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7일 토요일 그 날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 한다. 전주에서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가 있던 날, 나는 그 현장에서 살아 숨쉴 수 있었다. 그때의 추억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얏호!

이얏호!

퀴어문화축제는 토요일 하루였지만 그 전에 축제의 막을 여는 사전행사들이 있었다. 3월 17일 성소수자 부모모임 토크쇼, 3월 20일 런던프라이드 공동체 상영, 3월 23일 투명망토를 쓴 성소수자 강연 그리고 마지막으로 4월 6일에 있었던 퀴어라디오까지…

모든 사전행사에 참여하고 싶지만 나는 1번째, 2번째 사전행사 일정에는 선약이 있어 행사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전주퀴어문화축제 3번째 사전행사인 퀴어라디오는 참여할 수 있었다. 물론 퀴어라디오 시작 전에 개인적인 일정이 있었고, 청년몰로 이동하던 중에 바람과 비가 무척 많이 불어서 1)TMI로 예정에 없던 월경이 문을 두드리고 난입했기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갔다. 갔다! 갔다!!!!

전주 퀴어문화축제의 사전 행사들

전주 퀴어문화축제의 사전 행사들

퀴어라디오는 전주 청년몰에 있는 청년회관에서 8시부터 10시까지 총 2시간 진행된 프로그램으로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선 <조건없는 영화제>를 진행하는 도킹텍과 함께하는 <여성퀴어영화이야기>, 2부에선 퀴어문학전문브랜드 QQ와 함께하는 <퀴어소설과문학이야기>, 3부에선 전북대 열린문과 함께하는 퀴어에 대해 알고싶어요 코너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Q&A>와 함께 차.새(차가운 새벽)의 나위님과 반달곰수수님의 어쿠스틱한 공연으로 채워졌다.

퀴어라디오에서 주셨던 맥주는 정말 맛있었고,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2)TMI 2로 나는 주량이 적고 잘 취하는 자이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고 그럼에도 재밌게 잘 듣고 끝날 즈음에 술이 깼다 라디오를 들으니 마치 ‘보는 라디오’에 참여한 느낌이었다. 퀴어라디오를 보고 들으며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인데 어떤 사람은 상대가 퀴어라는 이유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잘못된 형태의 사람이라고 말하는지 슬퍼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존재하고 보이는 공간에서 이야기해야한다. 이런 게 가시화의 걸음이 되고 퀴어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들었다.

정말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 퀴어라디오 정말 재밌다~🎶 이 프로그램 기획한 분은 사는 동안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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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라디오가 끝나고 난 다음 날인 4월 7일은 당일이었다. 부랴부랴 일어나서 옷을 입고 버스를 타고 풍남문 광장에 오기까지의 기억은 마치 새로 사 비어있는 색칠공부책 같았다. 그렇게 풍남문 광장으로 건너가는 횡단보도에서 나는 색을 만났고, 내 몸과 마음은 조금씩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해져갔다.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적을 수 있다는, 혐오세력이 많을수도 있다는 걱정과 불안감은 광장에 도달한 순간,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갔다. 모두 자신의 모습으로 웃으며 돌아다니고 계셨다. 내가 이런 기쁨을 만끽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곱씹으면서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각양각색의 단체들에서는 아름다운 굿즈를 가지고 오셨고, 그걸 본 나의 마음에는 지갑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만일 마음에 드는 굿즈가 있다면 여기 돈이 있으니 어서 사라는 말을… 그렇게 나는 여러 부스를 날아다녔다. 뱃지, 책, 팔찌, 안경줄, 스티커, 플래그, 에코백 등등등 내가 자본주의와 친했다면 부스를 통째로 샀을지도 모르겠지만 ….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있는 비상금을 다 털어올걸 그랬다. 여러분들이 굿즈들의 영롱함을 보았어야 했다. 당신들도 봤다면 지갑이 자동문처럼 열렸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2시부터는 무대 공연이 시작되었다. 여러 사람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그런데 무대 뒷편에서 여러 글자가 적힌 깃발이 펄럭였고, 깃발의 적힌 내용은 아래 사진과 같았다.

예?????????

예?????????

