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서울청년주간 청년학회 파이널세션 후기 ~

‘배우고 떠들자’를 모토로 내세운 서울청년학회는10월 28일 저녁, 열린워크샵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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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워크샵은 2018년 서울시 청년의회를 마무리하고, 2019년 청년의회에서는 어떤 의제를 중요하게 다뤄야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소그룹을 중심으로 몇 가지 활동이 이루어졌다. 먼저 서울청년학회에 참여하게 된 이유와 자신에 대해 밝히기, 그리고 자신의 고민 발표하기, 10년 이후에 가장 문제가 될 이슈와 그에 대한 해결책 생각해보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로서로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는 순서였다.

여러 결이 담긴 고민들

사실 ‘열린워크샵’이라는 이름만 봤을 뿐 정확히 어떤 행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가서 처음 홀을 봤을 때 조금 당황했다. 가슴팍에 이름표를 붙이고 소그룹별로 앉아 있으니 분위기가 어색했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이야기를 듣는 건 언제나 흥미롭지만 내 얘기를 남과 나누는 건 미처 상상하지 못했기에 긴장한 상태로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이번 워크샵의 목적이 간단하게 안내된 후에 자기소개 시간이 다가왔다. 자기소개 시간은 탁자에 놓인 사진들 중 두 장을 택한 후, 한 장으로는 나 자신을 소개하고, 나머지 한 장으로는 내가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함께 앉은 사람들은 모두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예술계 종사자, 시민단체 활동가, 정치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등등 다들 관심사도 직업도 모두 다양했다. 늘상 집-학교를 반복하는 삶이다 보니 항상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게 되는데, 평소에 쉽게 만나지 못하던 이들과 이야기하게 되어 반가웠다.

그렇게 자기소개가 끝나고, 다음 순서는 자신의 고민을 적고, 몇 가지 키워드로 요약해 설명하는 것이었다. 설명을 듣고 나서 하고 싶은 코멘트가 있으면 짧게 적어서 포스트잇으로 붙여 주면 되었다.

고민을 적는 종이는 이러했다.

고민을 적는 종이는 이러했다.

나는 여름 한 달동안 집을 구하러 다니며 느꼈던 주거 불안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았다. 좀 더 자세히 풀어보자면 이러한 고민이었다. 대학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서울과 다른 지역의 격차가 너무 심각하게 벌어져 있는 것을 깨달았기에 계속 서울에 머무르고 싶었다. 하지만 서울의 월세 및 보증금은 입이 떡 벌어지게 비쌌다. 현재 서울시가 시행하는 주거 지원 정책의 경우, 대부분 대학생 1인 가구인 나로서는 혜택을 받기 쉽지 않았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 주었다. 내가 고민을 쓴 카드에 붙었던 키워드 중, ‘서울 집값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와 ‘독립이 무서워요’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성인으로 성장하여 부모로부터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 건 정신적, 심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주거비가 너무 비싼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독립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같은 조원들이 붙여준 포스트잇들

같은 조원들이 붙여준 포스트잇들

다른 이들의 고민 역시 인상적이었다. 결혼이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는 사회에서 비혼을 추구하고 싶다는 고민, 프리랜서의 노동 환경, 한창 고발이 이어졌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많은 부정이 존재하는 예술계, 성폭력이 발생함에도 자정작용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학내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적이 쭉 이어졌다. 그중에서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혹은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어느새 기억 저 안쪽으로 밀어 넣어버린 문제들도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민은 여러 결을 갖고 있었다. 한국 사회의 억압적 분위기, 부족한 젠더 감수성, 실업, 일자리 질 저하 등 단순히 한 가지로 요약할 수 없는 문제들이 얽힌 게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동시에 어느 고민 하나 공감되지 않는 게 없었다는 점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얼마나 복잡하고 쉽지 않은 고민에 휩싸여 살아가는지 새삼 와닿았다. 각자 고민을 쓴 종이들을 홀 벽에 적힌 분류대로 나누어 붙이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벽에다 고민 종이를 붙이는 사람들의 모습, 벽에 나누어져 있던 분류는 서울시 의회에서 시행하는 청년정책의 분류와 일치한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민을 벽에 붙이는 과정에서 적당한 분류를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의 청년 정책이 청년들의 고민과 완전히 합치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걸 보며주는 한 단면 같았다.

