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서울청년주간 다양성 세션 스케치 ~

‘정상’, 기준, 기본 값으로 여겨지던 4인 가족 모델은 확실히 흔들리고 있다. 1인 가구를 구성하는 인구 층이 청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가족’과 관련된 문제가 이제 전반적인 사회문제에서 좀 더 세부적인 청년 이슈로도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2018 청년주간에서 가족 구성과 연관된 문제가 “청년정책의 ‘정상성’ 해체와 ‘다양성’ 제기”라는 부제로 한 세션을 차지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관계되어 있다.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가족에 대해 의미와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유동하는 가족 모델에 맞춰 청년 정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놓고, 여러 토론자분들이 서로 다른 관점을 통해 상상 가능한 삶의 확장을 이야기했다.

[컨퍼런스 1 - 새로운 가치] 'N포' 포기인가, 거부인가? - 청년정책의 '정상성'해체와 '다양성'제기

[컨퍼런스 1 – 새로운 가치] ‘N포’ 포기인가, 거부인가? – 청년정책의 ‘정상성’해체와 ‘다양성’제기

본 발제는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이자 사회복지연구소 물결 성정숙 공동대표가 맡아주셨다. 성정숙 대표는 가족 실천1)“당신이 지금 말하고 있는 가족은 어떠한 가족을 의미하는가를 질문한다. 가족의 의미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가족의 실천 속에서 가능하다. 가족 실천은 모든 가족에게 동일한 것이 아니며 어떤 형태의 가족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가족 실천의 양상은 달라진다.”,  2018 서울청년학회 자료집 42쪽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이끌어갔다. 성 대표의 발제에 따르면, 청년들의 소득과 노동 형태가 급격하게 변화하며 그들이 기존의 생애주기별 발달과업이 요구하던 당위성들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대학을 졸업하면 직장을 갖고, 결혼한 후 여성의 출산을 통해 하나의 온전한 ‘가정’을 이뤄야 한다는 전통 사회적 규범 같은 것들 말이다. 사회가 규정한 ‘정상가족’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관계와 실천들이 증가하고 있는게 그 증거다. 청년들, 특히 청년 여성들 중 여러 이유(결혼, 출산 이후 경력 단절, 가사와 직장일의 이중 부담,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가정한 가족정책 등)로 결혼과 출산이라는 사회 재생산을 선택하지 않는 비율이 늘고 있다. 이성애 중심주의에 기반한 지금의 결혼 제도에 포섭되지 않는 퀴어 가족 공동체도 존재한다. 성 대표는 이처럼 ‘정상가족’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관계들이 정상 자체를 뛰어 넘고 있는 상황에서, 그를 해체하고 새로운 다양성을 발견하는, 덧붙여 좀 더 포괄적인 청년정책이자 젠더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언하는 성정숙 대표

발언하는 성정숙 대표

토론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신하영 연구위원부터 시작했다. 들어가며 여성들이 비혼을 선택하는 이유를 “사회에서 온전한 개인이 되지 못해 가족 안으로 흡수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여성은 이미 남성에 비해 저소득, 불안정, 비가시화된(예를 들면 가정에서의 돌봄노동) 노동에 치중해 있으며, 문제의 바탕에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강력한 결합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이 결합은 가족임금주의2)집 바깥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남성을 설정해두고, 남성의 노동에 더 많은 자원을 분배하는 것. 성별임금격차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 모델을 낳았다. 임금 격차 등 여러 성차별을 겪으며 힘겹게 노동 시장에 진입한 여성들은 결혼, 출산과 함께 수시로 경력단절의 위험에 시달린다. 집안 일, 육아와 사회생활을 병행하다 결국 여성이 퇴직을 선택하면, 나중에 다시 노동 시장으로 돌아올 때 더욱 낮은 임금과 비정규직 직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현 사회, 노동 구조에서 여성은 필연적으로 남성보다 가난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인 듯 했다. 오롯한 한 개인으로서 자신이 될 수 없는 여성들은 정상가족 시스템으로 들어가는 것을 비혼이라는 형태로 거부한다. 신 연구위원은 자신의 토론을 마무리하며 “비혼은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해답이다.”는 말을 덧붙였다.

