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sh the Boundaries : 새삼스럽게 한계를 넘어서> 토크콘서트 내용 정리 – 4편

정체되어 있는 이미지를 넘어

봉레오 : 영화 <아가씨>에서도 누가 더 능동적인 캐릭터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스꽝스럽게 말해서 누가 ‘공/수’인가에 대한 논쟁이 가끔씩 자연스럽게 나와요. <아가씨>에서 히데코와 숙희 중 누가 부치1)여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수동적인 역할을 의미하는 명칭인가. 근데 사실 그건, 부치라는 말로 표현을 했지만 누가 더 능동적이냐를 판가름하기가 되게 애매하잖아요. 그리고 여성 퀴어물에서는 소위 능동성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남장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영화에서는 오히려 그런 시각적 이미지가 없는 숙희가 마지막에 남장을 하죠.

영화  중 숙희(김태리 역)와 아가씨(김민희 역)의 모습

영화 <아가씨> 중 숙희(김태리 역)와 아가씨(김민희 역)의 모습

이제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퀴어 내부의 로맨스를 다룬다면 특히나 더. 제가 썼던 글이 부치 둘 사이에 펨2)여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의미하는 명칭 한명이 있는 거였어요. 대개 펨이 부치 둘을 두고 고민하는, 저울질 하는 내용인 거죠. 근데 그 부치 둘 다 능동적인 게 너무 싫은 거예요. 그렇다면 이게 일반 비퀴어물과 다른 게 뭘까. 이러면서도 ‘내가 왜 이 고민을 해야 하는 거지? 나는 그냥 퀴어물을 쓰고 있는 건데.’라며 계속 어느 한 쪽도 선택할 수 없는 고민을 하게 돼요.

어떤 이미지가 내 삶을 가능하게 할 때

루인 : 이미지화가 정말 어려운 문제예요. ‘게이는 이렇지 않고 레즈는 이렇지 않아’ 하는 이미지가 있을 때 그것을 피하면 그건 괜찮아지는 건가 싶죠. 좋은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면 그렇고, 나쁜 이미지로 만들면 그것도 비난받을 거고.

사회적, 통상적으로 유통되는 어떤 이미지들에는 여러 층위가 있어요. 한 사람에게 어떠한 이미지가 자신의 존재를 불가능하게 하지만, 어떨 때는 가능하게 하죠. 이를테면 11년 전인가 MBC에서 퀴어 관련 방송을 했었어요. 2006년 6월이 대법원에서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관련 판결이 진행되면서 트랜스 이슈가 가장 핫했던 시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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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대법원, 이미지 -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060623/8321710/1?)

자료 – 대법원, 이미지 –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060623/8321710/1?)

그때 MBC에서 인간의 뇌와 젠더 결정에 관한 걸 다뤘었는데요. “전두엽의 단면모양이 그 사람이 여자일지 남자일지를 결정한다. 요즘 뇌 과학은 이렇게 나온다.” 라는 이야기였어요. 지금 이 얘기를 들은 분들 표정 다 안 좋거든요(웃음). 그러면 부치인 MtF 여성3)생물학적으로 남성이지만 여성으로 정체화하는 사람의 뇌는 어떻게 생겼을 것이냐, 등등의 의문이 제기되죠. 젠더가 뇌 모양으로 결정된다는 건 인간을 여성과 남성으로만 확정하고, 모든 사람이 이성애자일 것이라고 규정하는 젠더 규범에 맞춘 판단이잖아요. 그래서 그걸 보고 엄청 욕했어요. 그런데 그때 한 트랜스 활동가가 어머니와 같이 그 프로그램을 봤는데, 어머니가 “아 네가 그래서 이렇게 살고 있구나.” 라고 말씀하시며 그 활동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신 거예요. 어려운 문제라는 거죠. 그러니까 어떤 이미지가 내 삶을 불가능하게 하는데 어느 순간에 내 삶을 납득시키거나 이해시키는 예상치 못한 계기가 되었을 때 이 이미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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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 초에 젠더퀴어에 관한 인터뷰 자료가 나왔는데요. 물론 그 논문은 비공개로 돌려서 읽은 사람이 두세 명 밖에 안 된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인터뷰에서 젠더퀴어가 사실은 태어날 때 남성으로 지정되었지만 스스로 남성이라 생각하지 않고, 다른 젠더로 살면서 그렇게 인식되길 원하고, 그래서 평소에 남성으로 인식되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든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남성으로 통한다는 것이 자신의 삶을 불가능하게 하고, 자신의 존재를 부인하게 된다고 계속 진행되죠. 근데 중간에 어떤 다른 내용이 나오냐면 밤길을 걷거나 할 때 그 사람이 갑자기 남성으로 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느껴요. 나를 배신하는 그런 이미지들이 어떤 순간에 내 자신을 가능하고 관찰하게 만들어준다고 했을 때, 이 이미지라고 하는 것 혹은 편견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루기 어려운 것인가 싶어요. ‘~한 이미지는 없어져야 해요’로 끝나면 아무것도 이야기되지 않는 거죠. 그래서 이미지와 관련된 문제가 정말 다루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미지라는게 참으로 단순하지가 않다.

이미지라는게 참으로 단순하지가 않다.

속기 및 편집 / 린, 싱두, 수련

장소  / 안암 업타운코워킹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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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수동적인 역할을 의미하는 명칭
2. 여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의미하는 명칭
3. 생물학적으로 남성이지만 여성으로 정체화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