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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신촌 스타벅스. 쭈뼛쭈뼛 면접을 하던 나는 2019년까지 내가 미스핏츠를 함께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변화가 있었고 내 대학생활에서 미스핏츠를 제외한다면 사실 남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큰 존재가 된 셈이다. 내가 미스핏츠에 들어오고 나서 얼마되지 않아 미스핏츠에 대대적인 개편이 일어났고 당시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미스핏츠와 결별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를 반복해서 미스핏츠 원년 멤버(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들어온 시기가 개편 직전이었으니 나조차도 원년 멤버라고 부르기 어렵지만)는 나와 대표직을 맡은 수련님만 남게 되었다.

미스핏츠에 오래 있던 동안 나에게도 당연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탈가정부터 대학원 입학까지 인생에 큰 변화였던, 아주 다양한 일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핏츠는 내 곁을 지켜주었고 단순한 ‘대외활동1’이 아니라, 이젠 정말로 ‘가족’이 된 것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하든 나를 믿어주고, 내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에.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해용,,,

사랑해용,,,

특히 언제부터 애틋해졌냐 하면은, 2017년 2월 이후부터였다. 2017년 2월, 집을 나오게 되었다. 그 즈음 나는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었고, 처음 구한 집 앞에 있는 8차선 도로의 횡단보도 신호가 빨간 불일 때면 식은 땀이 흐르곤 했다. 미스핏츠에 열정적으로 전념할 수 없었음에도 미스핏츠는 내 자리를 비워주었다.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고 나서는 내 자리가 비워있었던 것이 정말 고마웠다. 고등학생 때 늘상 들어온 이야기가 있었다. ‘대학에서 만난 친구는 진짜 친구가 아니다.’ 대학 이후로 만난 사이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뿐이라는 이야기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만이 나를 유일하게 이해할 것이라는 말들. 그 말들이 거짓말이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미스핏츠가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는 것이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에서 벗어난 존재. 그야말로 미스핏한… 그런 점에서 미스핏츠를 통해 만난 사람들 대부분이 미스핏츠를 통해 알았으니 알고지낸지 4년이 되지 않았는데 누구보다 친한 사이인 경우도 있다. 아, 그런데 생각해보니 알고 지낸지 4년이면 어느정도 친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친구 이상 가족 미만 같은 존재(들)이다.

지방과 서울, 현실과 미스핏츠

물론 미스핏츠를 하며 모든 순간이 기쁜 것만은 아니었다. 미스핏츠 안에서 불화가 있었다기보다는 지방 출신 비 서울권 멤버로서 미스핏츠 일로 서울을 오갈 때마다 느꼈던 허무함들이었다. 지금이야, 내가 사는 지역에도 어느정도 프로젝트 팀들이 많이 생겼지만 당시에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해가 다 져서 가로등만 깜빡깜빡 켜져있는 거리를 보면 키가 낮은 건물들이 간판을 빛내고 있었는데 그 풍경이 진짜 현실로 돌아온 것만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미스핏츠 사람들을 만나면 늘 즐겁다가도 전주로 내려오는 차를 타면 울적해지기를 반복했다. 그 때 특히 지방의 인프라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내가 가진 서울과 지역의 격차에 대한 생각과 별개로, 지역의 인프라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스핏츠는 내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러 올라가는 힘이 되었다.

구현모: 서울에 자주 오잖아. 서울이랑 비교해서 전주는 어때? 문화시설이 그렇게 없어?

이점 : 응. 진짜 아무것도 없어. 뭘 하고 싶어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없고, 전부 서울에 올라가니까 같이 할 사람도 없어. 심지어 회의할 카페나, 스터디룸이나 공유 사무실이나 그런 공간도 없어. 최근에 <절망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거기서 서울과 지방은 단순히 서울과 변두리가 아니라, 하늘과 땅의 차이라고 하더라. 솔직히 맞는 말이야. 종로에서 1시간 동안 지나다니는 자동차 수가, 전주에서 하루 온종일 지나가는 자동차 수보다 많을걸?

(- ‘세상을 바꾸는 건, 대통령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야’ 중,
http://misfits.kr/16198, 2017년 6월 19일 발행.)

게다가 많은 인원이 줄어들면서 더욱 무거워졌을 수련님의 어깨 위 짐을 충분히 덜어드리지 못했던지라 글을 작성하며 고맙고 미안한 일들뿐이다. 특히 개편 후 미스핏츠에서 낸 책 두 권, 새삼스레젠더 유니버스는 내 글이 실리기만 했지, 내 손을 거쳐간 것이 없다. 다른 멤버분들과 수련님께서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너무 죄송하기만 할 따름이다. 특히 홀로 디자이너 수수님은… 내가 머리 박아야지. 지역이 다르고 여유가 없다고 일을 안한 것도 사실이기도 했다. 다음 책에는 열심히 할게요, 라고 말은 했지만… (침묵) 오랫동안 지켜본 미스핏츠는 콘텐츠를 발행하고 활용한다는 것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미스핏츠에서 다루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단순한 상업적 콘텐츠가 아니니까 이만큼 힘든 것이 아닐까 싶고.

처음 갔던 서울퀴퍼

처음 갔던 서울퀴퍼

미스핏츠 덕분에 엄두도 못 낼 여러 지역의 퀴어문화축제도 가보고, 서울의 여러 맛집도 가보고, 단순히 서울이라는 공간을 향유할 수 있게 된 점 외에도 너무 여러 경험이 있었어서 막상 이렇게 미스핏츠에 대해 써보자! 라는 공간이 생기니 정작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몰라 두서 없는 이야기가 되었는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예요. 우리 가늘고 길게 함께 합시다.

글/ 이점

편집/ 린

미스핏츠 신간 『청년초상』 표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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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태어난지 5년이 지난 미스핏츠의 새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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