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의 신문물 명절 편! 추석을 앞두고 이 물건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아내를 위한 선물로 딱이라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이번주 반도의 신문물. ‘꾀병 기브스’ (출처= G마켓 이가게)

추석 선물 3종? NO! 추석 고생 3종!

한국에는 추석이라는 명절이 있습니다.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고, 그 결실로 음식을 해 나눠먹고, 조상님께 고마움을 표하는 날입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중국의 중추절과 비슷하죠. 올해 추석은 9월 8일입니다. 추석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대한민국의 아내, 남편들은 초긴장 상태입니다. 올해 명절은 또 어떻게 넘길까. 수심이 가득합니다.

놀고 먹고 쉬고. 명절은 즐거운 날이어야 할 텐데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 명절은 오히려 ‘스트레스’ 그 자체입니다. 차라리 명절에 안 쉬고 일을 하는게 낫겠다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벼룩시장구인구직’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50명 중 “추석에도 가능하면 일을 하고 싶다”고 답한 응답자가 53.1%. 반 이상이었는데요.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리 저리 나가는 돈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56.3%) ‘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명절 음식 준비 등의 가사 노동(24.1%)’ 때문이라는 답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명절이란 게 그렇습니다. 돈은 돈대로 들고, 일은 일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고. 추석 선물 3종세트보다 추석 고생 3종 세트가 더 알차게 준비되어있습니다.

 

이런 상을 차려예~’ 해서 차례상인가 봅니다. (출처=부산일보)

어머니 오늘은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요 (클클클)

깻잎전,고추전,호박전,모듬전,동그랑땡….미국에서야 칠칠 켄터키 하나 떡- 구워내고, 샐러드 해놓으면 명절이라지만, 한국의 명절음식은 백 번은 손이 가야 한 상을 차립니다. 소를 다르게 해서 떡도 빚고, 솔잎을 깔고 이쁘게 쪄내고. 오손도손 둘러앉아 한국의 라이스만두, 송편을 만듭니다. 차례상에 올라갈 나물도 수가지에 고기와 생선도 준비해야합니다. 생각만 해도 어깨가 뻐근해지고 머리에서 기름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귀향길에 올라 오랜 시간 운전을 한 아빠들도 힘들지만, 온 식구 음식 준비에, 설거지까지. 엄마들 어깨는 남아날 새가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차라리 어디라도 아팠으면 좋았을 걸”하고 꾀를 내게 됩니다. 추석 선물로 ‘꾀병 기브스’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판매자는 몇 가지 용도를 설명해두고 있습니다. ‘가끔 직장 다니면서 쉬고 싶을 때’, ‘아르바이트 관둬야 하는데 핑계가 없을 때’, ‘조퇴하고 싶을 때’ 등등. 즉,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빠져나갈 수 없는 ‘거시기한’ 상황에 유용하다는 겁니다. 팔 깁스, 다리 깁스 중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고, 기브스 패드를 팔이나 다리에 대고 모양을 만든 후 붕대를 두르면 그대로 끝. 사용법도 쉽습니다. 가격은 16,000원선.  힘든 직장, 지긋지긋한 학교 모두 Bye Bye. 그리고 이제는 명절날 시댁도 ByeBye~. 배려 많은 한국 남편이 고안한 창의적 해법(?)입니다.

이혼율

위기의 한국 남편들. 명절 이후면 쌓여있던 가족의 갈등이 폭발하고, 그래선지 이혼 건수도 폭발!

