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데뷔작 <돌아보는 사람들> 영화 포스터. 이미지를 클릭하면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에서 작성한 글로 이동합니다.

연극은 인터뷰 시작 전에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된다. 카메라맨에게 이제 시작해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며, 두 사람은 서로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두 사람은 ‘성 전환 수술을 번복한 사람들’이다. 연극 <후회하는 자들regretters1)스웨덴의 극작가 마르쿠스 린딘의 극 데뷔작으로, 마르쿠스 린딘은 동명의 다큐멘터리의 감독이기도 하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2013년 서울여성영화제에서 <돌아보는 사람들>이라는 우리말 제목으로 상영되었다.>는 성전환 수술로 타고난 성별을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왜 성별 정정 수술을 선택했고, 왜 그것을 번복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프로그램 북에 실린 극의 논고글에서 서강대 트랜스/젠더/퀴어 연구소의 루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수술한 트랜스젠더퀴어에게 금기처럼 말해서는 안 되는 감정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후회와 슬픔이다. 더 정확하게, 수술한 트랜스젠더퀴어에게 승인된 감정은 단 하나 뿐인데, 행복이다(수술 전의 삶이 어땠냐는 질문에 가능한 대답은 어렵고 힘들었다이다).”

후회가 금지된 트렌스젠더퀴어

루인의 논고에서처럼, 우리는 늘 수술로 행복한 트랜스젠더퀴어의 모습을 보거나 혹은 수술을 기다리며 비참한 현실을 살아가는 트랜스젠더퀴어의 모습을 보곤 한다. 트랜스젠더퀴어 혐오자들 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퀴어의 지인들까지 법적 성별 정정 제도나 성별 정정 수술에 회의적이다. ‘후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극에 등장하는 ‘미카엘’과 ‘올란도’는 남성에서 ‘여성’의 몸으로 성별 정정 수술을 하였으나 ‘미카엘’은 다시 ‘남성’의 몸으로 성별 정정 수술을 기다리고 있으며, 올란도는 다시 성별 정정 수술을 완료한 상태이다. 두 사람은 자신이 왜 성별 전환 수술을 했는지 이야기하고, 성별 정정 수술을 ‘다시’ 마음먹게 된 이야기를 하게 된다. ‘미카엘’은 ‘미카엘라’로서의 삶을 후회하고 ‘특정한 이름’의 성별을 갖길 원했다. ‘미카엘라’로서의 삶은 ‘남성도’ ‘여성’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미카엘라’만의 삶이 아닌, ‘이사도라’ 역시 그러하였으며 둘은 ‘남들에게 책잡히지 않기 위해 ‘여자다운’ 것이라면 과하게 시도했다며 서로 공감했다. ‘미카엘’은 그러한 삶은 자신이 원한 삶이 아니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은 이 곳에 있지만 인생은 이 곳에 없는 느낌이었다며. 아마 트랜스젠더퀴어 혐오자들이라면 이 연극을 보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봐, 트랜스젠더퀴어들은 성별 정정 수술하고도 불행하게 살잖아. 저러니 성별 정정 수술은 있어서는 안돼.”

극단 산수유 제공 이미지

극단 산수유 제공 이미지

후회하는 트랜스젠더퀴어

‘미카엘’이 특정한 이름을 가진 성별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한다면, ‘올란도’는 ‘빨간 정장’을 입은 ‘모호한’ 성별의 자신의 모습을 즐긴다. 함께 첫 성별 정정 수술을 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며 동질감을 느끼던 ‘미카엘’과 ‘올란도’는 후반부에 재 성별 정정 수술에 대한 각자 다른 의견으로 갈등하게 된다. ‘올란도’는 특정한 성별으로 남기를 원하는 ‘미카엘’에게 이렇게 말한다. “왜 그냥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없어요? 꼭 남자이거나 여자여야 해요?” 성/성별/성 역할이 아주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사회는 때에 따라 우리가 ‘특정한 성’이기를 원할 때가 있다. ‘미카엘’은 그러한 사회의 요구와 자신의 요구가 일치하지만 ‘올란도’는 그러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분홍색 레오파드 셔츠에 화려한 목걸이, 분홍색 정장과 은색 구두. 이러한 옷을 입고 인터뷰에 나온 ‘올란도’에게 ‘미카엘’은 진짜 남자가 되고 싶은 것이 맞냐고 이야기하지만 ‘올란도’는 자신의 정체성을 사람들이 맞추기 어려워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미카엘’이 특정한 성별을 추측할 수 있는 모습인 것도 아니다. ‘미카엘’ 역시 품이 넉넉한 옷을 입어 가슴을 가리고, 작은 체구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남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같은 반 아이가 ‘쟤는 바보라서 무엇도 되지 못할 것이에요2)연극이 끝나고나서 ‘미카엘’ 역의 지춘성 배우님은 이 에피소드가 자신의 학창시절 때 있었던 에피소드라고 밝힌다.’라고 한 말을 떠올리며 ‘미카엘’은 자신은 그래서 ‘남성’의 삶도, ‘여성의 삶’도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있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카엘라’로 살았고 이제는 영원히 헤어지는 것이라고.

트랜스젠더퀴어는 살아간다

극은 자칫해서 트랜스젠더퀴어 혐오자들의 의견을 답습할 수도 있었으나 연출진들과 출연진들의 깊은 고민으로 입체적인 트랜스젠더퀴어의 삶을 연극으로 그려냈다. 인터뷰가 끝나고 ‘미카엘’과 ‘올란도’는 서로의 손을 잡고 묻는다.

“이제 뭘 할거예요?”

“집에 가야죠.”

자신의 삶이 ‘진짜’ 여성의 삶이나 ‘진짜’ 남성의 삶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그들의 삶을 찾는 여정을 계속한다. 연극이 끝나는 신호로 조명이 꺼지고, ‘미카엘’과 ‘올란도’의 사이에 있던 스크린에 이 극의 내용인 인터뷰가 실화에 기반하였음을 밝히며 극은 끝을 내린다.

성별 정정 수술이라고 하는 것을 떠나서,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고, 어떤 때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지만, 어떤 선택은 평생을 후회하기도 한다. 성별 정정 수술도 마찬가지다. 트랜스젠더퀴어에게 ‘수술 후 행복하기만 한 삶’과 ‘수술 전 불행한 삶’만을 바라는 건 그들에게 평면적인 삶을 바라는 거다. 그들 역시 선택하고, 후회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어떤 이들은 ‘미카엘’처럼 ‘진짜’의 삶을 찾아 살아갈 것이며 어떤 이들은 ‘올란도’처럼 ‘진짜’가 아닌 자신의 삶을 즐길 것이다. 혹은 그 둘의 모습도 아닌,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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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후회하는 자들 regretters>
2019.12.7~2019.12.25 두산 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글/ 이점

 

   [ + ]

1. 스웨덴의 극작가 마르쿠스 린딘의 극 데뷔작으로, 마르쿠스 린딘은 동명의 다큐멘터리의 감독이기도 하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2013년 서울여성영화제에서 <돌아보는 사람들>이라는 우리말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2. 연극이 끝나고나서 ‘미카엘’ 역의 지춘성 배우님은 이 에피소드가 자신의 학창시절 때 있었던 에피소드라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