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서울청년주간의 주요 행사 중 하나는 서울시 청년정책 및 청년을 둘러싼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는 ‘서울청년학회’였다. 나는 그 중 28일에 열린 ‘기획세션 3: 소비될 것인가, 정치할 것인가? 밀레니얼 세대1)‘밀레니얼 세대’라는 용어가 생소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용어는 미국의 작가이자 역사학자인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본인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1980년과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담론 활용 전략’에 다녀왔다. 여러 흥미로운 주제의 세션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하필 이 컨퍼런스에 참여하게 된 건, 시간이 맞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소비된다’는 키워드에 이끌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청년은 ‘N포세대’, ‘밀레니얼 세대’, ‘무민 세대’2)無mean세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용어로 ‘무의미에서 의미를 찾는 젊은 세대’를 의미한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며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것에 발 맞춰 나온 말이다. 등 셀 수 없이 많은 명칭으로 정의되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청년들이 가진 다양한 관심사, 이해관계는 모두 무시당하고 전형적인 이미지로만 그려지고 있다는 느낌은 항상 있었다. 아직 해결할 길이 요원한 다양한 문제들을 일단 ‘나중에’ 해결하기 위해서 청년을 그럴듯한 이름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국가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즉,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등의 단계를 빠짐 없이 거치고 싶지만 ‘그러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이날 세션에서는 질문 및 의견을 구글닥스를 통해 받기도 했는데 여러 질문을 한번에 모아 보고 비슷한 질문은 함께 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활한 진행에 도움이 되어 보였다.

이날 세션에서는 질문 및 의견을 구글닥스를 통해 받기도 했는데 여러 질문을 한번에 모아 보고 비슷한 질문은 함께 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활한 진행에 도움이 되어 보였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도 청년 담론의 한계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가 청년 담론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에 속해 있으며 연세대 미디어문화연구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선기 씨, <불만의 품격> 저자이자 격월간잉여3)‘잉여에 의한 잉여를 위한 월간 잡지’를 모토로 내세웠던 잡지, 2012년 2월 창간하여 2015년까지 발행되었다. 출처:http://monthlyingyeo.tistory.com/의 전 편집장인 최서윤 씨, 안동대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권수빈 씨, 청춘씨:발아4)’20대가 알아야 하는 정보를 전달하고 20대의 목소리를 담는다’는 것을 모토로 만들어진 미디어, 출처:https://www.facebook.com/20c8a/ 에디터이자 고려대 미디어학과 석사 구현모 씨(이자 미스핏츠 필명 ‘지켜본다’), 청년지식공동체 청년담론5)청년지식인들의 협업 및 성장을 추구하는 공동체. 최근에는 대학에 대한 연구나 페미니즘 입문 세미나들을 진행했다. 출처:https://www.facebook.com/ppmodernismkr/에 속해 있으며 성공회대 사회학과 석사과정에 있는 정경직 씨가 함께 했다.

청년이고 싶지 않아도 청년일 수밖에 없는

“많은 경우에 우리가 스스로 ‘청년’이라는 고정관념에 동의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직은 젊어 보이는 얼굴을 하고 공적인 자리에서 말할 때, 그리고 익명의 공론장이라고 할지라도 우리의 글에서 ‘젊은 애’의 느낌이 날 때, 우리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청년-하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 김선기 씨의 발제

지금까지 수없이 논의되었다고 할 수 있는 청년 담론이 왜 아직도 유효하게 다뤄져야 할까? 그 필요성은 김선기 씨의 발제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결국 특정 연령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은 청년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고, 그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청년 담론을 ‘이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 범주를 어떻게 하면 확대시킬 수 있을까? 또는 좁은 범주 안에서도 어떻게 하면 개인적인 다양성을 존중받을 수 있을까? 이번 컨퍼런스는 이러한 고민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어서 계속된 발제에서 김 씨는 ‘N포세대’ 명칭이 청년들을 피해자화하면서, 동시에 청년 혐오를 낳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피해자화는 결국 청년을 수동적인 존재이자 시혜의 대상으로 그려낸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그들이 처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져 있는 시스템 내에서만 혜택을 받아갈 수 있도록 만든다. 나는 이 부분을 들으면서 현재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주거 지원 시스템의 한계점이 떠올랐다. 예를 들면 LH에서 시행하는 ‘행복주택’ 정책6)“행복주택은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을 위해 직장과 학교가 가까운 곳이나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 짓는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입니다.”라고 LH는 말한다. 실제로 공급 물량도 많고 임대료도 매우 저렴하다. 같은 경우 대부분의 물량이 예비 부부 혹은 신혼부부에 집중되어 있다. 즉 이성애 결혼을 하려는 청년들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비혼을 원하거나, 혹은 다른 형태의 동반자 관계를 맺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훨씬 더 부족하다.

행복주택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불러넣어 준다는데 저는 왜 희망이 없...죠....(출처: LH 행복주택 공식 홈페이지)

행복주택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불러넣어 준다는데 저는 왜 희망이 없…죠….(출처: LH 행복주택 공식 홈페이지)

이 외에 최근 자주 사용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라는 용어 역시 타자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N포세대’에 비해 훨씬 가능성과 활력이 넘치는 이미지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것 역시도 한정된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시대든 ‘새로운 세대’의 이미지가 항상 그래왔듯이, ‘구세대와는 너무나 다른 누군가들’로만 설명된다. 이러한 비판을 들으면서, 나는 두 용어 모두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저러한 용어들이 지칭하고자 하는 청년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결국 ‘밀레니얼 세대’든 ‘N포세대’든 살아 움직이는 청년들이 아닌 ‘박제된 청년’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질문하는 게 의미 있는 이유

“우리가 ‘청년이라서 이렇다’고 말할 때, 발언할 기회가 없었던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은 아닐지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어떠한 문제가 ‘청년이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라서’ 겪고 있는 것일 수도 있는 걸텐데 말입니다.”