왜곡되고 잘못된 사실들을 그럴 듯하게 조합하여 적은 메시지였다. HIV와 AIDS에 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면 깃발에 적힌 내용이 잘못된 표현이며 정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3)편집자 주: 미스핏츠에서 발행한 ‘어떤 게이의 민낯’ 7편에서 http://misfits.kr/6934 , “에이즈는 AIDS(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혹은 후천성 면역 결핍증이라고 쓰는 전염병이고,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혹은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라고 쓰는 바이러스에서 발생한다. 사람들이 덮어놓고 성병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이러스가 옮는 경로 중에 정액이 있을 뿐이지 성병은 아니다. 혈액 역시 감염경로인데, 그래서 헌혈이나 수혈할 때 혹은 쓰고 버리지 않은 주사 바늘 따위로 HIV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경우가 있다.” 혹은 “동성애자들 속 HIV 감염인이 더 많으므로 동성애는 에이즈의 원인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역시,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면, 이성애자들이 걸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또 전술했듯 결국 이건 전염병이지 성병이 아니어서, 그래프에서도 IDU – 즉 약물주입 – 으로 HIV에 감염된 통계를 분명 명시하고 있기에, 동성애자 사이에 많은 에이즈 증세 발발이 있어도, 동성애가 원인이라 할 순 없다.” 혐오세력들의 깃발 내용은 기침이 걸려 기침이 나온다는 표현과 비슷하다. 더불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성행위와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가 현재 애인을 사귀지 않거나 애인을 사귀고 있다고 해서 성관계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성급한 일반화이다.) 우리는 통계로 나오는 수치들을 편견없이 바라볼 필요가 있다.4)편집자 주 : “동성애가 HIV/AIDS의 원인이라는 비난은 앞서 말한 이유로 공중보건학적인 관점에서 옳지 않으며, 한국사회에서 HIV/AIDS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관리하는 데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2013년 기준으로 강원도의 모성 사망비는 서울에 비해 4배 이상 높았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강원도에 거주하는 임산부들에게 산부인과 의료접근성을 증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하지, 어떻게 해야 강원도에 살고 있는 임산부들을 서울로 이사하게 만들지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 같은 맥락에서 남성 동성애자의 HIV/AIDS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을 때, 우리는 성적 지향을 지난하거나 비과학적이고 폭력적인 전환치료를 권할 수 없습니다. 어떤 요인들로 인해 동성애자 집단에서 유병률이 높아졌는지에 대해 질문하고 어떻게 해야 그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 동성애를 HIV/AIDS의 원인으로 낙인을 찍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기존 연구들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에 기초해 동성애와 HIV 감염을 연관 짓는 것은 HIV/AIDS의 예방과 치료에 큰 장벽이 되었고, 오히려 그 유병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회적 낙인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동성애자를 비롯해 HIV에 감염될 위험이 높은 집단이 콘돔 사용 등과 같은 적절한 예방 수단에 접근하거나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의 존재를 숨기고 음지에서 행동하게 됩니다. ” 김승섭,『아픔이 길이 되려면』중에서 
이것은 사람을 바라보는 자세에서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모두 같은 사람이다. 퀴어도 사람이다. 숨을 쉬고 울고, 웃을 수 있는 정말 똑같은 사람. 그런데 왜 혐오받고 있는걸까? 혐오의 존재가 되는걸까? 정말 같은 사람인데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의 문구를 하나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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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혐오하는 사람들이 낯선 타자나 이방인이 아니라 실은 나의 `다른 얼굴`이라는 사실을 단지 아는 것이 아니라 `깨우치는` 것이다. 공감할 수 있다면 소통할 수 있다. 소통하면 이해하게 된다. 이해하면 더는 혐오할 수 없다.

《그건 혐오예요》5)그건 혐오예요, 홍재희, 2017일부 발췌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다. 당신과 얼굴, 목소리, 행동, 표현 방식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모두 같은 색깔의 피를 흘리는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는 상대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나에게 있어 전주퀴어문화축제는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기쁨의 말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축제였다. 풍남문 광장을 지나치며 전주퀴어문화축제의 모습을 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하길 바란다. 퀴어들이 집단으로 모여 이상한 행사를 즐기는 것이 아닌 퀴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마음껏 표출하며 웃고, 즐거운 축제의 장으로 말이다.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건 별로 어려운 게 아니다. 편견으로 바라보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인정하는 그런 자세라면 변화의 시작을 만들 수 있다. 인정하고 함께 연대하며 앞으로 나아간다면 그렇게 세상을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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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룸

편집 및 교정/ 이점

   [ + ]

1. TMI로 예정에 없던 월경이 문을 두드리고 난입했기에
2. TMI 2로 나는 주량이 적고 잘 취하는 자이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고 그럼에도 재밌게 잘 듣고 끝날 즈음에 술이 깼다
3. 편집자 주: 미스핏츠에서 발행한 ‘어떤 게이의 민낯’ 7편에서 http://misfits.kr/6934 , “에이즈는 AIDS(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혹은 후천성 면역 결핍증이라고 쓰는 전염병이고,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혹은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라고 쓰는 바이러스에서 발생한다. 사람들이 덮어놓고 성병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이러스가 옮는 경로 중에 정액이 있을 뿐이지 성병은 아니다. 혈액 역시 감염경로인데, 그래서 헌혈이나 수혈할 때 혹은 쓰고 버리지 않은 주사 바늘 따위로 HIV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경우가 있다.” 혹은 “동성애자들 속 HIV 감염인이 더 많으므로 동성애는 에이즈의 원인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역시,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면, 이성애자들이 걸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또 전술했듯 결국 이건 전염병이지 성병이 아니어서, 그래프에서도 IDU – 즉 약물주입 – 으로 HIV에 감염된 통계를 분명 명시하고 있기에, 동성애자 사이에 많은 에이즈 증세 발발이 있어도, 동성애가 원인이라 할 순 없다.”
4. 편집자 주 : “동성애가 HIV/AIDS의 원인이라는 비난은 앞서 말한 이유로 공중보건학적인 관점에서 옳지 않으며, 한국사회에서 HIV/AIDS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관리하는 데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2013년 기준으로 강원도의 모성 사망비는 서울에 비해 4배 이상 높았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강원도에 거주하는 임산부들에게 산부인과 의료접근성을 증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하지, 어떻게 해야 강원도에 살고 있는 임산부들을 서울로 이사하게 만들지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 같은 맥락에서 남성 동성애자의 HIV/AIDS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을 때, 우리는 성적 지향을 지난하거나 비과학적이고 폭력적인 전환치료를 권할 수 없습니다. 어떤 요인들로 인해 동성애자 집단에서 유병률이 높아졌는지에 대해 질문하고 어떻게 해야 그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 동성애를 HIV/AIDS의 원인으로 낙인을 찍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기존 연구들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에 기초해 동성애와 HIV 감염을 연관 짓는 것은 HIV/AIDS의 예방과 치료에 큰 장벽이 되었고, 오히려 그 유병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회적 낙인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동성애자를 비롯해 HIV에 감염될 위험이 높은 집단이 콘돔 사용 등과 같은 적절한 예방 수단에 접근하거나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의 존재를 숨기고 음지에서 행동하게 됩니다. ” 김승섭,『아픔이 길이 되려면』중에서 
5. 그건 혐오예요, 홍재희,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