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2018 청년주간의 포문을 여는 서울청년학회 오프닝세션이 열렸다. 평일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지하 홀이 다양한 의제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전까지의 서울청년학회와 올해 청년학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청년 연구가들이 중심이 되어 세션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청년’이라는 담론의 당사자인 개인들이 자신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관련 정책을 평가하는 데에는 큰 의미가 있다. 청년을 위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사람들(보통 청년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은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보지 못하는 빈틈을 누구보다 잘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에 대한 기대를 품고 <청년 연구자, n개의 시선>이 시작됐다. 서울시가 지금까지 집행해온 청년정책 및 청년의 정책 기획/참여 거버넌스의 발전전망을 모색하는 대 토론회 형식이었다.

서울청년학회 오프닝 세션 입구

서울청년학회 오프닝 세션 입구

본격적인 학회 세션에 들어가기 전, 기존 서울시 청년정책에 관한 전반적인 평가가 선행되었다. 잘 기획되고 실행된 정책부터 비교적 아쉬운 성과를 보인 정책까지 구성이 다채로웠고, 정말 이런 게 있었구나, 싶은 것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잘 설계한 정책 1위는 청년정책네트워크, 아쉬운 결과를 보인 정책 1위는 서울형 뉴딜 일자리 정책이었다. 이러한 평가를 종합해 앞으로는 어떤 정책방향성을 보여야하는가를 고민해봤을 때, 청년과 청년 아닌 세대 모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미래사회 정책이 고안되어야 한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단순히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끝내는 게 아닌, 전반적으로 좀 더 나은 삶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에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했다.

서.울.청.년.학.회

서.울.청.년.학.회

짧은 발제가 끝난 후 본 행사가 시작됐다. 첫 발제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실행위원회 김민수 위원장이 담당했다. 서울시 청년정책 및 거버넌스가 시행된 근본적인 목적은 청년의 “문제해결”이며 이를 위해 1) 공공정책 개입과 2) 청년활동생태계를 조성하는 두 가지 전략을 내세웠다고 위원장은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서울시 청년정책의 지난 변화 과정을 간략하게 훑었다. 그에 따르면 청년정책의 기조는 일자리 중심 정책에서 전반적인 사회 정책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이것이 청년의 현실과 정책 사이의 간극을 완전히 메꾸지는 못했다고 한다. 또한 셀 수 없는 다양한 청년들의 욕구가 변화 속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꾸준히 성찰해야 한다는 것과, 서울 외의 지역에 이러한 수용자 청년 중심 정책원리 혁신을 어떤 식으로 확장해 나갈 것인지도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그럼에도 당사자 청년의 활발한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참여는 필연적으로 혁신을 담보하며, 청년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모되고 동원되는 객체로서의 ‘청년’이 아닌 공적 상황에서 스스로 발화하는 주체로서 청년을 정책 담론의 장에 소환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일관적이었다.

오프닝 세션의 발제자와 토론자들.

오프닝 세션의 발제자와 토론자들.

“청년은 단순한 사회구조의 피해자이거나 복지 정책의 수혜자가 아닙니다. 현실의 삶을 기반으로 미래사회를 설계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선도적 당사자입니다.” (김민수 위원장 발언  中)

앞선 발제에 대한 첫 번째 토론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류연미 박사과정이 이어받았다. 청년허브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어서인지 청년활동생태계의 활성화에 관심이 많으신 듯 보였다. 류연미 씨의 토론과 비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논지는 이러하다. N명의 청년이 있다면 N개를 뛰어넘는 매우 다채로운 문제 지점들이 존재한다. 청년 담사자의 정책 공론장 참여가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못/안 참여하는 나머지 청년 당사자들의 문제의식도 반영할 수 있는 거버넌스 모델이 필요하다. “특정한, 혹은 다수의 서사가 배제되지 않는” 청년 정책은 어떻게 마련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장에 주로 참여하는 청년들이 대부분 최소 대학교 재학 이상이라는 연구자의 과거 연구를 통해 본다면, 청년활동생태계의 확장이 어떤 방식으로 상상되어야하는지는 더 민감하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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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도중에도 쏟아지는 질문들

두 번째 토론은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석사이자 청년유니온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보영 조합원이 맡았다. 그는 청년이 누구냐? 는 기본적인 질문에서부터 비판을 시작했다. 사실 청년이라는 범주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언제나 그 경계가 요동치고, 청년 정체성을 스스로 갖고 있다 생각해도 여러 다른 기준에서 ‘청년임’을 거부당할 때가 있다. 서울시 정책상에서 떠오르는 청년의 이미지가 일면 존재하나 그것이 유동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덧붙여 청년 정책의 미래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레 드러냈다. 청년 당사자인 우리가 더 이상 기존 청년정책에 우호적이지 않은 정치적 기획 또는 구조를 맞게 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에 대응하려면 청년 활동가와 운동조직의 자립이 필요하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를 준비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즉 제도를 만듦으로써 이를 한 번에 뒤집기 어렵게 하자는 말이었다. 이 부분에서 대다수의 청중은 공감의 환호성을 표현했다. 나 또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함께 사라지는 정책들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던 지라, 이 주장이 꼭 다음 정책 기획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됐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발언하는 류연미 님

발언하는 류연미 님

세 번째 토론은 전문 연구자가 아닌 청년지식공동체 청년담론 김창인 대표가 준비해주셨다.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는 비중이 높으신 분이라 그런지 좀 더 생생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김창인 씨는 정부나 시 차원에서 청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여러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그것이 실제 청년들의 삶에 잘 와 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관 주도의 청년 정책은 이때까지 대부분 일명 ‘취업 프리 패스’에 초점이 맞춰진 것들이었고, 그마저도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노오오오오력”을 하거나 자신의 가난과 절실함을 충분히 증명해야 했다. 청년정책의 지원을 받는 청년들을 ‘베짱이’로 인식하는 사회 인식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의 대상으로서의 청년은 멀게만 느껴진다. 신자유주의적 무한 경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청년들에게 삶을 돌아볼 여유는 아직 매우 부족하다. 그렇기에 청년들 현실의 삶에 좀 더 깊게 집중하여야만 미래사회를 그릴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네 번째 토론은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유휘 박사가 진행했다. 김유휘 씨는 청년 정책이 조명해야 할 범주로서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역 내 청년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그렇게 수집된 지역자원을 발굴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청년 당사자와 정책 담당자가 네트워크를 수립하거나, 혹은 청년들 간 공통의 지역성을 기반으로 접촉이 늘어날 수 있다. 김 토론자는 지역 중심의 청년정책의 예로 프랑스의 지역센터와 덴마크의 유스가이드센터를 들었다. 또한 김 토론자는 노동시장 변화/세계화/기후변화 등의 거시적 변화가 청년들의 현재, 미래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청년들이 받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청년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글 및 사진 / 싱두
장소 /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