– 권수빈 씨, 토론 발제 중

이어지는 토론도 ‘밀레니얼 세대’ 명칭의 한계를 지적하는 내용 중심이었다. 권수빈 씨는 밀레니얼 세대라는 용어가 청년 재현의 한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그것 역시 N포세대의 동어 반복이 아닐지 의문을 제기했다.

구현모 씨는 ‘밀레니얼 세대’라는 용어가 마케팅 분야에서만 주로 사용되며, 사실상 소비를 부추기기 위한 형태로밖에 이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를 예시로 들었는데 굉장히 와닿았다. 1분 내외의 짧은 영상 광고들, 그 속에는 항상 대략 비슷한 나이대 사람들이 등장해서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말을 하다가 사라진다. 비록 밀레니얼 세대, 혹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 속에 그들의 주체적인 목소리는 없고, 마케팅 담당자가 원하는 말만 담겨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정말 살아 있는 그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구 씨는 한 가지 대안으로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가치 커뮤니티’7)이후 구 씨는 가치 커뮤니티의 예로 ‘닷페이스’를 들었다. 동일한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 가치에 맞는 컨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라는 점에서 오래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설명했다.를 제안했다. 지금의 한정된 청년 담론을 다양화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정경직 씨는 비록 청년을 둘러싼 각종 용어들이 한정적인 청년의 모습만을 담아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부분적 재현’이라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치 웹툰 <치즈 인 더 트랩>과 <복학왕>이 전혀 다른 모습을 그려내고 있지만 둘 다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받고 있듯이, 더 많은 청년이 주체로서 자기 자신을 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마무리했다. 끝으로 최서윤 씨는 더 많은 개인들이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고 싶은 목소리를 내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마무리했다.

치즈인더트랩의 한 장면, 이 장면은 '조모임은 공산주의가 망한 이유를 보여주는 한 가지 예'라는 제목의 짤로 커뮤니티에 돌아다닌다.

치즈인더트랩의 한 장면, 분명히 조모임 시간을 정했는데 나 빼고 아무도 제때 안오는 순간… 이 장면은 ‘조모임은 공산주의가 망한 이유를 보여주는 한 가지 예’라는 제목의 짤로 커뮤니티에 돌아다닌다.

의 한 장면, 대학교 신입생들에게 폭력적 신고식을 치르게 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복학왕>의 한 장면, 대학교 신입생들에게 폭력적 신고식을 치르게 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나를, 내 주변을, 사회를 둘러보는 것의 필요성

발제가 모두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다양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청년 담론의 한계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치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 담론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많이 나왔다. 이에 대해 권 씨는 결국 ‘청년’으로 호명되는 정체성을 버릴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 정체성에 관해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답했다. 청년 내에서 더 많은 다양성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질문에는, 새로운 소통과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점에 모두들 공감했다. 정 씨는 현재 청년 담론에서 배제하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으며, 그런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고 그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긴 컨퍼런스가 끝나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재현한다는 것에는 언제나 위험성이 따른다.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완전히 무시해버리고, 그들이 가진 몇 가지 단순한 공통점들만 나열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을 재현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불안하다. 나 역시도 청년에 포함되면서, 정작 스스로에게는 전혀 관심을 돌리지 않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청년이란 그러하다’고 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최서윤 씨의 발표 PPT 중, 언제는 개새끼라고 했다가 언제는 희망이라고 했다가...청년 재현 이대로 괜찮을까...?

최서윤 씨의 발표 PPT 중, 언제는 개새끼라고 했다가 언제는 희망이라고 했다가…청년 재현 이대로 괜찮을까…?

하지만 한편으로, 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내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는 권수빈 씨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내 문제가 과연 다른 사람들도 겪는 문제인지, 함께 겪는 문제가 있다면 우리 사회의 문제인지, 만약 그렇다면 왜 그런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결국 재현도 이루어지고, 다시 돌고 돌아 내 목소리가 세상에 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청년 미디어에서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계속 고민하고 또 경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았다. 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한계를 인식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글, 편집, 사진/ 린

   [ + ]

1. ‘밀레니얼 세대’라는 용어가 생소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용어는 미국의 작가이자 역사학자인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본인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1980년과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2. 無mean세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용어로 ‘무의미에서 의미를 찾는 젊은 세대’를 의미한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며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것에 발 맞춰 나온 말이다.
3. ‘잉여에 의한 잉여를 위한 월간 잡지’를 모토로 내세웠던 잡지, 2012년 2월 창간하여 2015년까지 발행되었다. 출처:http://monthlyingyeo.tistory.com/
4. ’20대가 알아야 하는 정보를 전달하고 20대의 목소리를 담는다’는 것을 모토로 만들어진 미디어, 출처:https://www.facebook.com/20c8a/
5. 청년지식인들의 협업 및 성장을 추구하는 공동체. 최근에는 대학에 대한 연구나 페미니즘 입문 세미나들을 진행했다. 출처:https://www.facebook.com/ppmodernismkr/
6. “행복주택은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을 위해 직장과 학교가 가까운 곳이나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 짓는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입니다.”라고 LH는 말한다. 실제로 공급 물량도 많고 임대료도 매우 저렴하다.
7. 이후 구 씨는 가치 커뮤니티의 예로 ‘닷페이스’를 들었다. 동일한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 가치에 맞는 컨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라는 점에서 오래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