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간의 명절 풍경은 크리스마스의 ‘나홀로 집에’처럼 똑같다.

새벽과 같이 일어나서 큰집에 간다. 1년에 2번밖에 가지 않으면서 왜 ‘집’이라는 따뜻한 단어로 표현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들 부른다.

얼굴도 모르는 조상들의 이름이 한자로 새겨진 명패에 절을 하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친척들과 안부를 물으며 밥을 먹는다.

친가는 가부장적이라서 남자들은 밥을 먹고 이를 쑤시며 뉴스를 보고, 여자들은 앉을 시간도 없이 설거지를 하고 커피를 내온다. 나는 성별적으론 남자지만 막내라서 여자들과 같이 일을 도운다. 어릴 땐 저런 풍경이 싫어서 그냥 밥먹고 방에 들어가서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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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왼쪽부터 큰엄마, 작은엄마, 큰고모 삘.jpg  / 사진 = MBC <무한도전>

저게 고깝긴 한데 뭐라 반항할 수 없으니 포기하는 심정이었던 거 같다. 근데 요즘엔 여자들을 돕는다. 누나들과 큰엄마들이 내오는 음식을 먹는 것 혹은 피해버리는 것보다 백배천배 마음이 편하더라. 사실 집가는 차안에서 엄마의 잔소리+한탄을 듣기 싫어서 그런 게 더 크다. 내가 무슨 마음의 위안만을 얻기 위해 저러겠나.

 

여자들이 내오는 커피와 과일을 먹으면서 하는 남자어른들의 이야기는 비슷하다.

“박정희 대통령이 말이야”, “기업이 잘 살아야”, “저거저거 국회의원들”, “요즘 빨갱이들이 너무 많아”, “요즘 젊은 것들”로 시작하는 어른들의 말은 결국 대기업과 빨갱이 그리고 요즘 젊은 애들은 안된다는 식으로 마무리 된다.

1절 끝나고 간주 나오고 2절 차례다. 2절은 ‘취업, 학점, 연애’ 얘기다. 1절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되는데 2절은 정신공격이 강하다.

“요즘 7급 공무원이 좋다더라”로 시작해서 “내 아들은 대기업인데 돈은 많이 주는데 힘들어 하더라 하하하 아 근데 나 몇 달 전에 아들이 여행보내줬잖니 깔깔깔”로 절정을 찍고 “그래서 넌 뭐할거니?”로 끝나는 공격에는 버틸 재간이 없다.

통탄한다!! 내가 소주 맛만 일찍 알았더라며어언!!!!

쩨발 그만 좀 해애애애~!!!

원더걸스 ‘텔미 – 쏘핫 – 노바디’ 쓰리콤보보다 강한 저 콤보에 내 멘탈은 유체이탈했다. “예예 헤헤헤”라면서 넘어가기에 내 심보는 굵고 거칠다.

“아 은퇴 후 노후계획은?”, “집은 팔리셨어요?”, “근데 아들, 따님 결혼은?”라며 맞받아치고 싶지만 내게 역공격권따위 갈취당한지 오래다.

 

아! 이 죽일 놈의 사회!

그랬다가 부모님이 다른 친척들한테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라서 멈춘다. 친척 어른들은 1년에 2번 보면서 남 얘기하는 걸 좋아하시는 거 보면 되게 관심이 많으신 거 같다.

“난 나중에 꼭 큰집 안 가고 엄마아빠랑은 외식하고 아내랑은 여행 가야지”라고 맹세하지만 결국 엄마아빠한테 미안해서 그러지 못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