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sh the Boundaries : 새삼스럽게 한계를 넘어서> 토크콘서트 내용 정리 – 4편

지이선 : 퀘스처너리1)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의문을 갖거나, 혹은 확립하지 않은 사람라는 정체성이 있어요. 저는 사실 모두가 퀘스처너리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나라는 정체성이 전부 다 퀘스처너리에서 시작하는 거죠. 어쩌면 답보다 의미있는 게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답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질문이 훨씬 유의미하고, 그 질문을 제시하기 위해 아카이빙을 하시는 거고, 운동도 하고, 저는 작품을 쓰고 있는 거죠. 누군가 그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 아마 나라는 사람에 가까워지는 과정이 아닐까 해요.

네이버 웹툰 '모두에게 완자' 중

네이버 웹툰 ‘모두에게 완자’ 중

 

봉레오 : 지금 말하신 것에서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저는 질문을 하는 것 만큼 정말 위험한 운동이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질문을 한다는 것은  뭔가 물어볼 것이 생겼다는 것이죠, 뭔가 이상하다고 가정하지 않는 거예요. ‘그거 왜 그래요?’ 하면 그거 알 필요 없다고 하거나, 질문하는 사람을 계속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끊임없이 질문하는 게  정말 중요하고, 그 질문 자체가 생각해야 나올 수 있는 거잖아요. 기존의 것에 순응하면 질문하지 않고 조용한 사회가 돼요.

루인 : 아까 나를 찾는 것이 중요한 의제라고 말씀 하셨는데, 가장 중요한 건 누구도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찾아가는 여정이 여전히 중요해요. 어차피 답은 없고. 그걸  나를 찾는 과정이라고 부르건, 질문을 하는 과정이라고 부르건 상관없다고 봐요. 나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사회에서 나를 어떻게 위치지을 것인가와 이 사회에 있는 사람으로서 내가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정체성이라는 것은 내가 누구다라는 것인데, 보통 내가 누구다, 라고 하면 선언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해요.사실 정체성은 철저히 관계 속에서의 위치거든요. 혼자 있으면 정체성의 의미가 발생하지 않아요.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하는 이야기로서 정체성이나 나를 찾는 여정이 중요하죠. 그렇기에  커밍아웃은 내가 누군가라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내가 앞으로 너와 어떤 식으로 관계맺고 싶다’는 의사표현이죠. 그리고 그 관계를 유지시킬지 끊을지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기에, 그런 지점에서 나를 찾는 과정이 중요해요.

지이선 : ‘나’라는 정체성에 그 이미지나 이런 것들이 아까 이야기한것처럼 퀴어 이슈에만 포함된 것이 아니에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아이언맨이 나와서 하는 말이 명대사예요. 스파이더맨 왈, 수트를 뺏어가니까 “I’m nothing without the suit.(나는 수트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에요)”라고 이야기해요. 그러자 아이언맨이 ‘만약에 네가 수트 없이 아무것도 아니면 넌 그걸 가지면 안된다’라고 이야기해요. 그 대사를 너무 좋아해요. 그게 수트를 입는 나라는 사람이 가진 내면의 힘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잖아요.

스파이더맨: 홈커밍 Spiderman Homecoming (2017) 중

Tony Stark: What if somebody had died? That’s on you. What if you had died? That’s on me. I don’t need that guilt on my conscience. I’m gonna need the suit back.

Peter Parker: For how long?

Tony Stark: For ever!

Peter Parker: I’m nothing without the suit!

Tony Stark: If you’re nothing without the suit, then you shouldn’t have it.

저는 사실 젠더퀴어, 성정체성, 성지향성 이런 부분에 굉장히 다른 고민을 하고 있고 아마 평생 고민을 하게 될 거예요. 안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다 같이 그런 걸 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진짜 나로서 작용하려면 내면의 힘이 제대로 작동해야 해요. 그래야 수트를 입을 수 있어요. 그때서야 수트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는 거예요.

나라는 사람을 찾는 것이  추상적이면서도 어려워요. 사실 주변에 잘 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라는 사람이 선행되지 않으면 그런 수트를 입을 수도 없고 누군가를 구할수도, 그와 이야기할수도 없어요. 솔직해질 수가 없어요. 항상 자기에게 질문을 돌려봤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에게 하는 질문보다도 나에게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돌려봄으로써 나라는 사람의 내면을 나누었으면 해요.

봉레오 : 저도 약간 비슷한데요. 아까 커밍아웃을 선언이라 하셨는데 선언에 가까운 형태가 타인에 대한 질문이 될 수 있다고 봐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가 생각하는 그것은 맞는 것일까’ 하고 한 번 뒤흔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타인을 뒤흔들고 나를 뒤흔드는 사고와 선언이, 내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무너지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퀴어의 문제를 떠나서도 한번씩 그 생각을 유지하고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라도 나는 확실히 잡혀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질문이 나오는 것이죠. ‘내가 뭘 찾고 있는거지’ 의문이 계속 들겠지만 그걸 유지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내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거죠. 계속 아마 이게 반복될 듯해요.

퀴어에 관해서, 그리고 제 정체성에 대해 확실하게 길게 말하는 편이에요. ‘바이젠더2)두 개의 젠더 정체성을 지니는 것 팬로맨틱3)모든 성별에 끌림을 느낄 수 있는 것 에이섹슈얼4)누구에게도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는 것 폴리아모리5)다자간 사랑, 두 사람 이상과 한번에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편인데 분명히 계속 언어가 바뀔 거예요. 제가 계속 공부하고 있고 저라는 사람을 건들수도 있고요. 제가 잡고있는 건 ‘나는 계속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게 나다.’는 이야기죠. 어떻게 보면 제가 지금까지 했던 그런 식으로 내가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항상 잡고 가는 것일수도 있겠죠. 그게 누군가에게는 정체성일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행위일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행동일수도, 소속감일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계속 질문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속기 및 편집 / 린, 싱두, 수련
장소 / 안암 업타운코워킹스페이스

 

   [ + ]

1.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의문을 갖거나, 혹은 확립하지 않은 사람
2. 두 개의 젠더 정체성을 지니는 것
3. 모든 성별에 끌림을 느낄 수 있는 것
4. 누구에게도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는 것
5. 다자간 사랑, 두 사람 이상과 한번에 사랑하는 것