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에서 아직 퀴어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공론장에서 쉽게 언급되지 않는 존재들. 1년에 한 번 이들이 광장에 모이는 축제날은 ‘우리가 여기 있음’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이다. 최근엔 서울이 아닌 전주, 부산, 제주 등지에서도 퀴어축제 행사가 열린다. 1)한국퀴어문화축제 KGCF 였던이름이 최근 서울퀴어문화축제 Seoul Queer Culture Festival로 바뀌었다. 이 날 퀴어들은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내고 축제 참가자들과 공개적으로 어울린다. 광장 한편에서는 퀴어의 정반대 쌍처럼 보이는 퀴어 혐오 세력이 축제 반대 시위를 벌인다. 그날만은 그 공간에서 소수자는 퀴어 혐오자들이다. 하지만 축제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주류는 혐오세력이 된다. 한 자리 한다는 유력 정치인들은 퀴어 혐오 세력의 중심격인 보수 기독교 세력의 압박에 어쩔 줄 모른다. 차별금지법에서 성소수자가 조용히 삭제된 것도 그들 힘의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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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의 혐오세력과 2017 서울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행렬. 사진 – 미스핏츠

이렇듯 퀴어는 한국 사회, 정치에서 쉽게 배제된다. 여야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퀴어 이야기엔 말을 아낀다. 아예 언급을 하지 않거나 시기상조라는 말로 에두른다. 언제나 부딪히는 두 집단은 퀴어 앞에서 하나가 된다.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동성애를 주제로 일어난 진보수 대통합의 순간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퀴어 인권을 공론화해 유력 이익 집단의 표를 잃을 것인가, 마치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지나가 논쟁거리를 미리 차단할 것인가. 선택은 어렵지 않다. 가려진 사람들의 싸움과 서사는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 결국 겉보기엔 사회가 통합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퀴어 배제를 사회 통합의 도구로 이용하는 한국과 달리, 지난 해 대만에서는 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법조항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중국의 영향 아래 있어 동성혼과 같은 퀴어 이슈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만은 오랫동안 정부 주도 하에 성소수자를 포함한 보편 인권 교육,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트랜스 젠더가 장관으로 임명되고, 동성혼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이가 국가 통수권자가 되는 곳이 대만이다. 사회 구성원 절반 이상이 성소수자 인권 이슈에 관심을 갖고 동성혼 불법 위헌 판결을 함께 축하했다. 비슷해 보이는 아시아의 두 국가 간에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성인 트위터 사진

대만의 성소수자 운동과 연대 (출처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합 행성인 공식 트위터)

대만의 성소수자 인식, 성소수자 의제를 대하는 태도를 이해하려면 대만이 처한 국제지정학적 맥락을 살펴야 한다. 현재 대만은 국제 사회에서 한 국가로 인정받지 않는다. 1971년 대만은 국제 사회에서 외교 관계가 단절되고 중화 타이페이라는 명칭을 부여받았다. 이후 UN과 같은 국제기구 가입 신청은 매년 좌절됐다. 때문에 대만은 취약한 국가 정체성을 극복하고 국가로서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노력했다. 그 중 한 방법이 국제규약을 내재화하는 전략이었다. 국민당 통치 시기 대만은 국제법을 국내화했다. 세부 사항에는 성평등 및 성소수자 인권 보장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는 동성혼, 퀴어 의제를 부정하고 제거하는 중국 본토의 실정법과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었다. 성평등과 보편 인권을 강조하는 “새로운 대만 정체성”이 구성됐고 대만 사회 구성원들은 스스로를 대만인으로 정체화했다. 국제 사회에서도 중화민국보다 타이페이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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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대만 지도. 국제사회는 중국과 대만을 ‘하나의 중국’으로 인식한다. (출처 : 위키피디아)

퀴어가 사회 전면으로 드러난 맥락이 무엇이든 대만에서는 그 영향으로 통츠운동 2)다양한 성소수자들의 권리만이 아니라 HIV 감염인의 의료적 권리, 성 노동자의 권리, 폴리아모리나 BDSM, 약물사용 섹스 등 비규범적 성적/로맨틱 실천, 노년이나 장애와 결부된 성적 권리의 제약 등 다양한 의제를 포괄하는 대만의 확장적 사회운동 등 성소수자 권익 보호를 위한 여러 운동이 일어나고 관련 시민단체가 활발히 활동하며 국가적 의사 결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시 우리나라의 상황으로 돌아가서 질문을 하나 던지면, 대만처럼 국제사회에서 애써 국가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적은 한국 사회에서 퀴어 이슈와 성소수자 인권, 진정한 성평등을 국가 의제로 다루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 대만 통츠운동에서 국가와 지역성을 관통하는 성적 시민권을 이야기한 사회학자이자 젠더연구가 정민우는 위 질문에 대한 몇 가지 함의를 던져준다. 가령 최근 20여 년 사이 유럽에서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법제도적 인정 및 보장이 빠르게 확산된 데에는, 개별국가에서 유럽지역으로의 통합 과정에서 성소수자가 포함된 보편인권이 유럽 사회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설정된 것에 이유가 있다. 반면 나미비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페미니즘 및 LGBT 운동이 국가주의 담론으로 집권한 엘리트 지배층에 대한 정치적 도전, 즉 일종의 탈식민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의 전개에서 상상할 수 있는 선택지는 1) 유럽연합과 비슷한 형태의 아시아 대륙 공동체의 형성과 한국 LGBT 운동의 전개 가능성과 2) 기존 집권층에 대항하는 도구로서의 한국 내 성소수자 인권운동 등이 있다. 그러나 전자는 동북아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복잡한 국제지정학적 흐름(북한 핵문제, G2의 긴장관계 등)을 극복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고, 후자는 촛불혁명으로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뤄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사회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SNS와 오프라인 문화활동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현재 한국사회 퀴어운동이 국내 성적 시민권의 확립 및 성소수자 권익을 보호하는 보편적인 법 제정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대만/유럽/아프리카 대륙의 경험과는 다른,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글 및 편집 / 싱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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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퀴어문화축제 KGCF 였던이름이 최근 서울퀴어문화축제 Seoul Queer Culture Festival로 바뀌었다.
2.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권리만이 아니라 HIV 감염인의 의료적 권리, 성 노동자의 권리, 폴리아모리나 BDSM, 약물사용 섹스 등 비규범적 성적/로맨틱 실천, 노년이나 장애와 결부된 성적 권리의 제약 등 다양한 의제를 포괄하는 대만의 확장적 사회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