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서울청년주간의 마지막 학회 스케치 ~

15일이 되면 한 달 치 아르바이트 월급이 들어온다. 15일이 다가오기 시작할 땐 이미 통장 잔고는 0에 수렴한다. 사야하는 것들, 빠져나갈 고정 지출을 파악해본다. 학자금 대출 이자 만원…인쇄비 이만 원…교통비 팔만 원…이것저것 헤아리다 보니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알바비 절반이 사라져있다. 정말 필요한 금액들만 뺀 건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15일 입금 내역에 알바비가 찍히기 무섭게 빠른 속도로 여기저기서 내 돈을 퍼간다. 저금은 꿈도 못 꾼다. 아직 학생 신분이니까 어쩔 수 없지, 하며 취업 후 정식으로 돈을 벌게 될 미래를 상상해본다. 그때는 월급 반은 턱턱 저금해서 목돈도 만들고, 남은 반은 하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에 쓰면서 살 생각 하니 설레기까지 한다.

출처 : EBS 다큐 시선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캡쳐, 2018.06.21

출처 : EBS 다큐 시선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캡쳐, 2018.06.21

취업을 했다. 정규직 취업이 힘들어 계약직 비정규직으로 일자리를 구했다. 학생 시절에 받던 알바비보다는 많은 돈을 받지만 계약직 월급라고 해봤자 200도 안 된다. 생활은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일을 시작하자마자 날아온 학자금 상환 연락, 미친 것 같은 서울 월세, 취업을 준비하며 생긴 빚까지 감당하려니 매달 겨우 버티는 게 최선이다. 불안한 상황이라 돈을 모을 수 있을 때 바짝 모아두고 싶은데, 생각만큼 돈 굴리기가 쉽지 않다. 은행은 저금리고, 애초에 의미 있는 이자가 붙을 정도로 여유 있게 저금하기가 힘들다. 누구 친구 누구는 집이 잘 살아 취업 후에도 자기 월급은 몽땅 저금하고 부모님한테 용돈 받아 산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똑같은 서울에서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출처 : EBS 다큐 시선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캡쳐 2, 2018.06.21

출처 : EBS 다큐 시선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캡쳐 2, 2018.06.21

가상의 인물을 상상해 이야기를 꾸며보았지만 절반은 내 이야기다. 아직 학생이라 막연히 밝은 미래를 상상해보지만 어쩌면 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집이 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높은 확률로.) 이런 상황에서 서울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정말 ‘희망’은 없는 걸까? 가난에서 시작한 청년들은 언제나 그곳에 있을 수밖에 없는 걸까. 다행히도 서울시엔 이런 청년들을 지원해주는 “서울시 희망두배 청년통장”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 사업은 시중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해 저소득 근로청년의 목돈 마련과 자립을 유도하고, 적립된 저축 비용과 매칭해 근로장려금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2015년 선발을 시작해서, 올 한해 2000명을 뽑는데 14,000명이 지원할 정도로 많은 청년들이 관심을 보였다. 단순히 저금을 유도하고 돈을 지급할 뿐만 아니라 금융 교육, 다양한 문화생활 지원 등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여주는 프로그램들과 연결되어 있어 참여율이 높다.

갑자기 든 생각. 희망은 어떻게 정량화할 수 있을까..

갑자기 든 생각. 희망은 어떻게 정량화할 수 있을까..

이번 서울청년학회에서도 희망두배 청년통장은 뜨거운 감자였다. 스페이스 노아에서 열린 2018 서울청년학회 마지막 세션은 이를 두고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사업 소개 및 평가를 맡은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부채분과 임경목 씨는 선발대상을 뽑는 과정부터 연계 프로그램, 작년도 사업성과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했다. 특히 집중해야 할 부분은 실제 참가자들의 평가와 만족도였는데, 만족도 설문 참여자의 98.6%가 다른 청년들에게 이 사업 참가를 권유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실질적으로 참여자들의 부채가 경감되고 자산이 증가했으며, 저축 습관과 개인 심리 상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마지막엔 이 제도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며 청년 삶의 다양한 문제들(주거, 노동 등)과 더 밀접하게 융합된 새로운 정책이 탄생하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남겼다.

발언하는 임경묵 씨

발언하는 임경묵 씨

“삶에 드는 비용에 비해 소득이 늘지 않는 현 상황입니다. 자산 형성 자체가 힘든 조건이죠. 이를 위해 단순히 이자만 지원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새로운 방향의 정책 제안을 함께 상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토론자 중엔 직접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의 수혜를 받은 최미경 씨도 있었다. 실제 자신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점들, 도움이 되었던 부분, 가장 좋았던 연계 프로그램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는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지만, 청년통장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금융 교육을 받고, 각종 청년 커뮤니티 참여도 가능해 도움 되는 지식과 경험 모두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프로그램 대상자들끼리 팀을 꾸려 청년 토크콘서트를 기획해 성황리에 마무리한 일이라고 했다. 사업 기획자의 관점이 아닌 참여자의 관점에서 생생한 후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조금 더 진솔한 느낌이 나는 편안한 이야기를 못 들은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했다.

다음 토론자인 한영섭 내지갑연구소 소장은 이 사업의 한계와 개선점에 중점을 두고 말을 이어나갔다. 한 소장은 크게 자격조건과 내용상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격조건의 경우 가족이 아닌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전통적 ‘근로자’ 모델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근로’소득빈곤이 아닌 소득빈곤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내용상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가난을 애써 증명해야 하는 선발과정이었다. 또한 주거/결혼/교육/창업이라는 획일화된 목적이 아니면 근로장려금을 신청할 수 없는 것도 있다. 한 소장은 청년들의 다양한 삶을 담보해줄 수 있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참여 소감을 전하는 최미경 씨

참여 소감을 전하는 최미경 씨

후반부 토론을 맡은 두 분은 실제 사업 집행과 정책 정착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서울시 희망복지지원과 임지훈 팀장,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병도 부위원장) 그래서인지 사업 확대에 대한 청년들의 기대를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구체적인 사업 방향성이나 진행과정도 오늘의 토론을 바탕으로 수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업이 좀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청년 대상 사회 보장 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는 공통적인 주장을 펼쳤다. 청년이 온전히 살 수 있는 현재와 이로부터 이어지는 이들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청년 지원 사업은 ‘노오오오오력’이 전제된 선택적 수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청년 전반의 권리이자 받아 마땅한 것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복지에 대한 사회적 시각 자체의 변화를 촉구하는 이병도 시의원

청년복지에 대한 사회적 시각 자체의 변화를 촉구하는 이병도 시의원

지금의 서울시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은 앞으로 지적받은 많은 문제점들을 고쳐나갈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 사업목표 및 세부 지원 규정부터 시작해서 가장 중요한 사회 인식 개선까지. 가야 할 길이 험난해 보인다. 희망두배 청년통장의 수혜자가 두 배, 세 배 늘어나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이러한 사업이 어서 그저 보편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같은 서울을 살지만 경제적 출발선이 어디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모든 청년들이 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와 만난다면, 좀 더 다양한 만남,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변신을 거듭해나갈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이 만들어낼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글 및 사진 / 싱두
장소 / 스페이스 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