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TRP, Tokyo Rainbow Pride)는 2018년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프라이드 위크로 지정했고 5월 6일 메인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3년 연속으로 참가했다. 첫 해는 혼자서, 이듬해에는 옛 인연과 함께, 올해는 새로운 인연과 함께. 이렇게 써놓고 보니 고작 3년이 흘렀는데 이것저것 많이 바뀌었다.

2018년 도쿄 레인보우 프라이드의 로고 (출처: 도쿄 레인보우 프라이드 공식 홈페이지)

2018년 도쿄 레인보우 프라이드의 로고 (출처: 도쿄 레인보우 프라이드 공식 홈페이지)

첫 날은 둘이서 부스를 중심으로 보고, 둘째 날은 혼자서 퍼레이드를 중심으로, 아예 큰 맘 먹고 퍼레이드 지정 거리인 시부야 일대를 한 바퀴 빙 돌고 왔다. 처음부터 이 골든위크의 땡볕 아래 시부야 일대를 한 바퀴 둘러볼 생각은 아니었다.  구글 맵을 열어보니 5월 5일과 6일 한정으로, 퍼레이드 순례 예정 루트가 예쁘게 무지개색으로 강조되어 있었다. 그걸 본 순간 이 예쁜 무지갯빛 길을 내가 전부 걸어보겠다는 의지가 솟아오른 것이다. 일종의 애정에 가까웠다.

금융 기업부터 모의 장례 체험까지

매년 기업의 부스 참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올해도 확 늘어, 사상 최다 기업이 참가했다. 대형 SNS 기업을 비롯한 IT 기업은 물론, 일본 금융계의 부스 참가가 눈에 띄었다. 일본 국내 금융 기업은 아무래도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도쿄 올림픽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일까? 도쿄 올림픽 공식 파트너인 미즈호 은행의 상징인 파란 깃발이 유난히 돋보였다. 그러고보니 이 기업은 주택 대출 상품에서 ‘배우자’의 범위를 동성 파트너까지 확대한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1)편집자 주: 일본의 주요 은행 가운데 하나인 라쿠텐 은행도 LGBT 커플이 동거 사실이나 의사를 밝히면 두 사람의 합산 수입을 기준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몇몇 보험회사들도 동성 파트너를 배우자로 인정하거나, 이용자가 호적상 성별을 정정한 경우 변경된 성별로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출처: 서울신문 “日 금융계는 진화중”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1125016014

2018 도쿄 프라이드 부스 맵 (출처: 도쿄 레인보우 프라이드 공식 홈페이지)

2018 도쿄 프라이드 부스 맵 (출처: 도쿄 레인보우 프라이드 공식 홈페이지)

개인적으로 강렬(!)했던 것은, 모의 장례 체험 부스가 신설되었다는 것이었다. 동성 파트너 관계이든 이성 파트너 관계이든, 결혼을 해서 자식이 있든 없든, 현대 사회 속에 고독사의 사각지대는 어디에나 숨어있다는 사실을 환기하고, ‘나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나다운’ 장례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의 의의를 되새기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체험 방식도 강렬했다. 한 남성이 하얀 ‘관’에 들어가자 주최자는 불경을 외며 그가 ‘생전’에 얼마나 매력적이고 귀여운 게이였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을 한다. 구경꾼은 향을 피우며 그가 ‘좋은 곳’에 갈 수 있도록 추모한다. 추모식이 끝나면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와 짧은 감상문을 게시판에 적는 형식이다. 나도 공짜로 잠깐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관은 생각보다 시원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당신이 누구든 함께 할 수 있는 곳

퍼레이드에 참가한 사람도 사상 최다였다고 한다. 국내 기업은 물론, 일본에 지사를 둔 거대 글로벌 기업의 대규모 행렬이 우선 눈에 띄었다. 각국의 대사관, 대학 동아리는 물론, 한국에서 온 서울퀴어축제 분들도 보였다. 요 근래 일본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동성 파트너십 제도’를 실시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2)편집자 주: 2015년 3월부터 도쿄 시부야구에서는 동성 커플에게 ‘파트너십 증명서’를 구청장이 발행하는 조례가 실시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세타가야구 등 다양한 지방 자치 단체에서 동성 파트너십을 보장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출처: 일다 “아시아의 동성결혼, 어디까지 와 있나”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7142  그래서인지 ‘사법 서사 연맹’의 동성혼 합법화를 주장하는 퍼레이드도 인상깊었다.

흔히 LGBTQ 라고 하면 동성애나 양성애 등 ‘누군가를 사랑하는 성적 지향’을 우선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성적 지향’을 가진 이들도 있다. 무지개 깃발 대신 보라색 띠를 두른 깃발을 내건 그들도 ‘나 혼자 지내겠다는 선택의 존중’을 외치며  프라이드의 행렬을 함께 빛냈다.

나는 구경하는 한 사람으로서 수많은 퍼레이드 참가자들과 ‘해피 프라이드’를 주고받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수 많은 손이 그곳에 있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수많은 어린이, 외국인, 장애인들이 함께 했다. LGBTAIQ 당사자는 물론, 그들의 운동을 지지하는 앨라이3)Ally,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을 이해하고 그들과 연대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꼭 앨라이가 아니더라도 우연히 지나가다 발길을 멈춘 가족, 이성애자 커플도 많이 보였다. 행진은 질서정연했으며, 시부야 거리에 있는 누구에게나 오픈되어있는 분위기였다. 대열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사전 등록이 필요하지만, 등록만 하면 원하는 대열에 끼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함께 한 아마존의 박스 트럭!

함께 한 아마존의 박스 트럭!

무지개 루트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요요기 공원으로 돌아와 부스를 돌아다니고 있을 때 우연히 지인과 마주쳤다. 프라이드는 모두에게 오픈된 공간이다. 그렇기에 스스로 생각해도 굉장히 편협한 질문이지만, “네가 여기 왜 있어?” 라고 구태여 이유를 물어보니 회사 가 프라이드에 참가해서 사원으로서 부스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내년에는 일정을 조금 앞당겨 4월 말에 열린다고 한다. 매년 진보하고 있는 있는 프라이드. 내년의 프라이드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프라이드의 진정한 의미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향한 존중’을 넘어 ‘있는 그대로의 타인을 향한 존중’ 이라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집착을 넘어 ‘너’를 보는 과정의 과도기에 완충재로써 프라이드는 존재 의미를 갖는다. 프라이드의 진보에 발맞춰 사회가 더 좋은 공동체로 나아가길, 그리고 그 사회에 의해 프라이드가 더 멋진 축제로 발전하기를 올해도 기원한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분들도 부스로 만나뵐 수 있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분들도 부스로 만나뵐 수 있었다!

글/ 스칼라

편집 /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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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집자 주: 일본의 주요 은행 가운데 하나인 라쿠텐 은행도 LGBT 커플이 동거 사실이나 의사를 밝히면 두 사람의 합산 수입을 기준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몇몇 보험회사들도 동성 파트너를 배우자로 인정하거나, 이용자가 호적상 성별을 정정한 경우 변경된 성별로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출처: 서울신문 “日 금융계는 진화중”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1125016014
2. 편집자 주: 2015년 3월부터 도쿄 시부야구에서는 동성 커플에게 ‘파트너십 증명서’를 구청장이 발행하는 조례가 실시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세타가야구 등 다양한 지방 자치 단체에서 동성 파트너십을 보장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출처: 일다 “아시아의 동성결혼, 어디까지 와 있나”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7142
3. Ally,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을 이해하고 그들과 연대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