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자: 저는 지금 지역에서의 퀴어 운동에 대해 관심 갖고 전국을 돌고 있어요. 그래서 부산 퀴어 축제도 갔다 왔고, 다음 달엔 강원지역 캠프도 가요. 저는 그래서 봉레오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지역에서 퀴어운동을 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어떤 성격이 있죠?

봉레오: 부산에 다녀 오셨으니 아실 것 같지만,  정말 불모지예요. 아무것도 없어요. 지금은 ‘열린문’1)전북대 성소수자 동아리, 봉레오가 만들었다, 자세한 그 역사(?)는 ‘삽질은 열린 문~오픈도어 메이커~’ http://misfits.kr/15694 참조 같은 것도 있지만, 전라북도에는 독립된 퀴어단체가 하나도 없어요. 제가 아는 선에서는 ‘행성인’2)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 연대의 ‘전퀴모’가 그나마 유일하게 전북에 있는 퀴어 커뮤니티예요. 열린문이 전라북도 위주로 생겼고, 힘들게 자생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되게 치졸한 일도 많이 당해요. 처음 생긴 퀴어 단체라서요. 밉보일 일도 많고.

'열린문'의 회원 모집 트윗, '열린문'은 전북대 뿐만 아니라 전북권에 소속된 모든 퀴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출처: '전북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열린문' 트위터)

‘열린문’의 회원 모집 트윗, ‘열린문’은 전북대 뿐만 아니라 전북권에 소속된 모든 퀴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출처: ‘전북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열린문’ 트위터)

저희는 저번 학기에 사회대 동아리로 등록했어요. 그 과정에서 동아리 방도 생겼고요. 저희 동아리방 쓰던 동아리가 나갔거든요. 그 동아리가 기준에 못 미쳐서 나가고 저희가 기준을 충족해서 들어간 거죠. 근데 정말 치졸하게, 사회대 익명 게시판에 열린문에 대한 비난글이 폭주했어요. ‘거기는 명단 제출도 안했다던데’ 이러면서… 저희가 등록되는 과정에서 있던 일과 맥락은 삭제되고요. 그런 것들하고 매일 싸워요. 포스터가 찢겨져 있고 도장도 못 받고, 총학은 ‘그런 건 좀 아직…전주에선…’이라는 말을 해요. (총학에서요?) 네. 저희 총학의 특성이기도 한데 총학이 정치적 색을 띠는 걸 정말 싫어해요. 그런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단체가 아무 데도 없어요. 그게 지방 퀴어 단체로서 저희의 특성이에요.

또 하나 더 말할 수 있는 건 계속 비슷한 크기의 단체들끼리 연락하면서 연대감이 생긴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다들 비슷한 시기에 생겼으니까. 충남대 쪽이랑도 비슷한 시기에 생겼거든요 얼마 전에는 충북대에서도 생겼고, 저희보다 빨리 전남대에서도 생겼어요. 그러면서 아 우리가 여기에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이런 식으로, 열린문이라는 단체가 성소수자 개인에게 ‘나 혼자 전북에서 성소수자인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할 수 있다는 게 긍정적이죠.

전남대 성소수자 동아리 '라잇온미'의 로고, 라잇온미 역시도 전남대 뿐만 아니라 광주/전남권에 속하는 퀴어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출처: '전남대 성소수자 단체 라잇온미' 페이스북 페이지)

전남대 성소수자 동아리 ‘라잇온미’의 로고, 라잇온미 역시도 전남대 뿐만 아니라 광주/전남권에 속하는 퀴어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출처: ‘전남대 성소수자 단체 라잇온미’ 페이스북 페이지)

충남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RAVE'의 로고 (출처: '충남대학교성소수자동아리' 트위터)

충남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RAVE’의 로고 (출처: ‘충남대학교성소수자동아리’ 트위터)

충북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레인보우페이지'의 로고 (출처: '충북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레인보우페이지'' 트위터)

충북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레인보우페이지’의 로고 (출처: ‘충북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레인보우페이지” 트위터)

루인: 기록자로서 할 수 있는 말은, 1990년대에 한국에서 전국적으로 다양한 지역모임이 많이 생겼다는 거예요. 그래서 전북지역 동성애자 친목 모임도 있었어요. 대구 등 경북에도 있었고요. 저도 지역에서 소식지 내고 하다가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확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좀 여러 단위에서 이야기를 모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이선: 각 학교에 성소수자 동아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듣고 세상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근데 저는 총학이 그렇게 한다는 게 충격적이었어요. 또 이 책 보고 놀랐던 게 숭실대 케이스3)숭실대는 2015년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결혼 이야기를 담은 <마이 페어 웨딩>을 상영한다는 이유로 인권 영화제에 대관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숭실대 학생처는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행사는 허락할 수 없다’고 밝혔다였어요. 세상이 좋아진 게 아니었군요.

2015년 11월, SSU LGBT와 숭실대 총여학생회 주관으로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제1회 인권영화제' 행사는 시작까지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때에 학교 측이 대관을 취소하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결국 영화제는 야외에서 열렸다.  (포스터 출처: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

2015년 11월, SSU LGBT와 숭실대 총여학생회 주관으로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제1회 인권영화제’ 행사는 시작까지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때에 학교 측이 대관을 취소하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결국 영화제는 야외에서 열렸다. (포스터 출처: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

봉레오: 총학은 보수적인 경우가 꽤 있어요. 학교마다 경우가 달라서 뭐라 이야기할 순 없지만 전북대 같은 경우는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그런 상태예요. 특히 성소수자 문제는 정치적인 색이 진보냐 보수냐를 가리지 않고 좀 그렇게 하죠.