벽에다 고민 종이를 붙이는 사람들의 모습, 벽에 나누어져 있던 분류는 서울시 의회에서 시행하는 청년정책의 분류와 일치한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민을 벽에 붙이는 과정에서 적당한 분류를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의 청년 정책이 청년들의 고민과 완전히 합치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걸 보며주는 한 단면 같았다.

다른 주제에서 같은 해결책으로

그렇게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다시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10년 후 가장 문제가 될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책을 찾는 시간이 이어졌다. 너무나 다양한 고민이 쏟아져 나왔기에 단순히 두 개의 그룹으로 가르기가 정말 어려웠다. 한참을 논의한 끝에, ‘새로운 삶’과 ‘새로운 노동’으로 그룹을 나누었다. ‘새로운 삶’ 조에 속했던 나는 미래에 삶이 어떤 형태로 바뀌길 바라는지, 그리고 어떻게 바뀌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열심히 적었다. 다른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대체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젠더 감수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급격한 사회 변화에 맞게 다양한 논의의 장이 펼쳐져야 한다는 것, 지금의 가족 및 단체 중심의 사회에서 개인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편견을 조장하는 미디어는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 등. 특히 현재의 법이나 제도가 사람들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사회 변화에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모두들 공감했다. 예를 들어 결혼 제도의 경우 이성애 중심으로 법이 만들어져 있고, 그 외 다양한 동반자 관계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꾸준히 비판되어 왔다. 그럼에도 결혼과 관련된 법은 별다른 개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이어져 오고 있다.1)현재 다양한 동반자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탓에, 함께 생활을 공유했거나 오래 동거한 관계였음에도 상속권이나 보호자로서의 권리를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한겨레의 기사 “법률로 동거가족 보호하는 ‘생활동반자법’ 기대하시라”(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54953.html)에 따르면, 40년간 함께 산 친구가 ‘법적인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대방이 사망했을 때 아파트의 소유권도, 상대방 재산의 상속권도 인정받지 못해 자살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생활동반자법’이 있으며, 6만 명의 청원을 받는 등 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게 논의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노동’ 조와 의견을 나누는데, 흥미롭게도 주제가 달랐지만 해결책이 거의 비슷했다. 결국 10년 후 더 나은 삶, 더 나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방책의 핵심 부분은 다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제도와 사회 모두에서 필요하다는 것, 요약하자면 그것이었다. 모든 논의가 마무리되고, 몇몇 조에서 손을 들어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사회에 대해 발표했다. 인간을 존중하는 일자리의 필요성, 성소수자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로의 변화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많았고, 청년들이 무엇보다 원하고 있는 것은 온전히 자기 자신의 삶을 존중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직접 만드는 사회

모든 순서가 끝나고 나서 우리가 아까 벽에 붙였던 고민이 키워드별로 분류된 결과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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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참여자들이 ‘일자리’, ‘사회적’, ‘결혼’, ‘독립’ 등의 키워드를 사용한 고민을 적었다. 대부분의 경우 ‘일자리’ 키워드는 ‘일자리의 질’, ‘워크-라이프 밸런스’ 등의 용어와 함께 사용되었고, ‘결혼’은 ‘결혼해야 할까?’, ‘결혼 강요’ 등 기존의 제도 및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불만에서 쓰인 경우가 많았다.

이날 세션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향후 청년자치정부에 반영된다. 좀 더 직접적으로 청년자치정부에 참여하고 싶다면, 현재 정책 프로듀서 및 새로운 프로젝트 빌더 멤버들, 운영 멤버들을 모집하고 있는 청년자치정부 추진위원회 ‘유어스’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렇게 워크샵이 끝이 났다. 한국이 답답하고 부조리하게 느껴질 때마다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도, ‘나 하나 생각한다고 달라지겠어?’라는 좌절감을 자주 느끼고는 했다. 하지만 이 날 함께한 사람들을 보며,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우리는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나 혼자만’ 고민하는 게 아닌 ‘모두 함께’ 고민하고 있기에 괜찮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사진, 편집 / 린

   [ + ]

1. 현재 다양한 동반자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탓에, 함께 생활을 공유했거나 오래 동거한 관계였음에도 상속권이나 보호자로서의 권리를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한겨레의 기사 “법률로 동거가족 보호하는 ‘생활동반자법’ 기대하시라”(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54953.html)에 따르면, 40년간 함께 산 친구가 ‘법적인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대방이 사망했을 때 아파트의 소유권도, 상대방 재산의 상속권도 인정받지 못해 자살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생활동반자법’이 있으며, 6만 명의 청원을 받는 등 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