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sh the Boundaries : 새삼스럽게 한계를 넘어서> 토크콘서트 내용 정리 8

봉레오 : 그러면 어느 정도는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고, 질의응답 시간 진행해보겠습니다.

참여자1 : 저는 지금 프랑스에 있으면서 무슬림 여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그런데 제게 없는 인종적, 종교적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연관 짓는 게 어려워요. 또, 지금 한국 상황과 비교해보면 ‘힙해서 퀴어한다’는 말처럼 페미니즘도 그런 식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보이거든요. 저도 사실 페미니즘이 경험에서 시작한 것도 있지만, 유행처럼 소비 중심주의로 가면서 너무 20대나, 소비가 자유로운 계층 위주로 흘러가고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해요. 다른 배제된 사람들, 기혼 여성이나 이주민들의 이야기도 많은데요. 저도 소비하는 20대 평범한 여성이지만 어떻게 하면 다른 영역에 있는 여성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개인의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소비 문화가 많아지며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의 누적 후원금이 2017년 8월 기준 200억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래프 출처 - 텀블벅 자체 통계 http://platum.kr/archives/86233)

개인의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소비 문화가 많아지며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의 누적 후원금이 2017년 8월 기준 200억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래프 출처 – 텀블벅 자체 통계 http://platum.kr/archives/86233)

봉레오 : 저는 제가 속하지 않은 소수자들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공부할 때, 보통 내가 소수자로서 가장 불쾌했을 때의 감각을 되살리려고 노력해요. 그걸 계속 상기하며 말을 걸거나 알아보게 돼요. 분명히 내가 소수자가 아닌 순간에는 그들을 불쾌하게 할 만한 행동을 할 거란 말이죠. 그 끈, 감각을 최대한 놓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면, 저는 비장애인인데 최근에 장애인이 등장하는 짧은 소설을 쓴 적 있어요. 소설 쓸 때 주변에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었지만, 그래도 저는 실수할 수 있었어요. 제가 겪은 일이 아니다 보니. 그래서 최대한 아는 선에서만 쓰려 했음에도 마음이 불안해졌어요. 내가 겪었던 불쾌했던 감각들을 글 한 줄 쓸 때마다 되살렸어요. 아, 이 말이 조금만 뒤집으면 불쾌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 행동이 나한테 차별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하다 보면 내가 알 수 없는 소수자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루인 : 저는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가 있어요. ‘알라딘’에서 굿즈를 예쁘게 만들어 팔잖아요. 굿즈를 사려고 책 사기도 하고(웃음). 작년에 알라딘에서 페미니즘 뱃지인가 굿즈를 책 사면 준다고 해놓았어요. 리뷰를 찾아봤는데 “뱃지를 받았으니 이 뱃지에 어울리는 가방을 사야 한다.” 라는 내용이 있었어요. 이 글로 글쓴이를 판단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이 상황에서 페미니즘은 정말로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어요. 페미니즘은 정치인가. 그냥 말씀하신 것처럼 ‘유행’인가. 아니면 그냥 누군가가 소유할 수 있는 것으로 존재하는가. 물론 요즘 시대는 텀블벅에서 굿즈를 팔지 않으면 후원이 안 된다고까지 하지만요.

2016년에 알라딘이 여성 SF 작가들을 재조명하며 굿즈로 낸 배지 이미지.

2016년에 알라딘이 여성 SF 작가들을 재조명하며 굿즈로 낸 배지 이미지.

다른 하나는 정희진 선생님이 십 몇 년 전에 쓰신 글에 나오는데, “자신이 가장 첨예하게 고민하는 주제가 아닌 곳에선 누구나 미지에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는 문장이에요. 그쵸. 내가 만약에 트랜스 주제만 이야기를 한다면 이주, 장애와 같은 다른 주제에 대해서 얼마나 알겠어요. 사실 몰라요. 자신이 첨예하게 고민하는 주제조차도 잘 몰라요. 그랬을 때 내가 낯설고 경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이슈에 대해 판단하는 태도를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문제에 접근할 때 실수를 한다면, 많은 경우 그 원인은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주체라고 가정한다는 데 있어요. 내가 스스로를 ‘판단할 수 있고, 옳고 그름을 알 수 있는 존재’로 가정하고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죠. 한국에서 얼마 전에 난민 신청에 관련한 것들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기사가 나왔는데 “외국인 추방해야 한다.”, “걔네들 들어오면 한국이 얼마나 위험해지는 줄 아냐” 같은 반응이 있었어요. 범죄를 마치 외국인들이 다 저지르는 것인 양 판단하는 거죠.

어떤 분야에 대해서 잘 알고 깊게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에선 백지와 같은 상태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사진은 나이지리아 남동부의 비아프라 난민들이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나이지리아 정부의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출처 - 연합뉴스

어떤 분야에 대해서 잘 알고 깊게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에선 백지와 같은 상태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사진은 나이지리아 남동부의 비아프라 난민들이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나이지리아 정부의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출처 – 연합뉴스

내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로 바꿨을 때 정말 괜찮을까? 성소수자 관련 공론화를 할 때도 당사자의 기분이 지금 어떨까? 실제로 그들이 어떻게 말할까? 이렇게 고민하는 기본적인 예의가 필요해요. 이럴 때 더 나은 토론이라는 게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편집 / 린, 싱두, 수련

장소 / 안암 업타운코워킹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