참여자: 아카이브하시는 루인님께 드리는 질문인데요. 다른 두 분의 답변도 감사하고요. 제가 이 책에 실린 퀴어 퍼레이드 인터뷰를 했어요. 기사도 작성했고요. 제가 사실 이미 내 머릿속에 퀴어에 대한 상이 있는데, 실제로 보면 좀 차이가 나요. 인터뷰를 하다 보면 말이 되게 만져줘야 하는 상황이죠.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모시는 게 아니에요. 이 상황에서 고민이 되는데요. 있는 그대로의 퀴어를 재현한다는 건 사실 좀 불가능한 것 같아요. 저같은 경우는 퀴어를 어떻게 재현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고요. 퀴어에 국한한 건 아닌 것 같지만. 퀴어 서사는 어떤 방향으로 기록되어야 할까, 라는 고민이 있어요.

루인: 일단 의도하지 않은 질문은 없잖아요. 어떤 질문을 받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인터뷰이의 의도가 드러나는 게 중요하죠. 어떤 경우에는 제가 인터뷰를 했는데,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처럼 해 놓은 거예요. 질문자가 한 말을 제가 한 것처럼 해 놓은 거죠. 근데 한편으로는 가공이 또 필요한게 녹취를 풀어놓기만 하면 ‘아, 음’ 이런 것 밖에 안 읽혀요. 그래서 사실은 녹취를 잘 푸는 것도 다양한 윤리적 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요. 어떤 연구자는 녹취를 그냥 풀어버려서 일반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정말 그래도 이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 수준에서 해치지 않기도 해요.

어쨌든 질문자의 의도를 밝혀 나가는 것이 일단은 가장 중요해요. 왜냐면 그래야지 독자들이 어떤 질문에서 이 답이 나오는지에 대해 파악이 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사실은 인터뷰이가 어느 정도는 파악이 되거든요, 질문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딱 들으면 아, 이 사람이 원하는 답은 이것이다. 가 나오니까 여기에 맞게 아니면 다르게 대답할 것인지 여러 가지 고민이 생겨요. 답변을 통해서 그것을 어느 정도 가늠해 낼 순 있어요. 그 위치를 잡는 게 우선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고 그 사람과 다른 상황에서 만났을 때 인터뷰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인터뷰 읽는 사람의 태도도 같이 들어가는 건 아닐까 싶어요. 어차피 인터뷰란 그 순간의 재현이니까요.

퀴어 서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되는가는, 어떤 게 옳은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케이트 본스타인의 <젠더 무법자>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이 트랜스 서사를 혁신적으로 바꾼 것으로 평가받아요. 트랜스 자서전을 내는 데 엄청난 붐을 일으켰던 책이죠. 자기의 말과 인터뷰이의 증언, 독백 같은 글들을 재배치함으로써 자기 재현의 서사나 트랜스 서사가 단일하지 않은 것임을 드러내요. 그럼으로써 그 책이 ‘포스트모던한’ 서사, 재현의 정치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해요. 사실 그것은 그 전에 트랜스 서사에 대한 (예를 들면 수술을 했더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어! 말도 안 되게 아파! 등등) 비판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죠. 퀴어라는 서사나 기억을 만들 수 있는 기존의 방식을 이용해서 다른 서사를 고민하는 거잖아요.내가 고민하고 있는 걸 다른 누군가가 갑자기 책으로 써서 엄청난 서사를 만들수도 있는 거고. 그것이 또 전형적 서사가 될 수도, 새로운 퀴어 서사를 만들 수도 있는 거죠.

는 미국 퀴어 운동가이자 극작가인 케이트 본스타인이 젠더 연구와 트랜스젠더 운동, 트랜스젠더로서의 자신의 삶까지 다양한 층위에 대해 쓴 책이다. 젠더 체계에 대해 아주 기초적인 부분부터 고민해 볼 지점까지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젠더 무법자>는 미국 퀴어 운동가이자 극작가인 케이트 본스타인이 젠더 연구와 트랜스젠더 운동, 트랜스젠더로서의 자신의 삶까지 다양한 층위에 대해 쓴 책이다. 젠더 체계에 대해 아주 기초적인 부분부터 고민해 볼 지점까지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지이선: 제가 사실 답을 드릴 순 없어요. 저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이 책4)<새삼스레>을 읽었을 때 (질문하신 분이)하셨던 인터뷰에서는 시각적인 자료가 없어서 좋았어요. 이 사람이 뭘 입고 있었는지 이런 이야기도 없고요. 그래서 오직 그 사람이 한 말 자체로서 이 사람을 상상할 수 있었어요. 이 사람을 어떻게 이미지로 그리지 않고 말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어요.

봉레오: 슬슬 마무리하라는 분위기네요. 질문 있으신 분 없으시면 여기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준비해주셔서 감사하고 두 분도 수고 많으셨어요.

지이선, 루인: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집/ 린, 싱두, 수련

장소/ 안암 업타운코워킹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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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북대 성소수자 동아리, 봉레오가 만들었다, 자세한 그 역사(?)는 ‘삽질은 열린 문~오픈도어 메이커~’ http://misfits.kr/15694 참조
2.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 연대
3. 숭실대는 2015년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결혼 이야기를 담은 <마이 페어 웨딩>을 상영한다는 이유로 인권 영화제에 대관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숭실대 학생처는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행사는 허락할 수 없다’고 밝혔다
4. <새삼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