비혼이라는 문제, 비혼이라는 해답

비혼이라는 문제, 비혼이라는 해답

두 번째 토론은 한겨레신문 박다해 기자가 진행했다. 그는 가족과 주거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정부에서 사회 재생산이 가능한 가족구성(이성애 커플로 이루어진 가구)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1인 가구를 미성숙하며 교정해야 할 대상으로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성 1인 가구의 경우 기본적인 안전 문제와 빈곤 문제에 더욱 취약하게 노출되어있다고 전했다. 집을 구할 때도 신혼부부에게 우선적으로 기회가 돌아갈 때가 적지 않은데, 이 상황에서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빈곤 문제는 주변화된다. 그는 결혼과 관련된 가족 결합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며 그렇지 않은 청년들을 유도하는 것 같은 정책이 펼쳐지고 있지만, 당장의 삶을 살아야 하는 1인 가구 청년에 대한 고민이 잘 반영되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청년은 규정된 N가지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거부’하는 것입니다.”

최근 자신이 겪은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박 기자

최근 자신이 겪은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박 기자

세 번째 토론은 좀 더 근본적인 ‘청년(靑年)’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토론자인 최태섭 문화평론가는 청년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남성으로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국에 청년담론과 ‘남성’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일본 제국주의 시절이다. 서구로부터 일본에 들어온 호전적 남성성은 조선의 나약한 남성성을 빠르게 대체했다고 했다. 후에 독립 이후 대한민국이 시작되며 남성성은 국가 개발의 원동력으로 동원되었고 이 과정에서 국가는 남성성이 없는 이들-여성/아이들/동성애자/장애인-을 하위에 두는 남성우위 체계를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문제적이고 배제적인 모델이 근본적으로 수정되지 않는 한 청년문제의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보였다.

잘 설치했다고 생각한 무지개 커튼

잘 설치했다고 생각한 무지개 커튼

마지막 토론은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소속 임동현 씨가 맡았다. 그는 경제계발 논리에서 계획된 인구구성과 통치에 유리한 인구 범주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개인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국가 제도는 반드시 제도적인 사각지대를 만들어낸다. 재생산적 미래주의에 부합하는 섹슈얼리티(대표적인 것이 이성애)만이 문화적으로 강고해지고, 그를 기반으로 표준 생애각본이 구성된다. 각본을 따르지 않는 삶을 문제 있는 삶이라고 낙인찍을 때, 오히려 이를 문제라 생각지 않고 보다 자율적인 방식으로 공동체적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면 민주적인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정상가족 모델에 해체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여러 젠더 이슈, 노년 세대 사회적 안전망 이슈, 성소수자 가족 구성권, 난민 문제 등 ‘정상성’에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디자인 언제나 최고인 앰네스티 엽서, 출처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공식 트위터

디자인 언제나 최고인 앰네스티 엽서, 출처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공식 트위터

한글을 읽기 시작할 때, 거의 제일 먼저 배운 단어는 가족과 관계된 것들이었다. 엄마가 말하길 집 장롱에 아빠, 엄마, 언니, 나, 우리 가족이라고 쓴 종이를 붙여두고, 내게 그걸 읽는 방법을 가르쳤다는 거다. 이후 나를 포함한 4인 가족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미지로 내 머릿속에 남았다. 인생의 어느 시점 전까지 나는 그게 불변의 진리인줄만 알았다. 하지만 가족 관계의 변화를 빈번하게 겪으면서, 당연한 줄 알았던 4인 가족 구성이 어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어색함이 다양성으로 이어지는 현 시점에서, 청년 당사자들이 그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공고한 정상성에 금이 가게 하는 강력한 도전이다. ‘정상 아닌 것’들이 정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결국 모든 정체성 자체를 교란시키는 청년들의 작당이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글 및 사진 / 싱두
장소 / 서울혁신파크 청년청

   [ + ]

1. “당신이 지금 말하고 있는 가족은 어떠한 가족을 의미하는가를 질문한다. 가족의 의미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가족의 실천 속에서 가능하다. 가족 실천은 모든 가족에게 동일한 것이 아니며 어떤 형태의 가족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가족 실천의 양상은 달라진다.”,  2018 서울청년학회 자료집 42쪽
2. 집 바깥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남성을 설정해두고, 남성의 노동에 더 많은 자원을 분배하는 것. 성별임금격차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