궁하면 구한다. 이런 진리 아니겠습니까? 엉터리 꾀병이라도 해법으로 내놓아야할 처지입니다. 연도별 설,추석 직후 이혼 건수 추이를 살펴보면 명절 이후 한 달 새에 급격히 이혼율이 증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인과관계는 없지만 추측에 가까운 해석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명절 지나면 이혼 해야징~” 해서 그렇다기 보다는 쌓여온 가족간의 갈등이 명절을 기점으로 폭발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제는 ‘명절 가족폭력’ 에 관한 뉴스도 매 명절마다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안녕하냐고 묻지 마세요

왜 이러는 걸까요? 한국 사람들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귀향길에 6시간을 꼬박 길 위에서 보내고, 그 고생을 해서 집에 와선 가족끼리 싸웁니다. 도착해선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산더미처럼 하고, 먹다 지쳐 잠들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끼린 서로 스트레스만 주고.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명절이라 더 몸이 힘든 탓도 있습니다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살벌한 대화가 오고 가는 탓이 큽니다.

  • “너 이제 서른인데 결혼은 언제 하냐”
  • “우리 애비 이번엔 승진 안 하냐”
  • “조카는 어디 대학이라고?”
  • “취업은 잘 준비하고 있냐? 대기업 가냐?”

사실 그냥 안부를 묻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 ‘안녕하냐’는 물음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꽂힙니다. 은퇴 앞둔 아빠는 아빠대로 신경이 곤두섭니다. 집안일에, 시간제 알바에 지친 엄마는 엄마대로 기분이 안 좋습니다. 명문대를 못 간 동생들은 방문을 쾅 닫고,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 준비 중인 언니 오빠들도 영 기분이 좋질 않습니다. 시집 못 간 이모도 마찬가집니다. 누군 가기 싫어서 안 가나. 혼수만 1,000만원이 넘게 드는데. 그렇게 궁시렁거리며 자리를 뜹니다. 안부를 물을 수록 서로 얼굴만 어두워집니다. 제 밥 그릇 챙기기도 바쁜데 돈 얘기로 싸움이라도 난다 치면 갈등은 극으로 치닫습니다.

모든 가족이 이렇게 심란한 명절을 보내겠느냐마는, 가족 중 누구 하나에게라도 명절은 쓸쓸한 때인 게 맞습니다. 대학이든, 직장이든, 노후 준비나 결혼이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어떤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것이 명절이면 절절히 느껴지니까요. 힘든 삶, 비교와 간섭, 이해 받지 못하는 서러움. 꾀병이라도 내지 않으면 진짜 병에 걸릴 것 같은 압박감. 어쩌면 이건 우리 사회를 횡으로 잘라놓은 단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대와 지역 또는 계층을 가로질러 우리가 만났을 때의 모습이 이런 것 아닐까요. 꾀병은 뺀질병일 때도 있지만 궁여지책일때도 있죠. 우리 사회의 꾀병들, 어떻게 할까요? 꾀병엔 엄마가 약이라는데, 엄마들도 꾀병 깁스라도 하고 싶단 심정이라니 어찌할까요.

가짜 깁스와 가짜 상처

가짜상처만들기2

가짜 상처 만드는 법 검색 결과.

2년 전에 중고생들 사이에서 ‘가짜 상처 만드는 방법’이 유행한 적 있습니다. 칼로 살을 찢은 듯한 상처를 펜으로 정교하게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겁니다. 가짜 상처 만들기 위해서 빨간 잉크펜과 4B 연필, 채점용 색연필을 번갈아 칠하고 풀을 묻혀 상처 가장자리에 살이 찢어진 부분을 하얗게 표현해냅니다. 감쪽 같습니다. 정말 징그럽고 안쓰러운 흉터가 완성됩니다. 웃자고 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이 한 번 더 살펴주고, 놀라고, 이게 뭐냐고 묻는 그 반응이 재밌어서 하는 거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배려와 관심이 절실한데, 그걸 겉으로 내보일 길이 없을 때 우리는 꾀병을 부립니다. 가짜 상처를 만들고 가짜 붕대를 감고. 이토록 ‘웃픈’ 거짓말들. 한국은 속으로 곪고, 밖으론 가짜 상처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요. 말하지 않아도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세요-. 그 한 마디가 어려워서 말입니다.

올 추석엔 긴 연휴만큼 마음의 여유도 넉넉해지길, 서로 보이지 않는 상처를 배려하는 시간이 되길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