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자2 : 저는 오늘 토크쇼가 의미 있었는데요. 성소수자로서도 혹은 여성으로서도,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나 나에게 주어진 이미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사회에서 나에게 ‘여자는 이렇게 해야한다’고 하니까 이런 걸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항상 나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막연하고 어려운 이야기예요. 그래서 어떻게 질문을 던지라는 건지 잘 안 떠올라요. 혹시나 대답을 구할 수 있다면… 질문을 던지는 힘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이선 :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보면 거대한 슈퍼컴퓨터가 나와요. 질문을 하면 걔가 100년 후에 오라고 하고, 그때 답을 해 줘요. (웃음) 질문은 나 밖에 모른다는 게 사실 정석이죠. 누구한테 그 질문을 구하기는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제 원래 이름이 지이선이 아니에요. 글 쓸 때 이름이 너무 흔해서 급하게 날조한 이름으로 이렇게 오래 활동하게 되었는데 질문을 찾을 때 그걸 자꾸 생각해요. 아까 이야기했던 수트1)스파이더맨 홈커밍에 나온 “I’m nothing without a suit” 대사에서 따온 것, 자세한 것은 전 편들 참조 내가 지이선이 아닐 때, 내가 지이선이 아닌 사람일 때 나는 나인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내 관계들과 내 일과 내 작품들을 떼어 놓으면 나는 나인가? 최근에 저희 선배님들 중에 일에 전부를 걸었기 때문에 삶이 치열하다, 라고 하는 대화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게 되게 슬펐어요. 왜냐하면 일이 내 전부라고 살아왔기에 그 사람이 거기까지 간 것이고, 앞으로도 일을 열심히 할 거라고 말하지만, 일을 뛰어넘었을 때 저 사람이 저 사람일까 생각하니까 되게 슬펐어요. 내가 나라는 것에 대해서 지이선을 뛰어넘고 (제 원래 이름인)박지선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요. 그런 고민을 하면 조금씩 맥이 짚인달까요. 그런 식으로 저를 좀 분리해서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고 있어요.나를 스스로 객관화하는 것, 분리하는 게 분명히 필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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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인 : 질문하면 사람들은 귀찮다고 싫어해요.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중요한 건 지금 나는 충분히 이야기하고 있는가와 내가 하는 말이 정말 옳은 태도인가 하는 집요한 질문이에요. 왜냐하면 그래야만 내가 하는 말의 한계도 알 수 있고,다른 사람의 삶이 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 고민이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살고 있네’로 끝나게 되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게 돼요. 이 삶이 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달라져요.

이를테면 작년에 나온 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었는데요. 인천공항공사에서 난민을 관리하기 때문에 몇 십명이 매우 좁은 방에서 갇혀 지내고 종교적인 이유로 먹지 않는 음식 등도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이만큼 난민 문제가 심각하다2)중앙일보, ‘[단독] 시리아 난민 28명, 창 없는 방서 5개월째 햄버거로 끼니’, http://news.joins.com/article/19934292 하는 거였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이 사람들보다 어떻게 특권적인 위치에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 거죠. 내가 소수자라면 어떻게 억압받고 피해받고 있는지는 이야기하지만, 내가 받고있는 억압들이 나를 어떻게 특권적 위치로 만들어주는가는 이야기를 안 해요. 사실 내가 소수자거나 약자라는 위치가 동시에 나를 특권적인 위치로 만들어 준다는 거죠. 그 지점, 내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일수도 있는 그 지점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면 다른 무언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예전에 간디가 걸어가는데 어느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얘가 사탕을 끊을 수 있도록 조언 좀 해달라 했더니 2주 뒤에 오라고 했대요. 그래서 2주 후에 가니까 그제서야 사탕을 끊으라고 말했는데 왜 그렇게 했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사탕을 끊을 때 시간이 2주가 필요했다고 말해요. 내가 못하는 걸 조언하는 건 사기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봉레오 : 또 다른 질문이 있으시나요?

참여자3 : 아까 봉레오 님이 지역에서 퀴어 활동을 하는 중에 학교에서 ‘지인이 커밍아웃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세요?’라는 설문조사를 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게 실제로 어떻게 되었는지가 궁금해서요.

봉레오 : 대처라기보다는 그냥 예상 반응을 포스트잇으로 붙이는 거였는데요. 좀 기억에 남는 건 ‘네가 차별받는 세상은 나도 싫어’라는 반응이 있었어요. 그중에는 ‘어, 그래’ 하고 떨떠름한 반응도, ‘어, 나도’ 하는 반응도 있었어요. 글로 발랄함이 전해지신 분도 계셨고, 저희 회원님들도 몰랐는데 잠깐 제가 딴짓하는 사이에 조용히 ‘“다녀갔어요’” 라고 적고가신 분도 있었어요. 그런 식이었고요. 지역에서 퀴어 활동하다보니 아무래도 어…음…땀나는 이모티콘을 쓸 것 같은 반응에 많이 부딪히긴 해요. 전주, 지역 중에서도 단순하게 표현하면 전라북도에는, 전라도와 광주 통틀어 광주에만 지하철이 있어요. 전라도엔 아예 없어요. 그렇다 보니 다른나머지 시설들이 얼마나 없을지는 가늠이 가실 거예요. 그래서인지 캠페인 할 때 인식도 많이 없는 편이에요. 사실 그렇게 참여율이 높지도 않았어요. 그나마 인식이 있는 편에 속하는 사회과학대 앞에서 행사를 해서 포스트잇이 3~40장 붙은 거예요.

편집/ 린, 싱두

장소/ 안암 업타운코워킹스페이스

 

   [ + ]

1.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나온 “I’m nothing without a suit” 대사에서 따온 것, 자세한 것은 전 편들 참조
2. 중앙일보, ‘[단독] 시리아 난민 28명, 창 없는 방서 5개월째 햄버거로 끼니’, http://news.joins.com/article/19934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