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sh the Boundaries : 새삼스럽게 한계를 넘어서> 토크콘서트 내용 정리 5

악의 근원?

루인 : 그런 생각을 문득 해요. 트랜스 남성에게만 하는 질문부터 트랜스 여성이라는 것이 꼭 어떻다는 식의 이미지들이 계속 생산되는데 사실 그것은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범주의-장애인이든 이주민이든- 다양한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비슷한 이야기들이에요. 어떤 집단에게 특정한 이미지가 생긴다는 건 그 사회가 집단을 어떤 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의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말해주는 것이죠.

이를테면 트랜스 여성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하리수 씨 같은 경우에, 그분 잘못이 아니고 정말 훌륭하신 분이지만, 하리수 씨가 트랜스 여성의 이미지와 연결되면서 ‘천상여자’의 이미지로 계속 재현되고 소비되었죠. 그래서 ‘천상여자’만이 트랜스 여성임을 확인받을 수 있는 그런 사태가 발생해요. 여기서 비판해야 할 지점은 실천하는 그 사람이라기보다 딱 그 정도의 수용 능력만을 가진 사회인데 왜 그 이미지 자체로 계속 싸우는가 하는 의문이 들어요.

'누가봐도 천상 여자'라고 하리수를 표현하는 걸 하리수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씩은 들어봤을지도 모른다. 분명 악의는 없는 표현이겠지만 과연 바람직할까?

‘누가봐도 천상 여자’라고 표현하는 걸 하리수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씩은 들어봤을지도 모른다. 분명 악의는 없는 표현이겠지만 과연 바람직할까?

이렇게 어떤 이미지가 옳은지를 놓고 싸울 때 거기에 LGBTAIQ1)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Asexual, Intersex, Questionary에 대한 논의가 같이 따라와요. 어떤 이미지를 더 갖추어야 하는가, 어떤 이미지는 더 아니어야 하는가, 어떻게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것인가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질문의 대상을 그 정도로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거예요. 어떤 분이 저에게 “넌 트랜스 여성 이미지에 맞지 않아 참 좋아” 라고 하셔서 빡쳤던(!) 적이 있어요. 트랜스 여성, 트랜스 젠더퀴어와 관련해 젠더 전복적인 무언가를 실천하지 않을까 엄청 기대하는 걸 봤죠.

때때로 트랜스 여성은 매우 ‘여성적’이라 기존의 규범을 강화하거나 답습한다는 어마어마한 비난들이 등장하잖아요. 그런데 그 이미지가 아닌 여성을 트랜스 여성으로 인식할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어요.

“트렌스젠더를 혐오하거나 배척하지는 않지만 딱히 좋게 안 보여. 사회가 요구하는 바로 그 여성성의 모습을 우리는 뿌리를 뽑아버리려고 노력하는데 트젠들은 오히려 그 틀에 맞추는게 싫은거야. 자기 정체성 찾는거보고 누가 싫대?”

– 트랜스 여성에 가해진 비난의 문구 재구성

하리수 씨에 대한 비난은 그 사람이 너무 여성스럽게 나왔다는 것으로부터였는데, 하리수 씨가 머리 밀고 가죽 입고 거친 목소리로 데뷔할 수 있었을까요? 그러고 데뷔했으면 여성으로 받아들였을까요? 아니거든요. 이미지는 자신이 어떤 범주인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요. 더 신경 쓸 건 그게 누군가를 계속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야 하냐는 거예요. 이런 질문이 계속 제기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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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레오 : 저만 해도 ‘이미지에 부합한다, 편승한다, 그걸 강화한다.’ 이런 말에 대한 지적에 굉장히 크게 공감해요. 그건 내 탓이 아니라고 말함에도 말이죠. 저는 FtM 트랜지션2)생물학적으로 여성이지만 남성으로 젠더를 바꾸는 것을 앞두고 있는데요. 병원에 갈 때 괜히 셔츠를 입고 핑크색 옷을 피하게 돼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단이 나오지 않으니까요. 개인이 이미지에 편승할 수밖에 없었던 맥락을 모두 지우고 왜 그 이미지에 편승한 개인밖에 보이지 않을까요. ‘너희가 규범을 강화시키니 악의 근원이다!’ 하는 비난도 있어요. 이미지라는 것 자체가 없으면 제도적인 무언가가 힘들 것 같긴 해요. 예를 들면 모든 동성애자가 결혼을 바라는 건 아닐 수 있어요. 분명 그 중에 비혼주의자가 있을 거고요. 결혼제도 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 또한 결혼을 원할 것이라는 이미지가 동성혼 법제화를 어느 정도 이끌어 낸 것도 있어요. 그런 점에서 이미지를 모두 깨부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과연 이게 승산이 있나 싶어요.

너무 자연스러운 흐름

봉레오 : 자주 접하다 보면 극단적 대상화는 피할 수 있어요. 많은 예시를 보다보면 그게 하나의 이미지로 완벽히 묶일 수 없음을 깨달아요. 너무 <그것이 알고 싶다>나 <피디수첩> 이런 걸로만 접하게 되니까 특정한 이미지가 형성되고, 거기서 벗어나면 ‘어, 너는 그렇지 않네?’ 라는 말이 나와요. 혹은 ‘너는 왜 그걸 답습해?’ 이런 말들이 나오죠. 어릴 적부터 계속 접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거예요. 저만 해도, 저는 팬로맨틱3)모든 성별의 사람에게 끌림을 느끼는 것 에이섹슈얼4)누구에게도 성적인 끌림을 느끼지 않는 것이고 트랜스젠더퀴어인데요. 어릴 적엔 제가 트랜스젠더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저는 FtM5)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사람인데 남성한테 끌림을 느끼기에 ‘나는 트랜스젠더고 남성인데 남성에게 끌림을 느낄 수 있다고?’ 이게 너무 혼란스러운 거예요. 왜냐하면 저의 세상에는 트랜스젠더 헤테로6)이성애자와 시스젠더7)생물학적 젠더가 심리적 젠더와 일치하는 사람 호모8)같은 성별의 사람에게 끌림을 느끼는 사람가 퀴어의 전부였거든요. 제가 될 수 있는 선택지는 레즈비언 아니면 트랜스 남성이었던 거예요. 너무 세상이 작은 거죠. 그 이미지가 그나마 제가 가질 수 있는 이미지였어요.

거기서 나아가 저는 제가 트랜스 젠더 게이일 것이라 생각을 못했어요. 게이 이미지는 ‘끼순이9)‘끼’를 부린다고 표현할 수 있는 과장된 여성성의 모습을 나타내는 행동을 많이 하는 게이를 비하적으로 이르는 말’, 홍석천 씨 이런 식으로 단편적으로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조금 더 많이 퀴어를 접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친척 중에 최초로 커밍아웃한 상대가 사촌누나였어요. 그 누나가 선생님이었는데 확률 상 교실에서 퀴어를 한 명도 못 만날 리가 없잖아요. 계속 부탁을 했어요. 분명히 있을 거다. 그 아이에게 많은 정보를 주지 못하더라도 반 아이들에게 퀴어가 있다는 걸 알려줬으면 좋겠다. 이야기를 계속 했어요.

사실 나를 찾는다는 게 쉽지 않죠. 저도 한참 모르다 지금은 좀 알 것도 같아요.

 

편집/ 린, 싱두, 수련

장소/ 안암 업타운코워킹스페이스

 

   [ + ]

1.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Asexual, Intersex, Questionary
2. 생물학적으로 여성이지만 남성으로 젠더를 바꾸는 것
3. 모든 성별의 사람에게 끌림을 느끼는 것
4. 누구에게도 성적인 끌림을 느끼지 않는 것
5.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사람
6. 이성애자
7. 생물학적 젠더가 심리적 젠더와 일치하는 사람
8. 같은 성별의 사람에게 끌림을 느끼는 사람
9. ‘끼’를 부린다고 표현할 수 있는 과장된 여성성의 모습을 나타내는 행동을 많이 하는 게이를 비하적으로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